친구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어제밤 받았죠.
그때부터 사실 고민이였어요. 저는 임산부. 과연 누가 갈 것인가?
저희 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매일와주고, 장지까지 와준 친구였죠. 장례식장에서 좀 헤프닝도 있었지만 하여간 저를 위해 그렇게 와준 친구인데 모른척 할수 없었어요.
남편은 야근이라고 저한테 다녀오라고 그러고 친정엄마며 주변 어른들은 임산부는 안가는거다. 원래 임산부 있는 집에서는 상가집 안가는거다 그러구...
다른 친구들 연락해 봤지만 사실 여자들 생활 그렇쟎아요. 거의 상가집과는 별개로 살구...
한친구는 지난 눈왔을때 교통사고로 병원치료중. 한 친구는 안면만 있는 정도인데 오늘 아버지가 병원서 퇴원해서 부탁하기 힘들었고, 한친구는 파주에 사니 구로까지 오기 불편한데다 온다더니 애가 아파서 못온다고 연락오구...
나는 임산부니까 못간다...
어찌보면 이건 내사정이고, 상을 당한 친구입장에서는 섭섭할거 같더라구요. 다른 친구들이 대신 누가 가준 사람도 없구요.
물론 자주 만나는 친구는 아니였어요. 중학교 동창이였고, 저 결혼때 만나고, 한 2년후 한번 만나고, 또 한 1년후 우리아이 돌때 만나고, 아버지 장례식때 만나고, 2년만인 며칠전 전화가 왔더라구요. 아버지가 혼수상태라고...
아마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했던거 같아요. 그렇게 일주일정도 소식을 듣고 있었고, 돌아가시자 저한테 전화한건데 모른체 있기가 그랬어요.
남편한테 다녀오라고 했는데 남편도 사실 잘 아는 사이가 아니다보니 좀 그렇더라구요. 처음에는 안가려 하고... 결국 같이 길을 나섰죠.
밖에 서있을까도 생각했는데 거기까지 가서 그냥 밖에 있기도 그렇구.. 결국 들어갔어요.
또 남편이 워낙 그런 형식에 매이지 않는 사람이라....
남편은 그러더라구요. 그친구가 우리집 상 당했을때 와서 한거 생각하면 당신이 더 잘해야 하는거라구.
와서 밤샘도 하루 해주고, 장지도 따라와주고 사실 그러기 힘들죠.
한 30분정도 있다 나오기는 했는데 마음은 오히려 편하네요.
어제부터 내내 신경쓰였어요. 아니 사실 위독하시다는거 알고부터 계속 장례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돌아가시기전에 미리 들여다보고 올까도 생각했는데 저희 아이가 병원치료중이고 데리고 병원다니고 날씨춥고 그러다보니 좀 미루게되고 결국 돌아가셨거든요.
집에와서 엄마한테는 밖에 있었다고 그랬는데 어찌됬든 그냥 도리는 다 한거 같아 편하네요.
언제 볼지 모르는 친구라 해도 늘 마음의 빚이 되면 그런데...
뱃속의 아이도 이해해 주겠죠. 뭐.
아직 환갑도 안 지내셨다는데 너무 안타까와요. 좀 더 사셨다면.... 근데 오랜 병으로 너무 고생하시고 고통스러워 하셔서 한편으로는 좋은곳 가셔서 고통없으시길 바라는 마음도 크구요. 저희 아버지랑 같은 병으로 고생하셨거든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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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와 상가집
그냥 조회수 : 736
작성일 : 2005-12-16 00:02:09
IP : 222.108.xxx.18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잘하셨어요..
'05.12.16 12:08 AM (211.218.xxx.86)저두 임산부인데...
남편 어제 상가집갔다왔어요...
태어나고 돌아가시고 같이 그렇게 사는거지요...
원글님 아이도 남의 슬픔을 같이 슬퍼하는 감성의 아이로 태어날꺼예요...
갔다오신거 아주~ 잘하신거예요^^2. 토닥토닥
'05.12.16 12:08 AM (211.218.xxx.33)임신중인데 뭔들 맘에 안걸리셨겠어요.
그래도 믿지 않음 그만인걸요.
맘이 편하시다면 그야말로 잘하신일 아니신가요?
아이도 엄마 기분따라 좋아했을꺼에요.
^^3. 참..
'05.12.16 12:14 AM (204.193.xxx.8)좋은 친구분에.. 좋은 신랑.. 원글님은 인복도 있지만.. 원글님이 참 좋으신 분 같네요.
4. 정말
'05.12.16 1:10 AM (220.93.xxx.101)잘하셨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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