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핀을 보면 행복보다는 걱정들이 많으시네요.
이 글을 읽으시면 조금 살아가는 데 위안이 되실까 해서 올려봅니다.
저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구요
물론 저는 독실한 82줌마 군단 중의 하나구요.
남편은 외과의사에요.
저희들은 둘 다 공무원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랐지요.
하지만 양가 부모님들의 신앙과 생활은 배울 부분이 많답니다.
저희가 결혼을 할 때 둘이서 약속한 것이 있었어요.
60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봉사의 삶을 살기로 잠정적으로 합의를 보았지요.
물론 그 때는 정확한 답도 없이 막연히 생각한 것이지요.
남편 레지던트 끝나고 군대 다녀오더니 드디어 살림이 조금씩 피더군요.
그 시절 교회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답니다.
그래서 봉사단체도 하나 만들고 적극적으로 일을 저지르기 시작했답니다.
의료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지요.
주일 예배 후엔 양로원에 가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 목욕도 시켜드리고
아주 시골이나 섬으로 시간 날 때마다 떠났답니다.
물론 그 곳에 계시는 목사님이나 전도사님들의 요청이 있었지요.
무턱대고 갈 수는 없으니...
지명은 생략하고
어느 강원도 산골마을에 갔는데 노인분들만 사시더군요.
너무 슬펐던 것은 자식이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 버리고 간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 분들 절대 자식 이름이나 손주 이야기 안합니다.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 때문에 자식이 돌 맞을까봐서...
혈압이 너무 높아서 어떻게 사셨나 싶은 분들도 보건소에서 받아오는 약값 얼마가 없어서
얼굴이 벌개지도록 그냥 사시는 모습...
그 중 한 할아버지 께서는 얼굴(눈 밑에) 에 혹이 달려 잘 보시지도 못하고 아주 힘들게 살고 계셨습니다.
그 곳에서는 수술을 해 드리리 힘들어서
전도사님께 서울로 모시고 와 달라고 부탁을 드렸지요.
다행히 전도사님께서 시간을 내셔서 얼마 후 서울로 오셨답니다.
수술을 해 드리고 (다행히 악성은 아니었어요) 잘 돌아가셨더랍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저희 병원으로 쌀이 한 말 배달이 되어왔답니다.
깜짝 놀라서 보니 그 할아버지께서 농사지으신 쌀을 한 말 보내신거에요.
삐뚤 삐뚤 글씨로 감사하다는 사연과 함께...
함께 봉사갔던 사람들이랑 라면 봉질 한 봉지씩 나누어 가서 소중하게 밥 해 먹었습니다.
이구동성으로 그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고...
단 돈 몇천원이 없어서 쩔쩔 매시던 분이셨는데...
지금도 저희는 생각날 때마다 기도합니다.
이 세상이 사랑으로 더 충만해지길...
지금은 더 넓게 눈을 돌려 해외 의료봉사도 다닙니다.
병원 문 닫아버리고 가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은 어김없이 갑니다. 몽골, 필리핀, 러시아, 파키스탄, 등등...
가 보면 저는 제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재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또 감사하게 됩니다.
정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들이 너무 많답니다.
지금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지역엔 해일로 인해 집도없고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데...
눈은 2미터나 쌓였답니다.
교회에서 담요를 사고 천막을 사고 헌 옷들을 모아서 보냈지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 병원에는 무료로 수술 받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 외국인 근로자들, 생활보호 대상자에도 끼지 못한 가난한 이웃들이 그들입니다.
냄새나고 험난한 삶을 사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영혼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존재들이니까요.
저희 자랑을 하려함이 아닙니다.
이름 안 밝히고 쓸 수 있기에 참 편안하게 올려봅니다.
작은 고민들로 눈물 흘리시는 82회원 여러분!
눈을 돌려 낮은 곳을 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실 겁니다.
이 겨울
좀 더 따뜻하게
화해할 사람과는 화해하고
용서할 사람은 용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조금씩 돌아보아 주고
더 사랑하며 지내봄이 어떨까요?
이렇게 커다란 82의 힘이 좀 더 확장되어져서 이웃을 위한 일도 좀 해 보았으면 합니다.
지금 동사무소에 가세요.
독거노인, 극빈자들, 소년소녀 가장들...
명단 엄청나게 나옵니다.
한 달에 한 번 이라도 방문하여 맛난 반찬이라도 나누고
따뜻한 스웨터도 나누고
더 따스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화이트 크리스마스 보다 더 아름다운 웜 크리스마스가 될거라 믿습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여러분은 다 사랑받아야할 소중한 분들입니다.
(다 쓰고 나니 조금 부끄럽습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날이 추워요. 주변을 돌아보아요.
따뜻한 겨울 조회수 : 398
작성일 : 2005-12-14 16:40:30
IP : 210.104.xxx.5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하리
'05.12.14 5:16 PM (128.134.xxx.82)존경스럽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 님과 같은 생각과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분들에 의해서
더욱 더 따뜻하게 유지된다고 봅니다.
사랑을 한 번이라도 받은 분들은 그 사랑을 전파하는데 일조를 하겠지요?
저희 부부도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퇴직하면 봉사활동 하자고 남편이 말합니다.
님과 같이 현업에서 봉사활동 못함이 부끄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2. ....
'05.12.14 5:18 PM (203.130.xxx.236)저도 늘 가슴이 답답합니다
날씨는 추워지고...힘들게 사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긴 한데
몸이 말을 안들어요
봉사단체도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제 게으름으로 늘 답답한 가슴으로 살아갑니다
제가 하는 것이라고는 저희 수입의 10%정도 복지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혹시 82를 통해서 도움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주도적으로 알려주실 수는 없을까요?3. 김수열
'05.12.14 8:56 PM (220.122.xxx.16)정말 훌륭하시네요~
한 달에 돈 얼마씩 보내고 봉사한다고 생각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4. 허진
'05.12.15 10:36 AM (222.235.xxx.148)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날씨가 추워지면 주위에 어려운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항상 걱정하며 기도드립니다
분명 따뜻한 겨울님의 봉사와 사랑으로 인해 이 세상은 더욱더 밝아지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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