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나신하기자가 쓴 글이라는군요.
<황우석 박사의 슬픈 자아비판>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선구자로 칭송받던 황우석 박사가 국민 앞에 사죄를 하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이후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국민적 영웅으로 손꼽혔던 한 사람의 천재가 얼마나 쉽게 멍들고 상처 받는가를 지켜본 국민들은 '진실'이라는 용어의 잔인함에 혀를 찼을 겁니다. 황 박사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황박사의 '잘못'에 대한 분노보다는 MBC로 대표되는 일부 언론에 대해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언뜻 보면 황박사가 큰 상처를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나 죽을 죄를 지었는지는 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죽을 죄를 지은 듯 사죄하는 한 과학자의 모습은 그가 앞으로 재기하기 힘들 것처럼 보였습니다. 온누리를 활활 밝히던 태양이 서녁하늘 아래로 사라질 때의 장려한 석양처럼, 모든 잘못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황 박사의 기자회견은 찬란한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그가 쌓은 업적이 언제 국민의 성원 속에 이뤄졌습니까? 그는 탐침봉 하나 들고 지뢰밭 속으로 뛰어든 척후병처럼 두려움과 고독과 편견, 그리고 허술한 법률과 싸워가며 미답의 연구영역을 개척해온 사람입니다. 이번 일이 그의 '성공'을 시기하는 세력들의 집요한 공격 무기로 이용될지라도 그의 연구는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황박사의 연구에 얽힌 의문점을 '까발린' 언론에 대해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고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결정적 제보를 한 '내부 제보자'에 대해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고 비난할 일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 양심껏 스스로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을 겁니다. 언론은 숨겨진 사실을 까발려 진실을 드러내야 하는 것을 거역할 수 없는 숙명으로 여기는 존재입니다. 특히나 그 대상이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사회통제력을 행사하는 절대권력이 아니라면, 취재원이 감춰둔 하찮은 진실이라도 찾기 위해 지구 끝까지 추적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 왔습니다. 누군가 대중의 박수를 받고 있으며, 그 사람의 사생활에 문제는 없는지 궁금증을 갖게 되고, 사소한 제보라도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언론입니다. 제보자의 제보 목적이 연구 절차의 윤리성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선택이었다면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언론이 황박사를 음해하고 있다'는 네티즌의 강력한 반발도 그 자체로서 인정해야 합니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황박사의 윤리성을 문제삼는 공격은 감정적이고 지나친 면이 있다고 봅니다.) 황박사에 대한 옹호론을 펼치면 국가 이기주의니, 맹목적 애국주의니 하면서 비난할 일이 아닙니다. 특히 MBC의 언론자유가 소중한 것이듯, MBC의 방송내용에 대한 비판과 반발의 자유도 소중한 것입니다. 황박사 비판에 앞장선 MBC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항의하는 것도 시청자와 네티즌이 누려야할 권리입니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방송한 프로그램에 대해 광고를 내지 말라고 기업체를 압박하는 것도 당연한 권리입니다. MBC가 스스로 해야할 일을 했듯이, 네티즌과 국민도 스스로 해야할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발을 예상하고 방송을 했다면, 반발을 당연히 감수해야겠지요.
일부 언론 매체의 행간을 읽어보면 황박사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여론이 문제라고 합니다. 여론의 반발을 맹목적 감싸기라고 치부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언론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해온 시민단체와 생명윤리법 준수를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학자들, 그리고 진보 세력을 자처해온 단체들도 국민 여론이 너무 감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감정적입니다. 표현방식이 난폭하기까지 합니다. 표현방식의 폭력성은 당연히 비판 받아야 하지만, 그 이면에 깃든 분노도 이해할 만 합니다. 여론이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치밀한 가치 비교에 의해 상황을 판단하고 찬반을 결정하진 않습니다. 때로는 감성과 감정, 느낌과 직관에 의해 여론의 향방이 정해집니다. 황박사를 둘러싼 논란은 핵심은 이성적 언론과 감성적 여론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데 있습니다. 여론이 감성과 직관에 따라 판단을 내렸다면 언론은 그 판단도 존중해야 합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이 철저히 지켜온 것인지 도대체 알길이 없는 '헬싱키 선언'이 갑작스럽게 헌법, 그것도 성문헌법도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관습헌법'의 지위에 도전하고 있는 현실에 대부분의 국민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낯선 법규정을 엄격히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존경받는 인물이 공개적으로 자아비판과 속죄 성명을 내는 사태에 대해서 네티즌의 감정이 폭발한 것입니다. 헬싱키 선언이란 것이 문구 하나하나를 엄격히 지켜야할 만큼 절대 규범인지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생명 윤리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규모의 낙태 천국에서 수정란도 아니고 난자를 놓고 생명윤리의 숭고함을 이야기하는 현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다른 과학자, 다른 의사들에게 황박사에게 적용한 윤리적 엄격함의 잣대를 들이대고 판단해 왔다면 여론이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언론이 진실보도 노력에 충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비난의 '쓰나미'를 두들겨맞는 이면에는 지금까지 잘 보이지도 않던 그 엄격한 잣대가 왜 하필 '국민 박사' 황박사에게 적용되느냐는 불만이 포함돼 있습니다.
황 박사의 연구가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수준의 완벽한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황 박사가 '가장 엄격하고 숭고하여 아무리 털어도 한점의 먼지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의 완벽한' 윤리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그처럼 공개 자아비판을 강요당하고 공직에서 물러난채 유폐상태에서 연구를 해야할 만큼 파렴치한 과학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황망할 정도의 긴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일부 언론을 포함해 황 박사 연구의 반윤리성을 문제삼는 사람들의 도덕률의 기준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아예 황박사의 연구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까뒤집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못할 말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런 잣대를 다른 과학자와 의사들에게도 적용해왔는지 묻고 싶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이 모두 철저하게 지키는 규정을 '불순한 의도'를 지닌 황박사만 유일하게 무시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선의을 갖고 접근하는 것과 적의를 갖고 접근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납니다. 그 사람이 구사하는 몇 개의 어휘만으로도 선의가 있는지 적의가 있는지, 건전한 비판인지, 흠집내기 비판인지 금새 압니다. '일부 언론'과 '일부 외국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비난받는 것은 그 내용에서 선의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것과는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은 '언론의 자유' 등을 들어 그러한 국민의 판단과 대응이 잘못됐다고 훈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욕설과 협박은 잘못이지만, 국민의 분노에는 분노할 까닭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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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황우석 박사의 슬픈 자아비판 - KBS 나신하 기자
마클에서 조회수 : 727
작성일 : 2005-11-28 10:09:48
IP : 222.120.xxx.17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황박사...
'05.11.28 10:17 AM (222.118.xxx.13)집 건축디자인과 생활패턴이랑 사람이 따로 노는 느낌입니다
생할패턴에비해 집이 너무 각이 졌어요2. 무의미
'05.11.28 10:23 AM (203.230.xxx.194)한지 안한지는 두고봐야 알겠죠..저도 지겹기야 하지만 그냥 다시 한번 봅니다..그런식으로 따지면 글 올릴게 없죠 뭐...님말씀대로 모두가 성인이니 나름대로 판단과 생각이 서계신 분들이니 다들 알아서 받아들일 것입니다..굳이 그런식으로 리플 안달아도 될 거 같은데요..소모적인 논쟁만 더 증폭시킬 뿐이니(이런 글 올리지 말아라..왜 안되냐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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