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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오2(dnghkghk) from 이반시티
오래전 황우석 박사가 왕창 떴을 때 생물학을 전공한 앤이랑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생물학전공 앤 : 저게...그렇게 쉽게 쉽게 갈 수 있는 것 아닌데...사단이 함 날 것 같네.
생물학과는 담 쌓고 국제어쩌구하는 백수 : 저거...한번 심하게 걸릴 것 같네.
공교롭게도 생물학을 전공한 앤과 국제깡패학을 전공한 나 사이에 저게 그렇게 쉽게 갈 것 같지않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리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언론에 대해서 저것들 또 한번 사고치지...하고 불안불안해 했었다.
그리고....난리가 났다. '그까짓 난자하나...하면서 지금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인데 난자하나 가지고 난리떠냐'는 사람부터 '황박사 연구 하나면 나라가 다 먹고 살판인데 왜 매국노들이 설치냐'며 김치국을 사발로 마시고 있는 사람까지....난리가 났다.
오늘...한국도 아닌 땅에서 황우석 박사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보면서...내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불쌍하고 처량한 제3세계의 지식인이었다. 그 지식인은 과학자일수도 인문학자일수도, 별반 다를 것 하나없이 똑같은 모습이다.
그를 제3세계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제3세계 지식인에게는 두가지의 상반된 숙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인 업적이건, 과학적인 업적이건 제3세계 지식인들은 언제나 '높은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많이 걸려 넘어진다. 그들의 발표는 언제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연구가 수행되어진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들은 늘 스타에서 죄인, 혹은 부적절한 사람으로 전락해버린다. 참 많이 봤다.
왜 그런가? 그것은 제3세계 지식인들에게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 지식인들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연구자체에만 몰두하기 마련이고, 연구 결과와 업적에 대해 스스로 통제되지 않고 흥분하기에 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돌아봐야하는 것을 돌아보지 못하고, 챙겨봐야하는 것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사실 이것들은 시스템에서 해결이 되어야할 것들이다. 오늘 황우석 박사가 인터뷰때 이야기한 '헬싱키 어쩌구'를 아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습니까..라는 항변은 그것 하나 제대로 챙기고 체크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니겠는가. 그러다보니 당연히 그들의 업적은 체킹당하면서 가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전되지만 그 속도가 빠른만큼 건너뛰는 것이 많고, 뒤에 그 건너 뛴 것들이 고스란히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다. 이 천재가 발목이 잡혀 허무적거리는 동안, 그 성과는 다시 소위 선진국들의 시스템이 다 빼먹어간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언제나 그렇듯 딴놈이 챙긴다. 곰이 비난받는 동안에.
두번째로 다시 시스템이 없다보니 천재는 문제가 벌어졌을 때 숨을 곳이 없다. 그는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만약 이런 비슷한 사고가 한 개인이 아니라 서구의 회사나 연구소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람이 과연 전면에 이렇게 노출이 되었을까? 그 책임은 아마 소속되어 있는 '시스템' 회사나 연구소에서 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질 정도의 연구소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챙겨야할 것과 체크해야할 것을 꼼꼼히 검토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규정을 지키기보다는 오히려 빠져나갈 수만가지의 구멍들과 입막음의 방법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을 결코 밖으로 누출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 개인이야말로 계속 연구를 진행하여 그들에게 이윤을 보장할 사람이기때문이다. 늘 가증스러웠던 그들이 그런 것처럼. 그러나 황우석박사에게는 '나만 믿고 박사는 연구만 하쇼. 다른 것 책임지는 것은 내 몫이 아니오'라고 말을 했다는, 그 의리좋다는 무슨 이사장인가 하는 사람 하나밖에 없었다. 그는 의리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머리는 없는 인간이다. 자신이 황박사에게 했던 말이 무슨 말인고 어떤 뒷감당을 이후에 해야하는지 아마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시스템보다 더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연구를 망쳤으며,제비서구국가에서 이런 성과가 난 것에 배아파하던 미국에 호재를 던져주고 말았다.
시스템이 버텨줘야하는 곳에 개인이 버티고 있었으니, 그가 감당해야하는 윤리적 스탠다드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많는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 초국적제약회사들은 더 지롤맞은 인간들이다. 작년 에이즈약값투쟁을 하고 있을 때 만났던 아프리카의 한 운동가는 초국적제약회사들이 캄보디아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실험용돼지 취급을 한다고 고발하였다. 그들에게 실험용 에이즈백신을 주사/복용케한다음 에이즈에 감염되는지 안되는지를 추적한 것이다. 세이프섹스를 가르치기는 커녕. 그들은 오히려 어차피 자신들이 아니더라도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항변하였다. 죽일놈들이다. 미국에서 고아와 흑인들을 대상으로 에이즈 약 실험을 한 것이나, 과거에 원폭실험을 한 것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일들이다. 이런 그들은 백번말해도 황우석을 보고 비윤리적이라고 욕할 자격이 없다. 맞다. 욕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라. 이들 회사가 욕먹는 것은 봤어도, 이 회사에 소속된 연구원이 욕먹는 것, 연구원 이름이 밝혀지는 것 봤는가?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하는 것은 왜 자격도 없는 그들은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는데 반하여 황우석이나 기타 다른 제3세계발 지식인들은 덜컥덜컥 발각도 잘되는가이다. 그건 다시 말하지만 빠방한 시스템으로 일하는 곳과 개인이 맨바닥에 헤딩하는 것의 차이이다. 그들이 욕을 먹지 않는데 황우석은 욕먹는 것은 그들이 윤리적이고 황우석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은 치밀하고 영악한데 반하여, 황우석은 맨몸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이런 주장들이 비윤리적이더라도 영악하기만하면 된다, 영악해져야만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런 일을 겪을 때 어떻게 하면 제3세계 지식인에게 거대하게 쳐져있는 이 진입장벽을 '윤리적이면서도 영악하게' 뛰어넘을까를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왜 황우석만 같고 난리냐, MBC는 왜 공연한 것을 국익에 반해서 방영하였느냐, 미국은 더하지 않느냐는 주장은 번지수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이런 식을 주장들은 이 나라가 천재를 못 키우는 나라라고 아우성을 치지만, 실상은 그런 아우성들이 천재를 방어하기는커녕, 다음에 나올 천재를 방어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가로막는다. 이런 흥분들은 '자신이 얼마나 애국자인가'를 증명하는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목청높여 부르짖는 진짜 '애국'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되고 훼방만 될뿐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해서, MBC가 안 했으면 CNN이 했을 것이고, 프레시안이 안 했으면 워싱턴포스트가 했을 것이다. 그정도의 나이브한 '헛점'들이 그렇게 꼭꼭 숨겨질 것 같은가? 그렇게 어설프게 숨기다 한번에 뽀록이 나서 연구는 중단상태가 되어버리고...열매는 딴놈이 낼름 챙길 것이다. 한 개인을 벌판에 내동댕이친채 그만을 쳐다보다가는 백번 해봤자 반복이다.
이런점에서 박기영-노성일이 책임져야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성명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다. 황우석박사가 개인적으로 책임지고 말고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순진하고 연구욕에 불타는' 연구자를 가이드하고 체크하고 챙겨주는 시스템이 부재하였다는 것, 그 시스템을 만들었어야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연구자가 질주해버리고, 질주하며 흘린 것들에 대해 말을 뭉개고 뒤바꿈으로써 신뢰를 상실하게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황우석박사의 연구성과에 비하면 그까짓 희생쯤은 아무것도 아니지않는가라는 어리석은 말로 황우석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소한 난자 하나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어리석은 말로 황우석 박사가 계속 연구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그런 어리석은 격려와 독려와 독촉때문에 황우석박사는 오늘 결국 허브연구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만 것이다.
바로 직접 비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즉자적으로 파키스탄이 생각났다. 파키스탄 핵개발의 영웅이자 아버지로 온 파키스탄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칸 박사. 그가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을 때 핵무기 모형까지 들고나와 거리 퍼레이드를 벌렸던 파키스탄 사람들. 자랑스럽고 강국 파키스탄을 외치면서 칸박사를 영웅시했던 파키스탄 사람들. 그들이 칸박사를 지켰다고 생각하는가? 그 칸 박사, 지금 자국정부에 의해 가택연금된 신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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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불쌍하고 가여운 제 3세계의 지식인 황우석
seryu 조회수 : 661
작성일 : 2005-11-26 21:19:09
IP : 84.65.xxx.8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흠.
'05.11.26 9:41 PM (219.240.xxx.45)이순신 장군이 그 시대에만 있었나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전쟁터에서 피해 있으면서 감 놔라 배 놔라
난리치는 위정자들과 난척하는 지식인들이
이순신 장군에게 뭐 하나 도움이 된 적이 있었어야죠.
나라를 구하는 건, 입만 산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죠.
행동으로 뭔가를 한 사람이 구하는 거죠.2. 오리가미
'05.11.26 11:09 PM (221.146.xxx.231)숨기려다보면 자꾸 커지는것 아닌가요?
정부도 언론도 박기영,노성일,황우석박사님
모두다 괴로우실 겁니다....어떤것이 최선일까요?3. 파란마음
'05.11.26 11:59 PM (218.158.xxx.183)시스템과 관련된 문제제기에 동감합니다.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면 이 일이 현명하게 정리되어
뛰어난 천재를 사장시키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4. 동감
'05.11.27 4:34 AM (70.162.xxx.192)시원하고 문제를 정확히 보는 관점이네요. 모처럼 시원합니다.
무조건 황우석 교수를 감싸고 도는 감정적인 반응도 아니고
국익이니 애국이니 하면서 결과가 무조건 과정을 합리화 할 수 있단 시각도 아니구요.
여튼 저도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 어떻게 문제가 이렇게 커지도록 중간에서 컨트롤 될 수 있는
구조가 하나도 없었는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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