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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에 답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시길...

걱정 조회수 : 369
작성일 : 2005-11-22 11:37:13
어제 아버님 수술 하셔서 이제야 답글들 읽어봤습니다.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 정말 감사드리고, 주로 아버님이나 가까운 친척분들의 사례라 저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실 제가 글을 올릴당시, 어떠한 현실적인 변화를 기대할수 없어서(이미 가족들이 수술을 결정했고 날짜도 받았기에) 제 걱정이 기우이기를, 다른분들 모두 수술 후 건강해지셨기를 바라는 마음에 올린건데 막상 답변들이 제 걱정과 딱 맞아떨어져서, 진즉 발빠르게 알아보구 좀 더 적극적으로 말릴걸 다 제가 게으른 탓이다 싶어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암 진단 받자마자 잡은 수술일정이라 알아볼 시간, 말릴시간도 없었지만...
몇몇분들이 걱정해주신 병원, 서울에 있는 대학종합병원이구요 사실 매형분이 거기 의사세요. 그래서인지 진찰이나 수술도 곧장곧장 일정 잡을수 있었구요. 사람들 생각에, 그럼 매형한테 물어보면 확실하겠네... 하시겠지만 곁에서 지켜보니 그게 아니네요.
어머님이 위암진단 받았을때, 수술을 하냐마냐 선택의 기로에서 매형분이 그러셨어요.
여러가지 상황으로, 수술이 능사가 아니다... 안하시는게 어떻겠냐...
그러나 곁에 있던 누나들이 너무나 간절한 눈빛으로 동문서답을 하더군요.
장모님이라 생각치 말고, 그냥 일반 환자다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수술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얼마나 되나요???
제가 듣기에 매형분은 말을 돌려서 힘겹게 말씀하신거였어요. 수술해도 희망이 없다고...
그런데 이미 누나들에게 그런소리는 안들렸나 봅니다. 누나들의 질문을 듣고 매형분 짧게 한숨 쉬시더니 이리 말씀하셨어요.
잘 된다고 믿고 따라야지요...
한가지 대답을 원하는(수술하면 완치된다) 누나들에게 차마 희망없다는 말씀 드릴수가 없었나봅니다.
나중에 어머님 장례식 치르고 그 매형분이 우시면서 그러시더군요. 온 가족이 자기에게 매달려 자신의 말 한마디 떨어지기만 기다리는데 그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너무 힘들었고 결과까지 나빠서 너무 괴로웠다고...  물론 모두들 그분을 원망하지 않았고 감사히 생각했지만 하여튼 현실이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아버님 수술도 제가 마음을 못 놓았어요. 이번엔 수술설명때 제가 곁에 없어서 매형분이 어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처음에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엑스레이 결과 폐암일 확률이 60% 정도지만, 설령 폐암이라 해도 수술이나 치료 전과정이 아버님에게 무리니까 그냥 치료를 포기하는게 오히려 더 낫다...
그럼에도 입원해서 조직검사까지 하시고 폐암이라는걸 확인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차마 수술을 포기하라는 말씀을 못하신게 아닌가 싶어요. 조직검사를 받는다는건, 암일경우 치료도 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속상한건, 수술 전에는 내시경처럼 식도를 이용한 수술이고 암부위만 절단해서 간단하다 하더니 막상 수술 들어가기 전 들은 얘기는 폐에 바람을 빼는데만 한시간, 수술 끝난후 다시 넣는데 한시간, 그리고 폐에 구멍은 하나 뚫는다더니 갑자기 세개라고 그러고...  처음엔 아주 간단하다고 하더니 진즉 이런 과정을 알았더라면 좀 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설상가상 답글 주신분 보니까 저희 아버지와 같은 수술을 하셨는데 그후 암세포가 확 퍼져서 돌아가셨다고...

아직 저희 친정부모님께서는 건강하시기 때문에 감히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제가 아버님 어머님 병상을 지켜보면서 느끼는건,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다는 겁니다.
부모님 목숨을 살리려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 누가 모르겠습니까만, 그 간절함 때문에 오히려 더 안좋은 결과를 초래하는건 아닌지 정말 많이 배우고 듣고 현명해져야 겠다고 생각해요.

어떤분 말씀처럼, 암은 고칠수 있는 병이 아니다...
저는 심지어 이런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암수술이 일종의 안락사는 아닌지...
힘들더라도 더 오래 사실수 있는것을 괜히 수술시켜서 고통을 단축시키는거 아닌가...
병원 관계자분들은 이런 말씀 듣고 불쾌해 하실지 모르겠지만 환자가족의 입장에선 그러네요.
지금 너무 불안하고 절망적이고... 그래서 제가 글을 쓰면서도 무슨 말인지 경황이 없습니다.

여하튼,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특히 암은 수술전에 많이 알아보시고 결정하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IP : 58.76.xxx.20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수술
    '05.11.22 11:42 AM (218.153.xxx.68)

    수술하셨다니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아버님 외에도 간벙하시는 분들도 건강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2. 화이팅~!
    '05.11.22 2:17 PM (211.45.xxx.1)

    제 시아버님도 현재 폐암으로 항암치료중이시고 항암이 끝나면 수술을 할 계획에 있어서 님의 글이 많이 와닿네요... 누나들은 정말 지프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셧겠죠... 우리 남편도 지금 많이 그렇거든여..
    사실 암에 대한 지식도 많이 없고 믿고 의지할 사람은 의사뿐인데... 그들의 반응에 민감할 수 밖에 없구여.. 머든 할 수 있는건 다 해드리고 싶은 맘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래서 맘이 너무 아픕니다..
    그래도 요즘엔 수술후에도 건강을 되찾는 분들도 있다고 하니 기운을 내시구여.. 님 아버님도 꼭 쾌유하시길 기도드립니다..

  • 3. 간절히
    '05.11.22 3:30 PM (211.216.xxx.95)

    진심으로 건강하게 회복되시길 기도하세요
    간.절.히... 그 기원이 간절하면 생에 대한 끈을 놓기가 쉽지 않다네요

    지난번에 시아버님 얘길 드렸었는데요...
    님 댁에 행복 가득한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

  • 4. 원글이
    '05.11.22 8:09 PM (58.76.xxx.201)

    세분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버님 수술 후 7시간만에 깨어나셔서(의사는 금방 깨어나실거라더니..) 회복이 좀 늦으시네요. 온 가족의 마음과, 생면부지의 여러분들 따듯한 마음까지 합쳐 꼭 건강하시길 저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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