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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임박! 옆구리 찔러 선물받기

글로리아 조회수 : 471
작성일 : 2005-11-07 19:58:45
겨울코트를 꺼내입게 되는 11월말에 제 생일이 있습니다.
남편은 그리 스위트한 성격은 아니죠.
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래도 20대때에는 결혼을 앞둔 여느 남자들의 전략이 그렇듯
거창한 세레모니는 없어도 꼬박꼬박 선물을 챙겨줬던것 같아요.
사실 그게 좀 부자연스러워 보였는데, 좀 억지로 하고 있다는 인상이죠..
그가 그런 생일파티에 익숙하지 않은 시골 사람이라는걸 제가 자~~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날름날름 저는 선물을 챙겼구요.

결혼하고 나서 언제쯤부터인가, 스멀스멀 그 선물이란 것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워낙 바쁜 직업들이라 솔직히 생일선물 사고, 포장하고, 건네는
일련의 `공정' 자체가 매우 귀찮았었다고 고백합니다.  
서로 일하느라고 이리저리 뛰고, 아이 태어나니 사생활이 없어질만큼 바빠지고..그랬죠.
그리고 그도 결혼하고 나서 저를 향한 `흑심'이 사라지고
시골사람의 본색이 완존히 드러나면서
당연 선물도 없어지더라구요.

그래도 장난삼아 "형 담주에 생일이네..."하면
"야, 난 선물같은거 안한다.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고" 뭐 이러면서
창피한줄도 모르고 삭막한 성격을 드러냈답니다.  
(그런데 시부모님 생신은 참 꼬박꼬박 챙기데요)
저는 그때 가만히 있었지만 속으로는 `잘됐다. 돈 굳었다' 뭐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몇해전 그의 생일 아침날,
당근 미역국도 없었는데(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사람 뭘 끓여주겠어요? ㅎㅎㅎ)
출근길에 그래도 이렇게 사는건 아닌 것 같아서
퇴근길에 백화점에 가서
그가 평소 입고 싶어했는데도 못 사입는 브랜드의 티셔츠를 하나 사줬습니다.
그는 마루에서 패션쇼를 하듯 이리저리 입고 거닐더니
"괜찮네"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말 없이 벗어서 개어 둡니다.(정말 너무 삭막하지 않습니까!!)

우연인지 아닌지 몇달뒤인 그해 가을 제 생일날,
글쎄 그 티셔츠의 약발이 그때까지 갔는지는 몰라도,
제 사무실로 어마어마한 빨간 장미꽃 다발이 배달됐지 뭡니까.
전부다 30-40대 아저씨들 뿐인 사무실인지라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일주일쯤 두고두고 회자되는 `스타'가 됩니다.
아무일 아닌 것 같아도 우리의 직업환경에서는 대박이 터진 겁니다.
저 그날로 사내에서 떴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 그 장미꽃에 감격하기보다는
솔직히 '이거 웬 수작인가' 이런 느낌이 한구석에 들었고,
카드속에 들어있는 문구, "생일 축하해. 오늘 함께 못있어서 미안" 뭐 이랬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피식 실소가 나오면서
'그렇지, 또 술마시고 들어오겠다는 얘기구만....'그랬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렇게까지 아는 것도 좋은건 아닌 것 같아요.
적당히 몰라야 판타지라는 것도 있는데, 이렇게 까발리듯 알게되는
10년 결혼생활이라는 것 참....^^

잘 아는 동료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자기 마누라도 그랬다네요.
그 집은 큰맘먹고 장미꽃 100송이를 묶어 보냈는데
마누라가 "내년부터는 봉투로 달라"고 했다네요.ㅋㅋㅋ

그냥 두서없이 제 생일얘기를 주절거린것은,
올해도 그냥 가만히 넘어가면
어째 남편의 선물이 답지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입니다.
향수 한 병 사 달라고 할까요?
"형, 나 담주 생일인데 000향수 사줘" 이러면
우리 남편 표정 어떨까요?
난 남편이 이러면 `으이그!! 이 속물...'이럴 것 같아서 나도 그렇게 못하겠어요.

10년쯤 살면 이렇게 되나봐요. ^^ 생일때마다 이거 사줘, 저거 사줘....
20대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야말로 노골화 되는 물욕이지요.
그래도 40대의 눈에는 그런대로 솔직하고 귀엽고 애교있지는 않을지.
여러분도 그러시나요?  



  







IP : 218.145.xxx.23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하^^
    '05.11.7 8:02 PM (61.74.xxx.178)

    전 30대인데요...
    20대부터 쭉~~~데리고 가서 골라요...
    아님 나 이거 살꺼다..하고 미리 골라버려요..

    꽃같은건 해봐야 반응이 안좋다는걸 너무 잘 알기에..
    만족도 높은 선물을 하기 위함이라지요.....남편왈~...사실 저도 그게 좋구요...

  • 2. ㅎㅎㅎ
    '05.11.7 8:54 PM (221.164.xxx.134)

    선물 잊고 산지 오~래..꽃 한송이면 어떠냐? 하시겠지만 오래 살다보니 생일도 잊고 지나가고 별로 챙기고 싶지도 않고 마음에 여유도 ...그냥..챙겨주고 받으시는 분..그때가 청춘아닐까요?

  • 3. ㅎㅎㅎㅎ
    '05.11.7 10:17 PM (211.200.xxx.25)

    "뭐 사줘" 이렇게 말씀하시기 보다는 "내 생일에 뭐 해줄거야?" 로 시작해보세요. 물론 이쁘게요~
    그러면 남자들은 대개 머뭇거리거나 뭐 갖고 싶어...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면
    원글님이 원하시는 것으로 유도할 수도 있구요. 저야 물론 노골적으로 뭐 사줘!!! 라고 이야기
    하지만요 ^^;;
    근데 돈은 좀 남는게 없잖아요. 좀 삭막하기도 하구요. 저는 뭐 사달라고 하면서 그게 얼마다라고
    이야기해서 돈으로 받아요.
    그러면 그건 남편이 선물해준거가 되니까 저도 만족하고 남편도 만족해해요. 귀찮게 안하니까 ㅡㅡ;;
    세월이 지나면 더 무감각해지니까 꾸준히 습관을 들이세요. 생일에는 선물 오지게 하는 날이다로...
    물론 내 뜻 안에서... ㅎㅎㅎㅎ
    저도 남편 생일때 음식보다 선물에 신경을 더 써요. 원글님 남편분도 내색은 안하셨지만
    옷 선물 받으시고 패션쇼를 하셨다는거 보니까 아주 만족해하신거 같아요.
    제 남편도 옷 선물해주면 아주 좋아해요. 생일이 뭐 별건가요 선물 주면서 기뻐하는거 보고
    만족하고 선물 받으면서 기뻐하고 그런거죠 뭐...
    저는요 제가 사고는 싶은데 좀 부담스러운거 마음에 쟁여두었다가 생일에 받아요.
    작년에는 150만원짜리 좀 쎈거가 갖고 싶었는데 일년을 벼루다가 생일 한달 전 부터 작업들어가서
    힘들게 받아냈어요. 어찌나 뿌듯한지... ㅋㅋㅋ

  • 4. 푸우
    '05.11.7 11:30 PM (222.107.xxx.116)

    ㅋㅋㅋ 전 생일선물 예고를 두어달 전 부터 노래를 부릅니다.
    연애할때 그랬던지라,, 근데,, 연애땐 꼭 사주었는데,, 결혼하고 나선,, 안사주더라구용,,,

  • 5. 있잖아요. 제가
    '05.11.9 2:43 AM (204.193.xxx.8)

    제가 신랑 무지 쫓아다니면서 선물 공세 많이 했거든요. ㅋㅋㅋ 결혼하고 나선 슬금슬금 사라졌습니다. 결혼해서 같이 살면서 제가 필요한 건 필요할 때 다 사주니까 특별히 필요한 것도 없고 생일선물이라고 짠~하고 사줘도 별 반응없어서(원래 반응없는 사람이지만) 재미없더라고요. 특히 이젠 쫓아다니며 나랑 사겨조~나랑 결혼해조~할 이유도 없어졌고요~ㅋㅋㅋ
    더 선물이 꼬리를 감춘이유는 무지비싼 것만 좋아하는 신랑땜이에요. 첨단가전제품 최신노트북 빅스크린티비 등등 이런것만 보면 사고싶어하다가 쫙--+ 째려보면 생일선물로 사조.이럽니다. 그럼요?? 생일날 미역국먹음 됐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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