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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자랑~

한걱정 조회수 : 1,195
작성일 : 2005-10-17 15:19:25
둘째놈 유치원 데려다 주고..종종 거리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오늘도 지각이다. ㅠㅜ

지지릭~~핸드폰이 울린다.
초딩 4학년 아들놈이다.

"엄마 나 오늘 수련회 갔다 내일와요...."
"뭐야...오늘 책 챙겨 멀쩡히 학교 간놈이...어휴..어휴..준비물이 있을거 아냐?"
"치약,칫솔...뭐 그런건데 시간없어...9시 출발이에요."

시계를 보니 8시 45분이 막 지나가고 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점심먹을 숟가락, 젓가락에 실내화까지 가져간 놈이...대뜸 수련회를 간단다.
그래..이참에 고생좀 해보라지.
내일 온다니까.뭐 ..잠깐 망설이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어차피 지금 가도 늦을거 같아 오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학교근처를 지나가는데 관광버스들이 줄을 이어 서있다.
저 차 타고 가나부다..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미친듯 내려..점심먹을 샌드위치와 칫솔, 치약, 수건과 휴지를 사가지고 정신나간 여자처럼..아들놈을 찾아 헤맸다.
찾았다...이놈...지 에미 속타는줄 모르고 친구들과 희기애애 천진하게 떠들고 있다..
에라...이놈아!!!!

책가방을 열어보니 고래밥과 이름모를 과자2봉지가 덜렁 들어있다.
아침에 준 용돈으로 그나마 과자봉다리 사고 제딴에도 1,000원은 비상금으로 남겨 두었단다.
에효~~
하나하나 사온 물건들을 설명해주며 가방에 넣어주고 교과서들을 몽땅 꺼내 내 가방으로 옮겼다.
주위에 서 있던 배웅나온 엄마들...

엄머머..쟤 좀봐...말 안했나봐....그래도 그렇지...쯧쯧...
창피함과 수근거림을 뒤로 하며...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죄송해요. 선생님..이놈이..말을 안해서..면목이 없네요..내일 오신다구요?"
"예? 내일이 아니고 2박 3일로 수요일에 옵니다...저도 **이가 책가방을 챙겨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밤에는 워낙 추워서 내복과 츄리닝을 좀 챙겨와야 하는데..뭐 제꺼라도 입힐테니 걱정말고 출근하세요...
지난주 수요일에 안내문 보내드렸는데.."

그제서야 수련회 간다는 소릴 들은거 같긴하다.
안내문 받았는데 안 가져왔다면서 다음에 가져온다던 웬수같은 그 안내문을~~
후로 가끔씩 정신을 출장보내는 내가..그것을 기억할리 만무였다.

얼굴은 점점 벌게지고...오늘따라 타이트하게 입은 블라우스 단추들은 튕겨 벌어지는지..
에구구...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내 생애 최악의 헤프닝이었다...
늦어버린 출근길 택시안에서 눈물이 주책맞게도...자꾸 흐른다.

추신 : 평상시 산만하고 뭐든 대충대충 사는 이 아들놈 어찌해야 할까요?
         정말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야 할까요?          

IP : 220.76.xxx.116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10.17 3:22 PM (58.143.xxx.71)

    근데요.. 아드님 수련회비 안 내셨나요?
    내셨다면 그때 달력에 체크 해두셨을텐데.. @.@;;

    요즘은 따로 안 내나요??? (← 진짜 궁금해서요;;)

  • 2. 한걱정
    '05.10.17 3:24 PM (220.118.xxx.141)

    스쿨뱅킹에서 자동으로 나갑니다..궁금증 풀리셨지요..ㅠㅜ

  • 3. ..
    '05.10.17 3:34 PM (220.124.xxx.73)

    전 근데 아드님이 왜 귀여울까요
    털털하니...남자들은 저래야돼 ^^

  • 4. 저도
    '05.10.17 3:37 PM (61.81.xxx.119)

    직장맘이라 그심정 이해가 갑니다..
    지금은 유치원생이라 그나마 좀 나은데 학교 가면 어떨지..걱정입니다..
    한동안 저도 준비물 잘못 챙기구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그대는 제가 너무 힘들어서 아이랑 필요한것 외에는 대화도 잘 못나누던 시기더라구요.

    그후로는 아무리 바빠도 꼭 짬을 내어 유치원 생활도 물어보구 친구얘기도 나누고 그밖에 여러 얘기를 하다보니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내자식일도 참 모르구 살앗구나 싶더라구요..
    아드님이 얘기할때를 기다리지 마시구 하루에 10분이라도 먼저 물어보세요..
    그래도 아드님이 대견한 편이시네요..
    엄마 탓만 하며 징징거리는 아이들도 많은데..
    살다보면 이런날도 있지요 뭐~~~
    털어버리시구 돌아오면 재미난 얘기 많이 나누세요...

  • 5. ㅎㅎㅎ
    '05.10.17 3:39 PM (211.172.xxx.145)

    저두 걱정보다 넘 귀엽고 대견스럽게 느껴지네요~ *^^* (남일이라 그런가??? ^^;;)
    그래도 그 상황에 당황하거나 엄마한테 짜증내지않고, 혼자 알아서 과자도 사고 비상금도 남길줄아는...ㅎㅎㅎ
    나중에 커서 큰인물 되겠어요, 걱정마세요!!!!!!!!

  • 6. Ellie
    '05.10.17 3:43 PM (24.162.xxx.186)

    이야! 초등학교 4학년 답지않은 임기 응변과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서 일단 90점은 주고 싶어요. ^^
    너무 많이 여유를 부리는 모습에 조금 불안하긴 한데,
    제가 보기에는 아드님 너무 멋진(?)데요?
    혼자서 닥친 문제 해결하려고 하고, (비록 본인이 원인이 되긴 했지만 ^^;;)
    부모님 원망 안하고요.
    보통 그런일 생기면 자신보다는 챙겨주지 않은 엄마를 원망하기 쉬운데.
    한걱정님 不걱정 하셔도 될듯 한데.. ^^;;

  • 7. ..
    '05.10.17 3:46 PM (58.73.xxx.35)

    저두 걱정되기보다는 대견한데요?
    나름대로 과자도 준비하구...
    비상금도 남기구...넘 귀여워요^^
    대신 수련회 다녀오면
    담부터 그런일 꼭꼭 엄마한테 말하라구...
    엄마가 까먹으면 다시 꼭 말해달라구 그러세요^^

  • 8. 우향
    '05.10.17 3:59 PM (211.63.xxx.79)

    사랑은=가슴 찡한 슬픔입니다.
    아을을 많이 사랑하는 거지요.
    샌드위치와 생필품을 사가지고 정신없이 뛰어 간 엄마의 마음과
    능청스럽게 과자 몇 봉다리 사고 1000원 비상금 챙겨 두었던 아들
    모두 이뻐요.
    울 아들도 가끔 덜렁댑니다. 핸 폰도 잃어버리고
    엠피쓰리도 잃어버리고...
    그게 커 가는 과정 아닐까요?
    그래서수첩을 사줬습니다. 메모 하는 습관을 갖게...
    한 걱정님 걱정 안해도 될것 같아요.
    고 능청스런 녀석 돌아오면 등이나 한 번 토닥거려 주십시오.
    사랑한다--- 하면서요.

  • 9. 태연박사맘
    '05.10.17 4:36 PM (211.110.xxx.100)

    초딩 5학년 울 아덜샤끼.
    친구 핸펀 잃어버려 33만원 해먹은게 바로 어제일.
    선생님께서 오늘 심부름 시킬것이 있으니 남으라고 하셨는데 집에 급한 일이 있다면서 지냥 갔다고 울 아덜샤끼 아빠 한테 전화를 하셨다네요.
    지깐놈이 급한일이 있긴 있지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일.
    아~~~~~~,정말 이 샤끼를 어찌해야 하는지,뇌에다 칩을 심어버릴까요(내 마음대로 조정하는칩)

  • 10. ...
    '05.10.17 5:45 PM (218.145.xxx.118)

    당일 현장학습을 깜빡하고 오는 경우 대부분 일학년이고
    고학년 중엔 학교 생활에 관심이 없는 남학생이 책가방 챙겨 오기도 합니다.
    2박3일수련회면 전날부터 준비물과 기대감 때문에 잊어버리기도 어려울텐데요.
    주눅들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태도와 더불어 비범한 아이네요.
    -걱정도 조금 되고 대견한 면도 보이고요.

  • 11. ^^
    '05.10.17 8:40 PM (24.23.xxx.26)

    울어버린 엄마맘에 코끝이 찡합니다.

  • 12. 지수맘
    '05.10.18 11:42 AM (210.90.xxx.2)

    저도 직장 생활하지만..
    그래도 전 아드님 편입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남자라면 그정도 배짱은 있어야 지요.
    물론 마음은 아프시죠?
    너무 멀지 않으시면 저녁에 차 가지고 남편분과 함께가서 옷가지랑 넣어주시고 오셔도 되구요.

  • 13. 원글쓴
    '05.10.18 1:17 PM (220.86.xxx.165)

    태몽꿈일수도 있으니 가족 친척한태 파시던지요
    호랑이가 집으로 들어왔으면 정말 좋았을껀데..안타깝네요...벼슬에 오른 자손을 보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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