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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 점심 한끼..........

행뽁한 주부 조회수 : 1,050
작성일 : 2005-10-05 09:34:14
엄마가 간만에 울 집에 오셨다.

그동안 직장 생활 한다고 바쁘게 지내다 집안에 들어앉아 있으니 여유가 생겨선지 엄마를 불렀다.
사실 직장 생활 할때는 엄마 방문이 달갑지 않을 때도 있었다.
엄마가 오시면 그야말로 감찰단..

냉장고 부터 씽크대 서랍.. 베란다..옷장...등등 엄마에 잔소리? 가 부담스럽고 싫었다.
피곤하면 대충 외식으로 한끼를 해결하던 나에게 절대 외식은 금물이라며 끼니마다 손수 밥을 준비하시는데 딸인 나도 옆에서 거들어야하기에...아침일찍 달그럭 거리는소리에 눈을 떠야하는등....

살림에 통 관심이 없던 나는 주방기구하나 사더라도 편하고 막쓰고 값싼것만 찿다보니..
양은그릇.엉성한 코팅팬..플라스틱 등으로 주방을 채웠다.
어김없이 엄마가 다녀가시고 나면 양은그릇..코팅벗겨진팬.. 변변치 못한 플라스틱통들..이빠진 밥공기.까맣게 그을린
젖가락..등등이 보이지 않는것이다.
엄마는 내가 출근한새 갖다 버리신것이다.

내가 클때는 옷장에 서랍을 열때 엄마에게 허락을 받아야했다.
엄마가 정리해 놓은 그대로 옷이 놓여져야 하는데 우리 형제들이 옷꺼내면 흩트러지기 때문이다.
70년대 압력밥솥을 사용했고 주방에도 스텐제품으로 채워져있고 그당시에도 다섯가지 이상 잡곡을 넣어 밥을 지으셨다.

이런 엄마가 살림에 관심없는딸집에 와보고 맘이 많이 상하셔서 잔소리도 유독이 더 하신것 같다.

오랜만에 오신 엄마는 오시자마자 냉장고부터 여시더니....에구..하신다.
씽크대도 열어보신다.....웬일이냐??는 표정.

그제사 식탁에 앉아 보신다.
깔끔하게 정돈된 냉장고..씽크대 주변 서랍..광이나는 가스렌지 ...시원하게 깔끔해진 베란다까지..

씽크대정리하며 언제둔건지도 모르는 영지버섯을 대추와 감초넣고 달여둔걸 엄마에게 드렸다.
내가담근 깍두기..포기김치..파김치.매실장아찌.오이장아찌.깻잎김치...대하머리로 우려낸 육수에
된장풀어 배추겉잎데쳐논거숭숭썰어 국끓이고 조기튀겨 조림간장에 한번 굴리고..
가마솥에 잡곡넣어 밥지어서 한끼를 해 드렸다.

무거운가마솥 쓰는것도. 조림장을 간장게장 먹고 남은걸 쓰는것도..김치에 매실액넣고 과일즙넣고
날고추를 갈아 담갔다는것도..안먹는황석어젖갈을 끓여서 액젖을 만들어 놓은것도..
냉장고에 마늘까서 냅킨깔아 담아둔것도..남은기름 걸러 유리병에 보관한것..감자 ..호박 말려논것..

달라진 저에 모습에 잔소리가 아닌 연신 입가에 웃음뿐이십니다.
가마솥에 누룽지 끓여 드리니 구수하다 하시며 하나도 안남기고 다 드셨답니다.
이제 걱정 안해도 되겠다며 밝은 표정으로 가시는 엄마에게 어제 쪄둔 약식을 넣어 드렸습니다.

사실..이런 살림들은 82cook을 알게 된 한달만에 생긴 변화입니다.
직장생활한다며 피곤하다고 내팽게친 집안살림들이 이렇게 재미가 있네여..
그동안 소홀히한 가족들에게 미안해서라도 82에서 더 열심히 배우고 기술을 닦으렵니다.

82cook회원님들에게 넘 감사한 마음입니다.

회원님 모두  기분 좋은 하루 되세여~~



IP : 222.118.xxx.1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
    '05.10.5 9:43 AM (220.76.xxx.116)

    아무리 직장생활하셨다가 전업주부 되셨다고 하지만
    님은 거의 프로수준인데요.
    저는 전업주부 100년을 해도 님처럼 못할거 같애요.
    가스렌지는 항상 지저분, 냉장고는 유통기한지난 채소들로 가득..ㅠ.ㅠ
    저는 살림이 항상 어렵고 힘드네요..ㅠ.ㅠ

  • 2. 여름나라
    '05.10.5 11:10 AM (200.63.xxx.58)

    제가 다 흐믓~~ 저 웃기지요...^^ 저도 82를 알고 날마다 거듭나고 있답니다..거듭나는 만큼 남편사랑도 업되고 있구요...^^

  • 3. 맞아요
    '05.10.5 11:28 AM (211.221.xxx.115)

    님은 원래부터 소질을 타고 나셨든지, 부지런 하시던지.
    엄마의 유전자를 가지신거죠.

    전 직딩 . 님처럼 다 해보고 싶은 열망만 가지고 있는데 , 저도 전업이 되면 해보고 싶단 생각해보는데,
    사실 1달은 잘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은 해요. 그담은 정말 미지수예요.
    (못 따라주는 부지럼함이여......)

  • 4. 저도
    '05.10.5 12:39 PM (218.144.xxx.146)

    거듭나고 싶습니다..저도 남못지 않게 82에 들락거리는데..왜 ?안거듭나는지.

  • 5. 저두요
    '05.10.5 11:47 AM (218.237.xxx.101)

    직장맘이지만

    거듭나고 싶네요

    음식물쓰레기 버릴때마다
    어찌나 내자신이 싫은지...ㅠ.ㅠ...

  • 6. 비비
    '05.10.5 1:33 PM (220.120.xxx.123)

    제발 제게도 비법을...-_-;;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를 못하는지라... 저대신 예비신랑이 신부수업(?)을 받고 있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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