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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집을 나가신 후로..
장녀 조회수 : 1,156
작성일 : 2005-09-14 05:27:41
전에도 한 번 글을 올렸었죠..
한 사람이 없다는 거 빼고는
우리집은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큰 동생과 저는 독립해서 나가살고 있으니 상관없고..
막내동생과 아빠만 계시는 집에 일주일에 한 두번 들려서
밥 새로 하고 반찬 조금 하고
청소기, 세탁기 돌리고
음식물 쓰레기와 기타 쓰레기 분리수거 해서 내놓고.
그래도 어쩐지 집이 빛바래져 가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네요.
82님들은 그런 걸 왜 제가 하냐고
엄마의 빈 자릴 느끼게 해주라고 하시지만
방금한 새 밥이나
수건장의 곱게 게켜진 수건이
엄마의 빈 자리를 잊게 해주는 건 아니쟎아요.
집에 남아있는 식구들에게
집안 일을 하면서 느낄 초라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
(집안일을 하챦게 여기거나 & 마치 엄마가 도망이라도 간것처럼 원망하는건 아니예요)
낼 모레 환갑이신 아빠가 서툴게 쌀씻는 모습이나
반찬없어서 라면으로 때우려고 냄비 달그럭 거리는 막내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어서요.
이젠 엄마의 안부보다는
식구들이 제대로 잘 챙겨먹고 있는지
집에 별일없는지 그게 더 신경이 쓰이네요.
그러는 와중에
아빠 앞으로 가정법원의 이혼서류가 도착했습니다.
언젠가 오지 않을까 짐작은 했지만..
이혼소장을 앞에 두고
4식구가 마주 앉아 보고 있기가 참 괴롭더군요.
어쨌든..
서류 상의 이혼은 막아보자고 얘기가 오갔어요.
우리 식구들의 이기심일지 모르지만요.
엄마가 원하시는 곳에서 사실 수 있고
거주지를 알려고 하지 않으며
사생활 간섭은 일절 간섭하지 않는 조건으로 별거하자는 식으로
엄마를 설득해 보기로 했습니다.
엄마의 노후를 위해서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집 한채를 사드리기로 하고요.
저는 몰랐는데..
식구들 명의로 된 예금을 다 가져가셨다더라구요.
(저와 동생들은 그런 예금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재테크를 위한 분산예금..)
서울 시내의 중형아파트 한 채값 정도라서..
당장은 걱정 안해도 될 것같네요.
전 저희 집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그동안 관심도 없어서
엄마가 맨 몸으로 집을 나가신 줄 알고 엄청 걱정했거든요.
엄마는 이혼소장에서
아빠 명의로 된 부동산을 포함해서
전 재산의 50%를 달라고 쓰셨는데..
앞으로 저와 동생들 결혼에 들 비용과
아빠 자신의 노후를 생각해서
월 100만원 이상의 월세수입을 받을 수 있는 집 한채와
현금 1억 정도를 생각하시는 중이예요.
어쨌든..
온 식구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중이라고
느끼는 중입니다.
아빠는 변호사 선임하셔서 답변서 작성 중이시고
저는 도우미 아주머니를 알아보는 중이고..
제가 집에 들려서 집안일 하는건 한계가 있어서
빨리 알아봐야 하는데..
걱정되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말많은 동네아주머니들의 입방아는
어떻게 따돌릴 것이며
저보다 나이많으실 도우미 아주머니께
어떻게 일을 부탁드려야 할 지도 모르겠고..
행여나 호기심많고 말 많은
도우미 아주머니 오셔서 분란일으킬까 걱정..
아주머니의 반찬이
식구들 입맛에 맞을지도 모르겠고..
엄마가 집을 나가시기 전부터
손놓으신게 너무나 확연한
집안 구석구석의 먼지청소들을 부탁할때
창피해서 어쩌나..이런 생각도 들고.
이제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느라
제 마음의 상처는 돌아볼 여유도 없네요.
IP : 210.223.xxx.19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나무
'05.9.14 7:15 AM (24.80.xxx.150)엄마께서 얼마나 큰 고통을 안고 계셨길래 중년에 가출을 생각하셨는지 안타깝네요
보통 엄마라면 아이들 결혼에나 지장주지 않게 그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릴텐덴 그것마저 힘든신가보네요
그런데 그렇게 나가 살아도 생각만큼 행복할것 같지는 않아요
행복이니 평화니 하는것이 외부에서 이루어지는게 아니고 자신의 내부에서 오는 것이 때문이지요
장녀로서 힘겨우시겠지만 엄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말길 바래요
조용히 할 일이나 하고 가시는 도우미아주머니 잘 만나시길 바랄께요
참 사람사는 모습이 어느 하늘아래서든 복잡한지 모르겠어요
기운내세요...화이팅!!2. bluestar
'05.9.14 8:38 AM (59.186.xxx.81)제일 먼저 무엇이 중요하가 생각해 보세요.
그럽 하찮은 것들은 -남아 우리를 어떻게 볼까,우리 애기들을 어떻게 할까등-
별게 아닌걸로 생각될겁니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서 지금 제일 힘든 분들은 부모님이실꺼예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본인이 힘들어지니까 그냥 단순하게 오늘만 생각하고
너무 먼 내일은 미리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 일만으로도 벅차잖아요.
장녀로서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혼자가 아니고 얘기 나눌 수 있는 형제가 있음을
감사히 생각합시다.
본인도 힘든 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 ... 어찌 위로를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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