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제 만 4개월된 딸내미를 떨쳐내고 이번달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뭐 출산전부터 5월초에 아기 낳으면 8월까지 쉬고 9월부터 다시 일 하리라 계획했었지만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당연하게 느껴지지가 않고 제가 큰 특혜라도 누리는 기분이네요.
처음부터 친정엄마가 애기를 봐주기로 하셔서 전에 올린 글에도 언급했지만 출산 한달전에 친정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으로 이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애기 낳은지 일주일만에 갑자기 친정아빠가 아프시게 된거예요.
평소 술은 전혀 못하셔도 담배를 절대 멀리하지 못하셨는데 뇌경색이 오셔서 온 식구가 충격 충격이었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이 된 건 아니구요.
그런 상황이 되다 보니 애기 낳아만 놓으면 당연히 엄마가 봐주겠거니 하고 아무 몸과 마음의 준비가 없었던 제가 너무나 힘들고 혼란스러워졌어요.
어쨌든 그간 여차저차하다가 아빠가 퇴원해서 집에 계시게 되고 하니 엄마도 제가 더이상 쉬면 더 나가기 힘들어질꺼라는걸 공감하시고서 어떻게든 될테니 다시 일 나가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9월 1일부터 다시 출근을 하게 됐어요.
근데 애기를 하루 보시더니 안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도저히 못 볼 것 같다고.
이젠 아빠가 다 나으셔도 봐줄 자신이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애기만 보는건 못할 게 없겠는데 애기를 보게 되니 하루종일 도무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구요.
아직 온전하지 못한 아빠 과일 한쪽도 챙겨드릴 수가 없고 누가 와서 봐주지 않으면 밥 한끼 해서 먹을 수가 없다구요.
사실 그런 말씀 나오실 꺼라고 대충 예상하고 있기는 했었어요.
제가 애기를 키워보니 하루종일 정말 저 혼자서는 밥 한끼 제대로 해먹을 수가 없더라구요.
저희 엄마도 자식 넷을 키워내셨고 나름대로 부지런한 분이시지만 나이가 드시니 체력이 의욕을 따라가지 못하거든요.
결국 다른집 애기를 알바삼아 봐주시던 시이모님이 우리 애기를 다음달부터 봐주기로 하셨어요.
근데 그 사이 한달간은 누군가가 필요하기에 전문 베이비시터를 알아보다가 처음보는 남보다는 그래도 낫겠지 싶어서 산후조리할때 왔었던 조리사 아주머니께 전화드려서 한달만 와서 아기를 좀 봐주실 수 없겠냐고 했거든요.
그분이 어제부터 오셨는데 저녁때 집에 가보고 넘 놀랬어요.
애기 보면서도 집청소에 앞베란다, 뒷베란다 다 치워 놓으시고 빨래랑 욕실앞 패드까지도 빨아놓으셨더라구요.
엄마가 중간에 저희집에 올라가보니 애기를 너무나 잘보셔서 역시 모든 일엔 전문가가 있는 거구나 하고 놀래셨다고 하더라구요.
저나 엄마는 그저 달래고 어르고 재우고 하는 일에 집중했다고 한다면 그 아줌마는 하루종일 아이와 놀아주더라는 거예요.
안았다가 업었다가 눕혔다가 노래 불러주고 책 읽어주고 해가면서 아기를 너무나 기술적으로 잘 보시더래요.
아기들 말로 그렇게 하면 다 알아듣는 거라고 하시면서요.
그렇게 낮에 잘 놀아서 그런지 저녁부터 밤까지 우리 애기가 너무너무 순해진거 있죠.
전 같으면 잘 자고난 낮까지는 기분이 괜챦다가 오후 늦게부터는 짜증내고 잠투정하고 그런게 좀 심했었거든요.
근데 어제는 내내 얌전하고 어르면 조용히 씩 웃고 애가 굉장히 차분해진 느낌이더라구요.
오늘 아침에도 저 출근전에 아주머니가 좀 일찍 오셨기에 너무 신기하다고 했더니, 우리 애기 상 줘야 한다면서 다 알아듣는다고 하시네요.
며칠 출근하면서 애기한테 어째 미안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좀 더 쉬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했었는데 이젠 맘도 많이 편해지고 오히려 애기 볼 줄도 모르는 제가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끼고 있는게 무조건 옳은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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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보는 것도 전문가는 역시 다른가봐요
SilverFoot 조회수 : 1,307
작성일 : 2005-09-08 13:28:33
IP : 147.6.xxx.17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5.9.8 1:40 PM (221.164.xxx.134)마음 편하게 아기 맡길수 있어서 참 다행이네요...글로만 봐도 좋으신 분인거 같아요.
2. 다행이네요..
'05.9.8 1:59 PM (211.112.xxx.49)저는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는 길에 항상 11개월 아이를 봐주시는 베이비싯터 할머니를 만나는데요..
아이에게 참 정성스레 잘 해주시더군요... 무엇보다도 아이가 할머니랑 장난치고.. 깔깔거리는데..
아이 표정을 보니.. 그 할머니를 더 믿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좋은 분 만나시면..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관계 잘 유지하시기 바래요...3. ^^
'05.9.8 2:19 PM (211.202.xxx.30)그러게요. 우리 애기도 아줌마가 웃기면 더 신나게 꺄르륵 하고 웃어요 ㅋㅋ
4. 운이 좋으시네여
'05.9.8 2:58 PM (220.81.xxx.170)님께서 인복이 있으신가봐요
정말 좋으신 분 구하셨네요
제 친구는 이제 아이 백일 지났는데 그 사이 아줌마만 3번 바뀌었어요
님께서 일하시러 나가셔도 맘 편하실 수 있으니 참 다행입니다5. 계속
'05.9.8 5:10 PM (221.143.xxx.30)그분에게 맡기시는 게 어떨지..
아기랑 잘 맞는 분이신 것 같은데..
아기 봐주는 것은 오히려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남이 나은 경우도 많아서요^^6. 다행이네요
'05.9.8 9:38 PM (211.224.xxx.76)그분과 애기가 잘 맞는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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