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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밤중에 왠 콩깍지까기 냐구요..

콩순이 조회수 : 743
작성일 : 2005-09-06 23:57:42
신랑이 지난주 일욜날 벌초하러 시골갔다가
시골콩 한아름을 얻어왔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아들네 주시고 싶으셔서 논에서 낫으로 베어서 주신거죠.

문제는,,
그 콩깍지까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백일지난 아기가 응애응애 울어대고
기저귀빨래에 살림에.. 갓난애기 데리고 해야하는 일들이 보통이 아닌거죠..
또 신랑 퇴근하면 저는 아이를 신랑에게 맡기고 공부하러 가는
올빼미 대학원생이거든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그 콩을 주셨으니
학교갔다 집에와서 아이 젖먹이고 재우고
둘이 열씸히 까자~ 고 꼬셔서 콩깍지까기에 동참시켰습니다.

한 십분쯤 까던 이 신랑님이 꾀가났는지
허리가 아프네, 손가락이 아프네 하면서 다음에 천천히 하겠다고..
그만 하자는 것이었지요..

안그래도 피곤해죽겠는데, 일감 가져와서는 혼자 발뺌하는 것 같아서
처음엔 살살 꼬시다가.. 나중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러게 이런걸 왜 가져오냐고~"
"주는걸 그럼 안가져와??"

남편도 화가나기 시작했나봐요.
"너같음 장모님이 주시면 안가져올수 있어??"

저도 "우리 엄마가 이렇게 무식한 일감 주는거 봤어??"라고 하고 싶었지만,
훗날을 생각하여 꿀~꺽 참았습니다.

삐진 남편은 잠자러 가버렸고
혼자서 화났다가 서러웠다가 하면서 결국 그 콩깍지를 다 까고 잠자리에 들었죠.


오늘 아침 찬바람이 휑~ 하게 불었고
나 역시 신랑에게 찬바람 쌩~ 불었고..

퇴근하는 신랑에게 아이 맡기고 학교갔다와보니
애기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뻘개져 있더군요.
혼자 쩔쩔매며 아이를 봤을 신랑이 안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도 고생좀 해봐라.. 심보가 나기도 하고..

화해의 제스추어로 가서 부비부비 했는데도
신랑은 여전히 삐진 상태로 잠이 들었습니다.



지난 겨울,
시어머니께서 무우 50개를 주시면서 그걸 무말랭이 하라고 하셔서
하루에 다섯개씩 썰어 말렸던 기억도 나고
자꾸 넵. 감사해요. 하고 넙죽넙죽 받았더니
벼라별 벌레먹은 쌀이며,, 상하기 일보직전인 떡.. 그런거 주셔서
이제는 거부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서운한가봐요.


그래도 저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IP : 58.142.xxx.7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9.7 12:05 AM (211.210.xxx.49)

    하이고야... 주신는것도 좋지만 참 고민시럽네요.
    넙죽넙죽 받아오는게 능사가 아니니 거절하는 요령을 피워야할텐데
    참 꾀가 안나죠?

  • 2. ....
    '05.9.7 12:06 AM (202.156.xxx.138)

    갑자기 옛날 생각이....
    울 시엄니 김장 담그시구는 안주시다가 봄때 다 삭아서 곰팡이 피기 일보직전
    써서 먹을수도 없는 김장김치 주시고
    쌀벌레 잔뜩나서 안에 텅 빈 쌀 주시고
    그러시긴 하는데 그래도 잘해주시던것 애써 기억하면서
    참습니다 ㅎㅎㅎ
    그리도 괜히 남편한테 화냈다간 괜히 부부 사이만 멀어져요
    걍 넙죽 받아놓고 상한건 알아서 처리하시는게 나으실듯... ㅠㅠㅠㅠ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는 어쩔수 없나봐요~

  • 3. 저도
    '05.9.7 5:53 AM (60.238.xxx.174)

    ..님 의견에 찬성입니다. 주신다고 무작정 받아올 것이 아니죠.
    논두렁에서 무럭무럭 자라던 것을 베어주셨다는 건, 아들네 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을 겁니다.
    게다가 당신이 주면 주는 대로 다 받아가니, 당연히 많이 줘도 다 먹는구나 하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리고, 원글님은 원글님대로 받은 다음엔 늘,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하셨을 것 같아요.

    남편께서, 어머님께서 상처받을까봐 남는다는 말을 못하겠다고 하시면, 조금씩 나눠서 가져가겠다고 하시라고 하세요.
    남편께서 말씀을 안 드리시면, 시어머님의 큰 손은 절대 줄어들지 않아요.
    손이 크다고 잔소리를 달고 살아도 줄지 않는게 어른들의 큰 손인데다가,
    자식들한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신이 내세울 수 있는 자랑 중에 하나인 것이 바로 우리 어머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글님 쪽에서 보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잠깐, 일감만 많이 주셨다고 불평을 하게 되잖아요.
    콩깍지는 까야겠는데 애는 울고, 남편은 나 몰라라고....
    대부분의 친정 어머니가 딸한테 욕을 안 먹는 이유는, 일감을 안 주기 때문이 아니라,
    주고 싶어도 딸이 이미 싫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싫다는 말을 안했다 하더라도, 시어머니에 대한 작은 불평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죠.

    애궂은 어머니, 며느리한테 욕을 먹게 할 것인지 효도를 받게 할 것인지 남편분께 선택하라고 하세요.

  • 4. ..
    '05.9.7 7:41 AM (221.164.xxx.134)

    시골것 좋아하는 이웃과 나눠드셔요.-그런 사실 알고부터는 주는대로 절대 안받아옵니다.밭에 갈때 미리 그러죠.울집 식구들 잘 안먹으니 진짜 쬐끔만 ...들고 오면 이웃에 조금씩 봉지에 나눠줘요. 내일감도 덜고..좋아라하시는 이웃도 꼭 있어요.

  • 5. 시골출신..
    '05.9.7 8:30 AM (221.156.xxx.108)

    시골은 워낙에 잔손,큰손 손가는 일이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웬만한 일쯤은 일로도 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시어머님도 그러신거 같네요,
    우리들 젊은 사람들 생각엔 아기키우랴 살림하랴,공부하랴, 경황이 없을터이니 콩도 까서
    먹을만큼만 주시고,무도 말리시는 김에 같이 말려서 한 줌만 주셔도 될것같은데,
    거기까진 생각을 못하시는 거에요,
    그래도 엄마 서운하실까봐 거절못하고 들고오시는 남편분이나 원글님이나 다 너무 착하고
    예쁜 분들 같이 느껴지는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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