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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아이를 낳으라고 하기전에............

하늘파랑 조회수 : 969
작성일 : 2005-09-06 12:58:31

* 이 글은 다음까페 '짠돌이'에 울집주방장님이 쓴 글입니다. 예정일이 얼마 남지않은 분이세요..


====================================================================================



어제일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몸이 무거워질무렵부터 남편이 항상 데려다주고 데려왔기에 버스를 별로 타본적이 없었는데



어제는 남편이 올라오질 못했다



출산을 일주일 앞두고 버스를 탄다는것이 아무것도 아닌일일지 모르나 그 전에도 나는 난폭운전하는



버스에 질려있을때라 좀 겁이 났었다



날은 더웠고 버스는 시간에 맞춰 오지를 않았다



점점 짜증이 날때쯤 먼지를 휘날리며 버스가 왔고 계단을 잽싸게 오르지못하는 나는 좀 늦게 버스에



올라야만 했다



여기서부터 어제 하루동안의 내 고행이 시작됐다



버스기사아저씨는 잔돈을 줌과 동시에 출발을 했고 미쳐 손잡이를 잡지못한 나는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질뻔했다



아저씨는 그런 나를 보며 아무렇지도않은듯 더 속도를 냈다



버스에는 자리가 없었다



행여 다른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싶지않아서 할머니앞으로 가서 섰다



할머니 뒤의 뒤의 자리에 젊은사람들은 애써 내 눈을 피했고 나 또한 불편한맘으로 자리양보를



받고싶지는 않았다



시내에 내려 공과금을 먼저내고 병원엘 가야지 마음먹은 나는 은행엘 들어갔다



은행은 사람들로 초만원이었고 버스타는일에 이미 진이 빠질대로 빠진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대기의자를 찾았지만 엉덩이한쪽 붙일만큼의 자리조차 없었다



힘들었고 주저앉고 싶었다



대기인수는 20명이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차기 시작했다



바로 앞 쇼파에 아주머니의 아들이 몇살인지 모르나 그 아이를 아주머니가 안고있으면 내가 앉을수도



있을것같은데 그 아주머니는 애써 내 눈을 피하고만 있을뿐아니라 잠시라도 아이가 일어나면 자리를



나에게 뺏길까봐 아이가 일어나지도 못하게 윽박을 지른다



공과금을 다음에 낼까도 생각했지만 이왕 나온길 내고 가자싶어 힘들게힘들게 공과금을 내고 병원엘



갔다



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또 버스를 탔다



내 옆의 아기엄마



이제 몇개월안된 아기를 업고 다섯살 여섯살쯤 보이는 아기손을 잡고 힘들게 서있다



아무도 일어나질 않는다



게다가 짐바구니까지 가득하다



그만한 거리라면 택시를  타지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버스는 마치 청룡열차같다



급브레이크 급출발



엄마손을 잡고있는 아이가 위태위태하다



보다못한 내가 아이엄마 앞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아기엄마의 짐을 맡아달라고 떠넘긴다



"학생 짐이라도 좀 받아주세요"



그 고등학생 엿같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러면서도 짐을 받는다



나 그 고등학생하고 같이 내리면 아마 한대 맞을듯싶다



한정거장 가고 자리하나가 빈다



나 아기엄마를 거기 끌어앉힐려고 하는데 40대초반인듯한 아주머니가 냉큼 앉는다



정중하게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한다



아기엄마좀 앉게 해달라고......



아주머니 들은척을 안한다



아기는 계속 칭얼대고 땀을 비오듯 쏟는다



가져간 화장지로 조심스럽게 아기 땀을 닦아주는데 그 와중에 이녀석 날보며 씽긋 웃는다



고맙다고 말하는 아이엄마의 이마에 땀방울이 안쓰럽다









같은 여자로서



같은 사람으로서



같은 서민으로서 서글픔같은것이 밀려온다



단지 버스타는 일조차 이렇게도 힘들다니.............



육아의 천국이라는 다른 나라처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중교통수단만큼은 어느정도 배려해주어야



하는것은 아닌지.......







아기를 더 낳으라고 했는가?



아기와 병원을 가는일조차 이렇게 힘든 판국에 아이를 많이 낳으라니.....



내가 낸 세금 내가 이용하고자 보건소를 이용하는것조차 병원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이 판국에



아이를 세명이상 낳으라니 정신이 있는가?



고작해야 육아휴직이 두달이면서 여자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는가?



집에서 아줌마로 퍼져있지 말라고 했는가?



내월급의 거의 전부를 양육비로 써야하는 현실앞에  내 꿈을 위해서 출근을 하라고한다



내 꿈을 위해, 생계를 위해 자식을 다른사람손에 맡기고보니 내가 안보는 사이 사람이 먹지못할



쓰레기죽을 만들어 내 아이입에 넣고 그런 기관에 대해서는 정부기관 어느하나 손써주지않고



먼지를 마시며 피눈물을 흘리며 싸우는건 엄마들뿐인 이 나라에서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한다



방송3사의 언론에서 아름다운 미담으로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여승은 아기들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진정서를 내고 법원은 그 여승에게는 죄가 없다고 구속영장또한



기각했다



누구보다 생명의 숭고함을 잘 알고있으리라 믿고있던 신생아실 간호사들은 자기들의 홈피를 재미있게



꾸미기위해 면연력이 전혀없는 아기들을 장난감 취급했고 이런 사건들을 이슈화한것은 힘있는



사람들이 아닌 그저 평범한 엄마들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아기를 더 낳으라고 말하는가?



그렇게 말하기전에 아기셋을 데리고 버스를 타고 시장엘 한번이라도 나가본적이 있는가?



사무실 구석퉁이에서 유축기로 젖을 짜가며 직장엘 다녀본적이 있는가?



아픈 아이손을 떼어놓으며 직장엘 나가본적이 있는가?



오늘 나는 생각했다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겠다고......



그럼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설움이 훨씬 줄어들거라고........

IP : 210.125.xxx.126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임신준비중
    '05.9.6 1:04 PM (220.85.xxx.138)

    인데요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ㅠ.ㅠ

  • 2. 흠...
    '05.9.6 1:10 PM (210.221.xxx.214)

    전 오히려 아기 낳고
    이제 더 낳지 말아야지... 했답니다
    아이데리고 나가보세요 임신했을때보다 대중시설은 너무 벅차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민도 생각하게 되던데 저와 아이를 위해서요....
    우리 나라에서 육아책임은 엄마혼자 너무 버거워요
    신랑들은 이런 와이프 심정을 알기나 할까요...
    괜한 소리.... 좀 공감이 되다보니까요~~~

  • 3. 아이가 둘이지만
    '05.9.6 1:21 PM (220.75.xxx.236)

    둘째를 낳아야 하나 란 고민 하는글 올라오면 낳지말라고 말해주고 싶더군요
    정말 엄마 혼자서 모든걸 감당 해야해요

  • 4. 휴우~
    '05.9.6 1:35 PM (218.236.xxx.245)

    정말 한숨이 다나오네요. 아이가 생기고 나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니라는걸 알겠더군요. 외출하는게 꼭 무슨 고생하러 가는것같다니까요. --;;

  • 5. 공감
    '05.9.6 1:35 PM (210.94.xxx.89)

    애 데리고 절대로 버스/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어요.
    애 하나이면 그래도 어떻게 잡고 안고나 하지.. 둘이면 불가능해요.

  • 6. ...
    '05.9.6 1:43 PM (211.46.xxx.160)

    예정일 2주 남긴 임산부로서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습니다.
    버스에서 졸다가.. 눈 뜨니까 앞에 아기띠한 엄마가 한복집 쇼핑백 큰거 들고 휘청휘청 서 있길래
    놀래서 얼렁 일어나 양보해줬더니 고맙단 말 한마디 없더군요..
    배가 안 보이는지.. ㅜㅜ

    바로 뒷자석 보니.. 20대후반 쯤 되는 남자분 멀쩡히 저 쳐다 보는데 정말 화나더군요.
    집에 와서 남편 교육 시키며 임산부가 앞에 서있으면 무조건 자리 양보해라 강조했습니다.

    임신 기간 내내.. 남자들이 자리 양보해준거 2번인가랍니다.
    임신이과정이 힘든거란걸 모르는 젊은 사람은 그렇다 치고 30-40대 남자분들 절대 양보 안해주시더군요.
    여자분들이.. 특히 아주머니들이 양보해주심 너무 미안해요.

    어제 퇴근길에.. 너무 힘들고 버스 탈 자신이 없어 6천원 내고 택시 타고 집에 갔네요.
    임산부를 위한 조금의 배려... 정말 필요합니다.
    곧 태어날 아들과 남편 교육이라두 잘 시키려구요. 임산부는 서 있는거 정말 힘들다는.... ㅠㅠㅠㅠ

  • 7. ..
    '05.9.6 1:59 PM (222.234.xxx.84)

    맞아요..정말 양보 안 해줘요.
    배가 많이 안 나와도 임산부는 힘들잖아요..
    근데 노약자석 이용하면 사람들이 의심의 눈길로 보고..
    그래서 서서 갔어요..
    배가 나온 다음에도 남자들 정말 양보 안 하더군요..
    정말 가정에서 보면 양보하라고 가르쳐야 해요..
    남편이든 아들에게든..

  • 8.
    '05.9.6 2:09 PM (210.94.xxx.89)

    윗분.. 저랑 반대네요.. 저는 아주머니들이 양보해 주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앉으려고 할 때 어디선가 나타나서 재빨리 앉아버리시는 것이 여러 번... 자신들도 임신을 해 봤을 텐데... 40대 양복입은 아저씨들은 잘 양보해 주셔서 고맙게 앉은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애 낳고 나서 추운 겨울날, 애 안고 택시 기다리는 데, 택시가 저를 좀 지나서 섰어요. 한손에 애기 용품이 든 가방들고 한손에 애 안고 택시로 가는 데, 어디선가 아주머니가 뛰어오시더니 재빨리 타고 가시더군요. 그 다음엔 택시가 저보다 좀 앞에 섰는 데, 아까 그 광경을 본 그 근처 직장인인듯한 아저씨들이 택시 문을 열고 저를 기다려줘서 너무나도 고마웠어요.

  • 9. 에고..
    '05.9.6 2:56 PM (218.51.xxx.166)

    정말 우리나라 탁상행정이라고 불리는 거 ...
    실상을 알고나면 그런 소리 나오기나 할런지...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엄마로 살아가는 거..넘 힘들어요...
    세살배기 애 안고 버스타고 가는 삼십분동안 고등학생 이고 아주머니고 간에 안비켜주던데요..뭐..

    보는 대로 배우는 거죠..뭐..

  • 10. 저도
    '05.9.6 3:24 PM (220.118.xxx.172)

    젤 양보 잘 해준 분들은 제 남편 연배의 직장인들이더라고요.
    늘 양보 받으면서 '아마 저 사람도 자기 아내 생각이 나서 저러나보다' 했어요.

  • 11. 나부터
    '05.9.6 3:44 PM (211.192.xxx.27)

    잘하면
    서서히 나아지겠죠...
    자리뺏은 아주머니들
    자리양보 안한 젊은남자 여자 그외...사람들
    이런글보면서 아마 똑같이 분개하거나 한숨쉬고 있을지도 몰라요..^^;;;

    남 뭐라 안하고 그냥 나부터 잘하면 .. 되지않을까 싶네요

    저또한 반성하게 되요
    난 혹시 저위의 사람들같은 행동 하지 않았는지..
    아무리생각해도 아닌것 같지만...그래도..^^:

  • 12. 택시비
    '05.9.6 4:06 PM (211.194.xxx.214)

    가 비싸도 어쩔수 없이 택시 탑니다 ㅠ.ㅠ
    병원 갔다오면 돈 4만원이 우스워요... ㅠ.ㅠ
    남편은 병원 가는걸 지켜보면서 데려다 주지 못한 슬픔이 가득차서
    담배 피우고 있어요 ^^
    하지만 초음파로 아가 보는걸 생각하고 간답니다 물론 택시타고...

  • 13. jk
    '05.9.6 4:43 PM (211.187.xxx.169)

    아주머니들이 더 양보 안해주죠..
    뭐 나이있는 분이라면 관절이 안좋은거라서 이해를 하겠는데..

    지난번에 지하철에서 노인분에게 양보한 자리에 한 3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아줌마 하나가 앉아있어서 무쟈게 짜증났던 적이 있었죠.

    기분같아서는 그 아줌마 일어서게 하고는 싸대기 갈겨버리고 싶던 심정이었는데.. 참 뻔뻔스럽더군요.

  • 14. jk님
    '05.9.6 6:17 PM (218.52.xxx.185)

    마음 수양 좀 하시져...
    싸대기를 갈겨버리고 싶다니...

  • 15. jk님 2
    '05.9.6 8:28 PM (220.72.xxx.246)

    그 30대 아줌마도 임신 중이었을지도 몰라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양보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거든요

  • 16. 쯔쯔
    '05.9.6 8:33 PM (222.13.xxx.208)

    제이케이님. 남 말 할 처지 아닌데요?
    싸대기를 갈겨버리고 싶다...라...쯧쯧. 누가 누구한테 뻔뻔스럽다고 하는지, 원.^^

  • 17. jk
    '05.9.8 1:29 AM (211.187.xxx.169)

    싸대기를 갈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흥분하십니까?
    임신중이었을지도 모르겠죠. 근데 그거 알수 없는 것이거든요. 임신중이었는지 아닌지 말이죠.
    근데 적어도 노인분에게 양보한 자리에 그렇게 앉아있는 아줌마가 절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년정도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나는건 그만큼 뻔뻔스러웠기 때문이죠.

    님들이 그런 상황을 당했어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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