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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넋두리예요.잠도 안 오고..

큰딸 조회수 : 933
작성일 : 2005-09-01 00:52:34


엄마가 집을 나가셨어요.

핸드폰도 해지하시고
출장 중인 저에게 전화하셔서
집나간다고, 너한테는 연락하마 하시고는 일주일째 연락이 없으세요.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안 좋으셨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아빠는 엄마한테 최선을 다한다고 하시는데
언제나 일방적이셨죠.

평소엔 다정하시고 재미있으시지만
화가 나시면 우선 소리부터 지르시고
윽박지르고.. 자주는 아니지만(옹호의 뜻은 아닙니다) 때리기까지 하시죠.
엄마한테만 그러셨죠.

엄마는 언제부터인가 깜짝깜짝 잘 놀래시고
낯선 곳에 가면 주눅부터 들고 당황하시고..

옆에서 보는 저도 안쓰럽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회사일은 칼같이 잘 해내는 저이지만
이런 일은 정말..

몇달 전부터 외출이 부쩍 잦아지시고
세탁기 앞엔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집안 구석구석엔 먼지가 뽀얗게 보이고
겨울커텐이 여름을 지나서 이제 가을로 접어들 때까지 고대로 걸려있어도
저는 그냥 모른체 했어요.

남동생들을 두고 딸인 저에게
히스테릭하게 하소연을 하실때도
저는 되도록이면 이성적으로 엄마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마저 감정적으로 나가면 안될 것 같아서요.
당신에게는 징그럽고 몸서리쳐지는 정떨어지는 남편일지 몰라도
저한테는 아빠니까요.

어쨌든 제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빠는 덤덤하시고 (이게 더 눈물이 나네요)
동생들은 애써 그 얘기를 피하려고 합니다.

독립한지 몇년 되는 저는
꽤 먼거리에 있는 집에 이틀에 한 번씩 들려서
청소,빨래,냉장고 채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주만 있으면 추석인데
차례상은 또 어떻게 챠려야 할지..

차례 끝나고 식사 할 때
서로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 지..
벌써보터 암담합니다.

아빤 저한테 넌 너무 담담하다고 아무렇지도 않냐고 하세요.
저라도 그렇게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요.

아빠의 주름살이 더 돋보이는 얼굴을 보면서
저는 그냥 담담한 척 걸레질하고 혹시 그새 엄마가 밀려논 세금고지서는 없는지 체크하고.

사회경험 전혀 없는 엄마는
대체 어디서 뭘 어떻게 하고 어떻게 지내고 주무시는지
이런 생각이 불쑥 들면 정말 참담합니다.

낼 집에가서 반찬해놓고 와야 하는데
30년 가까이 엄마반찬에 익숙해져 계시는 아빠가
혼자 식탁에서 낯선 제 반찬을 드시고 느낄 기분 생각하면
너무 당황스러워지네요.

IP : 210.223.xxx.16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9.1 1:09 AM (61.73.xxx.156)

    딸마저 이성적으로 굴었다면 어머니께서 정말 힘드셨겠네요. 집안에 마음 둘 곳이 없으니까 떠나신거 같아요. 아무쪼록 아버님도 그동안의 일을 반성하시고 달라진 모습으로 어머닐 맞으실수 있길 빕니다.

  • 2. 11
    '05.9.1 1:26 AM (220.81.xxx.94)

    음..글에도 보니 야무진것도 같고..넘 이성적이지 않나 싶게 쓰셨네요
    물론..중간자적 입장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엄마께 말씀 드릴순 있지만.
    엄마 입장에서..하나있는 딸에게 많은 얘길 하고 싶으셨을것 같은데.
    제가 그러거든요..
    아빠가 속썩이면..엄마 얘기좀 많이 들어주시지 않고.
    속상할때..한마디 말보다 한마디 들어주는게..병을 낫게 하거든요.

  • 3. ...
    '05.9.1 1:36 AM (211.223.xxx.74)

    전 윗분들과 생각이 달라요.원글님 잘 하셨어요.
    저도 비슷한 엄마에게서 자랐는데...그 하소연듣고 받아주는거..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받아주면 받아줄 수록..더 심해지고 히스테릭해지고...받아주는 딸은 덩달아서
    마음이 엄마처럼 지옥이 되지요. 더우기...욕하고 미워해야하는 대상이 아버지이니...
    더욱 괴로웠지요. 원글님 많이 힘드시겠네요..엄마 걱정도 되고...아버지 걱정도 되고...
    어머니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나간 것 같지는 않고..나름대로 생각하고 나가신 듯 하니
    너무 걱정 마시구요...어머니가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찾기를 바라고..아버지가
    나름대로 행복하길 바랄뿐.....아무리 자식이지만...아버지 엄마의 문제...즉 남녀문제에
    어찌 개입할 수는 없더군요.

  • 4. --;;
    '05.9.1 2:18 AM (211.177.xxx.160)

    저 같으면 님처럼 안 하겠어요.
    아버지와의 트러블로 어머니가 나가신 거라면 관계가 개선되면 어머니가 돌아오실 수 있잖아요?
    근데 님이 열심히 집안일에 어머니가 하시던 이런저런 것을 완벽하게 챙겨버린다면 어머니는 없어도 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아닐까요?
    혹시 어머니가 아버지의 변화를 바라고 감행하신 가출이라면 어머니는 너무 불리한 입장이 되어버리고 돌아오실 자리까지 없어지고 어머니 없어도 아쉬울 것 없는 아버지는 변화가 없을 것이고...
    저라면 차라리 가만놔둬보겠습니다.

  • 5. -_-;
    '05.9.1 2:28 AM (61.73.xxx.156)

    집안일을 누군가가 해준다고 해도.. 어머니의 빈자리가 채워지는건 아니죠.

  • 6. --;;
    '05.9.1 2:37 AM (211.177.xxx.160)

    네, 물론 어머니의 빈자리가 채워지는게 아닌건 맞는데요.
    아버지가 담담하게 받아들이신다는게 걱정이 되어서요.
    아버지가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며 자신을 되둘아보고 뉘우치고...
    어머니가 가출하면서 바라신게 혹시 그게 아닌가 싶어서요.
    헤어질 생각이셨다면 집에 계시면서 이혼을 요구하셨을 거고...

  • 7. 궁금
    '05.9.1 4:21 AM (68.85.xxx.23)

    왜? 다른 사람들에겐 좋은 얼굴, 좋은 사람 처럼 하고
    행동하고 대접받고 싶어하면서...
    오랜시간 도우며, 함께하는, 제일 소중하고 귀한 배우자에는 그렇게
    만만하게 대하는 사람들은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궁금해 지네요.....

  • 8. 빈자리
    '05.9.1 7:51 AM (220.71.xxx.94)

    아내의 빈자리가 의식주가 편안히 해결된다고 채워지는 건 아니지 않나요? 물론 당장 끼니 사먹어야 하고 빨래, 청소 안되면 불편이야 느끼겠죠. 하지만 그건 그냥 불편이죠. 늘 오던 도우미 아줌마 일 있어서 못 오시면 불편한 것처럼요. 너도 한번 불편해봐라 하고 나가는 건... 그리고 당장 불편해서 '마누라야 돌아와줘' 하는 소리에 쾌재를 부른다면 아내의 자리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해서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 같지도 않구요. 이건 단순히 젊은 부부들이 가사분담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요.

  • 9. 궁금님
    '05.9.1 8:47 AM (202.30.xxx.200)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그런 사람 의외로 많아요.
    제 남편도 참 괜찮은 사람인데
    그런 경향이 있어요.
    시숙들도 마찬가지구요.

  • 10. 음..
    '05.9.1 10:15 AM (218.145.xxx.130)

    타인에겐 멋지지만
    가족에겐 빵점인 아버지를 가진 딸입니다
    아마 원글님 아버지는 아버지로서는 괜찮지만
    배우자로서는 빵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때리까지 하는데 그게 엄마의 참을성이 모자라서 그런건가요?
    저라면 진작에 이혼이라도 했을것같네요...
    여태까지 잘 참아오신 어머니를 잘 위로해주시고
    두분이 잘 되길 바라신다면
    아버지가 어머니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야할 것같네요...

  • 11. 원글님께
    '05.9.1 11:31 AM (219.252.xxx.55)

    차분하시고.....이해하시는 편이고,,,,,그런 느낌인데요....

    아버지께 조용히 딸로서 대화를 나누시고, 엄마의 섭섭한 점이라던가 한번 물어보시고,

    그럼 아버지는 최선을 다했나 한번 따져 보시고,,,,아버지께 딸로서 할말 다 해 보세요.

    수습이라던가,,,,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해 보고 안되면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를 풀어보시면

    어떨까요....... 양쪽 다 들으면 아마 이해를 하실지......

  • 12. 엄마입장
    '05.9.1 3:36 PM (84.0.xxx.188)

    전 딸한테 누누히 넌 내편이 되어라 라고 말합니다.
    딸마저 내편이 안되어준다면 힘들었을 순간이 많았답니다.
    엄마랑 한편 먹고 아빠한테 꽥 소리 한 번 질러주는 것이 얼마나 엄마에게 좋은 해소법인지요.
    애 아빠도 딸 말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니까..
    님 입장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엄마 이야기만이라도 가끔씩 맞장구 쳐 주셨다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무거울 부부간의 분위기도 딸아이로 인해 일시에 가벼워질 때가 많았답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는 낙천적이고 방정스런(?) 성격이라 훌훌 잘 잊어버리고 사는 편이구요.
    전 우리 딸 없었다면 아마도 못 살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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