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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든 가족이든 너무 잘하고 살아도 능사는 아닌듯 하네요.

김흥임 조회수 : 2,033
작성일 : 2005-08-12 15:28:39

제가 사별을 하고 힘들었던건
커텐만 펄럭여도 신랑이 장난치다 나올것만 같아서

외출했다 돌아 오면 신호등 건너편에 서 있는 사람이
날 마중나온 신랑으로  보여서
그 곰살맞던 성격
그 모습이 구석 구석 자리 잡고 있어
정신을 놓아 버릴만큼 힘겨운 시간들 있었습니다.

저희 아부지가 월요일이면 출근 하셔 토요일
막내며늘 퇴근 시간맞춰 퇴근 반복 하시며 막내네 두 아이 키워 주신 세월이 10년입니다.
막내아우올케 혹 윗동서들 알면 질투할까 겁난다고
늘 저만 보면 문자든 전화든

울아부지가요
울 아부지가요,해가며 뉘집 아부지 자랑인지 헷갈려 말없이 웃어주곤 하던 날들이었고
손주 녀석들 베게껴안고 할아부지 방에 가자니
지 엄마 배신 하나 싶고 엄마 곁에 자자니 할아부지 방 가 자고 싶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문지방에서 서성이면

지엄마가 말하곤 했지요
"엄마 서운하다 안할테니 할아부지방 가 자고 싶으면 맘대로 해도되,라고...

항암치료 부작용중에도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혹 그 손주 녀석 이불 안덮고 잠들었는가 챙기러 휘청이며
손주방 찾곤 하시던...

그런 할아부지 손 놓친지 벌써 수십일이 겹쳤것만
네돌 겨우 지난 둘째 녀석이 아침이면 유치원 갈 준비 하다가도
뜬금없이 할아부지 살려내라고
울고 불고 ...그러다가 혼자 또 중얼 거립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할아부지도 지 가슴속에 계신거니
보고 싶어도 울지 말아야 한다고....
저놈이 다섯돌도 안된 아가 맞나 섬찟할때도 있고...

가끔 아우가 "누나 우리집에서 나만 왕따야,라며
지 와이프랑 아부지가 장단이 어찌나 잘맞는지 저만 왕따라고

그럼 전 웃으며 말해주곤 했지요
"이 사람아
그 마누라 업어줘가며 살아라
시 아부지를 시 아부지로 안겨기는 그 이쁜짓 아무나 하는줄 아느냐...
같이 흉이라도 봐주길 기대 하며 말했다가
웃으며 말하죠
"그렇게 말하면 할말 없구...라구요.

"형님 전 다시 태어나도 우리 아부지 며느리 할거예요,하며 울던 막내올케가
맞벌이에 체력이 달리는가 어쩐가 시름 시름 병치레를 시작 하는군요.
어젠  휴가중 정맥류 수술날잡힌거 알기에 가 살펴 주려
문자 날리니 폐렴이 완치가 안되어 그 수술날짜도 미뤄 졌다며...

내가 해 줄수 있는거라곤 물리적 거리 상당해 일일이 가
살림 살펴줄 형편도 아니고 제 건강도 코가 석자고...
아우 올케가 좋아라 하는 양념장이나 만들어 보내고
밑찬이나 맛나게 나왔다 싶으면 가끔 챙겨 보내고...정도 뿐...

아우 말은 아부지 빈자리  절반 만이라도 채워 주려 마음 쓰는데도 역부족인가
남는게 힘뿐이라던 지 마눌이 비실거린다고 안스러워 하구요.

부모나 형제 부부 모두에게 어차피 이별이란건
어떤 방식으로든 오는건데...

너무 잘하고 살다가 남겨두고 가는것도 배신이다 싶구요.

면역력이 많이 떨어 졌다는데
식품으로 뭘좀 꾸준히 챙겨 주어야 도움 될랑가요?
IP : 221.138.xxx.14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05.8.12 3:50 PM (211.201.xxx.88)

    이웃에 교통사고로 남편 잃고 아들 둘 데리고 (처음엔 시어머니까지 같이 살았어요, 지금은 동서네로 가셨다던가?) 사시는 분이 계신데요
    아직 젊고 이쁘고 능력있고....다들 왜 혼자 사냐고 한다죠
    그럴때마다 그 언니는 남편이 죽기 전에 너무 잘해줘서 그거 추억하며 살기도 바쁘다고,
    다른 사람들 80평생 받을 사랑 죽기 전에 다 해주고 가서 더 받을 사랑이 없다고 합니다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도 행복인거 같아요

  • 2. 엔지니어님조아
    '05.8.12 4:18 PM (59.19.xxx.36)

    차라리 그런사람이 부럽네요,..

  • 3. 안나돌리
    '05.8.12 4:54 PM (218.39.xxx.183)

    김흥임님..
    늘 감동으로 님의 글을 읽어요...
    좀 자주 글 좀 올려 주세요...

    오늘도 가슴이 짠해 오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4. 스칼렛
    '05.8.12 5:04 PM (221.151.xxx.156)

    님의 글읽다보니 울 할머니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돌아가시기 그해 명절날 하루만 더자고 서울올라 가라고 아침밥먹으며 몇번을 말씀하셨는데 일이 있어 빨리 가야된다며 올라왔는데 갑자기 얼마안있어 돌아가셨어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쓰린지.
    이별은 누구에게나 슬픈일이지만 한해한해가 갈수록 슬픔은 더해만 가는것 같습니다.
    울친정아버지도 칠순. 제 능력으로 가능하다면 가는 세월 어떻게 해서라도 붙잡고 싶습니다. 계절이 바뀌는게 이제는 슬퍼져요. 지금도 울아버지 저희가 내려가면 꼭 용돈을 주세요 우리들 6남매 용돈주는게 낙이라고하시면서요...

  • 5. 주위의
    '05.8.12 5:07 PM (211.216.xxx.17)

    김흥임님 주위분들은 모두 님처럼 따뜻하신 분들인가봐요.
    그 훈훈함이 전해집니다.....

  • 6. 메밀꽃
    '05.8.12 5:18 PM (211.192.xxx.236)

    한동안 안보이셔서 궁금했었어요.
    집안에 일이 있으셨군요...

    울친정엄마는 자식이라면 벌벌 떠시는 양반이예요.
    사십이 넘은 절 아직도 아이다루듯 하시고 하나라도 뭘 주지 못해 안달이시지요.
    과분한 사랑이 어떨땐 귀찮게 느껴지기도 해요.

    며칠전 엄마랑 만나고 헤어져 엄마 가시는 뒷모습을 뵈니 갑자기 뭉클해지더군요.
    기운없이 축 쳐지신 노인 한분이 걸어가시는 거예요.
    우리 엄만데....언젠가는 돌아가시겠구나 생각하니 어찌나 슬프던지요....

  • 7. ,,,
    '05.8.12 5:58 PM (219.121.xxx.239)

    주변 사람을 사랑하고 살 수 있는 능력 아무나 가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 받을려고 하고 그래서 미워하고 상처 주는데 ..김흥임님 분들은 다 줄주 아는 분들 같습니다

  • 8. 바쁜그녀
    '05.8.12 7:50 PM (61.81.xxx.138)

    감동보다 눈물이 먼저 반응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님의 그런 따듯한 마음...
    그 분도 분명히 아실꺼에요...

  • 9. 음..
    '05.8.12 10:14 PM (211.224.xxx.175)

    면역력이 떨어진데 좋은 음식이 뭐 따로 있긴 하겠지만
    전 실제로 접근 가능한 음식으로...

    누구든 먹고 싶은, 아니면 평소에 먹고 싶었던 음식이 있었을 거예요.
    저는 민물 매운탕..아주 어릴적 먹던..을 먹고 싶은데...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주면 입맛도 돌아오고 기운도 나고 그래요.

  • 10. 라벤다
    '05.8.12 10:33 PM (219.252.xxx.221)

    신랑이랑 다투고 지금 냉전 중인데.......저걸 어쩌나,,,, 별별 생각 다 하다가 님
    글 읽으니..... 감동이 절로 오네요.....따뜻한 마음으로 사셨으니....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 제 친구도 남편 교통사고로 보내고 이제 1년 쯤 지났는데.....
    그렇게 평소에 잘 해 주어서 보고 싶어서 ....매일 생각나고,,,, 거의 일년동안

    울며 세월 보내다가....이제 애들 보기도 그렇고 ....남편 묘소에 찾아가서
    이제 홀로서기 하겠다고 선언 하고 나니 조금 홀가분 해 졌다고 하데요.

    바쁘게 잘 살고 있어서 ......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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