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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lling Bee!
영어 스펠링 맞추는 건데 학교에선 1년에 한번씩 연중행사로 하고, 전국적인 규모의 대회도 있죠.
어젠 초등2학년 아들의 대회가 열렸더랬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하던 자원봉사 노릇도 아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좀 시들하던 차,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응원해 줘야되겠다,싶어 나섰죠.
2학년은 세 반인데 다 합치면 한 65명 정도 됩니다.
그 65명을 일일이 단어 맞추기해서 최종 20명정도가 부모님들 앞에서 경합을 벌이죠.
아무리 다민족 모자이크 문화래도 제 아들 학교에선 유색인종이라곤 진짜 보기 힘드네요. (그새 전학 좀 많이 왔나 했더만...) 65명중에 동양애라곤 내새끼밖엔 없는데...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제가 얼굴 칙칙한 그 남자애의 엄마라는건 다 알겠죠.
백인애들은 아무렇게나 입어도 얼굴이 허옇고, 블론드라 그런가, 왜들 다 인형처럼 생겼나,몰라.
내새끼도 기죽을까봐 매일아침 정성스레 입혀 보내는구만...여전히 칙칙하네.
암튼.
어른인 나도 그런 분위기속에 괜히 위축될텐데도 여태 너무나 잘 헤쳐나가 준 아들놈이 고맙고, 그러면서도 맘이 아리고...혼자서 눈물이 좀 그렁거렸답니다.
세분의 선생님이 돌아가면서 단어를 제시하면서 예시문장을 읽어주면 아이는 스펠링을 대야 하는데...
아이들 다 잘하더군요. 언제 끝나려나,싶게 틀려서 나가는 아이들이 잘 안나오더라구요.
자꾸 단어갯수가 늘어나면서 이제야 본선에 들어온 느낌.
아이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제 아들놈이 맞추고, 또 떨어져 나가고...내새끼가 또 맞추고...
학부형들, 손자,손녀 보러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까지 저 쬐그만 동양애를 신기하게 쳐다봅디다.
결국...
1등 했어요.
흥! 내새끼가 느그들보다 영어 더 잘해!
겉으론 뭐, 별일 아니라는 듯 그저 눈으로 인사했지만 속으론 쾌재를 불렀죠.
하교후 아이의 aganda를 보니 선생님의 축하 메시지가 있네요.
' **야! 축하한다. 너 내게 가르치는 기쁨을 주는 아이란다.'
오늘 기분 좋은날 이예요. 제 아들 자랑한거 맞지만 사실 제가 아는 한국아이들 공부 못한다는 애들 못봤거든요. 아마 학교마다 한국애들이 휩쓸었을 걸요. 다들 불모의 땅에서 하나하나 일궈나가 탄탄히 뿌리내리는 어린 애국자들 인걸요.
아, 인상깊었던 거 하나!
참가했던 어떤아이가 헤드셋을 끼고, 허리에 삐삐같은걸 차고 있더라구요. 첨엔 꼬마가 공부시간에 왠 헤드셋? 했는데 그 반 담임도 삐삐같은걸 차고 계시는데...
그 아이가 청각 장애아 였던거죠.
그래서 선생님은 그 아이를위해 마이크를 쓰시는 거였어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 그 아이가 장애학교에 가지않고도 학교생활 할수 있다는게...
기죽지않고, 헤드셋끼고도 뛰어놀수 있다는게 감사했습니다.
1. 럭키
'05.4.5 11:02 PM (70.27.xxx.180)aganda----agenda로 수정합니다. 애공!
2. 파란마음
'05.4.5 11:07 PM (218.158.xxx.187)우리나라도 빨리 장애인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님처럼 감사드리고 싶어요.^^:
단지 우리보다 불편할 뿐인데....장애인이 살아가기 너무 힘든 사회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정말 좋으시겠어요...축하합니다!3. champlain
'05.4.5 11:07 PM (24.35.xxx.128)와,,멋지네요..
아드님이 정말 야무지고 똑똑한가봐요.
반 대표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2학년 전체에서 1등을 하다니..^^
울 아들은 어제 산수문제 100문제 푸는 걸
자기 반에서 제일 못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서 저를 황당하게 했죠.
그게 자랑이냐 했더니 어젠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그랬다나요.
평소엔 그 정도는 아니라고..에효,,^^;;;4. 여름나라
'05.4.5 11:58 PM (200.63.xxx.204)기분좋으셨겠내요..축하드립니다..울 딸은 대표로 나가서 다른학교랑 겨뤄서 떨어지고 왔답니다..ㅠㅠ 떨어진것은 좋은데 떨어졌으면 좀 분한마음이 들것도 같은데..떨어져도 나는좋아..하는 표정으로 생글생글..뭔일이 있었냐는듯이..으이구..^^ 그나저나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공부중인 칙칙하고 노리끼리한 동양아이들..모두모두 화이팅!!!!
5. skai
'05.4.6 3:39 AM (207.74.xxx.42)럭키님 축하드려요. 아이가 학교에서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뿌듯하죠. 그쵸?
장애인을 배려하는 학교 모습도 한국에서 보기 힘든 것 중에 하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한국 가서 살고 싶어요. ㅠ.ㅠ6. 해피문
'05.4.6 9:37 AM (218.239.xxx.108)축하드려요,,,감동적이네요.
얼마전 TV에서 헬렌켈러처럼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중복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장애인 학교에서조차 받아주지를 않아서 교육기회를 놓치고 열살에야 처음으로 수업기회를 얻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는데...
부럽네요...그네들의 의식이.7. 아뜨~
'05.4.6 1:27 PM (203.251.xxx.252)너무너무 축하드려요
자랑스러운 아드님...엉덩이 한번 쳐주고 겉으로는 잘했어 한마디 하셧겠지만
그래도 가슴은 벅찰거 같아요
부러워요...8. 럭키
'05.4.6 9:39 PM (70.27.xxx.180)champlain님 오랜만이예요. 미국 좋죠? 전 맨날 애한테 영어보다 수학이 훨씬 중요하니까 매일 몇장씩 풀라고 했더니 벌써 아이가 산수는 안하려고 해요. 아직은 2학년이라 문제없지만 흥미를 잃을까봐, 좀 걱정! 그래봐야 사칙연산인데...
여름나라 따님도 멋진데요? 어린이가 벌써 인생을 볼줄 아네요. 늘 자랑할 일만 있는게 아닌데, 좋은 생각을 쓰려니 맨날 자랑이네요,제가...
담엔 안 좋았던 학교일들도 써야 되겠어요. 독자들이 계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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