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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블로그에서
오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토요일입니다.
왜냐면 토요일은 제게 일요일이니까요.
일요일은 당사에 기자들이 다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저도 나갑니다.
그래서 토요일은 논평 한편만 날리고 늦잠도 좀 자고(그러나 습관이 돼서 6시면 눈이 떠지네요)
책도 종일 읽고, 아이와 대화로 시작해 토닥토닥 싸우기도 합니다.
오늘 토요일은 지난 주가 하도 피곤해서 (정말 5일동안 그 와중에 3번을 지방에 내려갔다왔답니다.
눈이 핑핑 돌아가게 바빴지요)
요리책과 잡지를 읽었습니다.
제 취미가 원래 요리이고 제 오락은 잡지를 읽는 거랍니다.
언젠가-물론 당에 들어오기 전이죠,
한번은 아주 절친한 여선배와 커피숍에서 단둘이 이마를 맞대고 이야기를 했어요.
주제는 다름아닌 제가 개발했던 ‘돼지고기사태 냉채’의 노하우였죠.
‘선배-그러니까 돼지사태를 삶아서 건져놓으면 팟팟해져요. 반드시 삶은 물에 담가 식혀야 해요.
그래야 촉촉하고 부드럽죠—‘
요리가 역시 일생일대인 관심사인 그 선배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제 비법전수에 대해 진지하게 보충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먼발치서 저희를 보던 아는 분이 지나가시면서 이러시는 거예요.
‘와-두 여기자분이 무슨 일이 있길래 그렇게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십니까? 뭔 일 터졌습니까?’
절대로, 별일 아니라고 그분을 안심(?)시키고나서 둘이서 배를 잡고 한참 웃었지요.
사실 제 주변에 요리가 취미인 분들이 참 많습니다.
청소형은 절대 아닌 ‘요리형 여자’들 말이죠.
청소형은 웬지 정리정돈, 찬바람 쌩, 창조력이 부족할 것같은 여성이라는
선입견을 이 게으르고, 제멋대로이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요리형들은 갖고 있지요.
사람도 그래요.
척 보면 청소형과 요리형을 나누게 돼죠.
그리고 대충 제 예상대로 그녀들의 인생이 진행되더라구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었답니다.
오늘 제가 읽은 책은 ‘희망요리수첩’이란 요리 에세이랍니다.
제가 끔찍히 아끼는 후배 조영희(저와 3권의 책을 같이 만든 출판사 편집자)가 드디어 독립을 했어요.
그래서 그 회사 사무실(오피스텔 한칸-그러나 대출판사가 되리라고 확신함)에 가서
커피한잔하며 격려 고무 찬양을 했죠.
오려고 보니 ‘희망요리 수첩’이란 책이 있어요.
그러잖아도 ‘일하면서 밥해먹기’란 책을 재밌게 봤어요.
‘나 이책 빌려주라’했죠.
‘안돼요-저 아직 안봤어요’ 깍쟁이 조영희가 그렇게 나올줄 알았죠,
‘그래-(고개를 떨구고 몹시 실망한듯) 그럼 조영희 어서 빨리 읽고 주라.
실은 내가 이 책을 쓴 김혜경 선배를 잘 알거든,
난 첨에 저자 김혜경이 내가 알던 그 김혜경선배가 아닌줄 알았어’
눈치 빠른 조영희는
‘알았어요. 알았어-선생님이 먼저 읽구 주세요’하더군요.
겉으로는 미안한 척하면서 속으로 ‘키키-그럼 그렇지’하고 쾌재를 부르며 책을 거머쥐고 왔죠.
이틀을 아꼈다가 오늘 그 책을 읽었어요.
참 만감이 교차되더군요.
분명 김혜경선배도 저를 기억하시리라 생각되는데 저는 김혜경선배의 젊은 날을 알아요.
한국경제선배였는데 아주 예쁘고 날씬하고 기사도 잘쓰는 선배였죠.
그리고 요리형이라가보다는 청소형이구요.
솔직히 그땐 어려운 선배라 그런지 찬바람이 쌩하는 인상이었구요.
그런데 신문에서 ‘일하면서 밥해먹기’란 책이 나왔다는 기사를 봤어요.
소개글에 ‘기자생활 20여년을 하면서 남편에게 매일 저녁상을 차려준 저자는-- ‘이렇게 시작되더군요.
‘아니-세상에 이런 일이’하는 심정으로 얼른 신문을 저의 남편 ‘교육용(?)’으로 영 안좋을 것 같아
슬쩍 치워놓았어요.
그리고 도대체 어떤 여자가 이렇게 같은 일하는 여성동업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수 있는가?
슬며시 분개(?)도 하구요.
그런데 며칠후 동네 서점에 갔다 ‘일하면서 밥해먹기’란 책을 봤어요.
책을 펼쳐 보는데 글쓴이 김혜경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저는 탄성을 질렀습니다.
링컨대통령이 40이후 얼굴은 자기책임이라고 했다는데-
이 여성의 얼굴을 너무도 평화롭고 행복하고 푸근하고 게다가 건강하고--
저는 정신없이 그 사랑스러운 중년여성의 얼굴을 한참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력을 읽어보니 ‘한국경제 기자--‘등등이 보였습니다.
‘한국경제신문-그럼 김혜경선배랑 또랜가?’하다가 ‘아니-그럼 그 김혜경?”하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그러고보니 맞더라구요.
커다랗고 시원한 눈매, 이국적인 용모-분명히 김혜경선배였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얼굴이, 아니 느낌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요?
20년전의 선배는 차갑고 이기적이고 냉정한 분위기에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에다 분명 ‘청소형’이었는데-
어이하여 이 선배가 이렇게 ‘푸근한 요리형’으로 변신하여 요리책까지 냈나 싶어 얼른 한권 샀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제가 몰랐던 선배의 삶이 그대로 펼쳐지더군요.
겉으로는 청소형이었나 선배는 ‘요리형의 열정’을 갖추고 있었고
그 열정에 불을 때준 분은 kimys라고 불리는 구구절절 등장하는 선배의 남편이었습니다.
‘아-행복한 결혼생활이 이렇게 선배를 달라지게 했구나‘느꼈습니다.
선배의 세번째 책 ‘희망요리수첩’을 읽으니 더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퇴직한 남편에 대한 애틋함, 진지한 사랑-여든여섯된 시어머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선배의 삶을 보면서 참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뻤습니다.
책속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복날 선배는 여덟마리의 닭을 삼계탕을 끓입니다.
그래서 한마리는 새 사업을 의욕적으로 시작하는 남편사무실에, 한마리는 입원한 친정아버님 병실에
그리고 여섯마리는 시어머님의 계시는 경로당의 어른들게 해마다 갖다 드렸다고 하네요.
그 들통을 날르느라고 허리가 아프고 손이 뻐근해도 기쁘다고요.
참-김선배도----읽으면서 눈물이 찔끔나더군요.
젊은 날의 저 같으면 ‘아니-왜 그렇고 삽니까?’할텐데 이제 저도 나이가 들어서요-
김혜경선배의 그 넉넉한 베품과 깊은 사랑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선배의 삶이 참으로 든든했습니다.
진짜 인생의 성공이란 이런 것 아닐까요?
저는 오늘 토요일이지만 너무 지쳐 청소형도 못돼고 요리형도 못됐습니다.
그러나 얼굴만은 김혜경선배처럼 푸근하게, 행복에 가득찼습니다.
선배의 사랑에 가득찬 한권의 책 때문에 말입니다.
2005년 4월 2일 전여옥
1. 경빈마마
'05.4.5 9:13 AM (210.106.xxx.82)‘아니-세상에 이런 일이’하는 심정으로 얼른 신문을 저의 남편 ‘교육용(?)’으로 영 안좋을 것 같아
슬쩍 치워놓았어요.
---------------------------------------------------------------------------------------
ㅎㅎㅎㅎ 이 부분에서 웃음이 절로나네요.^^
한나라당 대변인이신 전여옥님 혹시? 맞으시나요?
맞으시다면 ~~오~놀랍습니다.
김혜경 선생님께 애정을 가지시고 이렇게 마음을 전달해 주시니 말입니다.
청소형과 요리형의 여자라....잠시 생각해 보네요.
나는 어느유형인가? 하구요...이것도 저것도 아닌가?2. gatsby
'05.4.5 10:40 AM (221.153.xxx.158)이 글이 지금 익게에 올려졌으면 전 대변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을 법도 하지 않나요?
전, 저 분 좀 심히 거시기하거든요..--:;;
익명 게시판이라는 것이 새삼 실감나네요. ^^3. ana0208
'05.4.5 10:50 AM (221.151.xxx.70)저도 전여옥씨 싫어합니다.
책 사건이며, 그사람의 됨됨이, 얼굴 보는것 조차도 싫습니다.
위의 글을 보니 뜨아 하긴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4. 와사비
'05.4.5 11:15 AM (203.130.xxx.26)좋다 싫다를 떠나서... 재미있는 분.... 이 아닐까요?
정치판으로 안 가셨다면 훨씬 그 재미를 부담없이 즐겼으련만...
암튼 혜경 샘님도 첨부터 그렇게 푸근하신 것은 아니로구나, 싶네요.
저는 아주 그런 사람으로 타고 나셨나보다 싶었거든요..ㅋㅋ5. 수라야
'05.4.5 12:06 PM (141.223.xxx.82)J님 말씀 올인!..
6. 트위티맘
'05.4.5 12:49 PM (220.76.xxx.148)흠흠. 저도 익명이 아니라 좀 거시기 하다고 썼다가 지웠었는데 저만 그런거 아닌가봐여.
저는 전여옥씨가 아는 척하니 오히려 좀 주인장이 거시기하게 느껴지네요.7. 파란마음
'05.4.5 12:48 PM (222.233.xxx.102)gatsby님,맞습니다,맞고요~...익명게시판이 실감나긴하지만 난장판은 안되니,뭐 그것도 괜찮네요...ㅋㅋ
8. kimi
'05.4.5 1:08 PM (144.59.xxx.174)그냥 유유자적 아이디로 남아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걸....
아마 "2005년 4월 2일 전여옥" 을 지운다는 것을 깜박 한 것이 아닌가?9. 강금희
'05.4.5 1:21 PM (211.212.xxx.187)유유자적이란 분이 조선블로그에서 이 글을 퍼다 나른 게 아닌가요?
10. 낮도깨비
'05.4.5 1:39 PM (203.231.xxx.232)저도 퍼온 글 같아요
11. 유유자적
'05.4.5 2:02 PM (221.148.xxx.187)퍼왔다는 표기를 못했네요
예 전여옥의 조선블로그에서 퍼왔어요
전여옥 호불호를 떠나서 저는 그의 글을 참좋아합니다(정치적인 거 빼고)
능력있는 여성들, 아는걸 숨길수 없고 이래서는 안돼는데 자꾸 사회를 발전적으로 보는 여성들,
투쟁적인 여성들이 있기에 우리 여성의 위치가 한단계 한단계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뒤로 빠지고 앞서가는 분들을 끌어내리려 하는 모습들 그게 옳은건지...
다양한 세상에 다양한 모습들을 포용할수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12. 신혜원
'05.4.5 2:03 PM (220.79.xxx.104)이글을 쓴사람이 다른 사람이였다면 몰라도..평소 느끼고 있던 글쓴이에 대한 느낌과는 많이 다른 글이네요. 괜히 싫은..(뭐 사실 이유없이 그러는건 아니지만서두)
그나저나 J님의 리플이 안보이는데 다른님의 J님의 말씀에 올인하다는 글이 있네요. 궁금..13. 신혜원
'05.4.5 2:14 PM (220.79.xxx.104)유유자적님이 전여옥의 글을 좋아해서 퍼오신거군요..^^
저도 책사건 전엔 그리 싫어하지 않았어요.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사생활에 관한 루머나 책출판에 관련된 글을 읽은후엔 언행일치가 안되는듯해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정치관련해서도 좀 말을 거칠게 하는것 같았구요..어쨌든 그런건 다 개인적인 취향이니 상관없구요. 안그래도 전여옥씨 글이 올라왔던걸 들어 궁금했는데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14. 미네르바
'05.4.5 2:37 PM (218.146.xxx.164)^0^
저는 정치적 성향때문에 생긴 호불호가 아니랍니다.
책사건으로..
그리고 전여옥씨에 대한 호불호가 김혜경선생님과는 연관되지 않구요.15. 행복이가득한집
'05.4.5 4:41 PM (220.64.xxx.241)야무지고 똑똑하고 말 잘하는 전여옥씨가 선생님 후배라고요?
혜경선생님이 더 어려보이는데......16. 가을향기
'05.4.5 6:04 PM (218.239.xxx.215)그런데 돼지고기 냉채라는 요리 최**요리학원가면 가르쳐주는데 돼지고기 각종향료넣고
삶은뒤 그 물에 그냥 두고 식혀라고 합니다. 전여옥씨가 요리하다가 어떻게 느끼신게
아닌가 하는데 그걸 자기만의 비법이라고 하시기엔ㅋㅋㅋ
그래도 전여옥씨도 요리의 달인이 아니신가요?17. 꼼히메
'05.4.5 6:50 PM (203.251.xxx.26)소개글에 ‘기자생활 20여년을 하면서 남편에게 매일 저녁상을 차려준 저자는-- ‘이렇게 시작되더군요.
‘아니-세상에 이런 일이’하는 심정으로 얼른 신문을 저의 남편 ‘교육용(?)’으로 영 안좋을 것 같아
슬쩍 치워놓았어요. 그리고 도대체 어떤 여자가 이렇게 같은 일하는 여성동업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수 있는가? 슬며시 분개(?)도 하구요.
---------전여옥은 잘 모르겠지만..위와 비슷한 생각 저도 했드랬죠^^18. 아임오케이
'05.4.5 9:50 PM (222.99.xxx.103)칼이라고 한다면 일단 잘 드는게 칼을 미덕이겠지요.
하지만 그 칼의 용도가 어디에 쓰이냐에 따라 잘 드는게 미덕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위험천만한 물건이 될 수도 있겠지요.
전여옥...
전 때때로 그녀의 잘 드는 칼이 너무 위험스럽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20대 시절엔 "능력" 만으로 사람을 평가할려던 때가 있었지요.
이 나이가 되니, 그 사람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얼마나 더 중요한 것인지를 조금씩 알게 되네요.19. 모카치노
'05.4.6 7:56 AM (211.35.xxx.117)아임오케이님의 마지막 말씀..
사람의 능력보다 그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얼마나 더 중요한가...
가슴에 찌릿~~합니다
원글은 전여옥씨에 대한 저의 선입견(?)과 관계없이 가슴이 훈훈해지는 글이구요
전 남들이 보면 한번에 청소형이라고 점찍을 분위기일거 같으네요, ㅜㅜ
그래두 제 속을 알고 보면 푸근한 요리형인데... ^^;;20. 헤스티아
'05.4.6 9:38 AM (220.117.xxx.235)음 제 수육이 딱딱해지는것이, 너무 빨리 식혀서 그렇군요.. 논란이 많은 글이지만, 하나 배워갑니다..
21. 파란마음
'05.4.6 6:19 PM (222.233.xxx.102)헤스티아님,너무 귀여워요~( 무례한 표현 아니죠?)
22. 러브홀릭
'05.4.7 8:26 AM (210.96.xxx.27)저도 비스끄레무한(비슷한)글을 썼었던것 같기도한데(아닌가??) 다른분들이 보시기 쪼금 거시기? 하셨겠네요...(쓰고보니 넘 개인적인 생각같아 걱정이 되긴했습니다....)
저도 이글보니 쫌 그런느낌이 드네요. 시점이 쫌 그래요.... 아~ 좀더 빨리 보았으면 공감도 갔을법한 내용의 글인데....그리고 아임오케이님의 말씀 명언이시네요
그 사람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얼마나 더 중요한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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