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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에 대하여..

헤스티아 조회수 : 1,787
작성일 : 2005-03-31 10:06:54
아침에 출근하면서.. [악플러]란 누굴까 생각해봤어요..

몇몇의 [악플러]만 떠나면 되는데, 왜 익명을 포기하느냐, 그 사람들만
IP추적해서 막아버리면 될거 아니냐,, 이런 의견을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실명화가 되면, [가면무도회]가 될거라는거, 공감하는 분들 많으셨죠..

인간의 마음이 참 복잡해서,
저도, [아내], [엄마], [딸], [직업인],[헤스티아]등등의 많은 모습을 지니고 살아요..
실은, 저의 본 모습과는 약간씩은 괴리가 있어요..
그래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야, 사회에서 파악이 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되고,
그렇지 않나요..

청소년 시절, 왜 인간은 장소와 상황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가, 참 혐오스러운
가면놀이이다,, 이런 생각에 모든 인류가 혐오스럽기도 했던 적도 있었어요.
실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인, 어떤 [가면]을 습득하는 장소가 학교였던것인데,
그것이 싫었으니, 약간의 부적응자로 살았지요..

(물론 아직도 멀었지만) 조금 성장해 보니까,
어려운 말로 [페르조나(가면을 쓰고 하는 연극에서의 '가면'이라는 뜻이었던것 같아요)]라고 부르는
살아가면서 당연히 습득해야할, 청소년기와 초기 성년기의 당연한 과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그 [페르조나(가면)]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본 모습이 그것인양 굳게 믿어버리면,
실제의 본래의 자기 모습과 점점 멀어져서, 신경증이 유발된다고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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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간의 내면을 약간만 들추면, [그림자]라는 놈도 있다네요..
내 마음안의 어두운면...누구나 보기 싫어하지만, 존재하는건 확실해요..
별거아닌 게시글에, 유난히 맘 상하고, 유난히 동요하고,,
왠지 화가나고,,
그게 자신이 보지 않으려고 했던 자신의 [그림자]를 누군가 드러내고 있어 그런경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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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기의 본 모습이라고 착각(?)하는 [페르조나(가면)]를 위협하는 게시물이나,
전혀 보지 않고 없다고 생각해 무시하고 있던 [그림자]를 자극하는 글을 보면

평소에는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마음의 굉장한 동요(어느분은 폭주;;라는 표현을 하시데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를 느끼면서
뭔가 답글을 달아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감정이 실려서, 논리적으로 답글을 달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동요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힘들고,
그러다보면, 다른 분들의 답글에 다시 '열 받아서' 답글을 달고 있고..
그게 반복이 되면 어느새 '악플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보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본인이 흥분한 그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거든요.
본인에게만 중요하고, 흥분되는 일..
자신이 소홀히하거나 보고 싶지 않아 무시하던 어떤 것을 자극해서
'내가 왜 이러지'하면서도 이미 뭔가를 계속 적어버리고 있는 그런 상태일 수도 있어요..

-----------------------------------------------------------------------------------------

그런 의미에서, '악플러'라는 것은 저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해당 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다양한 면면을 들여다보고, 지독히 유치한것들까지도 공유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이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점을 인식하게 되는,
많이 아프지만, 한편으로 성장하게 되는 그런 장;;으로서의 자유게시판이었다고 생각해요.

IP : 220.117.xxx.23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3.31 10:11 AM (218.51.xxx.47)

    정말 맞는 말씀이에요...
    많이 아프지만, 한편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열린 장이었는데....

  • 2. ..........
    '05.3.31 10:11 AM (211.176.xxx.134)

    그러게 인간의 양면성이요....
    지킬박사와 하이드 .......

  • 3. simple
    '05.3.31 10:14 AM (218.49.xxx.113)

    폭주.. 딱 절절한 표현같아요..(에반게리온에 나오는 말인데^^;;;;)
    익명게시판을 없애서 회원들끼리 상처받는 일을 막아보시려는거 같은데, 또 익명으로 글을 씀으로써 치료받는 일도 없어지네요.. 뭐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도 있으니까요....^^
    다만 둘을 합해서 -가 아니라 +가 나와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 4. 나나언니
    '05.3.31 10:19 AM (221.149.xxx.159)

    흠..역시 헤스티아님!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앗 그리고 심플님~ 저도 '폭주'라는 단어 보고 에반게리온 생각했는데..히히히~ 같은 생각 하는 사람을 보니 왠지 무지무지 반갑네요 ^^

  • 5. 행복한토끼
    '05.3.31 10:20 AM (210.102.xxx.9)

    어머... 왠일이래요?

    정말 자게의 익명성이 없어지나요?
    저혼자 뒷북인가?

    자게의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무시 못할건데.

    여긴
    온라인 상이지만
    자주 들락거려서
    상대방은 어쩔지 모르지만
    저 혼자서는 자주 뵙는 아이디는 이웃분이나 동료/친구 같아서
    때로는 익명으로 질문해야 할 일들이 있거든요.
    섭섭해서 어쩌나?

    이미 공포된 말이지만
    되돌리면 안될까요?
    번복하면 좋을텐데~~~

  • 6. kidult
    '05.3.31 11:34 AM (219.250.xxx.210)

    정신과 닥터시라더니 역시 답습니다.
    그런데 소심하고 글발 약한 저로서는 자게에 오면 글달기 어렵더라구요.
    게다가 적극적이지 못한 터라 글달자고 로그아웃하기도 귀찮고...
    그래서 자게에서는 대부분 구경만 하게 되거나 잘 오게 되지 않더군요.
    아효~ 근데 공지를 보니 뭔 일이 있었나봐요. 씁쓰~

  • 7. 미네르바
    '05.3.31 12:07 PM (222.96.xxx.204)

    ^0^

    사람 항상 행복하지 않잖아요.
    저는 될 수 있으면 웃으려고,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하는 성격입니다만
    세상 그렇게 만만한 곳 아니잖아요.
    가끔씩, 아니 거의 매일 자게에 들러서 이런 저런 사연들을 검색하면서
    저는 제 마음을 흩어지고 갈라지려는 마음을 다른 이의 의견을 들으며 추스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자게는 아픔을 치유해주고 있었나봅니다.

    정말 쓸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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