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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또치도 춤추게 한다.

어여쁜 조회수 : 1,197
작성일 : 2005-03-29 20:49:08

세상에 스물일곱 되도록 밥한번 안 해본 사람 있을까요?!
네..여기 있습니다.

저 사실 결혼 전까지 밥 한번 해본 적이 없습니다.
믈론 MT나 야유회 갔을 때는 밥 말고 딴거 열심히 합니다만..
굳이 팔자 편하게;;; 살아왔던 이유가 울엄니는 제게 집안일을 절대 안 시키셨어요.
(시키기 전에 알아서 해야되는 거 아냐?)

딸래미 여섯인 외할머니 조차도 그 많은 딸들에게 집안일은 절대 안 시키셨다네요.
이유인 즉, 결혼해서 평생 할 일을 미리부터 시킬 필요 없다는..
제가 가르치고 있는 5-6학년 여학생들 수업시간에 불평 한가득이예요.
엄마가 된장찌게랑 밥하는 거 귀찮다고 막 시키기도 하신대요.
저 참말로 부끄럽습디다.

결혼하고 압력솥에 밥을 처음하는데 '쌀을 몇 번 씻어야 하나'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세번만 씻으라는 신랑의 조언에 이제 세번 후딱 씻습니다.
계란후라이를 했습니다.신랑 마구마구 칭찬하더군요.
노른자가 안 터지고, 타지도 않고 어떻게 이렇게 잘 했냐면서..
저 감동 먹었습니다.

정말 별 거 아닌데 신랑의 칭찬에 탄력받아서 요리하는 재미에 산답니다.
원래 식도락을 좋아하는데다가 맛집에서 먹어본 것들을 기억해서 시도하는 재미도 좋네요.
시엄니 말씀을 빌리자면 '공주'처럼 살다가 '머슴'한테 시집와서
과연 밥은 잘 해 먹을 수 있을까하고 살짝 걱정했더니 당신보다 잘한다며 기특해 하세요.
울부모님 역시 닥치면 다 하게 되있다고 절 놀립디다.흐흐

반찬 한가지 하려면 적어도 두시간은 걸렸는데 이제 한시간만에 세가지도 해내는
경지에 이를렀습니다.물론 맛은 보장 못함!
외식할 때 '맛없고 있음'을 기똥차게 가려내는 신랑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해주는 건 맛있다고 잘 먹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한번 하고 두번째 할 때는 좀 더 맛나게 좀 더 빠르게 요령이 생기는 거 같아요.
물론 고구마는 어떻게 삶냐에서 부터 양념양을 묻는 아주 하찮은 저의 질문에
양가 엄니들은 귀찮으시겠지만..

오늘도 내일 반찬을 고민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요,
신랑의 '계란후라이 칭찬'을 되새기면서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을 만들어 볼랍니다.
저 참 한심하죠? ㅋ


@ㄱㅇ~


*뱀꼬리: 1. 근데 거창하게 '요리'라고 말하려니 부끄럽습네다.
2. 또치: 어여쁜의 별명

IP : 222.96.xxx.24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ariah
    '05.3.29 9:08 PM (211.41.xxx.191)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도 서른살될때까지 밥한번 빨래 한번 안 해봤어요.(흑흑 엄마 미안해...)
    결혼후, 고생 징하게 했죠 정말로...

    밥을 할 줄 아나,
    세탁기를 돌릴 줄 아나,
    반찬을 만들 줄 아나.....
    해준거 먹기만 할줄 알았지. -_-;;

    아직도 생각 나는 것이,
    퇴근해서 밥 하고 미소 된장국(얼마나 간단합니까 이게) 끓여 먹는데 2시간이었다니까요..

    일욜은 일어나자마자(라고 해봤자 11시지였만) 식사 준비해도 먹으려고 하면 1시더군요.
    뭘 하든 2시간이 걸렸어요.. 그때 울 남편이 정말 잘 도와줬고 제가 해준거 다 잘 먹어주고 해서 그나마 좀 늘은거 같아요. (지금도 손은 빠른 편이 아니어서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흑..)

  • 2. 핑키
    '05.3.29 9:13 PM (221.151.xxx.180)

    귀여운 새댁님, 또치라는 별명은 아기공룡 둘리의 친구 아닌가요? 또치가 젤 귀엽던데...
    허겁지겁 떡국 먹다가 배가 부르니까 냅킨 찾던 그 타조 맞죠? ㅎㅎㅎ

  • 3. jasmine
    '05.3.29 9:17 PM (218.238.xxx.129)

    너무나 좋은 남편 두셨네요.
    전 여지껏 쿠사리 안 먹은 밥상이 없어요.....ㅠㅠ
    소금이 쬐끔 모자르다. 아, 뭐만 들어갔으면 환상일텐데....단맛이 좀 부족하네.....
    밥그릇 빼앗고 한대 후려갈기고 싶은 세월이 십수년.....전, 그렇게살아요....

  • 4. 핑키
    '05.3.29 9:27 PM (221.151.xxx.180)

    헙! 쟈스민님 밥상에 대해 남편분이 뭐라 하신다구요?
    그럴리가.....엄청나게 미식가이신가봐요. 아님 시모께서 요리솜씨가 불세출이시던가....

    근데.....정말 남편 사랑하시나봐요. 저같음 밥상을 확! 뒤집어 엎고 며칠 밥을 안해줄텐데...^^;;
    거봐요, 스스로가 성격이 어째저째 해도 사실은 지고지순한 여성이면서....ㅎㅎㅎ

  • 5. 날마다행복
    '05.3.29 10:05 PM (210.126.xxx.7)

    저도, 남편 칭찬 함 받아봤으면...ㅠ.ㅠ
    남들은 제 나이에 비해서 이것저것 할 줄 아는게 많다고 칭찬하는데, 정작 같이 사는 남정네 만큼은 절대 인정을 안하네요.
    이것이 무수리의 처량한 현실일까나요? 흐흑

  • 6. 어여쁜
    '05.3.29 10:25 PM (222.96.xxx.24)

    저 역시도 결혼 초기에는 국 끓일 줄 몰라서 매일 미소된장만 끓여댔네요.
    숭늉가루와 더블어서 번갈아가며..
    이제사 신랑이 토하던데 미소랑 숭늉 자기는 원래 젤 싫어한대요.어찌나 민망한지..
    이제는 제가 미소랑 숭늉만 봐도 쏠릴꺼 같아요.헤헤

  • 7. ㅎㅎ
    '05.3.29 10:30 PM (211.224.xxx.204)

    여자들 결혼하면 죽을때까지 밥하고 설거지하고 고생하는데
    결혼전까지 만이라도 편하게 지내는것도 괜찮은거 같애요.

    결혼전에 아무리 잔소리 듣고 시켜도 내일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건성으로 듣는게 많잖아요.

    그리고 결혼해서 닥치면 초기 몇년만 고생을 해서 그렇지 다 살아내니까요^^

  • 8. 마당
    '05.3.29 11:16 PM (211.176.xxx.247)

    저랑 꼭 같으시군요.
    저는 계란후라이를 못해서..맨날 우유랑 버터넣고...뭐드라.. 스크램블드 애그만 해먹었었죠.
    김치찌게랑..

    전 어떻게 음식하는법을 배웠냐 하면.. 엄마가 하두 못하니까 매번 재료를 날라다 주셨거든요.
    집들이 할때마다..
    된장찌게.하면..된장조금 마늘 조금.. 감자..호박..이런거 다 썰어서요..
    그 양을 넣으면 한뚝배기 나올정도의 양으로..

    그러면 재료가 뭐가 들어가는지 아니까..
    다음엔 제가 할수 있지요..

    그렇게 차근차근..그것도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아이 낳고 나선 밥솥에 밥이 없어도 모를때도 많았구요..ㅎㅎ

    그래도 다 살게 되더라구요.
    둘째 이유식 할땐쯤 되니까.. 살림이 뭐구나 하는거가 어느정도 감이 잡히던데..
    아직도 어려워요.

  • 9. 김혜경
    '05.3.29 11:23 PM (218.51.xxx.168)

    어쩌면 우리집 kimys랑 어여쁜님 남편분이랑..그리 똑 같으세요!!

  • 10. 에잉
    '05.3.29 11:48 PM (221.151.xxx.120)

    결혼하면 여자라고 해서 다 식순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요... 그걸 무조건 '여자의 일'로 생각하는게 문제...

  • 11. 까롱
    '05.3.30 3:08 AM (211.44.xxx.231)

    예전의 어머님들이 워낙..여자라는 이유로 고생들이 많으셔서 딸들에게는 그런 고생을 덜 겪게 하기위해서 집안일을 가르치지 않으셨던것 같습니다.자식을 그만큼 아끼셨던 마음입니다...그러나..이제..우리시대의 부모들은 그러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우선은...가정내의 살림살이를 주되게 이끄는 사람은 있어야 하겠지만..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손들고 있다면..결국 그부담은 주부에게로만 전가됩니다. 가정은 가족모두의 책임에서 조화로워 지는게 아닐지요...지금까지는 [여자가 집에서..뭐..하는게 있어서..] 혹은 [당연히 일하면서도 가사는 여자의 몫] 이런 의식들이 많았으니 여성들이 힘들었잖아요.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 것도...삶을 살아나가는데..꼭 필요한 노동이면서...생산 과정인것 같습니다. 이젠 딸들도 아들들도 밥하고 빨래하는걸 제대로 가르쳐야 하지 싶네요. 여자 남자의 일로 구분짓는것이 아닌 사람이 자립하여 스스로 자신의 먹거리와 입을것을 준비하고 자신의 공간을 정리하는것을 저희 부모가 될사람과 부모가 된 사람들이 당연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 12. roserock
    '05.3.30 3:08 AM (68.165.xxx.9)

    아니 Jasmine님 남편분은 간이 배밖으로?
    그런 완벽한 아내분에게 불평이 나오신대요?

    저희집은 주로 밥에 똑소리나는(오뎅볶음도 포함^^) 반찬 한개.. 그리고 김치, 물.. 이게 답니다.
    그래도 감지덕지하면서 다들 먹는데..

  • 13. 어여쁜
    '05.3.30 7:45 AM (222.96.xxx.24)

    까롱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 역시 우리 부모님처럼은 안 할꺼고 아들,딸 공평하게
    일을 분배시킬껍니다.(나는야~땡땡이~룰루루) 다행히 시부모님도 신랑한테 집안일의 당위성을
    어렸을 적부터 가르쳤기에 제가 조금 편하기도 한데요,
    비록 반찬이 없더라도 아침은 꼭 챙겨주고 싶고 맛있는 거 꼭 해주고 픈게 저의 마음이랍니다.
    이거 착한 아내 컴플렉스인가요?;;;;

  • 14. Gina
    '05.3.30 10:05 AM (210.122.xxx.177)

    쌀 씻을때 허연물 안나오고 맑고 깨끗한 투명한 물 나올때까지 씻는다고 죙일 쌀씻다가 등짝 맞았습니다. - -;; 제딴엔 깨끗하게....

  • 15.
    '05.3.30 10:30 AM (210.121.xxx.183)

    아무것도 못하는 딸 시집보내놓고 울 엄마 일주일에 한번씩 밑반찬 예닐곱개씩 해 나르길 몇달 하셨습니다. 둘이서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바리바리...ㅠ.ㅠ
    하도 남아서 찡얼 댔더니 그 담엔 조금씩 적게 주십니다. 그래도 아직도 친정에 한번 갈때 마다 밑반찬 한두개는 기본으로 해서 들려보냅니다.
    전 제 딸에게 그렇게 해줄 자신 없습니다. 엄마 미안해...ㅠ.ㅠ

  • 16. 양파부인
    '05.3.30 11:36 AM (222.101.xxx.243)

    jasmine님 댓글때문에 갑자기 웃음이 터져서...
    저두 고딩, 중딩 두 딸 잘 시켜먹어요(특히, 방학때..갑자기 딸들한테 미안해지려고 하네요)
    힘든데 어쩝니까... 퇴근하고 밥하면서 빨래 널으라고 갖다주고, 빨래 걷으라고도 하고..
    우리 애들은 다행히 투덜거리기 하지만 잘 도와줘요(예쁘죠?)

  • 17. 안개꽃
    '05.3.30 12:08 PM (218.154.xxx.18)

    아니.
    Jasmine님 남편분 정말 너무하세요-.-
    음식솜씨가 그렇게 좋은 분이 해 주시는데....
    근데 우리 남편이랑 너무 똑같아요.
    꼭 한마디씩 해요. -.- (제가 음식을 못하기 땜에 때론 남편의 반응 이해는 하지요)
    저도 그렇게 그냥 포기하고 살아야 할까요?
    Jasmine님의 글을 위로삼아.에구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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