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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지만 가슴 떨리는 야그^^;;;;;
한국 시간으로 4:30분 쯤이면 여기 시장들이 슬슬 서니깐
그때가 되면 중국 친구와 둘이 각각 등산가방 하나씩 메고
시장을 싹쓸이 할 요량으로 나갑니다.(담날 급식 준비 차)
늘상 갈땐 복장이 아주 츄리링~~ 헙니다.
진짜 츄리링 바지에 위에 간편 티셔츠 하나 걸치고 머리엔
야구모자 푹 눌러 쓴것이, 폼만 꾸주그리 한것이 아니라,
화장도 안했지요, 거기다 옷에는 미쳐 못 떼어 낸 밥풀도 여기저기
간간히 좀 붙어 있지요, 김치 국물도 좀 튀어 있지요..... -.-
아무리 '밥아짐'이지만 제가 생각해도 좀 거시기 합니다.
근데, 이렇게 표 안나게 쑥쑥허니 다녀야 소매치기의 표적이
안되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지요. ^^;;;(핑게 없는 무덤이 없다꼬...)
둘이서 한가방씩 둘러 메고 한손에는 덥다는 이유로 50角(70원 정도)
짜리 연두색 쫄쫄이 아이스케키(이것이 젤리처럼 생겨서 인지 얼어도
훌러덩 훌러덩 춤도 추고 늘어도 난다고 해서 그렇게 부릅디다.)
하나씩 입에다 물고, 둘이서 잘 통하지도 않는 야그를 떠들어 대
면서 한참을 걸어 가고 있는데,
"저.... 누나????...." 그러는 겁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쫄쫄이가 하도 옆으로 훌러덩 춤을 추는 통에 그거
조준해서 먹는다고 정신이 팔려 '걍~ 중국 애들끼리 부르는 소리
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또 갈길을 갔습니다.
근데 또, "저..... 혜진선배?? 혜진이 누나 맞지 않나요???..."
엥~~@,@ 누가 이 먼 중국 땅 그것도 쿤밍 촌구석에서 내이름이
이렇게 정겹게 불리고 있는지 신기해서 획~~ 돌아보니, 머리가
훨~~ 벗겨진 왠 중년의 신사가 서있는 겁니다.
땍깔로 봐서는 천상 한국 남자인 것 같고, 그래서 한국말로 내 이름이
불린건 틀림이 없는데.......
".......누구신지????.... 아..!!! 혹시 XX대학교 전자공학과 ㅁㅁ 이가..."
툭....퍽.......!!(쫄쫄이 떨어져 퍽~~ 퍼지는 광경)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서.......1988년도 그러니깐 제가 4학년 졸업반
이었을 시대로 갑니데이~~~
그때 같은 학교 전자공학과 3학년인 후배가 아주 찰거머리처럼 절
따라 다녔었지요. 아마 그때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훤한
이마에 유난히 큰 안경을 썼던 친구인데, 왠지 전 근석이 그당시 그렇게
어려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한살에 까짓껏 친구해도 될 나인데도, 전 근석만 보면 눈 알로 깔고
"야~~야~~ 저리 좀 가라 잉?? 가서 엄마 젖 좀 더 먹고, 군대도 좀
갔다 오고... 핏덩어리가 어디 누나 앞에서 까불고 있어..이..씨!!"
하면서 아예 무시를 했었습니다.
근데, 참으로 순정파인 근석 한 10개월 간을 스토커처럼 절 따라 다녔는데,
아마 그것에 더 질려 전 도망만 다닌것 같았습니다.
식당에 보이면 탁자 사이로 기다시피 빠져 나갔고, 구도에 있으면 신도로(도서관)
냅다 도망가고, 만화방에 있으면 신간도 포기한 채 집으로 가고.....
그러다 전 그해 겨울 취직을 해서, 사내 코쟁이들 멋진 모습에 넋을 빼고
다닐 즈음인 그 이듬해 5월인가 6월인가?? 그랬을 것입니다.
까맣게 잊었던 근석의 전화가 느닷없이 한통 와서는,
"만납시다...!!"
"그러지.......모!!"
마침 점심때도 되고 해서 지갑들고, 간만에 귀여븐 후배 점심이나 잘 맥이고
보내자는 심산으로 나갔지요.
근데, 근석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더니 다짜고짜로,
"저 누나 말대로 군대 갈꺼예요. 갔다오면 저랑 사귈 수 있는 거죠??"
"...................." -.-(넘 황당해서 말이 다......)
"분명히 군대 갔다 오라고 했으니까 저 가요. 갔다 와서 봅시다."
"야~~ ㅁㅁ 야, 내를 좀 봐라... 아니 저 푸른 하늘과 밖에 저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는 저 이쁘고 애린(어린) 아들을 좀 봐라.
니는 저런 애린 아덜하고 사귀야지 왜 하필 팍~~ 삭은 내고??
내는 이미 사회 생활도 시작했고 나이도 물(먹을)만치 묵었고........
그라고, 나는 연하에는 정말 취미가 없다. 그라니깐, 군대 잘 댕기와서
복학하믄 이쁜 후배들캉 함 잘 사귀봐라."
그렇게 사태를 제 마음대로 마무리 해 버리고 나와 버렸습니다.
'밥도 몬 묵고 이기 무신 일 인고.......' 라고 투덜거리고 나왔 때, 따뜻한 5월(6월인가?)
햇살 아래 상처를 받은 근석 심정이 어땠을지.......
지금에사 상상이 가고 마음도 아파 옵니다.
그렇게 근석과 저의 인연은 그것으로 완전히 끝이 난줄 알았구요.
그런데, 그 많은 세월이 흘러 벌써 16년 인가요??
정말 생사여부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근석이 16년만에 한국도 아닌 중국의 먼
이곳 쿤밍의 그것도 어수선한 시장 바닥에서 딱~~ 만나다니......
('해우'라고 하기엔 장소나 제 복장 상태가 좀 거시기 합니다. 헐~~ -.-)
참 많이 늙었더군요.(저보다 훨씬 더 많이.....)
그러나 아주 점잖고 중후한 중년의 '근석' 아니 아니 '신사'로 변해있는 모습이 넘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생각을 하던 중 '아차~!!" 싶더군요.
그러는 지금의 내 모습은????????
양손엔 주렁주렁, 뒤엔 야반도주라도 하는지 한 가득 멘 가방을 안간힘을 쓰고
지탱하느라 허리도 구부정...
이거 어디하나 근석이 기억해 낼 만한 16년전의 제 모습이 아니더이다.
대충 서로 인사하고 여기서 뭐하느야 어디서 사느냐 등등 호구조사 좀 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다방이나 차집도 없고(한국이면 쌔고 쌘게 커피숍인디...)
그렇다고 사 들고 온 오이 하나씩 먹을래?? 할수도 없고......
참으로 희비가 엇갈리며 얼굴은 화닥화닥~~ 가심은 쿵덕쿵덕.......
"여행 차 여기 왔어요. 지인이 이 근처 산다길래 잠시 다니러 왔다가 호텔로
가는 길 이구요.............. "
"....응......그래?? ^^....."
띵디리리리~~링~~ (꿈을 확~~ 깨버리는 제 핸드폰 소리 랍니다.)
"그래 여행 잘 하고... 다음에 또....... 내가 좀 바빠서....."
획~ 돌아서 남정네 전화를 받으며 총총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남정네와는 어떻게 통화를 했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것이...... 아직도 가슴이 좀 떨리는 게 사실 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방으로 뛰어가서 머리 모양새며, 얼굴이며, 옷차림을
거울로 비쳐보고는 그만 침대에 풀썩 주저 앉아서 픽~~ 하고 웃었습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이 이거고, 이게 내 진정한 모습인데......
16년만에 나타나 단 몇분 동안 제 기억을 잠시나마 되 찾아준 그래서 가슴
뛰게 만들었던 그 멋진 신사는 바로 제가 그렇게 밥 맛 없어 했던, 예전의
'근석'인것을.............
그래도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볼수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자꾸 아쉬움이 남는지 모르겠습니다. 죽기 전에 다시 볼지 안 볼지도
모를 '근석'이 자꾸 생각이 나면서 말이죠. 웃기죠????........
.
.
.
.
.
내일 급식은 뭔가????
다시 제 바쁜 일상으로 돌아 갑니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아마 뒤척일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다들 이해하시죠??^^
PS-참고로, 근석이 묵는 호텔도 모르고 연락처도 모르고......
신께서 열심히 사는 띠깜에게 단 몇분의 추억을 안기셨나 봅니다.^^
그래서 더 행복 하구요.^^(시험치지(시험에 들지) 않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1. 겨란
'05.3.29 7:16 PM (222.110.xxx.183)하하하하하하
띠깜님 역시 따르는 남자들이 많으셨구나
오이 하나씩 사이좋게 나누어 드시지요 히히히2. 김혜진(띠깜)
'05.3.29 7:19 PM (220.163.xxx.114)필러가 없어서리..... 걍~ 옷에 쓱~~ 함 닦고 주는 건데......
"이거 먹으면서 얘기 하까???" 함시롱^^
지금은 이렇게 웃고 얘기는 합니다만, 아직도 가심이.....3. 이수미
'05.3.29 7:20 PM (211.114.xxx.82)가슴두근 두근 많이 설렌 띠깜의 마음 어찌하리오
그것이 여자의 맘이랍니다.
다음날 만나 좋은 해우하시고
다시 일상의 일로 복귀 급식당번 ~~~^^*4. 마당
'05.3.29 7:20 PM (211.176.xxx.129)ㅎㅎㅎ
전 솔직히 그런 순정파 남자를 만나본 기억도 없어요..
저를 쫒아왔던 남자중에..가장 기억나는 남자는..
파랑색이든가 초록색이든가.. 밤무대 가수가 입었던거같은 반짝이 자켓을 입은... '형님'이라 불리우는 강원래 스타일의 남자였죠...
그걸 울 넝감이 목격했던가?
하여간에 그때가 울 탠니 백일무렵이든가였었는데...-_-;;;
그남자가.. 반짝이 자켓만 안 입었어도...
그렇게 눈에만 안 띠었어도..-_-;;;5. 그러니까
'05.3.29 7:22 PM (203.230.xxx.110)85학번이시네요!
하는 얘기는 안듣고 딴 것만 관심..
근석씨도 사람 보는 눈은 있군요!6. 미네르바
'05.3.29 7:22 PM (222.96.xxx.198)^0^
교수님들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 옆 집 시선이 무서워 옷 차려입고 나간다고 하더군요.
사실은 다른 이들과 똑같은데 (그냠 입던 옷에 슬리퍼 신고 나가고 싶어도)
남들 보는 시선이 무서워서 그런다고 하면서 하하 웃더군요.7. ..
'05.3.29 7:23 PM (211.44.xxx.87)띠깜님, 안돼요.
나눠먹는 정이 무섭다잖아요...8. 미네르바
'05.3.29 7:24 PM (222.96.xxx.198)^0^
해석: 근석------>그 녀석
맞지요? 띠깜님!9. 김혜진(띠깜)
'05.3.29 7:24 PM (220.163.xxx.114)85 맞습니다.^^ 울 남정네 84였는데, 같은 핵교 내에서 한번도 못 봤다는....
그래서 부부 인연은 따로 있나 봅니다.^^10. 김혜진(띠깜)
'05.3.29 7:25 PM (220.163.xxx.114)그놈이라고 할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82의 위치와 명성이 있는지라....^^
11. 핑키
'05.3.29 7:28 PM (221.151.xxx.180)하하하...이제는 아무리 중국이라도 밖에 잠깐 나가실 때도 꽃단장하고 나가셔야 할 듯...ㅋㅋㅋ
흠...그리고....띠깜님....이 참에 화려한 과거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으시죠. ^^12. 현수
'05.3.29 7:35 PM (211.179.xxx.202)항상 방심하기만 하면 아는 사람이 꼬옥 나타나지요...
그나저나,,,이국땅에서 참 반가웠겠습니다.^^;;
대학시절도 은근히 생각나고...
80의 꺽어진 반즈음을 살아온거 같은데도..
한번 만날 사람은 어디서든 만나나봅니다.13. 용감씩씩꿋꿋
'05.3.29 7:42 PM (221.146.xxx.89)큰일 났습니다.
누나는
중년이 되고
옷차림이 허술해도
여전히 곱구나
이럴테니까요
아마 남편분을 존경하게 될 겁니다.
아씨,,, 그 선배는 집에서 어떠케 해주길래
하나도 안 미워지고 여전히 곱냐 말야
이러면서 말이죠^^14. 김혜진(띠깜)
'05.3.29 7:49 PM (220.163.xxx.114)맞습니다. 근석 은근히 울 남정네를 부러워 하는 눈치......(망구 제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현재 남정네 출장가 있답니다.^^
오늘 밤 만큼은 맘껏 추억을 더듬어야 겠습니다.^^
남정네~~ 날 용서해라 오늘 만큼은.....15. 시아
'05.3.29 7:53 PM (220.77.xxx.80)ㅎㅎㅎ 저요,, 이해가요,, 제가 얼마전에 울아파트단지내서 이런 비슷한경우??를,, 대학때 동창을 맞났는데요, 단지안에 학습지 그 모죠? 학습지같은거 홍보하는거?? 거기 토끼인형쓰고 있던 그친구가=근석이더군요 ^^,, 저한테? 대쉬??하다 친구로 남았다,, 친구도 아닌 그냥 아는사이?? 아시죠?? ^^,, 10년이 다되가는 얘기니,, 근데 히안하게 설레더군요 ^^ 저두 띠갑님이랑 비슷한 ㅋㅋㅋ
16. 아연맘
'05.3.29 8:48 PM (220.85.xxx.223)아 괜히 제가 안타깝네요
연락처 물어서 귀국하기전 함 보시지--
그참에 자연스럽게 동창 소식도 접하시고
어 제가 오바했나요17. 쮸쮸엄마
'05.3.29 9:20 PM (166.104.xxx.112)부러워용...
인기만빵 띠깜님...
제 가장 친한 친구랑 이름이 같으신 관계로 띠깜님 글은 한번도 안 빼놓았는데
언제나처럼 오늘두 해피한 밤을 만들어 주시네용...18. 김혜진(띠깜)
'05.3.29 9:30 PM (220.165.xxx.221)둘다 처자식 있는 처지에 만난다고 무신 오바까정 되겄습니까만..^^
근석이 머리만 훨~~ 안 벗겨졌어도, 또 16년만의 제 꼬락서니가 어느정도만
됐어도, 옷차리 입고 분칠 좀 하고 나가겠구만....... -.-
역시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근석은 지 가슴을 파고 들어 올 만한 위인은 아닌가 봅니다.^^19. 어중간한와이푸
'05.3.29 10:29 PM (218.53.xxx.135)오이 하나씩 먹을래... 넘 웃겨요 ㅋㅋㅋ
20. 알로에
'05.3.29 10:30 PM (220.84.xxx.112)ㅎㅎ아무튼 왜 근사하게 차려입고 다닐때는 그런 추억의 사람이 안만나지고 후줄근하게 하고 다닐땐 아는사람 만나지냐구요~ㅋㅋㅋㅋ
21. Terry
'05.3.29 11:37 PM (59.11.xxx.116)띠깜님...장 나라~~ 김치국물 묻은 츄리닝 입어도 장 나라신데요..뭘. ^^
22. 헤르미온느
'05.3.30 2:05 AM (211.214.xxx.22)띠깜님,,ㅋㅋ,
신도,, 아니고, "중도(중앙도서관)" 라고 하셔야지용,,
벌써 가물거리시나보당,,20년밖에 안되었구만..ㅋㅋ,,
중도에서 저 따라다니던 근석은, 아직 총각입니다,,쿄쿄...
부산가도, 저얼때 학교근처 안 얼씬거립니다, 흐흐,,,23. roserock
'05.3.30 3:25 AM (66.167.xxx.33)저는 제가 따라만 댕겨서... 영.... ^^
24. ...
'05.3.30 12:53 PM (211.222.xxx.147)옛 추억!
좋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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