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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뭐 그리 똑똑한 머리는 아니지만...
외우는건 정말 못합니다. 그런데 형태, 물질, 보는것은 잘 기억합니다. 길눈 좋고, 방향감각 좋고, 사람 얼굴도 왠만해서는 잘 잊어버리지 않답니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뿐이지... .-.-;;;)
수학 정말 못했어요. 저희가 어릴때만해도 (70년대) 많은 공식을 외워야 하는데, 저 잘 못외우지, 수의 개념이 잘 머리에 와 닿지 않았어요...
오늘 제 아들 공부 가르치다가 뚜껑 열리고 혈압 올라가고, 소리 질르고... 너무 화가나, 나도 모르게 손도 올라가고... 나중에 후회할 행동 할까봐 아들 방으로 보내고 숨쉬기에 몰입했습니다...
솔직히 저 어릴때보다는 우리 아들 훨씬 잘하고 있는건데... 생각하는것도 깊이 있고, 남 위할줄 알고, 가족 사랑할줄 알고... 특별한 경우 빼고는 대체적으로 제 말도 잘 듣고, 크게 문제 일으키는 아이 아닌데...
공간활용적 도형적 마인드를(?????)위해 교구사용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학원에서 내준 숙제때문에 내가 왜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나...
한심하다는 생각 듭니다...
제가 공부 가르칠때마다 목소리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머리에 열나기 시작하면 우리 신랑 제옆으로 와서 조용히 하는 말 "은이는(제 애칭) 어릴때 저 문제 알고 잘 풀었나 보지..." -.-;;;;;;;;;;
"아들아, 미안타... 너 건강하면 되는데, 너 행복하면 되는데, 나중에는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그 전까지만, 난 방향제시만 해 주려고 하는데, 자꾸 욕심이 나는구나... 내아들이 최고이길 바라는 엄마다운 욕심때문에... 지금 이렇게 후회하고 다시는 안 그렇겠다고 다짐하는데, 얼마나 갈지..."
실비
1. 첨밀밀
'05.3.24 10:34 PM (81.71.xxx.198)[생각하는것도 깊이 있고, 남 위할줄 알고, 가족 사랑할줄 알고... ]
실비님 아들의 장점은 너무나 많네요...이렇게 사랑스런 아들이잖아요..
전 아이가 아직 어려서 이런 경험은 안해봐서 뭐라 조언은 못드리겠지만
속상해하지 마시구요... 힘내세요~~~2. 999
'05.3.24 10:39 PM (221.153.xxx.30)그러게요 . 도대체 공부가 뭔데 그렇게 사랑스런 아들에게 무섭게 돌변하는 엄마가 되어야하는건지 . 그래도 실비님은 이렇게 금방 돌아서서 자신을 돌이켜보고 반성도 하시고... 뭐 잘하고 계신거 같은데요
3. 가끔
'05.3.24 10:49 PM (211.224.xxx.243)저도 그런 생각 하는데요.
살아 내옆에 있어주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되더란 말이죠. 건강하기만 하면 되는데..
* 가르키다 : 물건이 있는 방향을 가르키다
* 가르치다 : 공부를 가르치다 되겠슴다^^4. 가끔님
'05.3.24 10:52 PM (221.140.xxx.138)가르키다가 아니구 가리키다예요~
5. 보들이
'05.3.25 12:04 AM (221.155.xxx.121)실비님 ~~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토닥토닥
원래 자기아이 가르치는게 젤 어렵다쟎아요
아무래도 기대가 있으니까...
그리고 아이랑 공부할때 엄마라고 부르지말고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하는건 어떨까요?
전 이 방법으로 쬐끔 효과 봤는데...
아무래도 호칭이 그러니까 제가 좀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구요
아 얘가 지금 나한테 뭘 배우려는 아이지...하고요6. 미스마플
'05.3.25 2:48 AM (67.100.xxx.97)엄마가 애들 가르칠때... 성질날때 많지요.
저도 오늘 아침에 큰아이 공부좀 시키다가 성질이 날듯해서 혼자 하라고 하고 잠시 쉬었어요.
성질날때 그대로 하면 아이가 공부란걸 싫어하게 될거 같애서...
저는 성질나려고 하는 순간에.. 오늘은 이만하고 다른거 하자. 합니다.
그럴때 아이가 자꾸 계속 하고 싶다고 하면 진짜 '이것도 못하면서 뭘 더 하자고 해.. '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싶을때도 있지만 진짜 도닦는 맘(저에겐 너무나 어렵답니다. 다혈질 O형이라서)으로 꾹 참고.
'더 하고 싶어? 그럼 혼자 하고 있어. 엄마는 잠깐 뭐좀 하고 올께..' 합니다.
아.. 안 착하고 싶은데.. 나중에 속이 더 상하게 될까봐 미리 준비합니다.7. champlain
'05.3.25 3:51 AM (24.35.xxx.213)어쩜..저랑 많이 비슷하시네요.
남편 분 멘트 하시는 것도 비슷하구..^^
전 그래서 주로 공부는 아빠와 하라고 해요.
근데 아빠도 역시나 자주..머리에 김을 올리더군요.^^;;
에구,,부모노릇이 쉽지 않아요,,정말..8. 실비
'05.3.25 7:36 AM (222.109.xxx.46)미스마플님, 네 저도 다열질 o형이라 한성질 한답니다. 윽~~~ 그래서 저도 님처럼 저가 화만 내면 아이가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할까봐, 되도록 선생님 부르는것 좋아합니다. 그래서 학원도 보낸건데, 거기서 숙제를 해오라 해서 숙제 봐준다는게.. ㅠ.ㅠ
아무래도 그 학원 내용이 너무 어려운것 같아요. 다시 잘 고려해야겠네요.
가끔님, 저의 한글 바로 잡아 주셔서 감사해요 (바보같이 틀릴걸 틀려야지, 오타도 아니자나... ㅠ.ㅠ) ^^~~~~~
실비.9. 헤스티아
'05.3.25 8:16 AM (220.86.xxx.165)저는 제가 대학입학하고, 두살 아래 괄괄한 남동생을 2년간 과외(?) 했어요.. 방학때는 하루 5시간씩, 학기중에는 2시간씩..
그놈이 한창 예민한 사춘기때라, 조금만 나무래면, 의자가 부러지고.. 으르렁대고.. 정말 볼만했답니다.
(애공 무서워)
그리고, 나중에, 저와 11살 차이나는 여동생의 방학중의 공부도 좀 도와준 적이 있구요..
가족을 가르칠때는 무조건,, 감정이입을 하지 마셔야 하는것 같아요... 희안하게도, 같은 의미의 말을 해도, "아니 정말 이것도 모른단 말여? 너무하쟎어" 처럼 아이에 대한 판단이 들어간 이런 생각을 깔고 하는 것하고, 단순히 " 쩝 모르는구먼.. 이건 또 어찌 이해시키냐" 하는,, 아이에 대한 판단이 배제된 상태에서 한마디 할 때하고,, 상대방은,, 정말 민감하게 바로 알아채곤 하였던것 같아요...
저는, 제 남동생,, 고1 겨울방학때부터 가르쳤는데, 수학은,, 중1 참고서부터 시작했었고, 영어는 아주 아주 쉬운 영어 동화부터 시작했던 기억이 나요.. 기초라곤 전혀 없는 놈이었었거든요.. 그러니 제 마음 얼마나 답답하였겠어요.. 초등 1학년때부터 과외 줄창 받던 놈이 이 놈이었습니다. 저는 거의 받아보지 못한 그 과외를 줄기차게 받으면서도,, 제가 옆에서 보니까, 그저 형식적으로 시간만 때우고 가버리는 과외 선생님들이 좀 아니다 싶어서 제가 해 보겠다고 자청한거였거든요...
그놈,, 2년 가르치고 나니까, 반에서 3등인가로 졸업하는 기염을 토했답니다. 어느순간, "나도 되는 놈이구먼"이런 생각이 들면, 배워서 알게 되는 것에, 스스로 의욕이 생겨서 더 하게 되니까 상승효과가 났던 것 같아요..10. 퐁퐁솟는샘
'05.3.25 10:11 AM (61.99.xxx.125)주변에 어려운집 아이나 엄마가 직장 나가서
공부에 신경써주지 못하는 집 아이를 데려다가 같이 공부시키는건 어떨까요?
헤스티아님처럼 감정 이입을 시키지 않을수만 있다면 몰라도
그렇게 마음조절을 잘하시는분은 무척 드문것 같아요
제 아덜눔도 아예 옆집 아이를 데려다가 그냥 같이 공부시켰는데
같이하면 '욱!!' 하고 올라오는 감정이 어느정도 조절이 됩니다
아이도 짜증내는게 훨씬 줄어들고요
그리고 경쟁이 붙어서 아이들도 더 열심히 하려고 대듭니다
옆집 아이가 있는데도 어떨땐 악악거리며 소리를 지를때도 있었고
책과 필기구를 던진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전에 학습지샘을 해보았는데도 감정을 조절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옆집 아이만 아니었다면 제아이와 공부하는거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려운집 아이 데려다가 책도 같이 읽게하고 친하게 지내다보면
시간이 흐른뒤 그 아이가 친자식처럼 느껴질거예요11. 퐁퐁샘님
'05.3.25 11:18 AM (222.101.xxx.243)말씀대로 제가 해 봤었는데요, 그 애보다 우리애가 못하니까 더 열 받더라구요..
우리애는 1월생(7살에 입학)이고, 그 아이는 4월생.. 2학년때 같이 놓고 숙제 봐주는데 그 애가 머리가 좋긴하더라구요.. 하나를 가르쳐주면 셋은 아는것 같았어요. 얼마나 비교되던지..12. 빈수레
'05.3.25 10:47 PM (218.235.xxx.112)실비님, 창의적 어찌고 하는 수학학원에서 숙제를 내주는 것들은...말이지요, ^^;;;
그렇게 열 받아서 시시콜콜하게 가르쳐 줄 필요가 별로 없는 것들이랍니다.
그냥, 정말로 그냥, 흘낏 보지마는 아이 눈에는 열심히 보는 척~하면서,
"그랴??이게 뭔소리냐??어, 그렇다고???어...엄마가 읽기로는 #$%#@%인 것 같은데???어, 엄마 화장실에 갔다 올테니, 좀더 생각해 봐라..."
굳이 화장실이 아니어도 됩니다, 갑자기 하품하면서 베란다 실없이 나갔다 와도 되구요...
창의적 어찌고 하는 곳의 문제들은,
아이들이 끙끙거리고 있는 것을 좀 더 멀리 보면, 다른 관점으로 보면...
아주 쉽게 답이, 아니면 실마리가 보이는 것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
창의적 어찌고 하는 문제들은, 엄마도 새로운 관점으로, 재미로, 그저 힌트만 쉭~ 던져 준다...생각하심, 열 덜 받아요.
아, 저는 그럼 애를 잘 가르치느냐고요???
이미, 초등 이학년 시절에 삐까닥~! 어긋나서....이삼사학년은 아무 것도 안 시키고 놀리다가
오학년 올라갈 즈음서부터 학원, 것도 해법 같은 거 아닌, 역시나 창의적 어찌고 하는 곳으로만 보냅니다.
그래도 여전히 수학은 젤 싫은 과목이랍니다(못 하면서 그런 소릴하면 못해서 그런다고나 수긍을 하지요, 이건...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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