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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자.. 참자.. 하다가도 가끔은 너무 화가 나요.
저희 신랑은 그 반대네요.
결혼 전에 서로의 예산을 계산하고,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혼수를 최대한 간략하게 하고, 집에 보태자 하는 예비신랑들을 보면
부러워 죽겠어요. 참자고 하면서도 가끔은 어찌나 열불이 나는지...
가슴이 답답해서 여기 털어놓네요.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저희 신랑이랑 저요.
지금은 무난히 맞추고 살지만, 결혼 전에는 얼마나 싸웠나 몰라요. 그놈의 돈 때문에요.
신랑이랑 저랑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직장 경력이 십 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고, 신랑은 어찌어찌 늦어져서 사회 초년생이었어요.
게다가 저는 돈 쓸 줄을 잘 몰라서 그동안 모아놓은 저축액이 꽤 되었던데 비해,
신랑은 암것도 모아놓은 것이 없었죠.
시댁도 친정에 비해 많이 기울어서 신랑이 결혼하는데 돈을 보태주실 형편이 안되었구요.
보통 이런 상황이면, 여자가 가능한만큼 돈을 보태게 되잖아요.
시부모님께서도 너무너무 미안해하시며 혼수며 예단이며, 아주 간단히 하자고 하시니..
전 결혼 준비하고 남는 돈을 모두 전세금에 보태야지... 했었어요.
근데 이놈의 신랑이 결사반대를 하는 거에요.
자기는 데려와서 호강시켜주고 싶었는데... 반대로 마누라 돈으로 덕을 본다는 게 너무너무 싫었던 거죠.
게다가 시부모님께서 너무 미안해 하시니..
자식 입장에서 뵙기가 죄송하다고... 싫다는 거에요.
저는 신랑을 너무 좋아하니까, 제가 그동안 모은 돈을 얼마를 보태든 마음의 호강이면 충분한데...
신랑은 못견뎌 하대요.
암것도 없이 시작해도 좋으니까 빈 손으로 오라고... 그동안 번 돈... 모두 친정 부모님 드리고 오라구...
그래서 정말 많이 싸웠었어요.
직장생활 10년이면 별별일 다 겪지 않나요.
과로로 병원신세까지 져가면서 모은 돈인데.. 내가 떳떳이 벌어서 모은 내 돈인데..
내가 내 집에 보태고 싶다는데... 그게 안된다 하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더군요.
그래 싸우고 싸워서... 결국 시댁에서 꿔주신 돈과 신랑이 결혼 준비하며 모은 돈에
제가 좀 보태기로 했죠.
대신 남은 돈은 친정에 모두 드리고 오던지, 결혼 전에 미친듯이 써버리는 조건이었어요.
근데 돈도 써 본 놈이 쓴다고.. 쓰긴 뭘 쓰나요. 전 통장 속의 돈이 훨씬 더 좋은데..
그래서 신랑한테는 다 썼다고 하고, 몰래 저금해 버렸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어찌어찌... 이번에 집 장만을 하게 되었지요.
좀 무리다 싶을 정도로 대출을 잔뜩 받구요.
애기가 태어났기 때문에... 정착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면서 신랑 모르게 그동안 제가 저금해놓았던 돈을 보탰어요.
이천 오백 쯤요.
보탠다고 말하면 친정 부모님 드리라며... 또 싸움 날 게 뻔하니까...
암말도 안하고, 그냥......
티는 안나도 이제, 저희 집이 생기는 거니까... 너무너무 행복하더군요.
밥 안먹어도 배부르고...
애기방 만들어줄 생각에 행복하고....
근데, 요놈의 신랑 땜에 오늘은 자꾸 화가 나네요.
며칠 전에 돈이 모자라서 신랑네 회사 퇴직금 중간정산을 했는데..
신랑이 그동안 술값이며, 제 선물비며... 이것저것 해서 마이너스를 200만원 가량 만들어 놓고는..
퇴직금으로 그걸 갚아달라는 거에요.
약오르긴 하지만, 그러마.... 했죠.
제가 신랑월급까지 모두 관장해서 살림을 하다 보니까...
저는 돈이 모자라도 생활비에서 쪼끔 삥땅할 수 있지만... 신랑은 용돈 외에 다른 구멍이 없으니까...
200만원이면.... 그래, 이건 내가 양보하자. 했어요.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니...
서로 비자금을 50만원씩 갖자며.... 자기한테 50만원을 달라고 하대요.
여윳돈이 너무 없으니 살기 빡빡하다구요.
저한테야 비자금도 필요없고... 그 돈도 집에 보태고 싶지만...
신랑 맘도 이해가 가길래... 그러자... 했어요.
그런데 오늘.
오늘 또 애교를 부리며... 40만원을 더 달라는 거에요.
중간정산을 믿고 지난달에 카드를 많이 썼는가봐요.
용돈이 30만원인데.. 그보다 더한 카드값이 나왔으니 돈 달라고 아까부터 쪼르고 난리가 났어요.
쓰다보니 제가 굉장히 쪼잔한 사람 같네요.
다 합치면... 290만원.
어찌 생각하면 줄 수도 있는 돈인데...
어짜피 제가 주지 않으면.... 나올 구멍이 없는 사람인데...
그냥 기분좋게 줘야지... 하다가도 화르륵, 맘 속에서 불이 납니다.
저도 작년에 직장을 옮겼거든요. 그러면서 받은 퇴직금...
하나도 안쓰고 고스란히 이번 집 값에 보탰는데...
비자금도 그렇고.... 퇴직금도 그렇고...
신랑 앞에 생색 낼 마음도 없었고, 우리 집에 보태는 거니까 사심없이 보탠다고 보탰는데..
오늘은 갑자기...
여기저기 대출금리 따져가며... 그동안 모은 예, 적금 해지 이율 따져가며..
십 원 단위까지 세고 있는 제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지네요.
평소에 많은 걸 바라던 남편이 아닌데...
저한테도 잘하고, 친정 부모님께도 잘하는 신랑인데...
오늘은 제가 너무 지쳤나봐요.
심호흡이라도 크게 하고.... 다시 시작해야겠죠?
그런데 기운이 좀 빠지긴 하네요. ㅠ.ㅜ
1. 에궁
'05.3.23 4:30 PM (61.38.xxx.18)에구 저희집이랑 어쩜 그리 똑같나요...
290 큰 돈은 아니지만 저희 신랑 작년에 아기 돌잔치 끝나고 친구들이랑 나가서 술 마시고 들어왔는데 80만원어치 홀라당 해 먹구 왓습니다.
그때 여유돈이 있던지라...또 그자리에 제 남동생이 있던지라...별말 안하고 해줬습니다.
그리고 3개월 있다가..60만원 또 2개월 있다가 50만원...또 저저번달에 60만원........
웃으면서 암말 안하고 해주면 이렇게 되더라구요....
자기도 다 이유가 있는지라 뭐라고 하기도 싫지만.....그래도 저는 몇십원에 바르르 떨면서 생활비에 보태는데...저희 친정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한쪽이 돈을 쓰면 한쪽이 돈에 벌벌 떨게 된다구...그냥 너두 여유를 가지고 너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라고 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니 돈에 얶매여 살았던 저만 바보였습니다.
저희 남편은 용돈 20만원인데요...죽이되던 밥이되던 그안에서 해결하게 만듭니다.
2번까지는 그냥 봐주세요...
하지만 담에 이런일이 있을시....어떻게 하겠다 미리 다짐을 받으셔야 되지 않을까요...2. 아니에요
'05.3.23 4:32 PM (141.223.xxx.125)바보같긴요 원글님이 잘하고 계시는거에요
자고로 돈이란 젊었을때 바짝 모아야 하는 법!!
제일 돈 모으기 좋은 시기가 결혼후 몇년간이래요 애들한테 큰돈 들어가기전에 많이 모아야 해요
자식들 크면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이 좀 많은가요
남편분을 잘 설득해보세요
자식들 크면 돈 많이 들어갈텐데 지금 아낄 수 있을때 최대한 아껴서 돈 많이 모아놔야 한다구요
그리고 요즘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언제 회사 그만둬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아논 돈이라도 있어야죠
예전에 TV에 IMF로 직장을 잃고 가게차린 아저씨의 인터뷰가 나왔는데
그 아저씨 말씀이 ''내가 직장 다닐때는 내가 중산층에 속하는줄 알았다. 쓰고 싶은거 다 쓰고 살 수 있었으니까.. 이번달 월급타서 사고 싶은거 사도 다음달에 또 월급 나오니까 걱정이 없었는데 막상 회사에서 짤리니까 더이상 돈이 나올 데가 없으니 막막하더라...'' 하시던데요
어찌나 마음에 와닿던지요
그러니까 젊을때 바짝 모아야 해요!!3. ...
'05.3.23 4:39 PM (210.123.xxx.145)네, 저 아시는 분도 남편 월급 잘 번다고 옷사입고 가구 사고 펑펑쓰다가요
남편 잘못되서 지금 월세로 이사갔어요...
돈을 잘 벌었던 기간이 꽤 길었는데 그동안 하나도 안모아두고 다 썼나봐요.
제가 보기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너무 불쌍한거예요
엄마가 딴주머니를 차더라도 모아두었어야 잘못됬을때라도 아이들 교육도 시키는건데
그집은 완전 하나도 없으니 에효...
그래서 사업하는 사람 마누라들은 보석도 사는것도 저축이라고 했나벼요
그런건 환금성이 있으니까요...4. 시작
'05.3.23 5:06 PM (211.49.xxx.9)지금 잘 하셔야 되겠네요.
돈 관념 없는거 잘 안고쳐져요.
남자들 여자가 돈을 벌건 안벌건 마누라 수중에 돈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돈 탈탈 털릴 때까지 손 내밀고, 그 다음에 습관성이 돼서 쓰던 버릇 못고치고...그렇게 돼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몰라도 30만원이면 적은 용돈 아닌데요.
아끼고 사는 사람들 그정도 용돈이면 두달도 써요.
이미 나온 카드값 갚아주시되 매달 그 용돈에서 3-5만원씩 빼겠다고 하세요.
40만원 더 달라고 하면 매달 용돈에서 4만원씩 10개월을 덜 주시는거죠.
쪼잔하다 어쩐다 난리치겠죠.
원래 그런 타입의 사람들이 그렇게 안쓰고 살면 뭐하냐...등등 말이 많잖아요. ^^
그리고, 그 10개월치 모은 4만원(총 40만원)으로 좋은 쟈켓이나 정말 갖고 싶어하던걸 한번 사줘보세요.
술 먹어 없애는 돈보다 훨씬 쓸모있고 기분도 좋다는 걸 알려주세요.
잔소리 백날 해봐야 절대 안먹힙니다.
무조건 돈 안주고 싸워봐야 딴주머니 차거나, 매일 싸우게되죠.
원글님께서도 혹시 비상금을 갖고 계시더라도 남편한테는 알리지 마세요.5. 저도 ㅜㅜ
'05.3.24 10:52 AM (203.241.xxx.50)그놈의 마이너스 통장이 뭔지..
신랑이랑 저랑 같은 회사라..
1년에 두번 보너스 나오는거 각자 용돈하자 했거든요
남편은 맨날 마이너스 만들어놓고 그걸로 메꿔요
전요.. 그 돈도 모아서 중도금에 쑤셔 놓고 있구요
이번에 연월차비 나온게 있어서 그걸로 뭐 사자 했더니
자기 또 마이너스라고 그거 메꿔야 해서 못산대요
결국 또 내 연월차비 갖고 사야해요
맨날 나만 손해보는 거 같구
돈관리는 다 내가 하니까 비상금 만들어봐야
딱히 그 돈 갖고 할 것도 없으니
또 집에 돈 들어가는 데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