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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젖떼기
산후우울증은 아니예요.
죽을만큼 심각한건 아니지만 나름 심각해요.
그리고 7개월된 아이가 있어요.
아이때문에...
저를 보며 방긋방긋 웃어대는 맑은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제 마음의 병이 아이에게 전염될까 무섭고 빨리 고쳐서 밝고 사랑스런 엄마가 되고싶어요.
큰맘먹고 오늘 친정에 아이를 잠시 맡기고 정신과상담을 받았어요.
병원에서는 약을 먹어야하니 모유수유를 끊으라고 하네요.
그정도 먹였으면 충분하다고.
집에 오는길에 마음이 더 어두워집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오랫동안 상담을 받아야하는데,
남편은 모르고있어요..
사실 제 우울증이 남들 보기에 상담을 받아야할정도로 심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거든요.
실은 그 뿐 아니라 너무 싫은 제 몇가지 성격이나 행동들. 그런것들을 고치고싶어요.
그런데 남편 몰래 오랜기간 숨기며 치료받기가 불가능할것 같고, 비용도 제법 들어가고,
아이를 매번 시댁이나 친정에 맡겨야하는데 뭐라고 맡겨야하나...
무엇보다 제가 고집하던 모유수유를 끊어야한다니 그게 또 마음이 아프네요.
제가 당장 치료를 받지않으면 안되는 죽을병에 걸린것도 아니고,
제 마음의 병 치료하자고 모유수유를 끊자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요.
남편에게 얘기하자니 그럴리 없지만, 정신병원 다닌다고 솔직히 미친년취급할까 괜히 두려워요.
그래도 남편에게 얘기하고 모유수유끊고 병원 다니는게 옳을까요?
왜 하필 지금 병원에 가야하냐고 물으신다면.
제 마음이 꼭 지금 고치고싶기 때문이예요.
하루이틀에 낫는병도 아니고 아이가 더 크기전에 고치고싶어요....
(마음이 무거워 주절주절대는 얘기 읽어주신분들 감사해요.)
1. 헤스티아
'05.3.18 11:55 PM (220.86.xxx.165)앗 그렇군요.. 저두.. 출산 2개월에 완모수하던거 중단하고, 치료받았었어요..
아이에게 가장 최선은, 행복하고 편안한 엄마를 주는게 아닐까 해요.. 영양가 있는 거 먹이는 것 이상으로, 엄마의 마음을 돌보고 그로 인하여 아이에게 더 안정적인 엄마가 되는것이 더 큰것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2. simple
'05.3.19 12:00 AM (218.51.xxx.111)전 이제 아기가 11개월째지만...아기가 7개월 넘어가면 엄마가 모유수유로 해주는것보다 더 많은게 있는거 같아요.. 엄마랑 사랑가득히 부비부비한다거나 동화책을 읽어준다거나 등등 엄마가 해줄게 더 많아질때라고 생각해요...그런데 모유수유를 하면서 엄마가 우울한것보다는 차라리 모유를 끊고 아기랑 잘 놀아주시는게 더욱 득이 된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남들보기에 심각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본인이 고치고 싶으시면 빨리 고치셔야죠.. 우울증은 약먹으면 정말 좋아질 수 있는 병이잖아요...남편한테는 산후에 우울증이 올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치료받으러 다니시면 안될까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잖아요... 어느 남편분이 뭐라고 하시겠어요...정상적인 사람도 아기 기르면 스트레스땜에 우울해질판에...산후우울증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시고 빨리 회복하셨음 좋겠어요(사실 제 동창중에 산후우울증땜에 자살한 아이가 있거든요...ㅠ.ㅠ)
따뜻한 봄날처럼 아기와 함께 행복해지시길*^^*3. simple
'05.3.19 12:01 AM (218.51.xxx.111)앗, 지금보니까 산후우울증은 아니라고 하셨군요..^^; 부끄부끄..
4. 우울하늘
'05.3.19 12:10 AM (210.121.xxx.172)아~ 헤스티아님도 치료받아보셨다구요...?
갑자기 힘이 불끈불끈 나네요..헤헤 ^^;;
맞아요. 젖만먹인다고 좋은엄마 아니겠죠?
심플님~ 차라리 산후우울증이라고 남편한테 얘기할까요? 그게 이해시키기 쉬울지도 모르겠네요.ㅠㅠ5. 오렌지피코
'05.3.19 12:13 AM (211.205.xxx.97)음...우울증은 아니지만, 제 주변에 정신과에 다니는 친구가 있습니다. 큰 병은 아니지만 상담과 더불어 처방받은 약을 먹는다고 합니다. 저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물론 처음 정신과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는 은근히 스트레스 받고 조심스러웠다고는 합니다.
제생각에 요새 정신과 다니는 일은 별로 숨길일이 아닌듯 해요.
그냥 자연스럽게 주변사람들에게 사실을 고하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남편분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여 주시지 않을까요?
참, 그리고 저는 완모수도 아니고 그냥 혼합수유였지만, 저두 치료를 목적으로 100일 지나고 젖 뗀 경험이 있습니다. 분유만 먹어도 애 잘만 크고요, 나름 편하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을듯 합니다만...6. 돼지맘
'05.3.19 12:15 AM (221.151.xxx.216)그러세요. 이은주사건이후로 우울증에 대해 뉴스시간이랑 여기저기서 얼마나 많이 다뤘는데요
아마 남편분께서도 그런쪽으로 이해하실거 같은데요?
눈에 보이는 병보다도 마음의 병이 더 큰거잖아요.
친정에도 그렇게 말씀드리세요.
그럼 좀더 수월하게 치료받으실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치료효과도 빨리 나타나지않을까요?
힘내세요~7. 복만이네
'05.3.19 12:17 AM (219.252.xxx.214)헤스티아님,
그럼 2개월만 모유수유하셧다구요?
아이는 물론 건강하겟지요?
분유 먹고도 건강한 아이 무지 많은 것 같아요
제 경우는 그렇지않아 이번엔 기를 쓰고 모유 성공하려 하는데 한편으론 겁도 나요
정신 없이 유축기로 젖짜다 친정 아버지 들어오시고 가족들 몰려오고 으휴
이건 동물이구나 싶엇지요
짧게 끝낫기에 그렇지 남들의 모습 보면 아름다웟어도
나 스스로가 그러는 모습은 ...
먹이는 모습도 아니고 혼자 앉아 주무르며 유축기로 짜는 모습이 노출되면 정말,ㅜㅜㅜ
아, 최면을 걸어야지, 최면을....8. 민이맘
'05.3.19 12:43 AM (211.212.xxx.250)가끔..주위의 분위기가 너무 임산부나 갓 엄마가된 사람들을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는것 같아요..
몇해전에 갑자기 자연분만이 메스컴에 연달아 나오면서..제왕절개 수술받는걸..무슨 병처럼..혐오스럽게 대하던 때가 있었죠..
요즘은..또 모유수유를 안하면..정이나 사랑이 없는 엄마 취급을 하는 분위기고요..
근데..사실 제왕절개란것이..응급수술중하나잖아요..
어쩔수 없이 산모와 아이를 위해 수술이라는걸 피할수 없는 상황이란게 있는데..
그런걸..너무 몰아세우는 분위기에..아이 낳고나서도..괜히 자책감 같은걸 갖게 만드는것 같아요..
수유역시 여러가지이유로 완모수유못할수도 있구요..
그런분들을 위해서 분유라는게 있잖아요..
직장때문에 수유를 할수없이 포기하신 분들도 있고..산모의 건강때문에..또 아가의 건강때문에..
분유를 먹인다면..그건..조금도 미안해하거나 자책할일이 아닌데..
세상 분위기가 영..맘을 편치 못하게 하는것 같아요..
님은..지금 모유수유를 중단하시는게 건강상의 이유이니..마음아파 하시지 않아도 괜찮으세요..
그게다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일이잖아요..
일찍 치료 시작하시면..더 오래 아이랑 즐거울수있는일이니..맘편히 시작하세요..
남편에겐..산후우울증이라고 하시면 되죠..^^
힘내세요..아자..9. jongjin
'05.3.19 1:19 AM (222.117.xxx.90)모유를 끊으시려면 한2주간 천천히 끊으세요. 갑자기 젖떼려면 아이도 엄마도 힘들거든요..
일단 아이가 젖병을 물어야겠죠? 모유먹던 아이는 젖병을 거부한대요.. 7개월이면 좀 불안하네요.
제 아인 6개월부터 분유먹었거든요..
분유랑 젖병 골라서 일단 먹여보고 잘 먹으면 본격적으로 분유먹이는걸 늘이면서 젖은 줄이고..
분유도 한통만 사서 잘 먹으면 많이 사세요. 샘플을 먹여보는게 제일 좋겠죠.. 신생아때 먹었던 분유를 먹이는 것도 괜찮을거에요. 제 아인 분유 2종류 거부(설사, 토함)하고 신생아때 먹었던 분유 먹었어요.
전 약먹느라고 어쩔수없이 젖떼는데 차라리 약을 안먹었으면 좋겠더라구요..
젖을 불어서 아프고 안하던 분유, 젖병 챙기는것도 일이고.. 끝까지 모유만 먹이려고 했었거든요..
젖떼는것도 스트레스 받으실텐데.. 아이를 위해서라도 꼭 나으세요..10. 다연이네
'05.3.19 1:25 AM (222.237.xxx.126)요즘 모유수유가 엄청 붐이라 분유먹이는 엄마들 무지 죄책감 가지고 먹이는데 꼭 그럴 필요없는것 같아요. 그리고..남편한테 이야기 안하는 것 안좋은 것같아요. 저도 출산후에 무지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우울증이였던 것같아요. 전 1년 넘게 한약방서 산후치료약을 먹었어요. 산후우울증이라하고 당당하게 치료받으세요. 그리고..모유 그정도 먹이신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분유먹이세요.
11. teresah
'05.3.19 1:25 AM (211.177.xxx.85)우선 치료받기로 결정하신거 잘 생각하셨어요
남편분은 위에분들이 말씀하신대로 잘 말씀드리면 괜찮을 거 같은데
아기를 맡겨야 하니 매번 친정이나 시댁에 머라고 핑게를 대야할텐데 그게 쉽지 않을거 같네여
제 생각으로는 머 애 낳고 허리가 너무 아파서 물리치료 받고 있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저두 애엄마데 지금 너무 힘든 문제가 있어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어요
근데 저두 매번 애 맡기고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 전화로 상담받고 있어여
이 병원은 그게 가능하더라구요. 가능하다면 병원은 2주에 한번 가고 전화상담 받는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근데 전화 상담인데도 가격이 만만치 않더이다.....
그나저나 힘내세요 반드시 원하시는 결과 얻으실거에요12. 힘내세요
'05.3.19 2:22 AM (160.39.xxx.83)아가도 엄마가 행복한게 모유수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을 거에요..그리고 7개월이면 많이 먹이셨네요.
요즘 아예 못먹이거나 안먹이는 엄마들 얼마나 많은데요.
반드시 좋아지신다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치료받으세요. 남편분께는 사실대로 말씀하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시댁에는 절대로 알리지 마시구요. 며느리는 아픈것도 흉이 된답니다.
매일기도중에 기억할께요.13. 현환맘
'05.3.19 4:04 AM (222.232.xxx.33)엄마 건강이 아이 건강이죠.
엄만 아이의 기둥입니다.14. 저는
'05.3.19 6:40 AM (211.201.xxx.106)정신과 병원에 남편이랑 같이 갔는데..
남편에게 말해서 위로도 받으시고 그러세요.
부부란게 뭡니까? 어려울때 힘이 되주는것이지요.
저도 분유먹고 자랐어요. 건강합니다. 죄책감 갖지 마세요.15. 우울하늘
'05.3.19 10:37 PM (211.207.xxx.163)오늘 괜히 바빠서 이제서 들어와봤는데 이렇게 답글을 많이 달아주셨네요.
다들 감사드려요.
82에 계신분들은 정말이지 너무 따듯해요.ㅠㅠ
teresah님, 전화상담도 되나요? 병원에 한 번 물어봐야겠어요.
2주에 한번만 나가도 그게 어딘가요. 갈때마다 거짓말하기도 큰 스트레스잖아요.
남편에게는 내일 말할래요. 이해해줄거예요.
답변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힘이되네요.....16. 헤스티아
'05.3.20 8:42 AM (220.86.xxx.165)아자아자 힘내세요.. 아직도 편견을 갖는 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답니다.. 우울증치료받는거 누가 이상하게 생각하면, 그런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거고, 덜 꺠쳐서(?)그런거지, 치료받는 사람이 이상한거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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