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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모님의 이중잣대

익명 조회수 : 1,617
작성일 : 2005-03-16 00:53:40
오늘 친정엄마와 전화를 하다가 말다툼이 났습니다.
발단은 올해로 서른셋이 된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싶다며 사귀는 여자친구를 집에
소개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서른 셋이 된 남동생, 사귀던 여자친구를 어른들께 소개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는데
엄마가 보기도 전에 자꾸 여자애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이야기하시길래
제가 그랬거든요, 엄마 아들, 엄마한텐 귀하지만 그다지 잘난 아들 아니고 평범한 아들이니
그런 것 감안하시라고, 자기가 좋다고  하면 결혼 시키라고 이야기했다가
엄마가 역정을 내시더라구요, 너도 니 자식 나중에 아무나하고 결혼시키라고....

제 남동생, 명문대 졸업하고 대기업 근무하는 샐러리맨입니다.
키도 크고 인물도 훤하고... 뭐 그런것이 제가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한 상황인지도 모르겠지만
요즈음 현실이 그렇잖아요,
아무리 명문대 졸업하고 대기업 근무해도 더 이상 그게 커다란 메리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요....
그렇다고 뭐 집안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조그만 전세거리 얻어주면 그걸 기반으로 딛고 일어서야하는... 제가 보기엔 아주 잘나지도 그렇다고 아주 못나지도 않은 조건의 신랑감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만나는 여자친구는...  유명 미대를 나와 남동생이랑 같은 계통의 일을 합니다.
저희 친정부모님이 제 남동생에게 배우자에 대한 조건을 하나 거셨거든요,
꼭 교회를 다녀야 한다고... 이왕이면 부모님도 모두 교회를 다녀야 한다고...
근데 그 조건에 만족시키는 친구를 데리고 오려 하니
이젠 또 이런 조건을 대시네요,
언니가 대학을 안 나오고 남동생이 전문대를 나왔다는데 집안이 머리가 나쁜 거 아니냐,
머리 나쁜 집안 들어와 손주들 공부 못하는 거 태어나면 어떡하냐, 는 둥
(뭐 자신의 자식들은 명문대 다 나왔다, 이거겠지요?)
집안이 **지방이라는데 그런 것도 마음에 걸린다는 둥...

그래서 제가 그랬거든요, 세상에 산좋고 물좋고 정자좋은 곳이 어디있냐,
모든 조건을 갖춘 여자가 어디있냐,라고 이야기 했다가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습니다.
엄만 남동생이 중매로 결혼하길 원해요, 약사나 교사같은 직종으로 평생 맞벌이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이요,
근데 그것도 생각해보면 웃기답니다,
딸은(그러니까 저)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건 당연하고 며느리는 나가서 맞벌이 해서
남동생을 평생 써포트했으면 좋겠다,
딸 애도 힘이 부쳐서 못키워 준다, 그리고 며느리도 나중에 애 낳으면 친정엄마가 키워 줬으면 좋겠다,
딸은 시댁에서 김치나 간장, 고추장 얻어먹고 며느리는 친정에서 김치 얻어 먹어라...
저희 친정엄마의 논리입니다. 가끔 그런 얘기 저한테 하면 참 얄밉고 야속하고 그래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논리가 어쩜 저렇게 다를 수 있고 저렇게 당당할 수 있나, 싶어서...

제 남동생 홈피를 들어가고 여자친구 홈피(물론 몰래 봤지만요)를 들어가보면
둘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요,
그리고 단란한 가족에서 행복하게 자라난 듯한 그 여자친구의 모습도 그냥 전 보기 좋습니다.
남자의 결혼에 있어서 집안이 그리도 중요한걸까요?
한 여자가 들어와서 그 집안을 흥하고 망하게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가요?
엄마, 아빠 그런 말씀을 들으면 정말 갑갑해죽겠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저도 시댁에서 나쁜 년입니다,
딸내미 하나 낳아놓고 더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저를
저희 시어머니 입장에선 자식 대 끊어놓은 나쁜 년이겠네요.
시집가서 그렇게 사는 딸 자식은 괜찮으면서 며느리자리에겐 갑갑한 잣대를 들이대시는
저희 친정부모님...

정말 친정부모님의 이중잣대가 싫습니다.  

IP : 221.149.xxx.16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나비니
    '05.3.16 1:06 AM (220.118.xxx.222)

    네... 분명 일리가 있는 내용입니다.
    저도 부모님과 대화하면서 특히 울 엄니와 대화하면서 이런 거 많이 느껴요.
    딸인 저에게 바라시는 내용과 아들에게 바라는 내용이 틀리고.
    바라는 사윗감과 며느리감이 참 상이하죠.

    신랑은 집을 마련해야하고 신부는 살림살이 잘 장만해서 가는 것이 정론이라는 방식도 사실 귀에 거슬리고...
    근데 '아니다'라고 생각해도 부모님의 생각을 바꾸기는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바윗돌에 계란 치듯 힘든 일이에요.
    그러면 그럴 수록 내 자신만 답답하고 한스러운데...
    신기한 건 오래도록 부모님께 '교육'을 하면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있더라구요.
    '욕'을 먹을 각오를 하면서도 또 실제 먹었으면서도 부글부글 끓어시며 계속 도전하고 계신 것이 다행입니다. ㅋ
    님의 가정에 들어 올 신부가 누군지 몰라도 님 덕 가끔씩은 보고 살 거에요.

    아마 님이 느꼈을 감정도 결국은 님의 부모님꼐서 남동생과 자신을 달리 평가하고 적용하신다는 나름의 '분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 생각엔 그래요.

    마지막으로 글 말미에 여자가 한 집안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다는 멘트는요...
    '여자가'라는 말만 뺀다면 아직도 맞는 말인 듯합니다.
    즉 사람이 누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집안이 흥하고 망하는 게 결정된다는 뜻이지요.

    며느리감만 잘 들어와야 하는 게 아니라 사윗감도 참 중요해요.
    정말 새로운 식구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많이 틀려집니다.
    결국 그 가계의 미래가 결정되기도 하구요.

    공부 잘 하는 며느리, 형제들도 똑똑하고 친정집도 잘 사는 며느리가 들어와야 집안이 잘 될 '가능성;' 이 높아진다는 뜻으로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무책임한 며느리, 잘난 척하며 별별거 다 요구하는 사위 모두 다 좋지 않다는 거고, 그런 사람을 피해서 어떤 사람을 받아들이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들어 올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우매우 절감하며 살았습니다. ㅋ

  • 2. 날날마눌
    '05.3.16 1:06 AM (218.145.xxx.41)

    원글 쓰신분이 참 차분하시고 이성적으로 본인의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신게 부럽네요..
    예전에 이런 직장친구가 있었는데 그친구 생각이 납니다....

    그 친구보니까 시누올케사이가 아주 좋던데요....
    친구가 엄마가 잘못할때마다 냉정하게 말하더라구요....
    엄마 자꾸 이러면 이꼴보기 싫어서 나 안온다 이러면서 바로잡더라구요....^^

  • 3. 친구네
    '05.3.16 1:46 AM (61.81.xxx.111)

    친구네 엄마가 좀 심하셨는데요
    딸은 사회생활하면 큰일나는줄 알고
    못사는 집에서나 딸 밖으로 돌려서 돈 벌게하지 있는 집에선 안그런다
    남자네 형편이 얼마나 안좋으면 부인이 회사다니게 하냐
    여자는 그저 집에서 살림하고 문화생활하면서...
    아... 살림도 일하는 아줌마를 써야 한다고 했던가.. 암튼 그러셨거든요

    친구가 다이아 캐럿으로 못 받았다고 쓰러지기 까지 하고... 좀 심했죠

    그런데 친구오빠 장가가려고 하니
    직업없는 여자는 거들떠도 안 보던대요
    어디 감히 여자가 집에 편히 앉아서 내 아들이 벌어오는 돈을 야금야금 먹으려 드느냐
    전문직 여성이 아니면 안된다... 지가 벌어서 써라... 이러시더라구요

    결혼을 하기는 했는데 그 오빠 일년도 못살고 이혼하더라구요..

    저희시어머니도
    시누는 집에서 살림하고 애키우고 그런게 당연한데
    나한테는 자꾸 돈벌어야지..? 이래서 스트레스 받아요
    내가 언제 돈 달랬나... 내 살림 내가 알아서 하는데 왜 참견이실까 싶어서 듣기 싫더군요

  • 4.
    '05.3.16 2:04 AM (219.241.xxx.211)

    울 시엄니는 노골적으로 일하라고 해요. 일안하고놀면 돈도 아쉽고 병난다고...
    이젠 그러려니하지만 첨엔 짜증나더군요. 그런데 짐 전 전업주부를 꿈꾸고 있는데요! 어머니땜시...
    눈치보여서 어떡해야할지...

  • 5. 미스마플
    '05.3.16 4:45 AM (66.167.xxx.125)

    원글님같은 시누이가 있으면.. 올케가 참 행복하겠어요.
    진짜 합리적으로 잘 쓰신 글이네요..

    저희집은 딸이 넷에 아들이 하나인데.. 그동안 딸들이 엄마를 어찌나 볶아(?)댔는지.. 며느리에 대해서는 엄마가 욕심이 없으시네요.. 아들이 어떤 사람을 만나도 아들만 행복해하면 된다고...

    자식을 자기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 한 개인으로 보기란.. 힘들지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인거 같애요.

  • 6. 저는
    '05.3.16 6:05 AM (211.201.xxx.55)

    엄마하고 가끔 통화하다가 지나치게 속물 근성적으로 얘기하면
    똑 부러지게 얘기합니다.

    "그런 얘기하려거든 전화 끊어..(전화 하지도 마세요)"

    매몰차게 들리겠죠. 야속하고 ..
    그런데 저는 그런 친정 엄마가 참 싫거든요.
    딸인 내 생활을 통제하려들고
    지나치게 대화가 저속하게 변할때..
    자식에게 이중잣대 들이미는 이기적인 태도에
    질려버려서인지 이제는 제대로 끊고 맺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드니 내 주관이 점점 뚜렷해져서 말이죠.
    그럼으로서 언제까지나 자식이 부모님의 품안의 자식이 아니란걸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 7. 저기
    '05.3.16 8:09 AM (218.147.xxx.65)

    교회다니시는 분인거 같은데 한마디만 해 드리세요.
    하나님이 보고 계셔....

  • 8. 인디언썸머
    '05.3.16 9:14 AM (211.207.xxx.100)

    어쩜 그렇게 이성적이시고, 논리적이신지 정말 칭구 맺구 시포요~

  • 9. 쌩뚱
    '05.3.16 9:29 AM (211.210.xxx.150)

    그러네요.....^^
    남동생이 현재 여자친구와 결혼하게된다면 계속해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아 근데...미대나온사람들은...(저도 미대나왔기때문에...)
    은근 며느리가 미대출신인걸 좋아하는 집안으로 시집가고싶어하는 맘이 있거든여....
    은근 자부심이 있어여...ㅎㅎ 나만 그런가? ㅋ
    암튼....근데 저희 시어머님도 미대나온거 무시하고,
    약사,교사 좋아하는 어머님이시라...조금 속상하네요.
    남동생 여자친구분도 그럴지 몰라여~ 많이 이해해주세요...

  • 10. ......
    '05.3.16 11:20 AM (211.58.xxx.41)

    *** 아주 적나라 하게 이중적인 이야기 ***

    어느 부인이 한달의 휴가를 보낼수 있는 시간이 있었대요. 그래서
    보름은 딸네 집에.나머지 보름은 아들네 집에 다녀오기로 했대요.

    그런데 20 일만에 집에 돌아 왔길래 친구분이 물으셨다지요.

    친구분: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휴가부인: 그냥.. 일찍왔어..
    친구분: 재미 없었어?
    휴가부인: 아니.. 딸네집에서 아주 재미 있었지..
    사위가 밥도 해주고 장에도 같이가고
    청소는 또 얼마나 잘 하던지..
    정말 재미 있었지..

    친구분: 그럼 아들네는 재미가 없었어??
    휴가 부인:어휴.. 말말어.
    아들놈이 쪼다 같이 밥도 하고 장에도 쫄쫄 따라 다니고
    걸레 들고 방바닥을 박박 기며 청소 하는데
    내가 열통이 터져서 더 이상 같이 있을수가 있어야지..

    이러니... 며느리만 가엽고 사위만 불쌍한걸까요?? 그들이 바로
    우리 아들이고 딸인걸... 왜. 왜~!! 모르시나요..

  • 11. 나두 썡뚱
    '05.3.16 11:30 AM (218.235.xxx.119)

    저두 대한민국 최고라는 명문미대 나왔는데, 그냥 평범한 명문대 출신 샐러리맨이랑 삽니다.
    그런데 저희 동문들 눈 엄청 높고 자부심 장난 아니었어요. 애들 미술시켜 뒷바라지 할 정도라 지들 친정도 왠만큼 잘사는 경우도 많았고, 본인도 명문미대 올정도였으면 그림 안그리고도 고등학교때 왠만큼 성적이 뒷받침 되었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코들 엄청 높아 저만빼고 대체로 '사'자들어가는 직업의 신랑들과 많이 결혼했습니다.
    그러니 어찌보면 그 여자분이나 그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신랑될 사람이 오히려 눈이 안찰수도 있겠지요.(제가 결혼할때 그랬거든요.)
    사람들은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거니 님의 부모님도 거기까지는 생각 못하시는 거겠지요...
    아, 그런데 여기까지는 진짜 썡뚱 맞은 얘기고,
    하여간에 그 신부 될사람 적어도 님 같은 훌륭한 시누를 만나서 든든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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