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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떡볶이 -사진첨부-

어퓨굿맨 조회수 : 1,292
작성일 : 2005-03-09 15:16:37
청주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던 우리는

시내버스의 한 종점인 조치원까지 짧은 여행을 즐기곤 했었다


청주의 명물인 가로수터널을 지나 미호천을 건너면


일제시대때나 봐왔음직한 허름한 건물들이 보이고


그 곳을 지나면 어느덧 이 버스의 종점인 조치원역앞에 다달아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마저도 축복인 양


입가에 웃음띄우며 두손 꼭 잡고 그 거리를 활보해 나갔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러울게 없었던 행복이 묻어나 있는 순간들이었다





이윽고 눈 앞에 보이는 재래시장...


가끔씩 이런 재래시장에서 아이쇼핑과 함께

싸고 특이한 물건 몇가지 사는 재미를 알고 있었던 우리는

속속들이 둘러보며 오후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하루 몇천원 벌기위해 새벽부터 나와계셨을 나물파시는 할머니들...


발박자와 함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손님을 맞이하는 싸구려 옷가게 아저씨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속에서

진솔한 세상삶을 일깨워주던 이런 곳이... 난 어렸을때부터 좋았었다



그렇게 어린 아이처럼 마냥 걷다... 출출해진 우리 눈앞에

떡볶이집이 들어왔다


오늘은 내가 산다는 말에 애써 싼곳으로 데려가려는 모양인지

떡볶이를 먹겠다고 야단이다




난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떡볶이...


거기에다 맛있고 비싼음식 사주고픈 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가


못내 섭섭하기도 했었다...



마지못해 따라들어간 그곳...


그곳은 여느 떡볶이 가게와는 달리...

유난히 진한 고추장소스가 참 맛깔나게 보였다


하지만 1인분에 왕떡볶이 몇개 안하는 조금은 양이 작은듯한 곳이었다...


내키진 않았지만 그녀가 집어주는 떡볶이를 입에 넣는 순간...


아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것이...

뭐라 설명할 수 필요없이 그냥 엄지손가락 내밀 정도로


너무나 맛있었다...


너무나도 맛있게 먹던 우리는 이내 몇인분을 추가하고

내가 좋아하는 김밥도 주문했다


가느다란 김밥 2줄이 1인분이었던 이곳의 김밥은

안에 별 내용물 없이도 희안하게 맛있었고

진한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어도 일품이었다



배부를대로 불러진 우리는 시장에서 산 몇몇 물건을 들고

다시 청주로 오는 버스에 올랐다


본의아니게 너무 맛있게 먹었던 나와 그녀는

나중에 꼭 이곳에 다시 오기로 약속했었고


그후로 우리는 가끔씩 시간날때마다

떡볶이값보다 더 비싼 교통비를 지불하고 이곳을 찾아오곤했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헤어짐.....................



많은 시간을 잊고 지내던 내게

토요일오후 퇴근길에서 만난 길모퉁이 떡볶이집이


그 옛날 그녀와 다니던 조치원떡볶이집을 다시금 생각나게 했다


무엇에 홀려버린 듯, 무작정 조치원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 나...


이젠 옆에서 내얘기 웃음으로 받아주는 그녀는 없지만...


예전 항상 그곳에 갈때처럼 유난히 해맑은 날씨가

이렇게 평화로워 보일 수 없다


가끔씩 눈부신 햇살에 기분좋은 눈찡그림을 해보기도 하고...


버스차창에 턱을 괴고 우리가 어떻게 만났었고...

또 어떻게 헤어졌는지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어느새 와버린 조치원 떡볶이집 문앞...


이젠 둘이 아닌 나 혼자 이곳에 들어서야하는 현실이 이내 씁쓸하다가도


새록새록 피어나는 옛 추억에 입가엔 미소가 가득이다...



예전에 그녀와 오면 앉았던 자리...

비워져 있던 그 자리를 차지하고 항상 같이 먹었던


떡볶이와 김밥을 주문해 본다...


떡볶이 하나를 입에 넣으면서 잊고 지냈던...

조치원 재래시장과 이 가게에 대한 추억이 하나 둘씩 되살아났다...

이런 저런 지난 생각에 어떤 맛인지도 모르고 먹던 떡볶이


이내 비워지는 접시를 보며...

추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괜시리 섭섭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내 자리를 일어나 돌아서는 이곳...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우리 둘만의 대화가 있던 추억의 장소...


그녀에 대한 좋은 추억만 간직한 나로선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난 가슴속으로 다짐을 하나 해본다



가끔씩 세상일에 지치고 힘들때면 이 추억의 장소를 찾아와야겠다고...


좋았던 기억과 미소지어지는 추억보따리 한 아름 안고 가져갈 수 있는,


세상은 이미 내가 살기에는 아름답다고 일깨워주는...


이곳을 기분좋게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이다...





다시 청주로 향하는 버스 안...


차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여전히 날 축복하듯


기분좋은 노을을 내주위에 흩뿌려주고 있다...


- 어퓨굿맨 회고록 일부 발췌 -


IP : 61.111.xxx.10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eun-young
    '05.3.9 5:11 PM (203.247.xxx.54)

    갑자기 집이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날거같아요.
    제가 자주 가던 길이라서....
    고향집이 그곳에 있어서....
    지금 병원에 계신 아빠 생각이 나서....
    가로수길이 눈앞에 선하네요

  • 2. 쵸쵸
    '05.3.9 5:18 PM (210.91.xxx.28)

    아아아아~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떡볶이!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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