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의 일이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막 시작한 조카를 데리고
그것을 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원을 찾아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
땀에 찬 헬멧이 어린 조카에게 짜증이 났나보다
헬멧을 벗겨달라던 조카곁으로 가서 부랴부랴 벗겨주다, 그 과정에서
살이 잘못 찝혀 조카 턱에 조그마한 상처를 냈다
당연히 어린조카는 물리적인 아픔에 눈물을 연신 흘리더니...
징얼거리는 말투로
"삼촌... 할머니한테 다 일러줄거야..."라며 난리를 피웠다...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하두 더워해서
빨리 헬멧을 벗겨줄려고 했던것뿐인데...
이런 내 마음을 이해못하는 6살짜리 조카가 무더운 날씨와 더불어져...
왠지모를 짜증을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
"너 이놈... 삼촌이 일부러 그런거냐?...어?
네가 헬멜 빨리 벗겨달라고 해서 벗기다 그렇게 된거 아냐?...
뭐?... 할머니한테 이른다고?...
일러봐... 임마..."
난 조금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조카를 다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난후 옆 벤치로 가서 잠시 앉아있었다
잠시후 잘못했다고 다가오는 조카를 보며 왠지모를 미안함에...
가벼운 포옹과 함께... 방금전 일을 잊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남은 오후를 즐겼다...
해는 완전히 저물어 돌아오는 차안...
잠시전에 있었던 일을 상기해 보았다
할머니한테 이른다는 그말...
조카에겐 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랗고 높은 존재로
인식되어 있는 듯 하다
일전에 자기와 놀아주지 않고 잠만 잔다던
지 엄마를 할머니에게 전화해 혼내달라고 했다던 말을
어머니께 들은적이 있었다...
조카에게 있어 할머니 존재를 생각해 보다
나의 유년시절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어린시절 항상 나의 편에 서 계셨고 나의 커다란 보호막이셨던 어머니...
하지만 세월은 흘러... 그 커다란 존재였던 어머니께서는
어느새 70을 바라보시는 연세가 되셨고,
이젠 다 커버린 자식들 사이에서 폐 끼치기 싫으시다고
이래저래 눈치 보시고 조그마한 일에도 눈물흘리시는 지금...
그런 우리 어머니를 세상 누구보다... 아니, 세상 어느지위에 있는 사람보다도
높다고 생각해주는 어린 조카가...
현실에 수긍하며 살고 있는 나보다
더 커다란 힘을 쥐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조카의 일러준다는 말에 얼굴 붉혔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좀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그리고 앞으로 다시 일어날 조카의 투정에도 의연하게 대처해보자
나중에 흑 조카가 할머니한테 이른다고 귀여운 협박을 한다면...
난.....................
"뭐?... 할머니?...
삼촌이...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할머닌 너를 너무 사랑하셔서 아마 삼촌을 엄청 혼내실꺼야...
삼촌은 할머니께서 너무 높은 분이시라 너무 무서워...
한번만 봐줘... 응?"
이렇게 얘기해줘야겠다...
조카의 든든한 신뢰를 받고 흐믓해하실 어머니...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끼며 행복해할 조카...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 두사람을 생각하며 돌아오는 길,
내 입가엔 행복이 아주 커다랗게 걸쳐있다 ...
-어퓨굿맨 회고록 일부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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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어퓨굿맨 조회수 : 911
작성일 : 2005-03-08 01:35:28
IP : 61.111.xxx.10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정말...
'05.3.8 9:46 AM (220.118.xxx.222)멋진 삼촌이시네요...
2. 마당
'05.3.8 10:03 AM (211.176.xxx.221)저런 삼촌이랑 가족이 많은 데서 자란 아이..참 좋겠어요.
우리 가족. 단촐하고 참 좋구.. 우리 애들도 행복해보이지만.. 가끔 명절때 대가족속에서 행복해 하는 애들을 보면 이런게 사람사는건데 싶기도 해요.
정말 멋있네요.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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