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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모, 어떤 자녀
처음익명 조회수 : 1,170
작성일 : 2005-03-06 23:57:15
가출이였다..
열 두살 때부터 우리 4남매는 엄마와 떨어져 고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11살 때 아버지는 독일의 광부로 돈을 벌러 떠나셨고
기어이는 엄마와도 헤어져 살게 되었었다.....
우리 4남매와 고모의 아이들 둘까지....
여하튼 집이 늘 시끌벅적했고..
고만 고만 아이들은 툭하면 싸우기가 일쑤였다...
그 중에 제일 맏이였던 나는 나의 잘못에도 매를 맞았고...
동생들의 잘못에도 같이 매를 맞아야 했다...ㅠ.ㅠ.
그날도 아마 고모와 고모부에게 매를 많이 맞았던 것 같다....
평소에도 별로 겁이 없던 나는...
2000원 정도를 훔쳐서 달아났었다....
엄마가 있는 서울로 가기 위해서...
그때 우리는 강원도 태백에서 살았는데...
서울로 갈려면 철암역에 가서 밤기차를 탔어야 했다....
밤 11시에 출발하면 청량리역에 아침 8시쯤 떨어지는 완행열차였었다......
두려운마음 도 있었지만 엄마에게 가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더 했던지라....
문제는 돈이 조금 부족했다..
차비가 200원 정도가 모자랐던것이다...
물론 돌아 올 차비 같은건 없었다...
난 울면서 꼭 엄마에게 가야한다고 떼를 부리고 서있었다...
뒤에 줄을 서 있던 다른 어른이 부족한 돈을 대신 주었다...
드디어 탈출하게 되었다...고모가 눈치채고 찾아 나서기 전에...빨리 떠나야 하는데....ㅜ.ㅜ
밤새 기차를 타고 아침에 청량리 역에 도착하니 아침 8시 정도 되었다...
엄마가 일하시는 곳에 전화를 했더니...
그날은 일요일이라 엄마가 군에 가있는 삼촌 면회를 갔다는 것이다...
난 너무나 막막했다...가지고 있는 돈을 50원 정도 밖에 없었다...
내 계획은 청량리역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전화하고...
그럼 엄마가 마중을 꼭 나올것이라고 믿었는데...ㅜ.ㅜ
전화를 한 번 걸었으니...40원 남았다...그래서 무작정 걷기로 했다...
엄마가 있는곳은 어린이 대공원 근처의 화양리라고 했었다...
그래서 청량리 역에서 부터 출발해서...어린이 대공원 갈려면 어떻게 가요..?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고...가면서 공중 전화가 보이면 엄마가 돌아왔는지 다시 전화하고...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분명히 꼴이 말이 아니였을 것이다...
밤새 기차를 타고 왔었고...아무것도 먹지 못하고..씻지도 못하고...
청량리 그 복잡한 곳의 먼지를 다 뒤집어 쓰면서
사람들이 가라는 길로 무작정 걸어서 갔었다.......
어린이 대공원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가 넘어서 였던것 같다...
마지막 남은 돈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직까지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다...
나는 지금 어린이 대공원 앞에 있는데...
엄마를 꼭 만나야 한다고 했더니...어디 어디로 오라 하신다...
화양리 시장있는 곳에 육교가 하나 있는데....거기 까지 오라했다...
또 부지런히 걸어갔다....엄마랑 함께 일하시는 분이 나와 주셨다..
에구~에구~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고...등을 쓰다듬으며...
손을 잡아 이끌어 집으로 데리고 가셨다...엄청 불쌍하게 보였을 것이다...
늦은 점심을 차려주시는데...난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허겁지겁...
맛있는 밥을...그렇게 싹~싹 긁어 먹은 적이 없다....
엄마가 돌아오기 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어찌나 곤하게 떨어져 잤는지 모른다...
누가 우는 소리가 나서 보니까....엄마가 나를 붙들고 울고 계셨다...
나도 울었다....그동안의 이야기를 엄마한테 다 일러 주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엄마의 동정을 얻어...가출한 것에 대한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지만....
그 다음날 결국 혼나고 말았다...난 더이상 고모와 살고 싶지 않다고 떼를 썼다...
그냥 서울에서 공장이나 다니겠다고 했다...
엄마는 어쨋든지 사람은 꼭 공부를 해야한다면서....
다시 가서 학교를 다니라고 했다...
동생들만 남겨 놓으면 불쌍하지 않냐 하면서...
니가 가서 더 고모말을 잘 듣고 동생들과 잘 지내라고 달래셨다...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참~행복한 날이 며칠동안 계속 되었다...
엄마는 바나나며(그때는 그게 제일 맛있는 과일이였고....고급스런 과일이였다)
맛있는 만두며...예쁜 옷이며...어린이 대공원 구경이며...
신나는 일(?)이 계속되었다...
내 기억에 엄마와 가장 달콤하고 좋았던 시간이였던것 같다...
동생들이 줄줄이 많으니...
난 늘 맏이가 그 모양이다....맏이가 어떻다...맏이면서 그런다...
이런말들로 난 어린시절을 보냈었다....
난 엄마를 찾은 것 같았고...맏이이기 때문에 손해봤던 것들을 보상받았다....
단 일주일이였지만....
청량리 역에서 엄마는 눈물로 나를 돌려 보냈고...
다시는 도망오지 않기로 약속했고...
방학이 되면 동생들과 함께 엄마를 보러 오라고 했다...
그 이후 가출은 다시 없었지만....난 이미 그때 알았다...
어디든지 가서 물어보면 된다....뭐 든지 물어 보고 하면 된다...뭐 이런^^
세상이 뭐 그렇게 무섭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어린 나이에 너무 겁이 없었나...?^~^
겁없고 천방지축이였던 나는... 고비 고비 마다 어려움도 슬픈일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이 지켜 주지 않았으면....어찌되었을까?....
휴~~이 험한 세상에서...
IP : 82.41.xxx.3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익명
'05.3.7 1:43 AM (219.249.xxx.47)지금은... 행복하신거죠?
그러면, 됐잖아요...2. 소박한 밥상
'05.3.7 6:03 AM (219.241.xxx.115)슬프네요...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어요...?
그 아픔....사시면서 다 보상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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