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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제대로 키우기

럭키 조회수 : 1,218
작성일 : 2005-03-04 00:49:04
글쓰기도 버릇되네요. 허리도 쑤시고, 밖은 아직도 눈이 쌓여있어 몸사리다 보니, 82에 자꾸 들어오게 되구요, 이게 중독 초기 증상인가요?

밑에 버스에서 아이에게 자리 양보하는 글을보니 크게 관련은 없지만 몇가지 겪은일을 말하고 싶어서요.

서양아이들은 어떤때는 좀 안됐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년겨울에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 다녀온적 있어요. 거기에 세계에서 젤 크다는 맥도널드에 가서 (너무 어수선하기만하고 별로...) 점심을 먹는데 앞자리의 식구는 보아하니 아이가 무려 다섯. 연년생으로 낳았는지 다 올망졸망. 그 중 한 2살정도 된 아이가 "엄마, 쉬 마려워요"하며 바지를 잡고 있더라구요. 근데 엄마 하는말 "화장실 다녀오랄때 안갔지? 그러니까 지금 안돼!"합니다. 아이는 금새 울듯한 얼굴로 뭐라 변명도없이 고개숙이고 버거만 먹더라구요. 엄마, 아빤 아랑곳하지 않고 웃어가면서 급할것도없이 식사하고 있고...다섯이나 키울라면 집안의 룰을 지켜야 하겠지만 제가 다 안쓰럽더라구요. 아이고, 저 애기가....

한국서 하던일의 연장으로 가끔 한국서 오신분들 모시고 이곳 중고등학교 방문을 합니다.
무척이나 자유로운 듯한 모습, 어마어마한 공원같은 운동장에서 시합하는 아이들, 롱다리들이 산뜻한 교복까지 입어노니 정말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들죠. 근데 젤 감명받는 부분은 예절.
먼저 문앞에 도착하는 아이는 반드시 그 문을 잡고 사람들이 다 지나갈때까지 잡고 있지요. (이부분이 한국서오신 방문객이 젤 감명받는 부분입니다)
만약 학교에 전화할 일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그 시간이 쉬는 시간이거나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이 받습니다.아이들이 학교운영의 일원인 셈이지요.
그건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죠. 돌아가면서 운영을 맡고, 담임 면담이 있는날은 아이들이 스케쥴표 보면서 선생님께 누구부모 오셨다,하며 보고하지요. 참 서로서로 편하게 잘 운영된단 느낌. 이럴때 보면 아이들이 아이처럼 안보이죠.

이민초기에 동네 친구랑 애들데리고 공원에 나갔었는데, 멀찌기서 애들끼리 장난치다 싸우더라구요. 그래서 제 친구가 말리다가 자기딸이 그래도 찡찡거리니까 너 일루와봐,하며 나무뒤에 가서 타이르려 걔를 잡아끌었고, 아이는 안간다고 울고...멀리서보면 좀 모양새가 거시기하긴 했죠.
그랬더니 어떤 손주 데리고 나온 할머니가 우리를 무섭게 쳐다보면서, 제 친구에게 하는말.
"너 이게 뭔줄 알아? 우리나라선 이걸 아동학대라고 한다. 널 용서하기 힘들다."그러면서 휙 가더라구요.
근데 한 5분후? 싸이렌 소리가 나더니 경찰차가 온거예요. 저흰 뭐, 설마,하면서도 서로 놀라서리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후다닥 줄행랑쳤죠. 나중에 알고보니 공원에 어떤남자가 술냄새가 난다고 다른사람이 신고한거였는데...

한국아이들의 행동도 현지애들과 있을때, 같은 한국아이들과 있을때가 아주 달라요. 현지 아이들과 생활하는 학교나 교회, 이런데선 우리 아이들도 더없이 예절바르고 규율을 제대로 지키고, 남을 더 배려하는게 눈에 보이는데, 어쩌다 한국 아이들끼리 모이게되는 자리면 갑자기 왕초가 생기고, 아이들이 소리지르고 뛰어다니고 과격해지는걸 보게되죠. 금새 누구하나가 울고불고, 엄마 쫓아가고...큰소리나는걸로 끝이나구요.

너무 규율에, 예절에 묶여, 타인에 대한 배려때문에 아이가 아이답게 떼도 못쓰고, 앙앙 울지도 못하는 여기애들도 불쌍하지만, 인간미가 넘쳐나다 못해 통제가 안되는 우리 아이들도 참...어떻게하면 멋진 성인으로 키울수 있을까? 늘 같은 고민을 하게됩니다.
IP : 70.27.xxx.18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3.4 2:14 AM (211.207.xxx.176)

    장단점이 있지요... 아이도 없으면서 저도 같은 고민 하는데... 우리나라 아이들이 아니 엄마들이 어렸을때 조금 엄하게 룰을 지키도록 교육시키고...철이 들면서는 오히려 간섭하지 않고 아이에게 자신을 책임지는 젊은이로 풀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10대 후반 20대의 자식들도 손아귀에 쥐고 흔들려는 부모님이 아이들을 성인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것 같기도 하구요....

    제가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동창들 모임에 친구들이 아이데리고 오면 (대부분) ... 그 친구는 자기 아이 먹이고, 떼쓰고 우는거 달래고 사방으로 내빼는 아이 붙잡아 오느라고 친구들과 대화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 보면 좀 그렇드라구요...뭐 얼굴만 봐도 좋기는 하지만...

    가까운 일본아이들만 해도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모임에 있으면 애들은 애들끼리 따로 상차려주고 아이들은 지네들끼리 우린 알아듣지 못할 대화 해가면서 시간 잘 보내던데...ㅎㅎ

    이건 어렸을때 제대로된 엄한 훈육을 받은 결과겠죠?

    아이 훈육할때 주의하실점(제 생각에)은 될 수 있으면 야단 많이 치지 말고 (기죽어요 ㅎㅎ)
    아이들도 반복해서 타이르면 잘 알아듣는답니다. 반복해서 좋은말로 자꾸 일깨워주세요

    그러나 서너살때까지는 가끔씩 드는 매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해요 (그때는 잘 못알아 들으니
    물리적으로 ㅎㅎ)
    그 이상 나이가 든 아이들은 가급적 때리지 마세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타이르시구요
    저도 잘 모르지만 그냥 한마디 해봤습니다.^^

    주위에서 예절바르나 기죽지 않고 밝고 명랑한 아이보면 제가 기분이 더 좋아져요...

  • 2. mulmul
    '05.3.4 9:34 AM (168.126.xxx.30)

    위에 두분 말씀 너무나 공감이가네요
    엄마가 되보니깐 정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참 어렵더라구요..
    너무 절제되고 예절바르게 키우려고 하다보면 너무 기가 죽지는 않을까 창의력이 떨어질까하는 걱정이들고
    조금 자유롭게 풀어놓고 하고싶은대로 뜻 다 받아줘가며 키우다보면 이기적이고 산만해지고 버릇없는
    아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하지만 어렸을때 어느정도 절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요
    ...님 말씀처럼 우리나라는 어렸을때 집에서는 너무 자유롭게 아이들을 통제하지않고
    키우다가 학교에 가면 규율과 양보 절제를 배우잖아요
    이러다 보니깐 아이들이 거기에 적응을 하지못하고 여러가지 문제가 되는것도 같구...
    어릴때는 절제하고 참을줄도 알고 양보할줄아는 것을 교육시키고
    아이가 커서는 좀더 자유롭고 거기에 맞는 책임을 질수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참 어려운 문제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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