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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 선생님을 추모하며..

메어리 포핀즈 조회수 : 902
작성일 : 2005-03-01 21:24:36
엊그제는 모대학병원 소아과장으로 계시던 이항 박사님의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저희 큰애가 태어난지 6개월이 지나면서 소아암이 발견되어서 몇년을 수술에 항암치료에 많은 고생을 했었거든요.. 그 당시는 저도 너무 어렸고 저희 가족 모두도 너무 당황스럽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같아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거의 눈물로 살았던것같아요..
그 와중에서도 이항 선생님은 늘 다정하신 외할아버지처럼 많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봐주셨어요.
평소 연극에도 많은 열정을 갖고 계셔서 어린이날 같은때는 직접 무대에 서서 온갖 재미있는 율동과 연기로 병마에 지친 아이와 엄마를 웃게  해주시곤 했는데..
그런데 며칠전 뉴스에서 이항 박사님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거예요..
자택에 불이나 고인이 되셨다는..
참..사람 사는게 왜 이런가 싶더군요..
죽음의  문턱에서  꺼져가던 많은 어린 생명들을 밝혀놓으시던 분께서 저렇게 허망하게 길을 떠나실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빈소에는 선생님께서 새 생명을 주셨던 많은 아이들이 이제는 청년이 되어 줄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살고자 했지만 미리 천국에간 어린 친구들의 부모들도 그 자리에 잊지않고 찿아와 주었습니다.
저희 아이와 같은 시기에 치료를 받다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의 엄마는 그런말을 하더라구요..
박사님 마지막으로 뵌게 자기 아이 영안실에서 였는데 이렇게 또 다시뵐줄은 몰랐다고..
여러가지로 너무 착잡하고 안타까운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할일이 많이 남으신 분인데 그렇게 가신것도 너무 기가 막히고 안타까운일이었고,
또 그렇게 힘든일을 겪고 우리 아이는 살아났는데 그동안 너무 감사한 걸 잊고 살았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었고..
아이를 잃고도 많은 부모들이 아직도 그곳을 잊지않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봉사와 지원을 오래도록 계속하고있는데..전 한편으로는 너무 아팠던 기억이라 다시 돌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나봅니다..
사실 그당시에는 아이만 살아난다면 공부고 뭐고 못해도 좋고 아무것도 안되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전 언제 그랬는지..마구마구 공부하라고 들볶는 잔소리꾼 엄마랍니다..
이항 선생님의 가시는 길을  뵈오며  그동안 잊었던 많은것들에 새삼 감사를 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예전엔 내가 겪었던 그 고통중에 있는 이웃들에게 다시금 나도 사랑과 관심을 보내리라 다짐도 해 봅니다.
아주 아주 값지고 멋지게 사시다 가신 선생님..
천국에서도 어린 천사들과함께 해맑은 웃음 지으실수 있기를 가슴 깊이 기도 드립니다.

IP : 221.138.xxx.15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주연엄마
    '05.3.1 9:35 PM (218.50.xxx.145)

    메어리 포핀스님... 맘이 참 따스하시고 겸손하신분 같아요. 그래요-산다는 건 뭘까요...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 혹은 어떤 절대자에게 희롱당하는 건 아닐까...
    가끔씩 인간의 삶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구...요즘 저도 좀 맘이 슬퍼요. 이유는 ? 저도 모르겠어요.

  • 2. @@
    '05.3.1 9:41 PM (211.212.xxx.113)

    모르는 분이지만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 3. 메어리 포핀즈
    '05.3.1 9:56 PM (221.138.xxx.152)

    주연엄마님..저도 요즘 자주 맘이 슬프답니다..ㅠㅠ
    이제 꽃피는 춘삼월인데..왜이렇게 자꾸 축축 늘어지는지...몸도 마음도..
    누가 엄마는 아플 시간도 없다는데...
    하는수없이 기운내서 아자아자!!하자구요..^^

  • 4. 민미
    '05.3.1 11:17 PM (221.146.xxx.187)

    저도 며칠 전 신문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어요.
    직접 뵌 적도 없는데...
    제 아이가 그 병원에 가는데요...그냥 외래진료시간표에서 성함을 본 기억만 있거든요.
    그런데도 마음이 아프더군요.,
    신문에 보니 좋은 일도 많이 하신 것 같던데...
    너무 허망하게 가신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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