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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우울한 아침

아침 조회수 : 1,839
작성일 : 2005-02-24 09:03:44
남편은 참 힘든 사람입니다...이제 결혼 3년차에 두 돌 지난 딸 하나. 한참 재밌어야할때인데...
회사랑 집 밖에 모르고 술,답배 좋아하지 않고 저랑 장 보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직장일 사소한 거 하나하나까지 제게 다 말하는...가정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아내도 아이도...자신이 좋을 때만 좋은거예요.이해해주고 넘어가다보니 점점 제게 상처주는 말도 아무렇지않게 일부러하고 의심많고 부정적이고....제가 말로 다독이고 또 기분 좋을때는 어떤 얘길해도 잘 들어요.그런데 그것도 점점 약발(?)이 떨어지네요.제

2주전에 사소한 말다툼 끝에 말 함부로 하지말라는 제게 "왜? 한대 때려줄까? 니가 여자냐? 나도 똑 같이한다...또 그러면 죽인다..."라고 전혀 다른 사람이 그 속에 들어간 것처럼 그런 표정과 말투로 제게 말하더군요. 너무 무서웠고 그때 전 충격을 받았던것 같아요. 같이 사는 사람에게 저런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전 평소에 싸움 잘 못하고 또 싫어해서 피하는 편...그래서 매사에 예민하고 잘 삐지는 남편을 다독이며 살았던게...버릇이 된걸까요.

그 후 며칠간 우울함...이란게 뭔지 알았어요. 힘들었지만 예쁜 딸 두돌 생일잔치 준비하며 맘 추스리고 마음으로는 남편을 용서했어요. 남편도 미안하다고는 말 안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케익을 사 가지고 와서...노력했구요. 그런데 그저께 남편이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어했어요.하지만 육체적으로까지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되있어서 다음에...하며 잘 말해서 거절했어요. 그런데 그게 남편을 다시 화나게 했나봐요.

어제는 들어와서는 평소 그렇게 예뻐하던 딸한테도 냉랭하게 대하고(애가 매달려도...저리가라,왜 이래...애 잘~가르쳤다...이러면서)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만들더군요. 딸아이도 눈치가 빨라 제가 "아빠는 지금 아파,엄마랑 놀자...":라고 몰래 얘기했더니 그 24개월짜리가 조르르 아빠한테가서 "아파? 호~~"하며 입김을 불어주는거예요. 그리고 온갖 애교를 부리고....쳐다보지도 않는 제 아빠에게...정말 눈물이 다 나오려하더군요.저한테야 상관 없지만 아이한테까지 그러는걸 보고 더 길어지면 안 되겠다싶어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을 안으며 화해하려고했어요.그런데 안된더군요. 그 사람...냉소적인 얼굴로 "뭐가 어때서...왜 이러는데...도대체...이게 편하쟎아..."이러며 제 흐르는 눈물도 비웃더군요.

신혼 초부터 거의 주기적으로 신경이 예민해지는 사람이라 그때는 "자기 생리해? 또 그때야?"하면서 서로 웃기도 했는데...주위에 친구도 별로 없고 매사에 비판적이고 대인관계에 적응을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일만 (실력은 있습니다)파고들고...자기만 일한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뺀질거리고 무능하고...결혼 후 그런 이유로 회사를 옮겼는데 새 회사에서도 마찬가지...그런데도 경험을 거울 삼아 자기반성을 안 합니다.자기는 왜 이리 일복만 많은지...피곤하다구...다른 사람들은 편하게 회사다니는데...

또 남을 믿지 못하는 성격이라...살림하는 제가 돈을 낭비한다 생각하며 "친정에 다 갔다주고...돈이 어디로 갔는지..."이러면서 사람을 넘 피곤하게 만들어서 제가 아예 통장관리하라고 줘버리기도했어요.지금 30만원 생활비 받아서 반찬하고 사소한 현금지출에 사용합니다.저는 그래도그것때문에 싸우는것보다는  남편 맘편한게 낫다싶어 그렇게했는데...후회됩니다.

저희 둘다 둘째를 원하는데...의심많고 신경예민하고 매사에 부정적인 남편때문에 괴로울때마다 과연 둘째를 낳아야할지...이런 고민을 하게되는 제 자신이 서글프네요. 이 사람과 결혼하고 나서부터 제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져본적이 한번도 없어요. 전 아이와 아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그런 남편을 원합니다.제가 애초부터 그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을...더 멀어지도록 잘못하고있는걸까요? 이런 남편을 어떻게 이끌어 가정을 꾸려나가야할지...친정,시댁,친구들에게도 아이 생각해서 말 하지않았는데 82 식구들에게 조언을 구해봅니다...
IP : 203.81.xxx.11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2.24 9:50 AM (218.51.xxx.42)

    남편이 편한 성격은 아니시군요..
    그래도 다독이며,여지껏 관계를 잘 이끌어 오셨네요..
    먼저 크게 숨 한번 들이쉬시고...
    통 큰 여자가 되겠다고 맘 먹으세요..
    그래도 사랑해서 결혼하신거잖아요..
    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보셔야지요...
    무조건 칭찬하세요..
    자기스스로가 신뢰와 믿음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남들에게 그런 시선을 보내지요.
    내가 남에게 사랑과 믿음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은 남을 함부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그러니 남들도 다 그런 줄 아는것이지요..
    그런 사람을 인간에 대한 믿음, 신뢰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인정과 지지, 사랑입니다.
    회사일을 나만 많이 한다 그러면 당신아니면 그 일을 그렇게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딨냐..
    당신이 열심히 일해 벌어다 줘서 나랑 애가 잘 지내고 있어서 너무 고맙다..등등
    그리고 마음을 릴렉스시켜 줄 수 있는 방법도 생각을 많이 하고 찾아 보세요..
    당장은 둘째를 갖기보다는 남편이 다른 사람보다 님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원글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면 남편분 스스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고, 내가 책임지고 부양해야 할 처자식이 있는 나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 이런 인식을 원글님이 최선을 다해서 심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런 정도에도 심리상담을 받곤 하는데, 남편분 성격상 그런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인터넷을 많이 검색해보시면 그래도 자료가 많이 있으니, 참고해 보십시오..
    많이 힘들겠지만,
    사랑만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주제넘는 의견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 ㅡ.ㅡ;;
    '05.2.24 9:53 AM (211.224.xxx.81)

    힘내세요. 힘내세요

  • 3. 화이팅~!
    '05.2.24 10:10 AM (202.30.xxx.132)

    맞아요.. 사랑과 용서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습니다. 전 경험했어요.. 남편이 저에게 죽자구 손으로 쳐서 깨진 벽걸이 거울 조각을 들고 설치기까지 했습니다.. 전 그날 하루종일 무릎꿇고 빌었습니다. 그사람이 그렇게 된것은 저도 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사람이 불신과 상황에 따라 급속도로 변한다는것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변한사람을 다잡을 수 있는사람도 저라는걸 깨달았습니다.. 저도 인간이라.. 사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저도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남편을 위해 그리구 우리 가정을 위해 바닥까지 떨어진 제남편을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다 잊을꺼예요.. 꼭 그렇게 할꺼예요.. 그래야만 우리모두가 다시 행복해지니까요.. 원글님.. 지금은 많이 힘드실꺼예요.. 제 남편도 꼭 이럴때 육체적인 관계를 요구합니다.. 전 정말 죽고 싶어요.. 그럴땐.. 그럴땐 잘 설득해서 넘어가시구요..남자들은 그럴때 심리적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것으로 자신이 부인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드는거 같아요..여기서 님이 남편을 자극하시구 냉전이 이어지면 골은 더 깊어지구 남편의 꼬인마음은 더 심해질거 같아요.. 보통 여자들은 순간 파르르하고 끝내지만 남자들이 오히려 뒤끝이 길고 오래 가더군요..지금당장 기분나쁘고 힘드셔도.. 앞을 내다보시구.. 힘내보세요.. 그리구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대해주세요.. 남편세워주시구요.. 그럼 남편도 천천히 느리게라도 꼭 변화되실꺼예요.. 사랑만이 이 고난을 이겨낼수 있습니다.
    님 우리 같이 화이팅해요~~!!

  • 4. 잘 생각하세요
    '05.2.24 11:03 AM (210.221.xxx.36)

    사랑과 용서가 다 해결하는 건 아닙디다.
    삼십년 가까이 살아도 천성이 그런 것은 고쳐지지 않던데요.
    그 사람이 나 없이 살아온 날에 다 만들어진 그 습관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기도하고요.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처음 가슴 아플때 정리하세요.
    과감하게 이것으로 내가 아프다 이러려면 정리하자 이러고 평생 살 수는 없다-고 전하시고 안 되면 큰 마음 가지세요.
    말 못하고 끙끙대며 사는 우리네 엄마들 많습니다.고쳐보려고 노력 안 해서 그리 사나요?
    하다하다 참는 거지요.
    세월이 너무 지나 어쩔수 없어서......
    하루라도 젊을때 잘 생각하세요

  • 5. 저도
    '05.2.24 11:06 AM (210.221.xxx.36)

    저도 참아보고 화이팅님 처럼 해 봤는데요.
    십년이 지나고보니 이제 아이들까지 희생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진즉 헤어나오지 못한 제가 죽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그 밝던 성격이 지금 표정조차 어두워 진걸 보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좋을때는 하염없지만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이 지옥이지요.
    364일 즐거워도 단 하루의 고통의 그 즐거움을 모두 지우고도 남습니다.
    저라면......
    저라면......

  • 6. 잠시 로그아웃
    '05.2.24 11:10 AM (203.247.xxx.251)

    저만 그렇게 사는지 알았어요. 저도 결혼한 지 10 년 너머인데, 여태 남편을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어요 (아마 대부분의 부부가 다 그럴거예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게 놀라운 참을성과 성숙함을 갖추고 계시니 원글님의 남편으로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그걸 비록 모르겠지만… 그런데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면 남편 역시 원글님이 이해하지 못한 이유로 마음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되실겁니다. 저도 정말 속상해서 싸움이나 충돌을 피하고 한 6 년 너머 살았지요. 그런데 이후 남편과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란 말이 있지요.
    남편은 실력 있고 꼼꼼하고 치밀, 빈틈없는 성격입니다. 단 너그럽지 않고 남의 마음 헤아릴 줄 모르는 게 흠이지요. 저 역시 어떤 종류의 장점과 단점을 섞어서 가지고 있구요. 그러나 이런 단점 투성이 우리 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서로를 보완한다는 걸 이젠 서로 잘 알지요. 부부도 사업 파트너와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지금까지 잘 해 오신 것 처럼 잘 다독이고 남편을 사랑으로 바꾸어 나가세요.
    제 경우 결혼 3 년쯤 되니 홧병이 무언지 알겠더라구요. 숨을 쉬면 '헉--'하고 가슴 위까지 차오르는 그 무엇. 전 시부모와 20 평 작은 주택에서 숨소리도 크게 못내고 아이 둘 (젖먹이까지) 데리고, 직장 생활하며 살았었어요 (2 년 전까지). 밤에는 모유 수유까지. 당시 남편과 힘든 상황에서 둘 째를 가지고 보니 정말 감당하기 힘들더군요. 임신 중에도 행복한 생각을 하기 힘들었고. 둘 째가 출산 후 보채거나 고집 피울 때면 둘 째 가졌을 때 행복하지 않아서 그런가... 생각하게 되더군요. 당시의 한 에피소드. 작은 일에도 잔소리를 못 듣는 남편에게는 아예 잔소리를 삼가는 편인데, 한 번은 옷걸이에 옷을 한 방향으로만 걸어 옷걸이가 넘어질 위기에 있더군요. 그래서 그 위험성을 매우 간단히 언질만 했는데 그 다음 순간 ‘쿵’ 문이 박살났지요. 화를 참지 못한 남편, 주먹으로 문을 부순 겁니다. 아이 둘 데리고 시부모 방으로 피신. 비참하고 또 비참했어요. 제 직업이 전문직이라 잘난 여자들 틈에서 다들 자기 주장하고 사는 걸 자랑으로, 게 중에는 자유로운 자신의 인생을 자랑인양 떠벌리는 이도 있고, 숨죽이며 사는 제가 부끄럽고, 왠지 여권 신장의 걸림돌 여성으로 지목이라도 될 것 같은 위기감까지…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남편이 조금씩 변해 왔다는 겁니다. 지금은 옛날 이야기 하면 ‘내가 언제…’ 하며 부끄러워하네요. 옛말 할 날이 오겠지요. 더 놀라운 것은 시부모님도 변하고 있다는 거지요. 참 어려운 이야기지요. ‘너무 맞서지도, 너무 참지도 마라’고 하면. 원글님의 글을 보면 지혜로우신 분인 것 같습니다. 중립을 잘 지켜 가시리라 생각되네요. 그리고 사랑으로 대하세요. 남편을.

  • 7. ..
    '05.2.24 1:07 PM (211.54.xxx.172)

    많이 힘들겠어요...
    예전에 힘든사람 사귀어 봤어요.매사 꼼꼼하고 빈틈없고 너그럽지 못하고 냉정하고
    그러면서 자기가 최곤줄 아는...정말 힘들더군요.
    잘해줄때는 아주 자상하고 상냥하고,그런데 두어달에 한번씩 헤어지자하고 험악하게 말하고(딴사람 같아요) 그리고 미안하다하고 또 잘해주고 또 반복...잘해줄때도 불안했어요..좀 있음 또 속뒤집을텐데
    하고 섭섭했던것(아주 사소한것까지) 몇년전것까지 끄집어내서 따지고(난 기억나지도 안는것도 있음)
    정말 힘들었어요... 결국 헤어졌답니다..그쪽에서 가라하더군요 오히려 잘됐지요..
    좋을대는 하염없이 좋지만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그시간이 지옥이라는 위분 표현이 너무 적절하네요.
    제가 그랬거든요...님 글 읽으니 옛생각이 나서 슬퍼지네요.
    저 지금 착하고 편안한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자기하고 맞는 성격 궁합이 있나봐요.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헤어지라할 수도 없고 참고 사시라고 할 수도 없고...
    안타깝기만 하네요....

  • 8. ........
    '05.2.24 2:36 PM (219.251.xxx.47)

    님 남편과 반대로 우리 남편은 저를 다독거려 준답니다.
    근데,, 남편이 너무 가장으로서 무능력해서 괴롭습니다...
    저는 정말 돌맞을지 몰겠지만,,,
    성격이 불같아도 가장으로서 능력이 있는 사람이랑 살고 싶어요.
    돈없이 살아가는 것도 지옥입니다.
    저라도 능력이 있음 좋겠는데 애들이 어려서 돈벌러 나가기도 힘들고,,,,
    괴롭습니다........

  • 9. **
    '05.2.24 7:21 PM (222.98.xxx.73)

    제가 생각할때 남편 되시는 분께 문제가 많은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그사람 기분에 따라서 하루에도 몇번씩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합니다.
    오죽하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 했지만 거부해서 못갔지요.
    제 경험상 그 성격 죽을때 까지 안변해요.
    그냥 참거나 아님 헤어지거나 그 도리밖엔 없더라구요.
    참 답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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