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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모르게 혼인신고를 하다니.. T.T

무명 조회수 : 4,299
작성일 : 2005-02-11 15:00:33

예전에, 오빠가 결혼하려던 사람이 둘 있었어요.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분은, 대학시절 내내 사귀다가, 고향에 데려와서 처음으로 얼굴을 봤었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반대하시던 부모님은, 끝내 서울에 쫒아 올라가, 오빠의 생활을 들쑤셔놓으면서
결국 헤어지게 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무난하고 좋아 보였는데, 부모님의 성에 차지 않았던가봐요.

그 아픔에, 서울에 있는 사촌들과 친하게 지내다가,
사촌언니 소개로 만난, 샌드위치 전문점을 경영하는 한 언니와 사귀었고,
그 언니와 사귀는 것도 어렵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친정 부모님이 그 집에 찾아가고,
그 언니의 부모님이 이혼하신것이 못 마땅해서 내내 간섭하시는것을 못 견뎌하더니 또 헤어졌지요.
제 친정부모님과 오빠, 싸우기도 많이 싸웠습니다마는, 결국 부모님이 이기셨더랬어요.

그 뒤로 몇년, 누군가 사귀는 것 같지만,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더니,,
어제 놀라운 사실을 알고야 말았습니다.
친정 어머니가 우연히 호적등본을 떼었는데, 거기에, 오빠가, 혼인신고가 되어 있던 겁니다.
저는 어제 알게 되었구요.

말하면 또 반대하고 괴롭힐것을 예상하고, 혼인신고부터 한 겁니다.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던 남동생도 전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혼인신고한 상대는, 친정이 있는 고향에서, 취학연령에 가까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혼녀라고 합니다..

아마 또 반대하실것이 자명했기에,
아예 혼인신고부터 하고, 천천히 결혼식을 생각할 모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년쯤 있다가 결혼식을 할 모양입니다.
서울사는 다른 형제는 일찍 올라왔는데, 오빠만 하루 더 묵어가겠다고 했었으니, 어제 무슨
상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오빠, 누가봐도 성실하고, 착실하고 번듯한데,
어린시절부터 부모님의 고압적인 태도때문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했고, 하고자 했던 결혼도 계속 어긋나면서
왠지 좀 불안해 보이곤 했습니다.  지나친 기대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보였구요.
그 모습이 참 안타까웠지만,
이미 형제들에게도 마음문을 닫아버린터라,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요.

이제 회사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뭔가를 계획할 모양인데,, 요즘같은 불경기에,
잘 될지..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부모님도 정신없으시고, 오빠도 걱정되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IP : 220.117.xxx.208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2.11 3:05 PM (210.115.xxx.169)

    아고 오빠가 안되었네요.
    오죽하면.

    성에 차지 않을 것이 뻔한 그런 며느리 맞게된 것은
    시부모님 자업자득일것이니 별 말씀하실 것도 없으시네요.
    그런 생각을 하셔야 할 텐데.

    맘 아프네요.

  • 2. 코스모스
    '05.2.11 3:08 PM (211.173.xxx.16)

    내품에 안겨있을때만 내자식이다.....
    말은 쉬운데......그게 참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 3. 마농
    '05.2.11 3:28 PM (61.84.xxx.24)

    첫사랑과 결혼하게 허락해주셨더라면..오빠가 마음에 상처도 입지않고..
    지난 시간 안정적으로 행복한 가정 꾸리고...잘 지낼 수가 있었을텐데...
    많이 안타깝네요.
    두번째 사랑도...큰 용기를 냈을텐데.....많이 안타깝고...
    세번째 사랑은...애초에 말꺼낼 시도도 하지않은게 어찌보면 당연하겠지요.
    부모님이 지금이라도 많은 것을 깨달으시구..
    오빠를 심하게 야단치거나 몰아세우지않구..오히려 따뜻하게
    품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혼인신고한 오빠 심정 잘 알 것같아요.

  • 4. 닭짓
    '05.2.11 3:32 PM (221.147.xxx.84)

    이거!!!! 비리야 비리!!!

  • 5. .
    '05.2.11 3:40 PM (211.192.xxx.233)

    정말 안타깝네요.
    첫사랑과의 결혼을 허락해주셨음 얼마나 좋았을까요.
    갈수록 태산이라더니...부모님께서 억장이 무너질것 같으시겠네요.
    그러나 어떻하겠어요. 동생분이라도 오빠를 이해해주시고 힘이 되어 주셨음 좋겠네요.
    오죽하면 오빠가 몰래 혼인신고했을까요..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부모님이 오빠인생 살아주는것 아니니까 부모님도 이번엔 잘 납득할 수 있도록
    따님이 중간에서 잘하시길 바래요.
    맘이 복잡하겠지만 실타래풀듯 차근차근 현명하게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 6. 연어
    '05.2.11 3:52 PM (59.186.xxx.158)

    오빠가 넘 불쌍해요.
    어찌 아들의 인생을 그리 흔들어놓으셔서 이런 사태를 만드셨데요.
    아들 잘되라는것도 어느정도여야지 두번이나 그러셨으니
    지레 겁먹고 혼인신고하신게 이해가 되네요.
    저도 넘 반대하셔서 혼인신고 먼저할생각 했었는데...
    그 마음 이해되요.

  • 7. 죄인
    '05.2.11 4:16 PM (218.51.xxx.163)

    저는...제 자신이 세번째 여자(애 딸린 이혼녀)의 입장이에요.
    남자는 총각이구요.
    서로 너무 아프고 힘든 시기에 만나서 세상에 너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의지해왔기 때문에
    아무리 놔주려해도 그는 절 못떠난대요.
    저 역시 수도없이 그를 놔주려고 맘 다져잡았지만 이제는 저도 그를 놔줄수가 없어요.
    처음부터 제 처지 알고 시작한 일이고 ..그가 시험(고시)에 합격만 하면 떠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공부는 접고 나이가 있으니 취직도 어렵고 해서 자기 일을 시작하려 해요.
    34살이란 나이까지 오로지 고시공부에만 매달려 산 그이는 얼굴은 누렇게 뜨고
    세상 돌아가는것도 모르고 그냥 하루 하루 빈 껍데기처럼 그렇게 살고 있을때 저를 만났어요.
    저 역시 남편의 배신에 심한 상처를 입고 제 안에 틀어박혀있을때였구요.
    우리 두 사람 이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처럼 서로를 부둥켜 안았더랬어요.
    지금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이제 그 사람도 공부에서 손 떼는걸 어렵게 결심하고
    창업을 시작했구요.(그 사람 집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좀 있어요.)
    저도 이제 그늘에서 벗어나 그 사람의 사랑을 먹으며 얼굴에 웃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하루에 담배 두갑씩 피워대고 소주 두병 이상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했던
    그 암울하고 슬펐던 시간에서 서서히 벗어나 그 사람의 사랑속에서 술도 담배도 모두 안녕하고서
    예전의 건실했던 저의 모습으로 거의 돌아가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우리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치유의 약"이 되었던거죠.

    애딸린 이혼녀와 총각의 사랑.
    이렇게 한가지 시선으로만 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애는 딸리고 이혼은 당했지만 그 총각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천사가 되고 세상에서 그 총각을
    제 목숨처럼 사랑해주는 이혼녀와 그런 그 이혼녀의 자식을 그 여자만큼 사랑해주는 총각과의 사랑.

    저는 항상 그 사람의 부모님께 세상에 다시 없는 죄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곧 말씀 드리고 정 안되면 혼인신고를 할 생각이거든요.
    물론..빌고 또 빌고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할겁니다.
    그래도 정 안된다시면..위의 원글님 오빠분처럼 혼인신고부터 할 생각이에요.

    저는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제 맘부터 다잡습니다.
    어떠한 멸시를 당하더라도 어떤 막말을 듣더라도 어떠한 구박과 무시를 당하더라도
    난 그 분들께 죄인이다 라구요.
    그리고..무슨 말을 듣고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그저 잘못했습니다 빌거라구요.
    그 후에 그분들의 어느 며느리보다도 더 그분들을 사랑하고
    제 맘과 정성을 다해서 그 분들께 진심으로 잘할거라구요.
    그래서 부모님들 이 세상에서 생을 다하시는 그 날까지 속죄하고 빚을 갚으려구요.
    제가 어찌하면 그분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이 죄를 다 갚을수 있을지 늘 생각해요....

    그가 말해줬어요.
    자기에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세상과 등지고 하루하루 시들어 가고 있을때
    제가 얼마나 큰 기쁨과 위안을 주었는지 모른다구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었을때 , 세상의 낙오자로 살고 있는 그 3년이란 시간동안
    네가 나를 떠나지 않았으니, 이제 세상밖으로 나와서 당당한 생활인으로 살게 되었으니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구요.

    ....

    원글님의 오빠분께서 선택하신 그 세번째분이...
    어쩌면 오빠분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8. veronica
    '05.2.11 4:22 PM (211.204.xxx.29)

    영화 "말아톤"을 만든 감독 인터뷰기사를 보니 첨에 이 영화를 어떤식으로 표현할지 아이디어가 막혔을때 세렝게티 초원에서 치타의 모습을 보고 실마리를 풀었다더군요.
    치타는 두살될때까지 덩치는 다 크지만 사냥을 못해서 어미가 데리고 다녀야 한답니다. 근데 어느날 새끼가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본 어미는 먼 발치서 지켜보고 뒤돌아서 떠난다더군요.
    감독말이 "얼마나 쿨 한 모정인지.........~~~~" 라고 썼는데 어쩐지 그 말속에 본인의 가족사도 약간은 느껴지기도 하고.........한국남자로 살기도 참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 9. 헤르미온느
    '05.2.11 4:35 PM (218.153.xxx.22)

    저도 오빠의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되어요.
    두분의 앞날이 평온해서, 부모님과의 관계도 차차 좋아지시길 빌어봅니다...

  • 10. .
    '05.2.11 4:52 PM (211.201.xxx.34)

    그래도 이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고 쉴곳을 찾은
    오빠분에게 박수를 보내드려야지요.
    오빠분이 않됐네요.
    자기 인생을 부모님한테 끌려다닌거잖아요.
    요즘 그런남자도 별로 없는데

  • 11. 커피와케익
    '05.2.11 4:54 PM (210.183.xxx.202)

    음..베로니카 님 말씀 멋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인생의 진리'도 전부 동물의 왕국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이라는...
    포유류 육식동물 치고 두살때까지 어미가 델고 다닌다는 건
    좀 발육이 느린 편인것 같은데..그래도 때가 되면 그리도 가차없이 뒤돌아 떠나는군요..
    말아톤이라는 영화마저 보고싶어지네요..

    원글님..오빠분 허수룩한 분은 절대 아닐 것 같아요..
    여러 사정이 있으시겠지만 원글님 한분이라도 꾸준히 연락하시고
    때때로 얼굴 보여주시면 어떨지..가족중에 한분이라도 그런 분이 있으면
    결국은 좋게 다시 화해하더라구요.....

  • 12. 원글이
    '05.2.11 5:08 PM (220.117.xxx.208)

    원글입니다.
    저는 오빠가 이해되는데, 남동생은 매우 불쾌한 모양이더라구요.. 본인도 지금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는데, 분명 반대하실거고,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하는 상황인데, 형마저 일을 터트리니 싫은가봐요. (동생의 여자친구, IT 업계에서 일하는 전도 유망한 처자입니다마는, 부모님의 눈에 차지 않을것이라는 생각.. )
    참고로, 글 올린 저도, 결혼하느라, 2년을 시달렸습니다. 지독히도 반대하셔서, 도저히 올라와 들볶으시는거 견디기 힘들어서, 오빠, 남동생과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나와서 독립해서 몇달 지내다가, 승락을 거의 포기하고, 남자친구(현 남편)와 둘이서, 집얻으러 다니고, 결혼식장 알아보고, 집 계약하고, 언제 결혼한다고 통보하고서야, 겨우 어거지로 승락을 받아내었지요. 결혼식장에 나타나신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오빠에게도, 그냥 독립해서 결혼 통보하고 결혼해버라는 (사악한) 조언을 여러번 했었건만, 두번째 만난 언니와 결국 헤어져버리더군요.. 오빠가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13. 봄&들꽃
    '05.2.11 6:34 PM (219.253.xxx.119)

    부모님께서는 상대불문하고 성에 안 차하시는 거네요.
    그 누가 와도 아쉬움이 남는 거...
    하지만 큰 오빠 경우도 결국은 부모님께서 지셨네요.
    혼인신고를 했으니 이미 법적인 부부인 것이구요,
    두 사람 사랑하는 마음 없앨 수 없는 것이구요.
    동생분은 오빠랑 새언니 두분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마음 잡으세요.
    넘 걱정 하지 마시구요.
    어차피 모든 출발에는 다소의 위험과 불확실성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 14. 동병상련
    '05.2.11 9:19 PM (210.106.xxx.178)

    부모님이 울시어머니 같으시군요.
    우리 시댁형제들은 모두들 반대에 시달리다 어렵사리 결혼 했습니다.
    물론 우리도요.
    자살소동에 병원신세까지 지면서 ...
    휴~
    그때 생각은 돌이키기도 싫습니다

  • 15. ...
    '05.2.11 10:47 PM (194.80.xxx.10)

    저는 원글님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요.
    82 죽순이라서 잘 알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분인데...
    남동생의 여자친구도 부모님의 눈에 차지 않을 거라니...
    옛날처럼 부모님이 골라주는 데로 결혼해야만 성이 차시려나요.
    저도 오빠되시는 분이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죄인님, 죄인님이 왜 죄인입니까?
    죄인님이 뭐 그리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자존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행동하세요.

    이혼할 만한 사정이 있으니 이혼을 한 것이고,
    딸린 애를 키우는 것은 너무 당연한 모성 아닙니까?

    이혼해서 애가 딸린 여자는 평생 혼자 살던지, 아니면 애 딸린 이혼남과 결혼해야만 하는 건가요?

    그거 다 님의 인연이고 님의 운명입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로 사세요.
    님이 잘못한 것도 없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도 없습니다.
    님을 선택한 데서 따르는 어려움은 님의 남자친구분이 더 적극적으로 감수하셔야 하는 겁니다.
    남자친구분의 부모님들 결국 님보다 먼저 돌아가십니다.

    부모들은, 자식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그 화살을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방향을 돌릴 수도 없다는 것을요.

  • 16. 솔직히
    '05.2.11 10:51 PM (194.80.xxx.10)

    저는 오빠분의 행동이 통쾌하게 느껴지네요.
    오빠분의 사랑의 승리라고 해야 할까요.
    부모님이 아마...생각이 좀 바뀌지 않을까요?
    아들 총각귀신으로 늙어죽는 꼴을 봐야 생각이 바뀌시려나요?
    아무튼 오빠분 하시려는 일 잘 되고, 그분과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17. **누나
    '05.2.12 5:08 AM (24.99.xxx.148)

    제 친척중에도 그런 케이스 있었어요. 아들이 워낙 잘나기도 했지만
    부모님들이 욕심이 너무 많아서 두번째 여친까지 다 헤어지게 만들고
    지금 만나는 아가씨는 처음 두번 여친들보다 더 안좋은 케이스.

    부모의 욕심이 자식들을 질식하게 만듭니다.
    그런것은 사랑이 아니지요.

    저도 부모님이 난리 치셔서
    마음에 상처가 엄청 많았던
    잘난 언니 잘난 오빠들때문에
    눈만 높아진 부모님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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