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마농님? 마~농~님! 이 책 좀 읽어보셔요.

삐삐 조회수 : 1,624
작성일 : 2005-01-10 20:26:43
울 딸이 저한테 스트레스를 무척 받나 봅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좀 애를 잡죠.

딸 아이는 자유분방하며 제 물건을 현관에서부터 사방에 줄줄 늘어놓고 삽니다.
머리끈, 핀, 가발(시장에서 3천원에 부분가발 삼), 일기장, 알림장(초딩 3년 됨) 등 등
어느 날은 가방도 안갖고 학교를 가지 않나...잠도 안 깬 제가 허둥지둥 담임선생님 앞에 선 걸 한번
그려보십시오. 을매나 창피하고 부끄럽던지...

속은 좋아 보이는데, 혼나고 난 날은 잠을 자면서 흐느끼거나 소리를 지르는 둥 힘들어합니다.
알고보면 얼마나 어리디 어립니까?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자식 나무라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게 더 상처가 되니까요.
혹이 지금 이 정도가 아동학대가 아닐까 하는 자책감에 여러 밤을 뒤척이지요.
혼내는 시간이야 고작 이십여 분이지만.

방학이 되서네요.
녀석이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빌려와 아주 진지하게 보는 겁니다.
저 또한 녀석이 어떤 책을 보는지 이제는 교감하고 싶다고 할까요. 슬쩍 읽다보니 세상에 가슴 한켠이
아려오지 뭐예요.

"마법의 설탕 두 조각"

유혜자씨가 옮긴 미카엘 엔더의 동화예요.
부모, 자식 노릇이 힘겨워질때 한 번 볼만 하네요.

그 책을 다 읽고 딸 아이한테 넌즈시 물어봤죠.
"너도, 그런 생각하니?"

딸아이,
"히히, 가~끔"

나도 좀 좋은 엄마가 되고 싶네요. 울 딸이 커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엄마가.
쉽지 않겠죠?

울 엄마들은 전후 세대라 살아 남는 것도 힘들었지만, 온전히 사랑받지 못해 그랬나 모르겠습니다.
어쩜 죽을 때까지 '보상심리' 때문에 어른이 되보지도 못하고 한만 남긴 채 이별할 지도 모르겠죠.
그저 덤덤히 흘러가기를......

P.S. 마농님,  마농의 샘처럼 뭔가 촉촉해서 위안이 되네요. 마농님 밑으로 리플 단 분들 사실은 참
여리고 이쁜 분들일 거예요. 거기다 솔직하기 까지.



IP : 220.123.xxx.16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퐁퐁솟는샘
    '05.1.10 9:54 PM (61.99.xxx.125)

    정서불안이나 애정결핍으로 자라난 사람은
    가슴에 안고 살아온 보따리를
    스스로 풀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을때
    자신보다 약한 누군가가 희생양으로 그 보따리를 떠안게 되는것 같아요

    어릴때 한이 맺히지 않도록 키워야 하는건데...
    아이들이 느끼는 어떤 부담감과 불만은
    커져가는 풍선과 같습니다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바람이
    풍선에 한없이 들어가다보면
    그 풍선의 제일 얇은 부분이 반드시 터지게 되어있습니다

    마농님의 글을 읽고
    가슴이 미어져오듯 아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까운 이름이 엄마인데
    그토록 상처를 받고도
    어머니를 이해하려는
    마농님의 넓은 마음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제가 남편과 함께 살때 받았던 상처때문에
    저역시 남편이 집에 들어오려던 것을
    못들어오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제 친핏줄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확고한 인생관을 가졌기에
    저 스스로 남편의 자리를
    필요로하지 않지만
    어린나이에 엄마에게 상처를 받았던 마농님은
    어떻게 그 아픔을 삭이면서 살아왔을지...
    마농님 힘내세요!!!!
    제가 응원해 드릴게요!!!!!!


    저도 마법의 설탕 두조각 읽어보았습니다
    제아들 역시 주인공과 똑 같은 생각을 할때가 있다고 해서
    그때 얼마나 웃었던지...^^
    미카엘 엔데의 작품은 재미있으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이런저런 생각을 깊이 해보게 합니다
    저도 이책 읽고서 이웃집 엄마들에게도
    읽으라고 빌려주었답니다
    저학년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읽어도 무방하고 재미있습니다

    전 마농님께 누리야누리야를 권하고 싶어요
    양귀자씨가 쓴 아동용 장편동화인데 어릴때 잃은 엄마를
    성인이 되어 우연히 만나게되기까지
    한 소녀가 겪은 실제 이야기랍니다
    제 아들과 제가 이책 읽고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내옆에 있든 없든
    엄마의 존재가 어떤자리를 차지하는지를
    한번더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누리야누리야가 가시고기나 아버지처럼
    아동용나 어른용으로 모두 나온 책인줄 알았는데
    아동용으로만 나오는 책이더라구요

  • 2. 마농
    '05.1.10 11:08 PM (61.84.xxx.24)

    삐삐님 마법의 설탕 두조각...포스트잇에 적어서
    모니터에 붙였습니다. 감정이 충만해서 그걸 전하고 싶은데
    단어들이 생각이 나질 않아요.
    고맙워하는 제 마음....알아주세요...
    저랑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제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퐁퐁솟는샘님 누리야누리야도 포스트잇에 적었습니다.
    부모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것은...스스로에게 정말
    큰 괴로움같아요. 저는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의 사람이구요.
    응원때문에 제 마음이 더 건강하고 씩씩해질 것같아요.^^.

  • 3. 삐삐
    '05.1.11 12:27 AM (220.123.xxx.164)

    사실 저도 아프답니다.
    오랜 세월 그리 아파하고 있습니다.
    다들 행복해 보여서 힘들었고,
    깨어 있기 보다 곤두서 있는 내 신경들이 안타까왔죠.
    요즘은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기억에서 삭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는데 무방하니까.
    곪았던 부분을 분노로 터트렸지만, 치유의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팔자'라는 말 그거 이해 되더군요.
    입에 잘 올리지 않는 말인데 그게 올려지더군요.
    우리 잘 살아보죠.
    마농님,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요.
    하나뿐인 내 인생을 어둡게 하기 싫으니까.

  • 4. 삐삐
    '05.1.11 12:31 AM (220.123.xxx.164)

    내일은 퐁퐁 솟는 샘님이 얘기하신 '누리야 누리야' 봐야 겠네요.
    헌데 '퐁퐁 솟는 샘'님과 '마농' 거의 언어만 틀리지 같은 뜻의 닉네임이지 않나요?
    마농이 그 마농이라면......

  • 5. 미네르바
    '05.1.11 8:00 AM (218.146.xxx.142)

    ^0^
    울 딸이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 있었다면 나는 사라지는건가?
    우리 딸도 나에 대한 불만이 무척 많을텐데,
    나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저를 사랑하는 것 알테지 하고 생각하면서...

    나도 지금 커서 엄마를 생각하니 너무나 많이 닮아있는데..

  • 6. 퐁퐁솟는샘
    '05.1.11 10:08 AM (61.99.xxx.125)

    삐삐님!
    지금 글구에 들어가서 "마농"을 검색해봤네요
    짧게 나와있어서 자세히는 잘 모르겠는데
    '마농의 샘'은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샘같아요

    제가 전에 잠깐 그림을 배우려다 말았는데
    그때 받은 호가
    여천(如泉)이었어요
    어감도 좋고 예쁘고 희망이 느껴지는
    우리말로 옮기려다보니
    퐁퐁솟는샘이 되었지요^^
    퐁퐁솟아오르는 샘처럼 항상
    마음을 맑히라는 뜻이 담겨있는
    닉넴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6927 아침에 잠에서 깰때 들으면 좋을 기분좋은 클래식이 뭐가 있을까요? 15 버럭엄마 2009/03/06 727
286926 옷.. made in korea 1 횡설수설.... 2009/03/06 441
286925 얼굴에 뿌리는 선블럭 좀 추천해 주세요... 1 기미녀ㅠ.ㅠ.. 2009/03/06 276
286924 다가오는 절망에 대비한 천민들의 행동요약본-나너너나 6 펌글 2009/03/06 769
286923 (경제 뉴스) 증시에 관한 것들... 5 verite.. 2009/03/06 390
286922 인터넷전화 가입하려고 합니다 8 문의. 2009/03/06 481
286921 아이를 유치원 셔틀 태워 등하원 시키시는 분들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8 유치원셔틀시.. 2009/03/06 816
286920 키 작은 아이 성장판검사는 어디서? 4 ? 2009/03/06 513
286919 아이를 치어놓고 왜 병원에 안데려갈까요,, 8 왜그럴까,,.. 2009/03/06 575
286918 김치요? 담을때요 절이기 힘드신분들 참고해 보세용용용~~~ 13 은혜강산다요.. 2009/03/06 1,223
286917 "레슬러"란 영화의 미키루크.... 9 .... 2009/03/06 644
286916 직장후배가 상사한테만 충성하고 저는 무시하는데 10 열받는다 2009/03/06 2,585
286915 저 일하게 됐어요~~ 4 일 년 계.. 2009/03/06 711
286914 (급) 남편 주민등록초본 제가 뗄수있나요? 3 급해요 2009/03/06 701
286913 어제 백분토론 보신 분들 계십니까? 2 Eco 2009/03/06 295
286912 초6되는 우리아들 3 있잖아요 2009/03/06 477
286911 오늘 가슴 수술 받는데 점점 떨리네요. 26 납작가슴 2009/03/06 1,623
286910 중국 여의사가 권하던 채소. 1 한계령 아래.. 2009/03/06 570
286909 혹시 쓰시는분좀 .. 봐주세요 클래식 점보.. 2009/03/06 148
286908 초등4 여쭤봅니다. 5 부끄러워요 2009/03/06 649
286907 아,, 너무 좋은 충고와 조언 감사드려요.. 일단..... 5 시댁관련원글.. 2009/03/06 541
286906 전여옥 의원 전치 8주 진단 21 세우실 2009/03/06 723
286905 그런데 손**아나운서가 그렇게 대단했나요? 19 .. 2009/03/06 5,936
286904 골라낼수있는 재주가있다면 좋겠어요ㅠㅠ 제로칼로리ㅠ.. 2009/03/06 143
286903 분당보다 강동구가 더 비싸네용,,, 8 궁금.. 2009/03/06 1,284
286902 부모님 생활비에 대하여.... 5 단상 그러.. 2009/03/06 845
286901 긴 생머리를 좋아하는 남편.... 21 아이고 2009/03/06 1,747
286900 영어 하고 있는데요 오디오나 어학기 추천 좀 해주세요(초등아이) 1 두아이 맘 2009/03/06 221
286899 처음 절임배추를 해보니 21 해남사는 농.. 2009/03/06 833
286898 (몰랐던 이야기) 국립오페라 합창단 해체밖에 없었나 3 verite.. 2009/03/06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