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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님? 마~농~님! 이 책 좀 읽어보셔요.

삐삐 조회수 : 1,612
작성일 : 2005-01-10 20:26:43
울 딸이 저한테 스트레스를 무척 받나 봅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좀 애를 잡죠.

딸 아이는 자유분방하며 제 물건을 현관에서부터 사방에 줄줄 늘어놓고 삽니다.
머리끈, 핀, 가발(시장에서 3천원에 부분가발 삼), 일기장, 알림장(초딩 3년 됨) 등 등
어느 날은 가방도 안갖고 학교를 가지 않나...잠도 안 깬 제가 허둥지둥 담임선생님 앞에 선 걸 한번
그려보십시오. 을매나 창피하고 부끄럽던지...

속은 좋아 보이는데, 혼나고 난 날은 잠을 자면서 흐느끼거나 소리를 지르는 둥 힘들어합니다.
알고보면 얼마나 어리디 어립니까?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자식 나무라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게 더 상처가 되니까요.
혹이 지금 이 정도가 아동학대가 아닐까 하는 자책감에 여러 밤을 뒤척이지요.
혼내는 시간이야 고작 이십여 분이지만.

방학이 되서네요.
녀석이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빌려와 아주 진지하게 보는 겁니다.
저 또한 녀석이 어떤 책을 보는지 이제는 교감하고 싶다고 할까요. 슬쩍 읽다보니 세상에 가슴 한켠이
아려오지 뭐예요.

"마법의 설탕 두 조각"

유혜자씨가 옮긴 미카엘 엔더의 동화예요.
부모, 자식 노릇이 힘겨워질때 한 번 볼만 하네요.

그 책을 다 읽고 딸 아이한테 넌즈시 물어봤죠.
"너도, 그런 생각하니?"

딸아이,
"히히, 가~끔"

나도 좀 좋은 엄마가 되고 싶네요. 울 딸이 커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엄마가.
쉽지 않겠죠?

울 엄마들은 전후 세대라 살아 남는 것도 힘들었지만, 온전히 사랑받지 못해 그랬나 모르겠습니다.
어쩜 죽을 때까지 '보상심리' 때문에 어른이 되보지도 못하고 한만 남긴 채 이별할 지도 모르겠죠.
그저 덤덤히 흘러가기를......

P.S. 마농님,  마농의 샘처럼 뭔가 촉촉해서 위안이 되네요. 마농님 밑으로 리플 단 분들 사실은 참
여리고 이쁜 분들일 거예요. 거기다 솔직하기 까지.



IP : 220.123.xxx.16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퐁퐁솟는샘
    '05.1.10 9:54 PM (61.99.xxx.125)

    정서불안이나 애정결핍으로 자라난 사람은
    가슴에 안고 살아온 보따리를
    스스로 풀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을때
    자신보다 약한 누군가가 희생양으로 그 보따리를 떠안게 되는것 같아요

    어릴때 한이 맺히지 않도록 키워야 하는건데...
    아이들이 느끼는 어떤 부담감과 불만은
    커져가는 풍선과 같습니다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바람이
    풍선에 한없이 들어가다보면
    그 풍선의 제일 얇은 부분이 반드시 터지게 되어있습니다

    마농님의 글을 읽고
    가슴이 미어져오듯 아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까운 이름이 엄마인데
    그토록 상처를 받고도
    어머니를 이해하려는
    마농님의 넓은 마음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제가 남편과 함께 살때 받았던 상처때문에
    저역시 남편이 집에 들어오려던 것을
    못들어오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제 친핏줄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확고한 인생관을 가졌기에
    저 스스로 남편의 자리를
    필요로하지 않지만
    어린나이에 엄마에게 상처를 받았던 마농님은
    어떻게 그 아픔을 삭이면서 살아왔을지...
    마농님 힘내세요!!!!
    제가 응원해 드릴게요!!!!!!


    저도 마법의 설탕 두조각 읽어보았습니다
    제아들 역시 주인공과 똑 같은 생각을 할때가 있다고 해서
    그때 얼마나 웃었던지...^^
    미카엘 엔데의 작품은 재미있으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이런저런 생각을 깊이 해보게 합니다
    저도 이책 읽고서 이웃집 엄마들에게도
    읽으라고 빌려주었답니다
    저학년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읽어도 무방하고 재미있습니다

    전 마농님께 누리야누리야를 권하고 싶어요
    양귀자씨가 쓴 아동용 장편동화인데 어릴때 잃은 엄마를
    성인이 되어 우연히 만나게되기까지
    한 소녀가 겪은 실제 이야기랍니다
    제 아들과 제가 이책 읽고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내옆에 있든 없든
    엄마의 존재가 어떤자리를 차지하는지를
    한번더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누리야누리야가 가시고기나 아버지처럼
    아동용나 어른용으로 모두 나온 책인줄 알았는데
    아동용으로만 나오는 책이더라구요

  • 2. 마농
    '05.1.10 11:08 PM (61.84.xxx.24)

    삐삐님 마법의 설탕 두조각...포스트잇에 적어서
    모니터에 붙였습니다. 감정이 충만해서 그걸 전하고 싶은데
    단어들이 생각이 나질 않아요.
    고맙워하는 제 마음....알아주세요...
    저랑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제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퐁퐁솟는샘님 누리야누리야도 포스트잇에 적었습니다.
    부모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것은...스스로에게 정말
    큰 괴로움같아요. 저는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의 사람이구요.
    응원때문에 제 마음이 더 건강하고 씩씩해질 것같아요.^^.

  • 3. 삐삐
    '05.1.11 12:27 AM (220.123.xxx.164)

    사실 저도 아프답니다.
    오랜 세월 그리 아파하고 있습니다.
    다들 행복해 보여서 힘들었고,
    깨어 있기 보다 곤두서 있는 내 신경들이 안타까왔죠.
    요즘은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기억에서 삭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는데 무방하니까.
    곪았던 부분을 분노로 터트렸지만, 치유의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팔자'라는 말 그거 이해 되더군요.
    입에 잘 올리지 않는 말인데 그게 올려지더군요.
    우리 잘 살아보죠.
    마농님,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요.
    하나뿐인 내 인생을 어둡게 하기 싫으니까.

  • 4. 삐삐
    '05.1.11 12:31 AM (220.123.xxx.164)

    내일은 퐁퐁 솟는 샘님이 얘기하신 '누리야 누리야' 봐야 겠네요.
    헌데 '퐁퐁 솟는 샘'님과 '마농' 거의 언어만 틀리지 같은 뜻의 닉네임이지 않나요?
    마농이 그 마농이라면......

  • 5. 미네르바
    '05.1.11 8:00 AM (218.146.xxx.142)

    ^0^
    울 딸이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 있었다면 나는 사라지는건가?
    우리 딸도 나에 대한 불만이 무척 많을텐데,
    나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저를 사랑하는 것 알테지 하고 생각하면서...

    나도 지금 커서 엄마를 생각하니 너무나 많이 닮아있는데..

  • 6. 퐁퐁솟는샘
    '05.1.11 10:08 AM (61.99.xxx.125)

    삐삐님!
    지금 글구에 들어가서 "마농"을 검색해봤네요
    짧게 나와있어서 자세히는 잘 모르겠는데
    '마농의 샘'은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샘같아요

    제가 전에 잠깐 그림을 배우려다 말았는데
    그때 받은 호가
    여천(如泉)이었어요
    어감도 좋고 예쁘고 희망이 느껴지는
    우리말로 옮기려다보니
    퐁퐁솟는샘이 되었지요^^
    퐁퐁솟아오르는 샘처럼 항상
    마음을 맑히라는 뜻이 담겨있는
    닉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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