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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밑의 까뮈님께................. (저에게도 위로를........)

제생각은 조회수 : 860
작성일 : 2005-01-10 15:33:23
제목에 이름이 거론되어 놀라셨죠?

글이 넘 길어져 따로 써야겠다 싶어서 새글로 씁니다..

까뮈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욕심이신 것이 아닌가 조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저도 사범대를 나와서, 외국인 회사 다니면서 혼자 미친듯이 살아내고 있습니다..
30대 초반인데, 얼마 전에 파혼했구요. 솔직히 지금 많이 힘들어요.
저는 결혼도 안했는데,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면 더더욱 제 이야기가 기분 나쁘실 수도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미리 죄송하다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로 마음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얻으신다면 좋겠고, 저도 답답한 마음이 있어, 그 두 마음에 이제부터 글을 씁니다.

저도 몇 없는 과 친구들이 전부다 교사가 되었어요.
다른 길을 (유학, 대학원 등) 몇 년씩 경험하다가 교사가 된 사람도 있고, 단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공부해서 임용고사에 붙어 교사가 된 아이들도 있지요.

제 생각에는, 사대 와서 교사가 안 되고 사기업에 취직을 한 저나 님 같은 사람이랑, 교사가 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랑은, 성향이 완전히 달라요. 성향이라기보다도 정서와 성격이 아예 다른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까뮈님께서는,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다르지 않던가요? 아니실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느꼈거든요.. 다르다는 걸.. 저는 과 애들에 대한 이질감에 치이면서 대학을 다녔거든요. 덕분에 친하다고 할 수 있는 과친구도 딱 한명..

저희 엄마도 교사셨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를 많이 닥달하셨습니다.. 임용 보라구요.. 그런데 전 아직, 고집이 세서 그런지, 하기가 싫네요. 사실 자신도 없구요.. 요즘 교사 인기가 너무 높아져서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님이 지금 바라는, 마누라 밥달라고 타박하는 남편은,

1)
절대로, 지금 님의 남편처럼,
"Honey What's up? You look a bit down today" 라고 와이프의 기분 상태에 신경 써주지 않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2)
전세 넓혀서 이사 못 가는것은 사실 시댁에 들어간 돈이 많기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잘못을 여자가 알뜰하지 못한 탓으로 돌릴지 모른다는 사실을..

3)
시부모 모셔야 한다고 강요받고,
너보다 우리 부모님을 택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들어야 하고,

4)
맞벌이를 강요받으며,
때론 숨이 막히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이지 않게 모든 것을 헌신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요즘 저런 남자가 어딨냐 하시겠지만, 은근 보수적인 사람들 많습니다....

저 위의 얘기들은, 다 제가 제 남친에게 표현만 다르게라도, 남친 혼자의 추측으로라도, 저한테 직접 한 얘기들예요..

그래도 사랑이라는 게 참.... ^^ 저 자신을 발전시키고, 결혼하고 싶었어요.
남친만 있으면, 힘이 퐁퐁 났거든요.

그런데 신혼부터 시부모 모실 자신만은 없어서 저는 독하게 끊어냈지만요.
아~ 헤어지는 거, 정말 더럽고 지저분하고 어려운 감정의 정리더군요...
비교적 깔끔하게 끊어냈지만요, 그래도요,
정말.... 이별은..... 어떤 이별이라도.... 조금씩은 지저분한 것 같아요....

아마 교사가 된 님의 친구들은 인생에 있어서 왜라는 질문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인 것 같은데요...
제 짧은 생각에 그런 사람들은 무언가 보수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거부감이나 갈등이 님만큼 크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인생이 평탄해 보일지도요.. 상황이라는 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교사가 된 님의 친구들은 보수적인 문화나 성격에 잘 적응 하는 사람들일 확률이 크다는 거에요..

다 아시는 얘길 거 같은데, 괜히 주절주절 썼네요.

요컨대, 님이 바라는 전세집에서 집평수 늘려가고, 남편 잔소리 들으며 드라마 보고, 그런 것들은...
실제 한국 남자와의 결혼생활의 한 행복한 단면만일 수 있다는 거죠.
그 이면에는 너무나 힘든 면들이 많을 거라는 거죠...
그러니 부러워하시거나, 난 토종한국인이네 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는 거죠...
저도 외국에 살아봤어요.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것만 새겨두시면 까뮈님께서 덜 힘드실 것 같아요.

이제부턴 제 얘기를 쓸께요..

너무 답답해서 쏟아붓고 싶어요.

얼마 전에 하도 갑갑해서 점을 봤는데, 저는 원래, 점 같은거 좀 코웃음 치는 사람였거든요..
호기심으로 점을 보러 가서 오히려 점쟁이를 분석하고 나오는..

근데.. 얼마전 친구랑 점을 보러 갔어요.
너무 답답해서.. 누구에게라도 뭔 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깨진 애인이랑 궁합을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점으로 맞추든, 인상과 경험으로 맞추든,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으윽....

저만 알고 있는 사실까지 다 끄집어내어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턱이 덜덜 떨릴 정도로..
그런데, 그 점쟁이가 그럽디다. 저보고, 그 사람이 제 인생의 최고의 사랑이래요.

휴~ 가슴 무너집디다.

참, 그 점쟁이는 연애만 잘 맞추는 것 같더이다.... 소문 듣고 설마 하며 갔지만,
연애 하나는, 점 보러 간 사람이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맞추더이다...
시기며, 남자 여자의 성향이며, 앞으로 닥쳐올 거라 생각했던 상황들까지 정확히 짚어내며..
그리고 제가 이미 애인에게 했던 얘기들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정확히 짚어내며, 애인한테 이렇게 얘기해보라고...

그리고 그 다음 애인의 행동까지 추측하는데 정말 맞아들어가고 있는 중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제 인생 최고의 사랑이더라도, 제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해주던데요,
아직은 저는 저 앞의 말이 너무 가슴에 남아서, 아니 이게 나에게 찍힌 불행의 낙인인가 싶습니다만.

으.... 암튼 무지 놀랐습니다. 저 다음 애인이랑 궁합 보러 갈 땐 꼭 여기 가려고 해요..

헤어진 사람만큼 사랑할 남자를 다신 만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은 저에게도 확실해요.
남들이 아무리 더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어쩌고 해도, 저자신이 제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자알 알거든요.

그래서, 나쁜 점만 생각하며 잊어가야겠죠.

행복이라는 게 일방적인 제 사랑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더군요.
마음은 지옥이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일면 행복한 그런거.... 그렇게라도 살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라도 그 사람과 살려고 했었는데...
난데없이 남자가 부모님과 같이 살아야 한다고 저에게 날벼락 한번 때리고...
제가 거부하니 저랑 결혼하기 싫다고 하더니만...
제가 떠나니 자존심 상해 날뛰며, 저보고 어이없다며 난리를 치고...
이제는 다른 여자랑 소개팅 한답니다.

아이고 참 나....

저 그 사람만큼 사랑하는 사람 만나기는 어려운 거 같지만, 아무래도 헤어지길 잘한 것 같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헌신하는 게 생각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결혼만 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결혼하기 싫다고 나오니 저도 어쩔 수가 없더이다...
헤어지는 수밖에요.

괜히 제 얘기까지 주저리 주저리 했네요.

아~~~~ 제 수다만 떨고 가네요. 너무 답답해서요.
님도 답답해하시지만, 그래도 저는 님이 부럽습니다.

올해는 저에게 제발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IP : 61.32.xxx.3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1.10 4:03 PM (211.110.xxx.35)

    저두 요즘 다혈질적이고 무심한 남친때문에 고민을 학고 있어요...
    사랑하는 마음은 있는데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고...
    맘상할 곳이 눈에 곳곳이 보여요...
    장남에 홀어머니 책임져야 하는 사람인데
    사랑하는 맘 만으로 이런걸 인정하고 결혼해야 하는걸까요??
    아님 님처럼 사랑하지만 독하게 맘먹고 나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정말 인생은 쉬운일이 아니군요...
    또한 결혼도 쉬운일이 아니네요...
    그래서 요즘 우울해요...

  • 2. 제생각은
    '05.1.10 4:19 PM (61.32.xxx.33)

    쩜 네개님...
    제가 예~전에 하던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남친을 지켜보세요. 남친에게 더 실망을 하세요.
    그럼 헤어지는게 생각보단 어렵지 않답니다.

    그리고, 저는 더 나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헤어진 것이 아닙니다...
    시부모님 모시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을 감당하려 덤볐지만, 저를 거부하는 남친 때문에 마음을 접은 거죠...

    남친에게 정이 더 떨어져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이별의 선언을 하세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했어요. 잘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이 그것밖에 없더군요. ^^;;

  • 3. 지나가마
    '05.1.10 6:04 PM (221.151.xxx.77)

    조건중의 으뜸은 시부모 모시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나라에선요...

  • 4. 까뮈
    '05.1.10 6:24 PM (211.208.xxx.30)

    이런 어쩌면 좋아요..쓴 글이 다 날아갔어요. 흑흑...

    다시 짧게 써야겠네요. 제가 기회가 되면 다시 길게 쓸께요.
    제 말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는 분이 있다면 언제라두.

    얼마전에 Ophra쇼에서 본 건데요..**앤 더 시티 (**가 부적합 단어라서 등록시키다
    글이 날아갔어요 흑흑) 의 유일한 남자 작가가 지은
    'He's not that into you'.

    그저 남자가 사귈만큼 자신을 좋아하는게 아니라는
    슬프지만 명백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 분석
    하고 전화기다리고 맘 아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요점인데 결혼한 제가 봐도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 이었죠.

    물론 미국과 한국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게 다 똑같진 않겠지만요
    그 중 하나 제가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들은 말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주지 않는 남자와는 결혼할 가치가 없다는 거죠.
    왜 그런 남자에게 당신의 미를 낭비하는가. 그런 말을 덧붙이면서요.

    원글님..따뜻하고 님을 사랑해 주는 그런 분을 만나세요.
    그리고 행복하시길...

  • 5. 까뮈
    '05.1.10 6:26 PM (211.208.xxx.30)

    ((참고로)) 저 책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니 번역판이 나와 있네요.

    도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렉 버렌트, 리즈 투칠로 공저/공경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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