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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
나는 사대를 나왔다.
교사가 되고 싶은 맘으로 간 건 아니었지만
사대에 들어간 사람처럼 교사가 되어야 하는 정석을 가지고 살았다.
대학 친구들의 대부분은 다 교사가 되었고 어른들 말씀 그른거 하나 없게
다들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
시집도 잘 갔고 (속세적 기준으로), 참 편안하게 살고 있다.
다들 고민이야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삶에 있어서 왜? 라는 질문 별로 없이
그렇게 잘 산다.
나는 너무나 다른 길을 갔다.
학교를 마치고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몇 년 안가 때려치고 유학을 갔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 다 가지고 치열하게 외국서 살면서 그것이 쿨하다고 믿었다.
나같은 사람이 사회에서 맞춰 놓은 길을 간다는 건 참 웃기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나 같은 사람이 교사같은거 되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무지 오만했었다.
그리고 공부를 하고 또 직장을 다니면서 현재의 외국인 남편을 만났다.
난 그 때 한국 남자 싸잡아 다 싫었었고
겪어보지도 못한 시댁이며 싸이트에서 읽은 여자의 순결 운운하는
그런 남자들에 신물이 나서 유학을 가는 순간 부터
난 한국 남자랑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내가 너무나 그리던 나의 이상형인
사랑하는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밋밋한 윤곽이 아닌 울룩불룩한 잘 생긴 얼굴.
끊이지 않는 애정표현.
그리고 이 곳이나 다른 사이트를 보면서 시댁에 교육에 시달리는
한국 여자들을 보면서
그래 내 선택은 옳았던 것이야 하며
또 잘난척을 했었지.
그런데..뭐랄까..
몇 년 이 지난 지금..
난 왜 이렇게 허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너무나 치열하게 살고 있거든..
나는 아직도 너무나 투쟁하며 살고 있거든..
내 친구들이 느끼는 그런 마음의 안정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멀거든..
난 너무나 한국적인 사람이라는 거다.
별로 세계화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난 스테이크보다 밥에 된장찌게에 총각무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거다.
내가 DIY해 가며 집 고치며 렌트내고 사는 것보다
전세라도 결혼 할 때 딱 제대로 된 아파트가 있는게 더 좋고
돈 조금씩 저축해 나가면서 평수
넓혀가며 괜찮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무슨 그릇이 이쁘다면 동네 아줌마들하고 같이 만나서
그거 같이 사고 요리도 해 보고 싶고
요즘 한국서 유행하는 드라마 보면서 울기도 하고
'어이구 마누라 거기에 푹 빠졌네 밥좀 줘!'
라고 타박하는 전형적 한국 남편의 한 소리도 듣고 싶고
사랑하니까 그 사람 닮은 이쁜 자식 낳아서 가르고 싶지 그런게 아니라
치열함 속에서 나의 커리어를 위해 또 아이의 이국적 모습과 정체성이 두려워
낳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나는 그렇게 산다.
그렇게 어릴 때 너무나도 싫어했던 사회적 틀에
미친듯이 저항한 후 돌아보는 내 모습은
뭐 부모님 말 잘 듣고 차분히 졸업해서 교사간 내 친구들보다
못났으면 못났지 결코 더 잘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달 한국에 혼자 잠깐 다녀 왔을 때
엄마는 그런다.
"너도 피부 좀 가꿔. 꺼칠하게 그게 뭐니" - '나도 많이 가꾸는 건데...'
"옷 들이 이게 뭐니, 좀 사입고 그래라" - '이거 여기 온다고 다 산거야..'
"그러게 너도 졸업하고 딱 교사가 되서 곁에 있음 얼마나 좋아? 무슨 걱정이 있겠어 그럼? - '.....'
"외국 사람들은 별로 살림에 관심 없지? 물건 사는 것도 다 후줄근 하고?" "걔들은 무슨 저축 이런 개념 없지? 결혼 할 때 보니 카드빚만 있지 뭐 목표 가지고 모으는 건 하나도 없더라? - '.....'
나 당분간은 한국 가고 싶지 않다.
엄마가 그러는 것도 듣기 싫고 그렇다고 엄마한테 대들면서 싸우는 것도 웃기니까.
오늘은 그냥 속이 상했다.
속이 무지 상했다.
신랑이 묻는다 Honey What's up? You look a bit down today?
나는 대답한다 No, I am fine..I am fine.
쓰고 보니까 별 내용도 없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 위로
'05.1.10 2:48 PM (211.239.xxx.180)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후회하지 마세요.
누구나 자신의 지금 모습에 대해서 후회합니다.
저도 만약 그때 이 선택이 아닌 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순간엔 최선의 선택을 했을 거라는 믿음에 후회 안 하고 살려고 한답니다.
마음은 다스리는 대로 움직이는 거 같아요.
대신 님은 치명적인 결함이 없는 배우자와 무난하게 살고 계시잖아요.
주변을 돌아 보면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배우자와 살면서 마음 고생 몸 고생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세요.2. 돼지용
'05.1.10 2:50 PM (211.119.xxx.23)그냥 토닥여드리고 싶네요.
뭐 여기 삶인들 글챦겠어요.
글구 인간인 이상 어떻게 늘 만족속에 살겠어요.
그런 생각드는 날은 그렇게 두시고
또 애들 교육땜에 죽네사네 하는 친구들 보면 좀 위안도 삼으시고
그렇게 물흐르듯 내버려두세요.
분명 님도 행복하시쟎아요. 낼 되면 더 즐건 시간들이 있겠죠.
제 리플도 읽어주셔서 고마워요.3. 이프
'05.1.10 3:04 PM (220.127.xxx.70)남의 뜰의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이는거 아닐까요?
좋은 남편 만난거 같구먼.
평탄한 삶도 좋겠지만 지루한 면도 있고
치열한 삶은 고단은해도 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거 같은데....
사는거 다 비슷해요.
시댁땜에 괴로워 하는 글들 아래에 많지요?
적어도 글쓰신 분은 그런 고통은 없잖아요?
여기 글들 읽으면 저도 제 딸을 결혼 안시키거나 외국에서 외국인과 살게 하고 싶을때가 많답니다.
제가 삶이 무료 하게 생각 될때마다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료 하다고 느끼는 이 순간이 네가 참 행복한 순간이라고.
만약 큰 고민이 있다면 그것 해결 하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치고 괴로워 할거냐고.
지금 네 삶을 고마워 하라'고 저를 다독입니다.
글 쓰신 분도 지금 큰 고민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거 같아요.
자신의 선택을 믿으세요^^4. 가을&들꽃
'05.1.10 3:09 PM (218.53.xxx.17)외국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선배님 부부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여기서 산 햇수보다 외국 생활이 더 긴 분들인데도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무엇보다도 모국에서 형성된 감정의 틀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어머님 말씀 듣기 싫다 하시지 마시고...
기회되면 한국에 자주 오세요. ^ ^
여기 82쿡 좋으신 분들 온라인 친구로 사귀었다가 나중에 만나도 좋을 꺼 같아요.5. 미스마플
'05.1.10 3:28 PM (66.167.xxx.28)까뮈님...
저 지금 잠자리에 들려고 마지막으로 82쿡 들어왔다가 님의 글 읽고 좀 멍... 해서.. 답글 남기려고 앉았습니다.
님의 글 반절정도 읽으면서... 제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꼭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많이 비슷한... 내게 적용시켜도 말이 되는 상황.... 저도 한국에서 대학 나오고, 직장생활해서 돈 좀 모아 미국으로 유학와서 미국인 남편 만나 살고 있답니다..
근데, 지금 현재 님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네요...
조그만 집에서 여자아이 둘 키우면서 남편이랑 맨날 지지고 볶는 삶... 제 삶입니다.
저의 생활을 잘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한국에서보다 더 한국인처럼 산다.. 라고 말합니다. 올해로 결혼한지 6년이 되는 제 남편의 입맛도 한국인보다 더 구수하고(청국장에 밥 말아 먹고 좋아하고, 김치냄새에 배고파 하니까요), 전 첫아이 낳으면서 치열하게 자기발전을 계속해야 하고, 밤샘하면서 내 코드 테스트해봐야 하고 같은 사무실 직장선배 늦게까지 일하면 나도 좀 남아서 일좀 해야 하나 스트레스 받아야 하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같이 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이쁜 아이 둘... 착한 남편이랑 사는게 행복하다고 믿고 있어요..
가끔은 한국에 두고 온 것들이 그립기도 하고 또 한국에서만 누릴수 있는것들에 대한 욕심도 나고 하지만... 저는 현재에 만족합니다.. 한국의 내 가족, 내 친구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내가 가진게 있으니까요.
전 한국이 그리우면 전화하고, 인터넷으로 연락하고, 한국가게에서 드라마 빌려다 보고, ... 그래요. 사실 가끔씩 뼛속에서부터 사무치듯 한국이 그립고, 식구들 그리워서 울고 싶은 날도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 갔을땐 제 가정이 있는 미국의 집이 너무도 그립더라구요. 저희집은 한국집처럼 신발 안 신고, 의자도 많지 않고, 가구도 많지 않고.. 그냥 한국의 30대 주부가 아이 둘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부엌에서도 음식짠내 많이 나고요.
님이 원하시는 삶을 사시려면 님에게 편한 생활을 찾아서 집에 들여놓으세요. 식생활, 의생활, ....주거문화도요. ..
Home is where the heart is.....
님이 맘먹기 나름입니다.6. 저랑은
'05.1.10 3:55 PM (61.85.xxx.152)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왠지 그 느낌만은 알것 같아요.
그렇담 저도 살면서 갈등하고 있는 거겠죠?7. 까뮈
'05.1.10 9:03 PM (211.208.xxx.30)다들 감사합니다.
위로님의 가진 것을 고맙게 여기라는 말씀.
돼지용님의 잔잔한 말씀.
이프님의 선택을 믿으라는 말씀.
가을&들꽃님의 따뜻한 격려의 말씀.
미스마플님..멀리 사시니까 그 얘기가 더욱 와 닿네요.
저한테 편한 생활을 찾아서 집에 들여놓으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만..이 곳은
한국 걸 접하기가 너무나 힘이 든 동네랍니다. 한국 음식 먹으려면 국제선 비행기 타야할듯..
그래서 더욱 그리움이 커지나봐요..
참 여담으로요, 저희 엄마는 식성이 벌써 한국식으로 바뀐 남편때문에 은근히 걱정이래요.
한국 음식은 가지수가 많아서 여자가 차리려면 힘들다구요. 하하. 그래도 꿋꿋이 배추된장국 곧잘
끓여 먹는 신랑이죠.
미스마플님은 아이를 낳기 전과 낳고 후에 정신적으로 어떤 변화가 왔는지..기회가 되신다면
한번쯤 얘기 듣고 싶네요.
충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다 제가 부족한 탓인것 같아요.8. 교사
'05.1.11 12:32 AM (194.80.xxx.10)까뮈님 위에 분들이 좋은 말씀 벌써 다 주셨네요.
교사가 되었다고 해서 무난하고 평탄하게 살면서 왜? 라는 질문을 가지지 않는 건 아니랍니다.
저는 교사가 되어 우리나라 교육상황에 절망했고, 왜? 라는 질문을 끊이지 않고 가지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전교조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많은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중에 교사가 태반인데, 40대 초반에 독신이면서, 외로워 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가 혼자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거든요. 교사중에도...자기 삶이 순탄하지 하다고 고민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이상형인 현재의 남편을 만난 것만으로도 님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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