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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미네르바 조회수 : 887
작성일 : 2005-01-07 14:12:47

손자들에게 친절하고, 자상하시고, 이야기도 잘 해주시는 옛날 이야기속의 할아버지는
다 남의 할아버지였다.

내 기억속의 할아버지는 천둥, 번개, 폭우같은 성격을 지닌 분이셨다.
천둥치고 번개 번쩍거리고 나면 비가 한바탕 퍼붓는 상황의 ...
우리는 벼락이 번쩍하면 모두 몸을 납작 엎드려서 어쨌든 그 벼락을 피하고 보자하는 상황이었고...
마음에 안드는 상황이 생기면 A에게 퍼붓고 B를 마나면 다시 처음같은 상황의 계속 C를 만나도 D도  E도  누구든 할아버지를 만나면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천둥, 번개 계속됨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 심기가 불편하다 싶으면 사사삭 피해다니곤 했다.
울 할아버지는 누구든 눈 마주치는 사람에게도 그 여파가 고스란히 덮어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의 할아버지를 참 많이도 부러워했다.
어째서 우리 할아버지는 저리도 가족에게 힘들게 할까?싶어 어린 마음에 한동안 미워도 했지만 ...
할아버지의 힘은 할아버지께서 이루어놓은 재산이었고 툭하면
“이것 다 내거다” 내지는
“자식들  마음에 안들면 장학재단 만들어 다 주고 갈거다“라고 가족을 협박하시던 할아버지

가끔 나는  할아버지의 상황을 이해하기도 하고 비위도 맞춰드리기도 하곤 했다
가족이란 완전히 미워하고만 살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없고 ...  ㅠ.ㅠ

할아버지께서도 나름대로 장점도 많으신 분이셨기에 근검절약이 봄에 배이신 분이시고 부지런하시고 또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이 많기에 자식들도 그만큼 이루기를 바라셨지만 그만큼 마음에 차는 자식이 없었기에 할아버지는 항상 불만이 많으셨다.

아버지는 기가 센 부모 밑에서 자란 마음이 맑은 분이셨지만 융통성이 없으셨다.
명문고, 명문대 학벌은 좋은 직장은 보장해 주어도 승진은 보장해 주지 않았다.
상사에게 적당한 아첨도 못하는 자존심이 센 아버지는 외직으로만 도셨기에
할아버지의 불만은 우리에게 더욱 날아오기도 했다.
“너거 아버지는 ~~~~~~...
엥이!“
미워하기도 하고 조금 좋아하기도 했던 나의 할아버지.
우리 형제 중에 나랑 남동생을 제일 좋아하셔서  그 많은 손주들 중에 아무도 업어주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업어주셨다고 할머니께서 이야기 하시지만 나는 기억이 전혀 없다.

그래도 가끔은 우리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나는 내가 우리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IP : 218.146.xxx.14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뜨~
    '05.1.7 2:36 PM (203.251.xxx.252)

    저두 할아버지 보고싶어요
    울할아버지는 저 정말 이뻐하셧는데...

  • 2. 짱여사
    '05.1.7 4:15 PM (211.199.xxx.101)

    저도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갑자기 보고 싶어 지네요.
    말씀은 없으셨지만...참 따뜻한 분이셨는데..^^

  • 3. 정겨운 밥상
    '05.1.8 5:38 PM (222.152.xxx.208)

    입던 빤쓰까지도 자식이라면..벗어 주시던 우리외할머니가.,,,오늘은 무지하게..뵙고 싶은데..이제는 만날수 없는 세상으로 가셨으니 가슴이 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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