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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따뜻한 말을.
저한테는 어릴 때 부터 근처에 살고 모든걸 같이 하며 자라나서 친형제 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는 언니가 있어요. 저보다 한 살 많지만 정말 편한 친구처럼 눈빛만 봐도 모는게 통하는 그런 언니거든요.
이 언니가요 이 년전 외국인하고 결혼해서 유럽에 살고 있어요. 겉모습만 외국인이지 그 형부는 외국 사람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가운데도 정말 잘 생기고 너무나 자상해요. 정말 언니 밖에 몰라요. 한국 음식도 너무나 잘 먹고 제 남편한테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사랑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스킨쉽이며 언니 친구들 한테도 잘 해 주시구요, 약간 아니 많이(히히) 질투가 났지만 언니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서 너무 행복했답니다. 다만 주위 한국 사람도 없고 적막한 곳이라 하여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언제나 밝고 씩씩한 언니였고 다정다감한 형부가 옆에 있는데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었죠.
언니는 예상했던대로 씩씩하게 그 나라 문화에 적응되며 잘 사는 것 같았어요. 그 나라 언어도 빨리 습득하고 똑똑했던 언니였기에 외국 가서도 현지인과 동일한 대우 받으며 직장도 다니구요.
그런 언니가..요즘 참 우울해 보였어요. 실제로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채팅이나 전화에서 나오는 언니는 예전의 그런 행복한 모습이 아니더라구요. 괜히 이것저것 물어 보기 보다는 그냥 언니가 말을 먼저 꺼낼때까지 기다렸는데 어느 날 언니가 oo야 나 행복하지 않아...하면서 끝내 전화기에 대고 엉엉 울더이다. 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옆에 있는 남편까지 듣게 되었네요. xx씨 아냐? 왜 그런거야?
짧은 전화 통화에서 제가 느낀 건 언니의..외로움이었습니다. 밝게 씩씩하게 살아가는 언니였지만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언니였지만 언니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나봅니다. 난 언니가 결혼할 때 시댁 갈등도 없고 외국이니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렇게 좋은 것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걸 누리는 대신 내가 가진 소소한 일들 (맨날 지지고 볶고 하는거죠 뭐) 그런게 무척이나 그립다고 합니다. 나랑 뻔질나게 다녔던 시장도 백화점도, 좌판 앞에서 앉아서 나눠 먹던 떡볶이도, 서울서 다녔던 회사 그리고 가끔 하던 회식도 너무나 그립다 합니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그런 집에 살면서 내가 느낄만한 동경 대신 지독한 우울을 느끼고 나같으면 너무나 감사하며 다녀올 해외여행도 그 곳의 지루함을 못 이겨 돌아다닌다는 언니..언니한테 아이를 낳는 것을 어떨까 했지만 언니는 그럴 자신이 없다고 하네요.
언니가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나 이혼하고 한국 가 버릴까? 언니야 미쳤어! 그런 형부를 두고 안돼 그건 아니야 그럼 안돼.. 그래 그럼 안되겠지? 나 그럼 정말 나쁜 사람 되겠지? 나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해. 근데 여기 있으면 빠삐용이 된 기분이야. 어떨 때는 막 숨이 막히기도 해...
제가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겠습니까. 언니 기분 풀고 커피 한 잔 마셔. 정 그럼 한국에 놀러와 나랑 한 두달 있다가 가 응? 이렇게 말은 했지만 언니가 잠시 기분 나빠서 그런게 아니라는거 너무나 잘 압니다. 뭔가 도움 되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맘이 너무 아픕니다..
사실 저는 외국을 별로 나가보질 못해서 언니가 말하는 그런 평온한 (재미없는) 생활이 잘 상상이 안되거든요. 다만 아무리 그 나라 말을 잘 해도 외모에서나 문화에서나 가끔 이방인임일 느낄 거라는 건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제가 그런 멋진 형부 같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 우리 신랑 버려도...쿨럭...(호호호 이건 농담입니다, 신랑 미안~)
저도 한 때는 외국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서 외국서 살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더랬어요. 근데 저는 뭐 영어도 못하고 그러니까 그냥 꿈으로만 접었죠. 근데 언니 말을 듣고 또 주위를 보니 그냥 이렇게 한국 사람 만나서 한국 사는거 잘 했다 싶네요. 이제 세계 어딜 나가도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외국서 생활 잘 하시는 분들 너무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언니를 위해서 따뜻한 말 좀 해주세요. 특히 국제 결혼 하신 분들 부탁드려요.
1. 시모나
'05.1.6 4:24 PM (61.38.xxx.68)음....거기 인터넷은 되겠죠? 그럼 82쿡으로 놀러오라고 하심이^^
언니~힘내세요...^^*2. 김정희
'05.1.6 4:37 PM (211.255.xxx.14)그래요. 우리는 지지고 뽁고 사네 못사네 하지만 그것도 그러고 보니 감사할 일이네요.
시모나님말처럼 여기 82쿡에 놀러오라고 하세요.
또다른 세상이 펼쳐진다고.....
언니~ 놀러오세요. 환영합니다.3. 같은 경우
'05.1.6 6:36 PM (80.58.xxx.42)제 경우는 가끔 외롭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니라서,,,
한국 사람도 별로 없고 그들과 교류도 없지만
아쉽지 않아요..
남편이 하나님이 제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 믿고
또 여름에 한달 반 씩 같이 한국에 가서
부모님,친구들과 시간 보내고
평상시에 채팅하고
공부에 새로운 친구
솔직히 자주 외로울 시간이 없어요^^
요새는 부추나 파 깻닢 같은 거 키워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한국음식 준비하고
여기 음식 배우고
언어도 여러개 같이 배우고
아르바이트도 가끔 하지요.
그러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거든요..
그냥 제게 주어진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가끔 받는 스트레스도 긴장이 되고 생활에 활력이 되던걸요^^
힘 내시라고 하세요.
현재를 최대한 즐기시고..4. ^^;;
'05.1.6 9:30 PM (211.203.xxx.101)풍수학자 라는 분이 그러던데요..
흐르는 강물이나 바다가 보이는 집은 젊은 사람에게는 별로 좋지 않다는 군요.
가끔 우울한 일이 있을때 바라보며 감정을 씻어버리는 것은 괜찮지만
바라보며 사는 일은 기를 뺐긴다나 어쩐다나...
사람이 복잡거리는 곳으로 이사해 보라고 조언해 보심 어떨까요?
우울할 때 혼자 있는 것보담 바쁘면 좀 잊어버리게 되잖아요...5. 가을&들꽃
'05.1.7 12:01 AM (218.53.xxx.13)저도 그런 이야기 들었어요.
그래서 강가 집보다는 산 아래 아파트가 낫다구요.
조용하고... 한결같고... 자극이 없고... 그런 경우 우울해질 수 있겠죠.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이 오늘같다면...
한국 와서 복잡한 거리에서 사람에 치이고 그래서 좀 진절머리 낸 후
다시 돌아가면... 그곳의 한적함이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여행 준비며 기대에 우울함은 달아나버릴 꺼 같은데요.6. 미스마플
'05.1.7 2:57 AM (66.167.xxx.36)저 그분 기분 너무나 이해되거든요.. 저도 여기서 친하게 지내는 한국엄마들이 몇 없어요.. 두명정도.. 근데 저랑 사는 동네가 너무 멀어서 자주 만나진 못하는 정도..
전 전화, 인터넷, 독서로 그 문제 해결합니다. 싸이월드란거 하면서 아주 많이 좋아졌어요. 식구들, 친구들이랑 만나서 지내는 기분이 들정도로.. 권해 보세요. 해외거주자도 가입 가능해요. 대신 님이 아주 열심히 드나들면서 놀아주셔야죠.. ^^
그동안 국제전화비 들인거 다 모았으면 집한채값일거라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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