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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인지 알뜰인지, 원참...

헤르미온느 조회수 : 1,990
작성일 : 2004-12-25 14:28:58
점심 뭐 드셨어요?
저는 남편이 출근을 해서 혼자 밥 먹었어요. 이름모를 볶음밥...먹었어요..ㅋㅋ...

어제 저녁에 친구가족이 저희집에 왔었거든요.
저녁 식사때 사이드 메뉴로 버섯부추 샐러드를 했었는데,
올리브오일에 발사믹식초랑 간장이랑 다진양파 등등 좀 넣구 졸이다가
다져서 구운 베이컨을 넣고 좀더 졸여서 샐러드 소스로 썼는데 양을 좀 넉넉하게 했더니
그 소스가 좀 남은거에요...
그리고 새우랑 파프리카 피망 브로컬리 넣고 겨자소스 뿌려서 먹었는데 그것 재료도 조금 남고...
밥도 한공기 남고...
물론 남은것 하나도 안버리고 작은 통들에 다 넣어서 냉장고에 넣어뒀지요...일단은 보관...
근데, 언제 또 먹겠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몽땅 넣고 볶아서...혼자 먹었어요...통 세개가 비었죠...뿌듯...^^;;

근데, 밥 먹다 생각해보니, 요즘 혼자 밥 먹을땐 거의 이런 분위기로 먹는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에요...
며칠전엔 엔지니어님의 불닭을 했는데,
양념장을 또 넉넉히 했더니, 삶아낸 닭을 조려내도 양념이 많이 남는거에요...
닭까지 조려진 양념이니 얼마나 럭셔리냐 싶어서 또 그게 아까워서 덜어서 통에 넣어뒀는데...
친구가 갑자기 놀러 왔길래, 거기다 다시물 붓고 고추장 조금 더 첨가해서, 떡, 오뎅 넣구 라면사리도 반개 삶아넣구 양배추랑 양파 팍팍 썰어넣구....떡볶이 해먹었구요...마지막엔 김가루 넣고 실파 넣고 밥까지 볶아서 완벽하게 냄비를 비웠었지요...그때도 뿌듯...

생각해보니, 김치양념이랑 국물 남아도 그걸 못버리고 넣어두고 있다가,,,꼭 뭔가에 넣어서...

어릴때 엄마가 저희 남긴 음식 안드셨어요. 그래서 항상 "많으면 덜어 놓구 먹어라..." 그러셨지요..
밥도 남으면 엄마가 혼자 식은밥 드시는 친구집과는 달리, 저희엄만, 그걸 모아두셨다가 누룽지를 하시던가, 아니면 야채랑 고기를 다져넣고 반죽해서 밥전을 만들어주곤 하셨어요...(그럼,밥전의 원조신가?)
잡채가 남으면, 불고기 재셔서는 국물 넉넉히 잡아서 남은 잡채 넣고 야채랑 버섯 더 넣어서
불고기 전골로 변신시키셨었구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남긴걸 그냥 똑같이 다시 먹는건 별로 안좋아 하거든요.
식은밥도 싫어하고, 새밥 좋아하고...그래서 밥도 거의 양 맞춰서 하는 편이구요.

엄마가 그렇게 뚝딱 새 메뉴를 만들어 내실때는 기쁘기만 했었는데,
오늘 왠지 그렇게 밥 볶아서 먹고 있다가 "이건 알뜰이 아니고 궁상인것 같다 "
이런 생각이 드는거에요.
먹고 싶은걸 먹는게 아니라, 처치해야할 음식을 먹어치우는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그래서,,,
저녁엔 절 위해서 뭔가를 멋지게 다시 만들어 먹기로 결심했어요...

근데 뭘 먹는다?...............
가만, 냉동고에 넣어둔지 오래된 재료가 뭐 있더라.....
IP : 218.145.xxx.5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려라하니
    '04.12.25 2:43 PM (218.152.xxx.204)

    제 생각엔...알뜰에 한표 드립니당!^^
    저도 비슷^^;;
    주부라서....슬퍼요...

  • 2. 김정희
    '04.12.25 2:52 PM (211.255.xxx.14)

    당근 알뜰!!
    새롭게 변신시킨 재주에 놀라서 으쓱 + 뿌듯!! 남은 음식 버리지 않아서 더더욱 뿌뿌듯!!!

  • 3. 김혜진(띠깜)
    '04.12.25 3:18 PM (220.163.xxx.61)

    원래 처이 시절에는 럭셔리하게 살다가 아지메 딱 되고나면 바로 알뜰표로 넘가
    가는거 아님니까??^^ 헤르미온느님은 지금도 그렇지만 처이시절엔 억수로 럭셔리 했을 것
    같은디(아부가 쫌 심혔나??) 저런 일뜰함이 이젠 몸에 밴 천상 알뜰표 아지메 맞심니다.
    근데, 너무 이뽀 보임니당~~^^

  • 4. 시골아낙
    '04.12.25 4:14 PM (59.29.xxx.87)

    김혜진님 헬미온느님 못보셨죠?정말예뻐요 아주신비한 아름다음을 가지셨담니다
    근데 살림까지 그렇게 알뜰하게?넘알뜰하다가 살찔까봐 걱정걱정 참! 김치국물 남은건
    김치전 할때 같이넣으면 더맛있담니다

  • 5. 마농
    '04.12.25 8:40 PM (61.84.xxx.104)

    알뜰의 승화라고 생각이 드네요.
    남은 재료로 새로운 요리 창조...ㅡㅜ 전 아직 엄두도 못내거든요.^^
    헤르님 어머님이 참 현명하셨네요.....

  • 6. 김혜경
    '04.12.25 10:26 PM (211.201.xxx.72)

    절대로 궁상 아닙니다...재창조 요리라고나 할까요??

  • 7. 메밀꽃
    '04.12.25 10:43 PM (61.74.xxx.139)

    어머님이 한센스하시는분 같아요^^*

  • 8. 레드샴펜
    '04.12.25 11:08 PM (61.102.xxx.48)

    궁상아니예요....머리가 뛰어나신듯....
    응용을 잘 하시네요.......

  • 9. 헤스티아
    '04.12.26 12:14 AM (221.147.xxx.84)

    저두 비슷한데요.. 친정에서 하두 남은음식을 다 없어질때까지 , 혹은 쉴때까지 재탕 삼탕 사탕.. 하는 것이 넘 지겨웠어요...반찬은 12첩 반상인데, 새로한 반찬은 하나,, 두개.. 정도...--;;;

    저는 가급적 딱 그때 먹을 분량만 음식 하구요.. 저두 남으면,, 버리지 않고,, 그것을 재료로 한 전혀 다른 음식만들기에 머리써요.. 이렇게 살다보면 머리나빠지지는 않을 거 같죠?? 되게 머리 써야 재활용인지 모를 재활용요리가 나오쟎아요^^;; (자뻑모드--;;)

  • 10. 폴라
    '04.12.26 4:51 AM (70.70.xxx.61)

    증말 지혜로우세요~!*^^*

  • 11. 돼지용
    '04.12.26 10:43 AM (211.119.xxx.23)

    머리 넘 좋다에 열표
    하고 싶어도 우얄찌 몰르는 사람 많슴다.

  • 12. 헤르미온느
    '04.12.27 10:01 AM (218.145.xxx.154)

    에구궁..글 써놓구, 윈도우서비스팩2땜에 말썽난 컴터 다시 윈도우깔고 어쩌고 하느라고
    이제야 들어왔네요...
    근디,,,ㅎㅎ...역시 궁상 아니구 알뜰에 표를 몰아주셔서 흑흑...감사해요...
    궁상떨지 말자, 뭐 이러면 슬펐을텐데...헤헤...
    근데, 왠 럭셔리에 왠 신비롬...으...절대로 아니어라~..,,
    딴 분들이 환상 가지시면 어쩌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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