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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편과 결혼 한 두 번 째 이유

주책바가지 조회수 : 1,613
작성일 : 2004-12-20 00:01:11
연애 할때다.

새 옷을 샀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한 번 씩은 있겠지만 유난히 나한테 잘 어울리는 옷이 걸릴 때가 있다.
원래 패션에는 감각이 없고 옷 사는 걸 귀찮게 생각하는 괴상한 성격이라 어쩌다 한 번 옷이라도 살라 치면 그냥 두어 군데 다녀보고 가게점원이 '잘 어울리세요' 어떠구 하면 사 버리는 나.
이번에도 그렇게 산 옷인데 보는 사람마다 잘어울린 다며 ...
내가 봐도 괜찮게골랐다 싶게 결점은 덮어주고 장점을 살려 주는 옷...

데이트할 때 입고 나갔다.
내심 속으로는 이쁘단 말 한마디 듣고 싶었다.
저만치 커피숍 앞에 서 있는 그 사람이 보였다.
(우리는 연애할 때 돈이 없어서 커피숍에서 만나지 않고 '** 커피숍 앞' 이렇게 장소를 정했다.
밥먹으면 어차피 차 마셔야 하는데 커피숍에서 만나면 차 부터 마시고 밥먹고 또 차마시고...
돈 아까우니까 커피숍 앞에서 만나서 밥부터 먹고 그담에 커피숍에서 죽치는 작전을 구사했다)
내 가슴이 뛴다. 멋있어서...

그가 날 봤다.
웃는다.
그가 말한다.
"예쁜 옷 샀네."
(그럼 그렇지, ㅎㅎ... 다음말을 기다린다. 잘 어울린다.예쁘다. 눈부시다... 뭐 그런말...)
그의 말이 계속된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이뿌네. 남자들이 막 꼬이겠어. 마치..."
(내가 기다린 말...꽃에 벌들이 모여들 듯이  뭐 이런말)
"마치, 쉰밥에 파리가 들끓 듯이 말이야"
윽 !!!!
그렇다면 나는 쉰밥이고, 자기는 꼬여든 *파리란 말인가?
우이 쒸 ---------------------


우리는 같은 해에 졸업을 했다.
우리 졸업때는 졸업식 날 한복을 입는게 유행이었다.
(우리 학교 만 그랬나 ?)
그 날 하루를 위해서 맞춘 한복.....
떨쳐입고 졸업식 장에 들어가기 전에 그와 만나기로 한 커피숍에 갔다
(그 날은 특별한 날이므로 커피숍에서 약속을...)
그가 저기 앉아있네. 친구들이랑.
한복 치맛자락을 다소곳이 잡고 다가갔다.
'와!'
친구들이 탄성을 질렀다.
(사실 모든 몸매를 커버해 주는 한복 입고 안 이쁜 여자 있나 ?)
그가 말했다.
"야, 한복입으니까 꼭 누구같냐면..."
(난 기대했다. 우아하고 귀티나는 별당아씨 뭐 그런거...)
"꼭 주모 같다"
우이 쒸 --------------------------

이것이 내가 울 남편과 결혼한 두 번째 이유다.





?



그 흔한 작업멘트 한나 날릴 줄 모르는 그 남자가 오히려 순수해 보이지 뭐유.

IP : 210.206.xxx.248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을&들꽃
    '04.12.20 12:06 AM (219.240.xxx.15)

    호호.
    고단수 작업 멘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3=3=3

  • 2. ..
    '04.12.20 12:16 AM (218.51.xxx.236)

    눈에 뭐가 씌우면 그런 무뚝뚝함도 사내다움으로 비춰질수 있다죠.ㅎㅎ

    저도 주책바가지님 같은 케이스인데..

    그 멋지던 과묵함(남자다움)은.....말주변없음이었고,

    그 고독해보이던 그의 모습은 지독하게도 비사교적이던 그의 본질이었다죠.

    결혼하고 나서 한 해 두 해 가면서 벗겨지는 그의 실체...

    돌리도~~~~~(무르고 싶당..ㅜ.ㅜ)

  • 3. 리틀봉맘
    '04.12.20 12:21 AM (211.246.xxx.186)

    ㅋㅋㅋㅋ 황당한 멘트였어여....
    울 신랑한테 얘기해주면서 어찌나 웃었던지....
    너무 행복해 보여서 좋아보입니다....

  • 4. yuni
    '04.12.20 12:28 AM (211.204.xxx.10)

    하하하....^^*

  • 5. 핑키
    '04.12.20 1:04 AM (221.151.xxx.212)

    쉰밥에 파리...여기서 웃다가 기절했습니다. ^^;

  • 6. 별조각
    '04.12.20 8:55 AM (211.169.xxx.182)

    ㅎㅎ 저는요..
    사귀면서 편지가 왔는데 '.. 소똥구리가 똥 굴리듯이 사이좋게 지내자..'
    하필 소똥구리에 똥입니까..^^;;
    꿀벌도 있고 개미도 있고 같이 일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공대생들의 한계라 생각해요~^^

  • 7. 봄나물
    '04.12.20 8:58 AM (218.48.xxx.219)

    ㅎㅎㅎ~ 별조각님 말씀도 올인이네요 ^^

  • 8. 공대생마눌
    '04.12.20 10:00 AM (220.117.xxx.84)

    ㅋㅋ;; 공대생.. 그렇죠.. 마자요..

  • 9. 나공대생
    '04.12.20 10:41 AM (203.238.xxx.212)

    우~~띠!!

  • 10. 레몬트리
    '04.12.20 1:06 PM (221.167.xxx.230)

    큭큭...
    별조각님이 더 웃겨요~ 우헤헤헤^^

  • 11. 주책바가지
    '04.12.20 1:14 PM (210.206.xxx.248)

    이공계는 난데...
    우리 남편은 경영학 전공인데...
    그래도 결혼 하고는 절 닮아가는지 제법 분위기 맞추는 웃기는 말도 해서 절 뒤집어 지게 한답니다.
    그리고 남들이랑 토론할 때 보면 (정치나 경제 , 역사 뭐 그런거...)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거의 리드하거든요.
    역시 순수한 게 맞겠죠 ?

  • 12. 헤르미온느
    '04.12.20 1:23 PM (218.145.xxx.78)

    주모...ㅎㅎ...술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동경의 대상이셨을것 같네요..^^
    귀여우신데요...^^

  • 13. 김혜경
    '04.12.21 12:14 AM (218.237.xxx.150)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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