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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구 싶어요...

오늘만이름없음 조회수 : 1,108
작성일 : 2004-12-11 01:17:02
결혼한지 여섯달 된 새댁입니다.

올들어 저희 친정집 가세가 많이 기울었어요.
사업이 막히면서 빚이 불어나서, 이자만도 한달에 몇백입니다. 다행히 저와 동생이 전문직이라 다달이 도와드리고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해결이 없는 한 매달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입니다.

오늘 제 명의로 되어 있던 아파트를 팔았어요.

엄마가 제 이름을 빌려 투자목적으로 구입하셨던 거라서 얼른 팔아 빚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했는데, 요새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지라 간신히 팔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계약한 상대방이 너무 막무가내였어요... 돈이 쪼들리니 이런 경우도 당해야 하는구나,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처음 계약하는 자리에서 우리를 앉혀놓고 매수자 젊은 남자 가족이 1시간을 서로 다투더군요. 그 다음엔 장모라는 사람이 중개인 아저씨와 엄마, 저를 싸잡아 무슨 나쁜 물건 속여 넘기려다 걸린 사람처럼 닥달하고...

참 억울했어요. 우리가 사정이 급해서 이렇게 헐값에 넘기는 거라고 입이 아프게 설명하는데도 들은 척도 안하고 무슨 죄인 취급하듯이..

어찌어찌 하여 3시간에 걸쳐 계약을 끝냈어요. 조건도 계약금, 중도금 합쳐 간신히 집값의 20% 정도 받기로 하고.
그나마 중도금도 안하고 계약금,잔금으로 하자는 걸, 보다못한 부동산 아저씨가 간신히 잔금 치루기 일주일 전으로 잡아 주셨죠.

계약을 하고 나서부터는 장모라는 사람이 계속 전화해서 복덕방 아저씨를 들들 볶아댔나봐요. 필요도 없는 집을 당신 때문에 샀으니, 얼른 월세들 사람을 구해라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이사람들이 이 집에 입주해야 할 이유가 생겼나봐요.
중도금 전날 갑자기 장모가 전화해서는 중도금만 내고는 그냥 들어와서 미리 살겠다고...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안된다 했다가 계약 깨지면 안되는 사정이기에, 그럼 중도금을 좀 더 내라고 했더니, 그것도 싫다데요...
결국 그냥 들어가라고 해 줬어요.

장모라는 사람은 돈도 안부치고 와서는 중도금 부쳤으니 열쇠 내놓으라고 복덕방 아저씨 윽박지르고..

우여곡절 끝에 오늘 잔금 받고 계약 끝내는 날이었는데요,
법무사 불러 등기권리증 넘겨주고 서류 작성 끝내고, 마지막으로 은행 대출을 인수인계하기 위해 은행에서 일을 끝냈는데,
이 남자가 마지막 남은 잔금을 안 주는 거예요.
이유인 즉슨, 잔금 영수증 작성한 게 복덕방에 있으니, 거기에 다시 가서 그 영수증을 받고 건네 주겠다는 거죠.

우리는 잔금 받아서 은행에 입금하고 지방까지 내려가야 하니, 자필 영수증을 여기서 다시 써 주겠다니까 싫답니다.
자긴 그 영수증으로 받아야겠으니, 입금하지 말고 그 돈 다발을 그냥 들고 가라고..

결국 복덕방 아저씨가 영수증 들고 은행으로 다시 와서 이 파란만장 계약이 끝났습니다.

고속버스 타고 혼자 내려가신 엄마 생각에 하루종일 마음이 아픕니다.
분명 한참 기다려 일반 버스 타시고, 자주 오지도 않는 시내버스 갈아타시고 가셨을 거예요.

우리 엄마는 평생 험한 사람, 험한 일 안 만나고 곱게 사시기 바랬는데...
제가 좀 더 도와 드리지 못하고 시집 와 버린 것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오늘 우리집 산 사람... 확 망해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와이프라는 여자는 알고 보니 대학교 우리과 세 학번 후배라면서 인사는 커녕 눈도 안 마주치더군요...

저도 참 바보죠.. 그 앞에서는 한마디 쏘아붙여 주지도 못하고..
저희 식구들이 다 이 모양입니다...
IP : 220.86.xxx.19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구미
    '04.12.11 1:33 AM (211.177.xxx.160)

    아 제가 다 가슴이 아프네요.
    아니 집을 싸게 파시면서 이런경우까지 겪어야하는건가요?
    에구 정말 맘이 아파서...

  • 2. 지금은..
    '04.12.11 1:35 AM (221.151.xxx.163)

    글쓰면서 마음을 확 털어놔버리면 조금은 편안한 느낌이 드실거같습니다.
    친정집 그렇게 되면 당연히 마음쓰이는거 누구나 같지요
    이미 팔아버린 집, 비록 제값도 못받고 처분하신거지만 그래도 이제 남의 손에 넘어갔으니 잊어버리세요.
    그리고 사람은 언젠가 한번씩은 그런저런 일을 만나는데 그나마 님부모님곁엔 님과 동생분이 계시고 그리고 부모님생각에는 사위도 하나 있어서 더 든든해하실거예요.
    부모님일이 그렇게 되서 결혼도 못하면 어쩌나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실수도 있거든요.
    님.
    힘내세요.

  • 3. 오늘만이름없음
    '04.12.11 2:01 AM (220.86.xxx.198)

    예, 정말 털어놓고 보니 마음이 좀 편해 지네요. 다 맘씨 좋은 님들이 위로해 주신 덕분이예요...
    우리 맘 약하고 쌈 못하는 사람들도 억울하지 않게 사는 세상이 얼른 왔음 좋겠어요...

  • 4. ㅠㅠ;
    '04.12.11 3:34 AM (211.212.xxx.62)

    암만 고등교육을 받아도 무식함앞에서는 장사가 없어요.
    가슴에 담지 마세요. 그런 사람들때문에 속상해 하지마세요.
    그런사람들은 꼭 다른 방법으로도 벌을 받으니까요.
    그나저나 부모님께서 건강을 잃지 않으시게 지켜드리세요.
    화이팅!

  • 5. 나도익명
    '04.12.11 7:28 AM (143.167.xxx.109)

    저도 그맘 알죠.제가 결혼하고 얼마 안되어서 시댁 사업이 부도가 났어요.
    빚때문에 부동산을 다 처분하는데 정말 그때도 얼마나 안팔리던지...
    겨우겨우 시세보다 낮게 팔았는데,다음해에 그 동네 부동산 가격이 엄청 뛰었죠.
    저희 명의로 되어있던 아파트도 포함되어 있어서,저 그동네 지나가면 씁쓸해요.
    하지만 감사해요.그나마 팔 것이 있어서 빚이라도 갚았으니깐요.
    정말 옛날 생각 나네요.힘네세요.

  • 6. 마음이
    '04.12.11 11:06 AM (211.255.xxx.9)

    아프네요. 님 마음 많이 아플텐데....
    그래도 처분하셔서 일부라도 정리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
    다 잘 될거예요. 마음 불편하겠지만 털어 버리세요.

  • 7. 장금이
    '04.12.11 3:06 PM (211.197.xxx.165)

    세상은 늘 불공평하고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빨리 잊어버리세요.
    부동산이 조금 서툴었어요. 잔금받을때까지 부동산이 입회하에 모든일을 끝내줬으면 좋았을텐데....
    다만 지금은 위정자들 덕분에 매수자 우위시장입니다. 매수자가 큰소리 칠 수밖에 없으므로 너무
    속상해 하지 말아요. 가격이 올라갈때면 반대로 매도자 우위로 시장이 돌아선답니다.
    불황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마지막이라 시작될때 새로운 출발이 시작될수 있음을 생각하고 화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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