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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간이 참 좋아서...

민서맘 조회수 : 886
작성일 : 2004-12-11 00:45:07
정말 간만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어요.
남편은 아직 안들어오고 26개월 민서는 잠들어 있고
전 샤워까지 다하고 이제 이불속에 들어가 잠만 자면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냥 자기엔 시간이 넘 아깝네요.
갑자기 아이 생기기 전에, 아니 연애시절로 생각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 3년동안 데이또하고 결혼했어요.
정말 3년동안 명절때 몇일 빼곤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죠.
그땐 남편밖에는 눈에 보이는게 없었던거 같아요.
중학생 시절 교복 자율화가 되면서 부터 치마를 년중행사로 밖에 안입고(저하비),
자연스러운듯 화장 안한듯한 메이크업을 좋아해서 빨간색 루즈 사본적도 없고
맨날 청바지에 티로 회사 출근하곤 했었죠.
그런데, 울 남편은요..
여자가 여자라서 누릴 수 있는 모든걸 다 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렇다고 넘 튀면 안되구요.
그래서 어느날 부턴가 엄마가 옛날엔 애가 허옇게 하고 다니더니
지금은 입술이 왜이러냐구 하는 루즈 바르고,
한겨울에 추워 죽겠는데 똥꼬치마는 아니지만 그 비스무레한거 입고 발 동동 구르고
(남편이 다리 예쁘다고 엄청 치켜세우고 용기를 주어서 그런줄 알았죠.^^)
암튼 애가 외향적으로 좀 변했었죠.
울 남편 경상도 사내인데도 약간 로맨티스트여서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항상 빨간 장미꽃 한송이씩을 사줬어요.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을지로 입구역 내외빌딩 지하에 꽃집이 있었어요.
거기서 꽃을사서 을지로 입구 만남의 광장에서 만났었죠.(회사가 그 근처라.)
전 그 꽃들 제방 벾에 주르륵 다 붙여서 말려서 나중에 결혼할때 꽃다발 만들려고 했는데,
사실 먼지가 넘 많이껴서 한참 나중엔 버렸어요.  넘 많기도 했구요.
또 우리는 매일 만났어도 편지를 참 많이 주고 받았어요.
제가 한 3통쯤 건네면 1통정도 받았는데,
울 남편 편지는 편지가 아니라 거의 "시" 수준이예요.
나중에 그 편지 다 묶어서 책으로 낼까 생각 중입니다. ^^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때는 저에 대한 시를 만들어 주거나 카드를 직접 만들기도 하구요.
또 얼굴도 참 자-알 생겼구요. (최수종 닮았단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젊었을땐)
결혼하고 나서도 만 6년동안 데이트 하듯이 알콩달콩 살았답니다.
이대로라면 아이 없어도 좋겠다 싶을만큼 참 행복하다 느꼈으니까요.
그러다 아이 한명만 낳기로 하고 낳은 아이가 민서랍니다.
그 이후로 모든 상황 종료 되었습니다!!
아이가 어릴땐 아들 그렇다 하긴 하지만,
아이 낳기 전과 후로 이렇게 생활이 변할줄 몰랐어요.
회사를 다니건 아니건 다 마찬가지 겠지만,
전 회사를 다녀서인지 요즘 도통 정신 못차리고 삽니다.
그렇다고 지금 불행하단건 아니구요..
가끔 예전의 그 시간들이 그립기는 하네요.
지금은 울민서 없었음 남편 얼굴만 보고 우찌 살까 그런 생각 든답니다.^^
자기자식 안 이쁜 사람 없다고 정말 너무너무 예뻐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감동과 기쁨을 민서가 매일매일 선물해 준답니다.
에고에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남편자랑에 자식자랑으로 이어지는것 같아요.
이렇게나 길게 쓰다니.
그냥 넘 황금같은 시간이 생겨서 옛추억 한번 더듬어 봤어요.
코자는 민서볼에 뽀뽀나 하고 자야겠습니다.
조기 위의 사진이 제 보물 민서예요. ㅎㅎ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다들 주무시나?)






IP : 211.207.xxx.18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namu
    '04.12.11 12:54 AM (211.230.xxx.157)

    이소라의 노래가 참 좋은 밤입니다.
    민서맘님...너무 행복해신듯해서 살짝 질투가^^;;;

  • 2. 민서맘
    '04.12.11 12:55 AM (211.207.xxx.182)

    아직도 안주무셨어요?
    질투는 무신... 다 옛적일이랍니다.
    저도 그립사와요.

  • 3. 그린
    '04.12.11 1:22 AM (211.201.xxx.85)

    알고보니 닭,닭,닭 얘기군요...ㅜ.ㅡ
    민서가 참 이쁘네요.
    자랑하실만해요~~~^^

  • 4. 비니드림
    '04.12.11 1:30 AM (210.106.xxx.251)

    민서맘님...송년회때 꼭 뵈요^^

  • 5. 헤스티아
    '04.12.11 8:07 AM (221.147.xxx.84)

    저두 뭐 남편이 무뚝뚝한 사람임에도,,결혼전에,, 정말 연애에 미쳐서(?) 살았던거 같아요...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________^ ;;

  • 6. 새벽이★
    '04.12.11 8:29 AM (211.196.xxx.239)

    아아..저두 그 시간이 그리워서리..맨날 애 재워놓구 채팅하다가 아침에 못 일어난다는...--;;
    전..집에만 있어서 그런지..가끔씩 혼자 있는 시간이 넘 그리워여~~^^
    그때가..울 아기 잘때밖에 없어서리...어쩔땐..낮잠 좀 길게자도 안깨울때도 있다는..^^;;

  • 7. peacemaker
    '04.12.11 10:45 AM (218.155.xxx.217)

    민서가 많이 컸네요..
    예뻐라~ ^^

  • 8. 헤르미온느
    '04.12.11 11:30 AM (61.41.xxx.4)

    이론~..82 대표 닭에도 손색이 없으실듯...^^
    민서야~ 이모 붕어빵 한입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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