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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에게

수호룡 조회수 : 1,343
작성일 : 2004-12-09 18:34:42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당신 생일을 맞아 무엇을 할까, 어떤 선물을 좋아할까 고민하다 자기는 왜 편지나 메일같은 것 안 보내줘라는 당신의 말이 떠올라, 이 곳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자주 이 곳을 방문하는 당신이 이 글을 볼지, 보더라도 이게 내가 쓴 글인지 알지 모르겠지만, 훗날 이 글을 찾았을 때 그리고 당신에게 쓴 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당신에게 미안해 하는 점을 스스로 많이 고쳐 놓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처음으로 맞이하는 당신 생일이니, 이제 두 사람이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말할까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엔 무엇보다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아침마다 빳빳하게 다려진 와이셔츠 입고 갈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마워요.
매일 다리미질하게 해서 미안해요.

나 먹으라구 이것저것 건강 식품 챙겨줘서 고마워요.
꼬박꼬박 챙겨 먹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침에 출근할 때, 문 앞에서 배웅해 줘서 고마워요.
가끔씩 뽀뽀 못해주고 가서 미안해요.

퇴근할 때 창가에서 우리 아기 안고 손 흔들어 반겨주는 것도 고마워요.
늘 웃는 얼굴만 보여 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요즘 들어 낮잠이 없어져, 열심히 돌아다니는 우리 아기 잘 키워주는 것, 고마워요.
힘든 당신 낮에 못 도와 줘서 미안해요.

늦게 퇴근할 때 이제 제법 몸무게 많이 나가는 녀석 혼자 목욕시켜주는 것도 고마워요.
일찍 퇴근해도 가끔씩 귀찮아 목욕시키지 말자고 이야기했던 것 미안해요.

밤이면 너무 자주 깨는 아이 때문에 나 피곤할까 봐 따로 잠자리 봐주는 것도 고마워요.
그렇게 혼자만 아침까지 내리 자버려 미안해요.

조금이라도 좋은 물건 싸게 살려고 노력해 줘서 고마워요.
너무 자주 물건 산다고 불평해서 미안해요.

편하게 사서 먹여도 될텐데 늘 수고스럽게 일일이 이유식 만들줘서 고마워요.
가끔씩 떠먹이는 것조차 당신에게 미루어버린 일 미안해요.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망설임 없이 모유 먹이기 위해서 애쓰는 당신, 정말 고마워요.
바쁘다는 핑계로 맛있는 음식 자주 사주지 못해 미안해요.

우리 아기에게 언제나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여 주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에게 가끔씩 찌푸린 내 얼굴을 보여 주어서 미안해요.

요즘 자주 일 때문에 늦어도 불평하지 않는 당신 고마워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 버려서 미안해요.

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책 읽어 주려고 노력하는 당신 고마워요.
당신에게 따뜻한 말 자주 해 주지 못해 미안해요.

아기 때문에 집에만 있어도 힘들어 하는 내색하지 않아 고마워요.
휴일 집에서만 쉬려고 해서 미안해요.

쇼핑할 때 알뜰하게 하는 당신 고마워요.
너무 오래 쇼핑한다고 투덜거려서 미안해요.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요.
가끔씩 회사 다니기 싫다고 말해서 미안해요.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머릿속 한 가득 들어 있는데, 다 못할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어요.


나를 만나 주어서 고마웠어요.
내 아내가 되어 주어서 고마웠어요.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숙경씨
IP : 221.148.xxx.3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루나
    '04.12.9 6:38 PM (211.217.xxx.200)

    끙끙...영차영차...바윗돌 굴리는중...
    숙경님...정말 행복하시겠어요...빠리쿡 최고의 닭지존이십니다...
    무수리들...모두 은장도를 꺼냅시다...ㅠ_ㅠ

  • 2. 사랑화
    '04.12.9 6:44 PM (211.23.xxx.234)

    ㄱㄱ ㅑ~~~~~~~넘 멋져용~~^^
    숙경님 행복하시겠어용~~^^*

  • 3. 돼지용
    '04.12.9 6:49 PM (211.119.xxx.11)

    이런이런
    자게에까지 닭의 물결~
    으 으 으
    무수리 허벅지 찌름다.
    오늘 남푠 밥 없슴다.

  • 4. 달려라하니
    '04.12.9 6:49 PM (218.152.xxx.208)

    미안하고 고마운건 부러운데...
    어째 개선하겠다는 말씀이 없는걸 보아...
    숙경씨도 무수리...?

  • 5. onion
    '04.12.9 6:53 PM (220.64.xxx.97)

    갑자기 저의 생활에 반성이...
    바지런하고 살뜰한 숙경님...남편분 행복하시겠어요..

    그러고 보니 제 고등학교 친구중에 연락이 안되는 친구가 있네요..그 친구도 숙경인데..김숙경..
    문득 보고싶어지네요.. (허억..남의 닭털이 휘날리는데 이 무슨 뜬금없이 옆길로 새는 행동인가...)

  • 6. 보들이
    '04.12.9 6:56 PM (221.155.xxx.30)

    원문 읽다가 부러워 쓰러지고
    리플읽다가 웃겨서 뒤집어 집니다 ㅎㅎㅎ

  • 7. 마당
    '04.12.9 7:04 PM (211.215.xxx.88)

    헤헤 정말 닭털 휘날린다는 표현..죽이는군요..ㅋㅋ
    나도 언제 그거 함 휘날려보나..에혀...
    울 신랑..은 메일을 써도 제목만 지가 쓴 글씨에요.
    나 오늘 일찍가. 심풀하죠?
    심지어는제가 메일 보내면... 오케. 딱 두글자.
    대학때 학보 보내랬더니...학보만 둘둘 말아 보냈더군요.
    전 닭털 휘날리며 살긴 글렀지요?
    그래서 닭님들 보면 좀 심술날라 한답니다.
    헹..칫.!

  • 8. 000
    '04.12.9 7:09 PM (221.168.xxx.102)

    개선하겠다는 말씀은 있습니다.
    달려라 하니님? 잘 읽어보세요.

    ★원문글 인용 <자주 이 곳을 방문하는 당신이 이 글을 볼지, 보더라도 이게 내가 쓴 글인지 알지 모르겠지만, 훗날 이 글을 찾았을 때 그리고 당신에게 쓴 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당신에게 미안해 하는 점을 스스로 많이 고쳐 놓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근데..왜 나는..
    내가 숙경씨도 아닌데..내가 너무 고마와서 눈물이 날까요??

    게다가..더 염장인것은
    오늘 제 친구..숙경이때문에..부러워서 속상한데..
    여기 있는 숙경씨가 또 나를 염장의 길로 접어들게 하다니..
    세상에 있는
    모든 숙경씨들..
    정말 미오..힝~ ㅠㅠ

  • 9. 쪼꼬미싱글
    '04.12.9 7:34 PM (211.36.xxx.59)

    이렇게 부러불때가.....
    이런맘을 갖고 있다는 걸 다 알아도 이렇게 표현해주니
    그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요
    글로만 아님 지금만 그런마음이 아니라 살면서 항상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수 있다면 좋겠네요..
    행복하시구요... 숙경씨 좋겠네요.....뿌임...

  • 10. 무장피글렛
    '04.12.9 7:39 PM (83.113.xxx.179)

    (이런 얘기 한다해도 아무도 암말 안 하실꺼라고 믿고...)
    음,언제나 듣기 좋은 말이 고마워요,미안해요..이었어요.
    그러다가 살기가 힘들어진 어느 날부터 말끝마다 ...뭐야? ...문제가 뭔데~? 뭐 이런 소리나...듣게 되고 뭘 더 달라는 말도 뭐 더 없수..뭐 더 먹음 안되나...뭐 이렇게 말을 늘어눟은 남자를 어느날 자세히 봤더랬습니다.
    마리를 끊어주다 보니 이젠 반쯤은 허옇게 되었구...그 옛날 아트가펑클처럼 동그랗게 하고 다닐 수 있었던 머리는 다 어디가고 이젠 김정일 머리처럼 되어선..더 짧게~ 샴푸 덜 쓰게~ 짧게만 끊어 달라는데 그리 해 놓고 나니 목 두께랑 얼굴선이 딱 맞아떨어져 막노동자 얼굴이 되는데 어 시원타~!하고 일어서고...
    이 글을 읽다가 눈물 범벅이 되어서 그냥 적어봤습니다..다들 행복하세요.

  • 11. 항상감사
    '04.12.9 7:46 PM (211.221.xxx.209)

    저두 눈물 나네요...

  • 12. 아라레
    '04.12.9 7:48 PM (210.221.xxx.247)

    내 이름이 왜 숙경이가 아닐까! 아닐까!아닐까아....ㅠㅠ

  • 13. 라떼
    '04.12.9 8:03 PM (220.117.xxx.251)

    저두 막 눈물이 나네요.
    맘이 너무 따뜻해져요.

  • 14. 겨란
    '04.12.9 8:15 PM (211.119.xxx.119)

    아라레님 개명을 권합니다.

  • 15. 현서맘
    '04.12.9 8:39 PM (211.104.xxx.68)

    겨란님,...........넘 우껴요...........ㅋㅋㅋ
    웃다 넘어갑니다........
    저도 개명할까봐요.........ㅋㄷㅋㄷ

  • 16. 달려라하니
    '04.12.9 9:38 PM (218.152.xxx.208)

    어? 그러네요^^;
    겨란님^^^^ㅋㅋㅋ

  • 17. 행복이가득한집
    '04.12.9 9:55 PM (220.64.xxx.73)

    숙경님!
    행복하게 사세요
    남편분도 정말 애정이 많고 부인의 수고를 다알고있으시니
    도란도란 재미있게 사세요
    요즘 젊은 사람들 이기주의자가 많더라구요 참을줄도 모르고................
    남편님의 글을읽고 두분다 서로를 존경하고 용서할줄아는분같아요
    생일 축하해요

  • 18. 미스테리
    '04.12.9 10:13 PM (220.118.xxx.229)

    숙경님 생일 축하합니다...!!
    숙경님...수호룡님...두분 앞으로도 변치말고 사랑하세요...
    넘 이쁜 모습이시네요~~~^^*

    그.란.데...숙경님 아뒤가 모예요???

  • 19. 메이지
    '04.12.9 10:33 PM (211.212.xxx.139)

    숙경님 부럽습니다...
    전 아직 반 무수리 처지지만 가끔 수호룡님의 반의 반의 반만큼의 말이라도 신랑에게서 들으면 기분 넘넘 좋더군요....
    수호룡님두 존경스럽네요...

  • 20. 부러워서
    '04.12.9 10:47 PM (211.59.xxx.46)

    이글 프린터해서 보여 줄랍니다... ..
    잘노는 아기 제팔에 안겨두고, 누워서TV 보는 울 남푠이한테
    이글 본다고 크게 달라질것 같진 않지만 .....ㅡ.ㅡ;;
    아흐~ 한손으로 쓰려니 무쟈게 힘드네요,, ㅜ.ㅜ
    숙경님 생일 축ㅎ하해요

  • 21. 은비
    '04.12.9 11:15 PM (220.118.xxx.207)

    수호룡님 넘 멋지십니다.
    고마와요의 주어를 제가 남편에게 하는 말로
    미안해요의 주어를 제 남편이 저에게 하는 말로 마구 바꿔서 읽으며
    (남의 글로) 위로받고 있습니다. 어-엉-엉

  • 22. 레몬트리
    '04.12.9 11:19 PM (221.168.xxx.102)

    숙경님.생일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꼬~옥..반드시..기필코..학실하게
    요기다가..
    한말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닉네임이 있으시다면..어떤분이신지..
    저도 알고싶습니다.

  • 23. 6층맘
    '04.12.10 12:20 AM (220.92.xxx.106)

    솔직한 마음과 정이 담뿍 담긴 글을 읽으니 눈물이 맺힙니다.
    숙경님과 수호룡님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주~욱 계속되길 바라며
    아기와 함께 하는 세 식구의 알콩 달콩 삶의 흔적을 자주 보여주셔서 결혼한지 좀 된, 혹은 꽤 된 부부들에게 비타민과 자극이 되게 해주소서.

  • 24. 로그아웃
    '04.12.10 3:44 AM (81.67.xxx.41)

    제 이름은 숙경이는 아니지만 오늘 제 생일인데...
    너무 비교되네요. 흑흑

  • 25. 건이맘
    '04.12.10 8:52 AM (211.188.xxx.164)

    에효. 눈물이 핑 돌았어요.

  • 26. 자수정
    '04.12.10 1:53 PM (218.51.xxx.35)

    남편의 자상한 마음 . 숙경씨가 잘 아실 거예요.
    행복해 보여 보기 좋습니다......
    숙경씨 보시면 댓글 달아 주세요.....

  • 27. fairylike
    '04.12.10 2:33 PM (222.101.xxx.243)

    숙경님은 자수하라! 자수하라!

    저두 눈물이.... 남편이 원글님의 마음을 갖고 있는것도 부럽지만, 글로 표현하셨다는 것도 엄청

    감동이네요...

  • 28. 유리
    '04.12.10 4:10 PM (221.138.xxx.47)

    숙경 어떻게 찾아줄까요? 아마 아직도 못봤나봐요 이글...

    보는 우리만 행복해지는 글이네요

  • 29. nowings
    '04.12.10 8:53 PM (203.238.xxx.106)

    으악! 염장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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