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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역할은?
남편이 둘째딸아이를 혼냈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만 기분이 확~ 잡쳐버렸고요.
부부싸움으로 비화되진않고 예정대로 모임에 갔다오고 아이들은 금방 잊고
싼타에게 선물도 받고 왔지만 난 화가 풀리지 않아서 다음날도 뚱한 표정으로 있었구요.
우리 둘째 딸아이는 일곱살인데 참 귀여운 반면에 성질이 유별나기도 합니다.
얼마전서부터 아빠를 싫어하고 만지지도 못하게 해요. 이유를 물어보면 별것도 없습니다.
그냥 남자라서 싫대요. 자긴 남자를 싫어한대요. 그밖에 다른이유는 안을때나 이럴때
너무 팔등을 아프게 꽉 잡아서 싫대요. 그 날도 얘가 약간 성질을 부리면서 아빠에게
좀 대들었는데 남편도 갑자기 욱 하더니 버르장머리가 너무 없다면서 아이를 막 감정적으로
끌고 가면서 때리더라구요.(엉덩이) 난 순간 뜯어 말리려다 또 어디서 아빠나 엄마가 아이
혼낼때 다른 한편이 아이편을 들면 안된다는 말이 생각나서 그냥 주춤 대고 있었고, 단지
외출시간 임박해서, 즐거운 모임을 앞두고 그러는 남편에 대해 화가 났죠.
어젯밤에 남편이 11시쯤 들어와서 (술을 먹은듯) "돈버는 기계가 왔다." 돈버는 기계가
들어왔으면 아는 척이라도 해야하지않냐, 나도 마음이 무척 아픈데 당신까지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느냐, 난 부모에게 효자는 될지몰라도 좋은 아빠는 못되는것같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동안 아이들 때리고, 화내고, 신경질 부리고 하는것은 저도 만만치않습니다.
더하면 더했죠.
우리는 맞벌이인데 처음 수년간은 서로 노는날이 틀려서 내가 아이들하고만 노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남편보다는 내가 더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는 성격이다보니 애들한테도 그런것
예를 들면 애들 데리고 백화점구경가거나, 영화보러가거나 외식, 싸우나, 놀이공원등에 가는 편이죠.
그리고 남편도 무척 가정적인 사람이고, 말로는 어디 어디 가자 합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에버랜드 가자고 하면 저번(한 1,2년전에) 갔는데 몰 또 가냐고 하는 스탈입니다.
그리고 피곤해하고, 난 또 성격이 어딜가든 남편 끌고 가고, 남편과 몰 같이 하고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전혀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애들이 엄마랑 좀 더 가깝고 몰 사달라고
해도 나한테 사달라고 하죠. 언젠가 애들땜에 위와 유사한 일이 생겼을때 "제 엄마가 돈번다고
모같은것 다 사주고, 데리고 다니고 그래서 애들이 아빠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안다"고 저한테 화살이
오더라구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때로는 남편없이 애들하고만 다니는게 더 맘 편하고 좋다고
느끼긴 해요. 소비행태가 좀 틀리거든요. 암튼지 나도 속에 쌓인 말을 몬가 퍼붓고 싶은데
너무하는것 같애서....
부부간이건 부모자식간이건 인간관계도 거저 되는줄 아느냐?
허튼짓 않고 바르게 성실하게 사는것은 물론 훌륭한 일이지만, 그런다고 그게 다 일까?
모 나도 현모도 양처도 못되지만...
1. sun shine
'04.12.7 12:25 PM (211.222.xxx.171)저도 맞벌이인데요.
아이들 사줄 때는 아빠가 돈 주어 사주라고 하셨다고 하니까....
아이들은 항상 아빠에게 매달려 돈 달라고 하더군요.
아빠가 OK 안하면 못사주고 못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렸지요.
밖으로는 제 권한이 좀 줄어드는 반면 아빠의 힘이 올라가 있지요.
그러나 사실 모든 것은 제가 고무줄을 당기고 있잖습니가?(ㅎㅎ)
대신 모든 것이 아빠이기때문에 저는 뒤에서 아주 편한 면도 있습니다.
시댁의 것도 남편에게 말해볼께요 하면 끝이고...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안되어도.... 이미 상의를 한 상태이니
부부가 같이 책임있는 것 맞지요?
그럴 때 살짝 빠져 나오면 50%씩 나누어 갖는 것이 마음편하지요.
글은 이렇게 올리지만....
저도 시행착오 아주 많이 했답니다.2. 커피와케익
'04.12.7 1:01 PM (210.183.xxx.202)저희집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큰애(아들넘)이 특히 아빠를 경쟁자로 생각하는듯
엄청 질투해요...^^;;어려선 그리 아빠를 따르던 녀석이..
제가 아빠 빨래를 개고 있으면 휙 가져가서 못 개게 하기도 하고..
가끔 자기 잘 때 남편과 제가 술한잔이라도 하는 꼴을
보면 그날은 집안이 뒤집어집니다....^^;;;
저희 남편은 워낙 시간도 없고 그런반면
물건 보는 안목은 참 까다로와서
왠만하면 제가 다 마련해 바치는 형편인데
아이들도 그러다보니 엄마한테만 조르고 따르고..그런 면이 있어요..
근데 아이들이 엄마를 더 좋아한다(?)는 건 참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생물학적인 이유든 뭐든 간에요..
그러니까 아이들에겐 그냥 지금처럼 좋은 엄마되시고(정말 좋은 엄마신거 같아요..)
대신 남편에게 엄청 오버해서 잘 해주시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쓰리쿠션(?)의 효과를 보심이 어떨지....
시집와서 첨엔 시댁에 시아버님용 반상기와 커피잔, 간식그릇이 다 따로
있는 걸 보고 참 이상했었는데요..제가 요즘 그러고 있습니다..^^
남편 내색은 안해도 무지 좋아하던 걸요...애들한테도 이건 아빠 그릇이다
이건 아빠 드시게 남겨놔야 한다..아빠 출근하시기 전에 구두도 꼭 큰애에게 닦게 하고
인사도 꼭 90도 구부려서 하게하고..꼭 존대말 쓰게 하고 등등
엄마가 앞장서서 아빠의 체면을 세워주면 그나마 좀 애들도 따라하더군요..
글고 따님이 아빠와의 스킨십을 꺼리기 시작하는 건 고나이또래에
정상적인 모습같구요..(에버랜드 선전에도 나오자나요,,왜)
아이들이 나는 안 따르고 배우자를 유독 더 따른다는 건..
정말 안 경험해 보면 모르는 참 씁씁한 기분이라고 해요..(내색하기도
유치해지니까 참 ..거시기하죠..^^)
얼마전 남자선배들하고 술을 마시는데..이런 말 하더라구요..
어짜피 돈버는 기계인데..좀 기름칠이나 해가면서 부려먹지..하면서
농담을 하더라구요..와이프가 애들하고만 똘똘 뭉쳐서 자기를 덜 챙겨준다고
느끼는 걸 그리 표현하더라구요..원글님이 그러신다는 게 아니라..
그 말듣고 정말 저 찔끔해서...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남편 눈치를 살피면서
살고 있습니다..^^;;3. 헤스티아
'04.12.7 1:24 PM (221.147.xxx.84)아빠 입장에서 아빠가 아쉬웠던거나 아빠가 하고 싶은것을 아이에게 해 주려니까 아이가 싫어하는거 같아요.. 저두 어릴때 아빠의 일방적인 애정표현이 정말 싫었거든요..... 징그럽기도 하구...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아빠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 낳고, 어릴때 엄마가 안아주지 않은것이 항상 아쉬워서, 아기를 맨날 안아주니까, 아기가 안아주는것보다 다른것 하고 싶었으면 좀 칭얼댔거든요..'애는 내가 안아줘도, 싫은가봐' 그랬더니 남편이 절 보고 그러데요.. '니가 원하는거 해 주지 말고, 아기가 원하는거 해 주라'구요.. 남편은 아기랑 되게 잘 놀거든요.. 그 비결이 그거였나보더만요...4. 원글
'04.12.7 1:43 PM (211.180.xxx.61)여러 말씀 감사합니다.
근데 어쩌죠? 사실 저두 성격이 별로 좋은 편은 아녜요. 겉으로는 좋은데..
누구한테 막 잘해주고 챙겨주고, 봉사하고 이런 스탈이 아녜요. 남편이건 자식이건..
다만 노는 코드나 수준이 아빠보다는 애들하고 맞으니까, 또 엄마니까 아이들이 따르긴 한데...
비교적 편한 직장 다니긴 하지만 나 한몸과 애둘 건사하기에도 바뻐요.
솔직히 내 천성도 그렇거니와 남편까지 살뜰히 챙겨줄 겨를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돈 문제도 애들이 그동안 엄마랑 어디가면 엄마가 카드 척척 꺼내 결제하는거
다 봐왔는데 이제 와서 이건 아빠가 사주신거야 한들 믿지도 않고 신경도 안쓰는 눈칩니다.
헤스티아님 말씀도 참 맞는것같구요. 암튼 마니 생각해봐야겠어요.5. 000
'04.12.7 2:31 PM (221.167.xxx.248)원글님 말씀에 어폐가 있어서..한말씀드리려고..
"비교적 편한 직장 다니긴 하지만 나 한몸과 애둘 건사하기에도 바뻐요.
솔직히 내 천성도 그렇거니와 남편까지 살뜰히 챙겨줄 겨를 별로 없습니다."
이 부분이요.
이렇게 남편을 신경 안쓰고 사실거면..
왜 남편이랑 같이 사세요?
그냥 구색맞추기용으로??
남편분도 원글님의 이런생각을 못느끼는거 아닙니다. 말이란거..꼭집어서 하지 않더라도.
느낌으로 알잖아요.
그러니 ..술마시고 그런 표현을 한것이고요.."돈버는 기계가 왔다~"
저는 원글님 남편의 그 말씀이 참 서글프네요...
남편이..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위치라고 말씀하지 마세요.
아내가 만들었고..남편은 방관자였고..아이들이 동조했잖아요...
님의 남편 정말 가엽습니다.
울집 남편..
그런점에선 항상 저한테 고맙다고 얘기합니다.
술마시다가 얘기들어보면 남자들이 모두 그런답니다.
"마눌이 애한테만 신경쓰고. 자신들한테는 관심도 없고..그냥 돈만 벌어오란다고..같이 살 맘도 안난다고.."
그러다 보면..곁에서 은근슬쩍 자기를 위해주는 여자한테 맘이 가지 않겠어요??
여자던 남자던..자신이 대접(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들면..
옆사람한테 눈이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남녀가 서로 만나서...둘이 좋아서..아이를 낳았던게 우선입니다.
부부가 우선이고..아이는 그 다음이란 얘기죠.6. 원글
'04.12.7 4:18 PM (211.180.xxx.61)000님 글 잘 읽었구요. 이런 말씀 하실분도 있을 것 같긴 했습니다. 어렴풋이 짐작에...
저도 제가 다 잘했다는것 절대 아니고요. 위에서도 말했듯, 확실히 현모도 양처도 못됩니다.
이기적이기도 하지요. 살아보니 결혼 생활은 정말 봉사정신, 서비스 정신이 강해야하겠더군요.
특히나 여자가... 아내로서 엄마로서 챙겨줘야 할것 투성이 아닙니까?
그래서 나같은 성격은 결혼생활에 별로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적도 있죠.
그런데 여자만 그렇게 딥따 챙겨주고 그래야 됩니까? 남자는 모 그냥 가끔가다 고맙다거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같은 멘트나 간간이 날려주고 아내 손이나 한번 꼭 잡아주고, 그윽한
눈길과 마음만 있으면 되고, 여자는 잠자는 시간 빼고 발발발발 몸으로, 또 정신적으로 챙겨야 되냐구요?
애들과의 관계도 선물 공세를 펴든지, 애들이 뒤집어질만한 이벤트를 만들던지 해서
아빠가 알아서 만들어 나가는게 바람직한 것이지 그런것까지 아내나 엄마가 "얘들아, 아빠를
사랑하고 존경해야한단다" 이러고, 막 모시고 이러라구요?
아이들 보다 부부가 우선이란 말은 저도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만.....
사실 제가 퇴근하고 집에 바로 바로 부리나케 들어가는 이유는, 우리 애들 때문입니다.
아침에 겨우 눈비비구 일어난거 보고 나왔기에, 밤에 한 두시간 밖에 있어주지 못하기에
잠자리에 들때만이라도 엄마랑 같이 누워서 잠들게 해줄라구요.7. 글쎄요
'04.12.7 5:43 PM (220.70.xxx.147)원글님 말씀 하신것 보니 스스로 고칠 생각은 없으시군요
아니면 고칠 여력이 없으시던지요...
그럼 남편이 섭섭해서 스스로 고칠 때까지 놔두실 수 밖에 없어요
원글님께서 남편분에게 아이들한테 이러저러하게 해줘라 그건 싫어한다 이정도만 코치 하시구요
힘드시더라도 이러저러 코치만 하시구요
(남편탓 하거나 원망하거나 비아냥 이런거 절대 마시구요. 어떻게 하면 된다- 확실한 요구만 하세요)
님께서 성격이 안좋으시다고 스스로 그러니 걱정됩니다.
분명한 요구, 코치 외에는 신경질도 짜증도 안됩니다. 이성적으로 말씀하세요8. 용감씩씩꿋꿋
'04.12.7 7:29 PM (221.146.xxx.154)엉망이라도 강남에 있는 낡은 아파트들만 하려구요..
9. 원글맘
'04.12.8 9:15 AM (211.180.xxx.61)답글 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에 글 올릴땐 아무리 익명이긴 하지만 좀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여러 님들 말씀들 들으니 많이 생각도 하게 되고 좋은 상담을 받은 느낌입니다. (그것도 무료로!)
첨 글올릴땐 저두 계속 화가 난 상태였고 지금은 맘도 풀리고 생각도 많이 했어요.
이러다가 또 도루묵이 될수도 있지만... 용감씩씩님 말씀처럼 그런것이 가족관계가
소원해지는 출발점이 되면 절대 안되죠.. 애들 아빠에게 좀 더 많이 신경쓰고
잘 해드리려고 노력이라도 해야겠어요. 엄마, 아빠가 서로를 귀히 여기면 애들도
분명 그럴것이고, 말로는 다 아는데 실천을 못했네요...
제 생각에 지금은 딸들이 어려서 그렇지만, 좀 커서 철나면 아빠를 무척 좋아할것같아요.
원래 딸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그 마음과 정이 엄청 애틋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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