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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경향신문- 오페라 연출자가 본 '오페라의 유령'
[경향신문 2004-12-03 18:06]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영화로 거듭 태어났다. 3년전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던 이 작품을 보면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강렬한 음악적 힘과 환상적인 무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영화에 대한 호기심도 강렬할 것이다.
연기 자욱한 호수 위를 둥둥 떠다니는 수백개의 거대한 촛대들. 크리스틴을 태우고 도도히 노를 저으며 수면을 가로지르던 유령의 신비한 모습과 그 카리스마는 관객들을 너무나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팝송과 오페레타를 섞어놓은 듯한 웨버의 달콤하면서도 강렬한 음악은 무대 현장에서 듣지 않으면 제 맛이 안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이 새로 태어난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말끔히 사라지고, 새삼스레 영화라는 매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웨버의 음악은 뮤지컬 무대에서보다 더 큰 울림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대에서는 고작 20명 안팎의 연주자가 연주했지만 영화속 오케스트라는 마치 수백명이 연주하는 느낌이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역을 맡은 에미 로섬은 노래 부르는 천사다. 초연때 여배우를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신비를 가장한 가식성 대신, 순수함의 에센스가 노래와 연기로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뜨거운 열정이 순수와 한데 뒤섞인 매력 덩어리다.
패트릭 윌슨(라울 역)은 크리스틴의 남자친구역을 하이 바리톤이 아니라 섬세한 리릭 테너가 맡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유령은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마이클 크로포드도 아닌 숨은 할리우드의 스타 제라드 버틀러이다. 작곡가·제작자인 웨버가 그를 캐스팅한 까닭은 아마 음악적 이유라기보다는 유령의 전체적인 느낌 때문이었을 듯하다. 약간 쉰 듯한 소리에는 유령의 외로움과 인간적 면모가 함께 묻어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대사위주로 된 영화의 일반 포맷을 버리고 원 뮤지컬처럼 음악 위주로 흘러간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뮤지컬 공연을 스크린 속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뮤지컬의 리듬을 상당부분 간직하면서도 새롭게 영화적 리듬을 만들어간다. 원 노래의 사이 사이에 추가된 일반 대사를 통한 사실적 장면들은 영화의 화려함을 넘어서서 주인공들의 절절한 사연의 디테일들을 새롭게 창조해낸다.
늙은 라울의 회상이라고 하는 액자 포맷도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맛을 선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땅에 묻힌 크리스틴의 무덤가를 찾아와 오열하는 라울의 클로즈업은 유령의 반쪽 가면에 집중된 뮤지컬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 주는 극적 이미지에 비하면 강렬함이 덜하다.
마담 지리가 라울에게 유령의 비밀을 드러내는 사실적 장면도 영화적 리듬을 추구한 좋은 예다.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그 유명한 장면을 스토리의 중간이 아니라 거의 마지막 지점에 포함시킨 것은 영화적 리듬을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샹들리에를 통한 유령의 폭력은 크리스틴에 대한 그의 분노와 실망, 크리스틴의 납치라고 하는 심리적 클라이맥스를 가장 영화스럽게 시각화한다.
이렇게 해서 가스통 룰루의 원작 공포소설은 뮤지컬과는 또다른 감동을 가진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12세이상 관람가. 8일 개봉.
〈김학민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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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씨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 연출자입니다.
아직 뮤지컬 시장이 좁고 팬들이 많지 않을 무렵인 2001년 우리나라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한다고 발표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에 걸친 배우 오디션과 그 후 이어진 혹독한 훈련, 기획사와 스텝, 배우들의 자부심, 또 매진에 가까운 객석 점유율 등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되었어요.
엘지 아트 센터는 이 공연을 위해 극장 내부를 개조까지 했었으니까요.
그 후 공연 기술의 향상, 뮤지컬 시장의 확대와 인터넷 등을 이용한 뮤지컬 팬들의 증가 등 숨가쁜 행진이 계속되었지요.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미녀와 야수' 등 외국 대형 뮤지컬이 우리나라에 속속 들어와 공연되고 있지만 이 '오페라의 유령'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좀 남다르다고 생각됩니다.
그 때의 감동을 같이 나누었던 연출가 김학민씨가 영화평을 썼길래 얼른 옮겨 왔습니다.
그 뮤지컬이 영화가 되었다니요...
전 대부분 집에서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편입니다만, 이번만큼은 꼭 음향 좋은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아야겠어요. ㅎㅎㅎ... 좋은 극장 알려 주실래요?
1. 이론의 여왕
'04.12.5 3:55 AM (218.144.xxx.186)켈리 님, 좋은 극장은 잘 모르겠고... 암튼 저두 델고 가주세요~~
2. 아라레
'04.12.5 8:40 AM (210.221.xxx.247)좋은 글 감사해요. 안그래도 이 영화만큼은 꼭 극장서 보고 싶더라구요.
좋은 극장은 용산의 극장들(흑! 극장명이 생각이 안나서...)이요.
전자랜드 위에 있는 극장은 무료주차 4시간에 극장시설도 깔끔하고
새로 문을 연 용산역의 극장도 최신시설에 새로 생기고 여의도와 가까와선지
연예인들이 자주 온다 그러더군요. ㅎㅎㅎ3. Ellie
'04.12.5 11:43 AM (24.162.xxx.174)전 소설로 읽었는데, 오페라의 유령.. 그런데 김학민씨가 사라 브라이트만에 대해 그다지 좋지않은 인상을 갖고 계신듯.. (저도 사라 브라이트만 목소리 너무 갸냘픈듯 하야 별루 지만.. ^^;;)
진짜 그 공연 보고 싶어요. 내년 까지 할라나? 부산도 할라나? ^^;;4. Ellie
'04.12.5 11:43 AM (24.162.xxx.174)읽어보니.. 영화군요. 봐야겠네. ^^
5. 맨날익명
'04.12.5 2:49 PM (221.151.xxx.152)음...사라브라이트만의 목소리 덕분에 오페라의 유령에 빠져버렸는데 순수함을 가장한 가식적인 목소리라고 평한것에 전 동의하고 싶지않습니다.
영화소개때마다 지금 여배우의 목소리를 듣고있는데 그때 들었던 사라브라이트만의 크리스틴보다는 좀 덜하다는 느낌이 드는건 제가 너무 사라브라이트만에 빠져있어서겠죠.
그러고보니 정말 음향빵빵한 극장을 찾아서 이 영화를 보러가야겠군요.
뮤지컬이 들어왔을때도 보고싶었었지만 머니가 딸리는 관계로다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는데 영화평이 너무좋네요.6. 헤스티아
'04.12.5 4:14 PM (221.147.xxx.84)힘들때 오페라의 유령 씨디를 꺼내 듣는 저로서도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저두 엘지 아트센타 공연보고,, 감동에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도 사고.. (중얼중얼)
아기땜에 영화보러 갈 수는 없고, 디비디가 나오면 (최초로) 살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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