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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싶어하는 남자들에게..

음... 조회수 : 1,460
작성일 : 2004-12-01 18:34:49
다음 까페서 펀글입니다.  

==============================================================================

시부모를 모신다는 것이 며느리에게 조금 더 손해(손이익을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보는 일이라는 것을 기조에 깔고 시작하는 것이기 쉽습니다.  

그 마음부터 바꾸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더 불편하게, 내가 더 싫고 힘들게 살겠다” 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싫고 불편하겠지? 그래도 우리 부모님이니 니가 좀 양보하면 안될까?”
라는 마인드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네가 불편해하지 않을수 있도록 내가 이 한몸 바쳐 최선을 다할게”

라고 시작하십시오.

친구와 여행을 간 일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조카 아이를 달고 움직이게 되었는데,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친구에게 미안하고, 신경이 쓰이더군요.


친구가 내 조카로 인해 걸리적 거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나서서 얼른 조카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되고,  
시간이 늦었을 때는 조카로 인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아예 업고 뛰었더랬습니다.


내 집안에서는 천금같이 귀한 아이인데  

친구가 그 아이를 군더더기로 여기게 하는 일도 싫었고,  
내 눈에는 그저 이뻐보이는 일도  

친구의 눈에는 별로 이뻐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조심해서 움직였더니,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그러더군요.


조카아이 덕분에 훨씬 재미있는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라구요.

비슷한 경우로, 대학 시절 하숙을 하는데, 어머니가 올라오신 일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과 하숙을 했고,  

그 친구와 3년째 같이 살던 중이었기 때문에 별로 거리낄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이 자던 방에 셋이 자게 되는 것이 미안하고 신경 쓰이더군요.
자꾸만 배려해 주게 되었습니다.  
물론, 친구의 어머니가 올라오셨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지요.
친구가 저를 신경쓰고, 배려해주고.

친구와 내가 있는 공간에, 나의 핏줄을 달고 가는 것은 친구도 불편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신경쓰이고, 힘든 일이다 라는 마인드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 내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하고, 내가 가장 힘들어야 한다, 라는 마인드가 필수적입니다.

나에게는 눈물나게 고맙고 귀한 분이고,  

옛날 일 생각하면 어머니의 은혜에
그저 감동해서 눈물밖에 흐르지 않을지언정, 아내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는 님의 어머니에 대한 그런 애틋한 추억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분에게 그저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님이 생각하는 만큼
애틋하고 감동적으로, 절절한 사랑으로 대해 달라는 것은 무립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내는 아내의 어머니에게나 그렇겠지요.
님은 그 절절하고 애틋한 어머니, 늙어 홀로 지내면 불쌍하지 않느냐 하여 모시기라도 하지만,
아내는 별로 추억도 없고, 좋은 기억도 없는 그저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그 절절하고 애틋한 자신의 어머니를 자기 집으로 모셔오는 일에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님에게는 천금같이 귀한 분이지만
아내에게는 귀찮은 짐덩어리일 뿐입니다.

늙고 병들어 힘없고, 돈은 또 어찌 그리 많이 들고, 눈치 없는데다 말은 또 왜 그리도 많은지요.
(우리 어머니는 안그러신다구요? ^^ 세상 모든 우리 어머니는 그렇지 않고,  
세상 모든 시어머니를 포함한 남의 어머니, 남의 집 노인네는 다 그런법이지요.)


친구와의 여행에 따라온 여섯살박이 조카와 다를게 하나 없습니다.

모시라, 모시지 마라 이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모실 수도 있고 모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님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게 되어  

아내는 국그릇 두개, 밥그릇 두개, 수저 두개만 설거지 해도 되던 것을
이제 국그릇 네개, 밥그릇 네개, 수저 네쌍을 씻어야 합니다.
어차피 하는 설거지, 몇개 더 늘어나면 어때, 라고 생각하신다면
모시지 마셔야 합니다. 아내와의 갈등이 너무 커질 것이 뻔하니까요.


너무 사소한 비유가 될지 몰라도,
하숙을 할 때, 이불을 펴는 것은 제가, 개키는 것은 친구가 했었거든요.
어머니가 오셨는데, 밤에 불편하게 자게 한 것이 미안해서,  

펴는 것도 제가, 개키는 것도 제가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모든 사람들(남녀를 불문하고)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친구에게도 지키는 염치를 어째서 아내에겐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까요.

느릿느릿 칭얼대는 조카아이를 업고 뛸 각오가 없고서는
조카아이를 데리고 친구와의 여행을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여행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지요.

내 부모님이 만들어 내는 모든 치닥거리를 내가 다 할 거야, 라는 각오,  
거기에 한술 더 떠 단 둘의 즐거운 여행이 되어야 하는 곳에
나에게만 반가운 무거운 짐 두개를 지고 온 것에 대한 미안함,
그 짐을 내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마움,
내가 사랑하는 그분들에 대해 눈치주지 않는 것에 대한 감사함...

이런 것들을 기본 마인드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님의 행동이 보일 겁니다.  
세상에, 부모를 모시는 데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느냐, 라고 반박하고 싶으시지요.
님에게나 부모지요.
아내에겐 아내의 부모가 있는 법이니까요.

결혼이란, 분명 두 사람만의 여행이구요,
님의 부모님은 '내 부모님'이지 '우리 부모님'은 아닙니다.
님의 아내는 님의 아내가 되기 위해 결혼한 것이지,
님의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입양당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속담에도 있잖습니까. 사랑은 내리사랑이지 치사랑은 없다구요.
자식은 무작정 사랑할 수 있어도, 부모를 무작정 사랑하여 품고 갈 수는 없는 법입니다.

님의 각오가 이와 같으시다면,
모시는 것도 무방하리라 봅니다.

하기야, 대한민국 남자들, 내가 다 할게, 내가 다 할게, 해 놓고 모셔오면,
빨래는 여자일, 설거지도 여자일, 이런 식이지요.


아침에, 아내가 밥 먹기 싫어 누워 있는데,
시부모 밥 굶는다, 밥 해. 라고 할 마인드라면, 모시지 마세요.
아내와 상관없이 내 부모님밥은 내가 챙긴다! 라는 각오로 시작하세요.

그래도 아내는 두 사람만의 공간을 침해받은 피해자입니다
IP : 203.241.xxx.16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당
    '04.12.1 7:04 PM (211.176.xxx.121)

    좋은 글입니다. 남자들이 많이 읽어야 할거 같아요.

  • 2. 피글렛
    '04.12.1 7:44 PM (194.80.xxx.10)

    좋은 정보 감사요.
    검색해보고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 3. ...
    '04.12.1 7:53 PM (211.204.xxx.89)

    글 쓰신 분 당연 여자분일 것 같은데요.
    아들이 며느리입장에서 저런 글 쓸 수 있을까요?
    특히 '피해자'라는 부분에서 강한 여자의 향기가 납니다.

  • 4. 커피와케익
    '04.12.1 7:54 PM (210.183.xxx.202)

    제가 알기로 원작자는 마이클럽의 모 님으로 알고 있어요..
    시집살이와 가정생활의 유명한 논객들은 대부분 거기서 배출되는듯..
    요즘은 잘 안가지만(로긴하는 걸 되게 귀찮아 하는 성격이라서욤..-.-)
    하여튼 거기가면 쭉~~ 빠진 글들을 쓰시는 한논리 하는 분들이 많아요..^^

  • 5. ㅎㅎ
    '04.12.1 10:56 PM (211.224.xxx.228)

    여자분이 쓰신 글 같은데..
    한국적인 상황에서
    저 같은(며느리이면서 여자) 입장에서도 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간간이 보이는데
    다른사람에게나 남편에겐 못 보여줄 글 같습니다.

    시부모를 모시는 시각은 상당히 독특합니다만^^;;

  • 6. 날날마눌
    '04.12.1 11:56 PM (218.145.xxx.3)

    이 글쓴분은 대충?아는데요...
    미혼의 아가씨예요...
    놀랍죠^^
    마이클럽에서 유명한? 분이셨는데...
    한참 전에 마이클럽 떠나셨어요...악플러의 너무 심한 공격에...
    정**이라구...오랜만에 생각나는 분이네요....

    사실 여기에 특정인을 비난?하는 글을 보면 상처가 되어
    그분처럽 떠나실까...걱정된답니다...

  • 7. 빈수레
    '04.12.1 11:59 PM (218.53.xxx.14)

    근데 말이지요....

    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읽어 내려갈 남자라면....

    시부모님 모시는 상황에서도 아내를 그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을 것 같고,
    그러면서도 이 글을 읽으면서도 속으로라도 '맞아,맞아..'주억거리며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더 느낄 사람 같아요....

    즉....
    마누라 속썩이는 사람은 이런 글도 안 읽는다...모, 이런 생각이 들더라는... =3=3=3=3=3333

  • 8. 흠...
    '04.12.2 12:53 AM (194.80.xxx.10)

    두사람만의 여행에 시도 때도 없이 끼려는 시부모님을 위한 글은 없을까요?
    남자들이 바뀌는 것 보다 시부모님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쬐금 더 쉬울 듯 합니다.

  • 9. ....
    '04.12.2 3:06 AM (211.201.xxx.60)

    아주 예전에 마클의 정은형님이 쓴글 아네요?
    저도 복사해논게 있어요.
    근데 그님이 마초들 공격을 받아서 거의 쫏겨나다시피햇어요.
    에효..마클 가만보면 더이상 여자 인터넷이 아닌듯해요
    마초들이 이미 점령했죠..
    마클은 이제 더 이상 기대 않합니다.

  • 10. 구구절절
    '04.12.2 4:07 AM (211.179.xxx.202)

    옳은 말이지만
    알아들을 남자들이 몇몇일런지.......

  • 11. 한해주
    '04.12.2 5:23 AM (202.161.xxx.62)

    추천이요!!!!!!!!!!!!!!!!!!!

  • 12. ,,,
    '04.12.2 5:35 AM (218.152.xxx.26)

    남편이 아무리 저렇게 해주는 사람이라 해도
    그 꼴(시어머니 말투)을 봐줄 시어머니가 있을까요?
    아들이 저렇게 해도 그러려니 해줄 시어머니라면,,,
    그런 인품을 가졌다면,,,
    남편이 하나도 안도와줘도 모실수 있을 거 같아요.
    울신랑은 둘이 있을때는 저거보다 더한 예스맨인데,
    저런편지 보내봐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시어머니는 어림 없거든요...흑...

  • 13. 근데..
    '04.12.2 7:31 AM (211.201.xxx.238)

    보통 아내를 자기네 집으로부터 제대로 protect하는 남편인경우
    시어머니가 그 며느리 그렇게 못갈구죠..
    시어머니 그 할애비가 와도 며느리 절대 못갈굽니다..
    그만큼 남편의 역활이 중요한거에요.

  • 14. 그것도
    '04.12.2 8:39 AM (218.152.xxx.26)

    시어머니가 좀 순한 경우죠.
    아들을 왼수로 삼을지언정 절대로 자기뜻 안굽히는 시모는 대책없음 이야요.

  • 15. 오늘아침에
    '04.12.2 9:48 AM (221.151.xxx.152)

    새벽에 눈이 떠져서 사과하나 깍아먹으면서 할일없이 있다가 82쿡에 들어왔는데 신랑이 옆에서 보고있다가 클릭을 해보라고 하더니 주욱 읽데요.
    읽고나서 아무소리 없더군요.
    장남이거든요.

    음..그리고 이글을 쓰셨다는 정은형님에 대해선 제가 졸지에 '마쵸맨'이 되어버린것같습니다.
    그때 그분이 마이클럽의 터방을 떠나시게 된게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느분의 글에 단 리플이 계기가 된거였는데 그게 졸지에 '유부녀'들 vs '처녀'들 싸움이 되어버렸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결혼하신분들 입장에선 그분글에 단 정은형님의 리플이 거슬려서 '당신도 결혼하면...'이런식으로 글이 달렸었는데 그때 글을 다신분들이 마쵸맨들이 아닌 유부녀들이었었던것으로 생각하는데 저만 유부녀였나요?
    정은형님글이 딱부러지고 좋긴했는데 그분생각이 모든 문제있는 고부갈등에 대한 며느리들의 대응책으로 되기엔 이상적이었었던것같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가 글에서 느낀 그 딱부러짐이 그정도 일로 터방을 떠나시리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게 떠나시길래 사람 잘못봤구나 싶더라구요.
    그분 역시 이상만 추구하는 그런분이셨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16. 얼마전..
    '04.12.2 11:38 AM (211.118.xxx.149)

    남편과 시어머님 모시는 문제로 한바탕 큰일(?)을 치루고 난 후라...이글을 읽으니 또 한숨이 나옵니다.
    남자들은...왜 여자들이 자기 부모님 모시는게 당연히 그냥 받아들여져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할까요?

    제 친한 선배는 이번에 결혼했는데...장남에 여동생 하나있는 남편한테 이리 말했답니다.
    "당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 이해한다. 그렇지만 그 애틋한 감정을 나에게도 강요말라. 당신어머니 당신에게나 애틋하지 나에게도 애틋하겠느냐. 울엄마(친정)도 나한테나 애틋하지 당신한테도 그런 존재겠느냐..." 머...대충 이리 말했다하더군요...

    드라마에서나 본 얘기일줄 알았는데, 막상 저한테 이런일이 닥쳤었고....이런 절 이해해주지 않고 그저 자신의 어머님을 기꺼이 받아들여주길 기대하는 남편에게 결혼 후 처음으로 서운하고 섭섭하고..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시부모님 모시는 문제..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정말 받아들여야하는 여자에겐 어려운 문제라는걸 남자들은 왜 모를까요?

    이 글 읽으니....생각이 많아 집니다.

  • 17. 익명
    '04.12.2 1:22 PM (222.107.xxx.156)

    어제 ㅡ> 과거라는 뜻이 함꼐 담겨졌음.
    비가오는 ㅡ> 뭔가 촉촉하고 아련한 기분
    명동거리ㅡ> 이 글에도 향수가..요즘은 명동거리 라는말 안 쓰니까..그냥 명동..^^

    이런 이유로 딱! 이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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