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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사랑

며느리 조회수 : 895
작성일 : 2004-11-27 12:21:02
결혼한 지 14년된 며늘입니다.
저희 시아버님..
제가 참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십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아버님 그립고 걱정되어 오늘 아버님이야기를 해 보고싶습니다.
우리 아버님 다른집 아버님들처럼 많이 배우고 대단한 위치에서 사람 부리며 돈 많이 모으신 분 아닙니다.
평생 목수일 하시면서 자식 넷 공부시켜 출가시키시고 일흔여섯 연세에도 일하던 사람 쉬면 아프다 하시면서 일거리 부탁오면 새벽부터 일하러 나가십니다.
물론 평생 성실하게 노동하신 댓가로 작지만 아버님 명의의 아파트도 한 채 있으시고 생활비 아직 한번도 자식들에게 받으신 적 없습니다.
아직은 괜찮으니 부모 걱정 말고 너희나 잘 살아라 하시면서 받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아버님 찾아뵈러 가면 며느리 좋아하는 음식 먹으러 나가자고 하시면서 음식값도 거의 아버님께서 내십니다.
(저희 어머님께서는 '나중에 나 힘 더 없어지면 그때 하라' 고 하시면서 설겆이도 제게 못하게 하십니다.)
제가 미리 내려고 하면 아버님께서 사 주시고 싶으시다고, 자식들(며느리 포함), 손자들 맛있게 먹는거 보는게 좋으시다고 하시면서 굳이 제가 돈 못 내게 하십니다.
그래도 가끔은 제가 사 드리기도 하는데 제가 돈을 낼 때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저도 아버님 어머님 맛있게 드시는거 보면 기분좋고 행복합니다.' 라고
제가 대학에 다시 편입해서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도 저희 아버님 어머님 '젊을때 뭐든지 배워야 된다' 고 하시면서 격려해 주시고 졸업식날 오셔서 짜장면 탕수육 사 주시면서 축하금으로 거금 백만원을 금일봉으로 주셨습니다.
제가 아이 둘 키울 때 늘 하시던 말씀 아직도 힘이 됩니다.
'애미 고생한다. 혼자 손으로 두 아이 키우느라...'
혼자손으로 아이 키우는 엄마가 어디 저 뿐입니까? 대부분이 그렇잖아요?
육아 스트레스로 힘들때면 아버님의 진심어린 그 말씀으로 다시 힘이 나곤 했답니다.
저희 아버님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큰 손자 책가방 사주라고 금일봉을 주셨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아버님께서 주신 금일봉으로 교복 사 주면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할아버지께서 힘들게 일해서 버신 돈으로 너 책가방 사 주라고 주신 돈이다.
할아버지는 많이 배우시지도 못하셨고 돈도 많지 않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평생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시고 지금까지도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사시는 분이시다. 너도 할아버지처럼, 아빠처럼만 살면 된다.
할아버지와 아빠는 평생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너도 할아버지 손자, 아빠 아들이니까 분명히 성실하고 정직한 훌륭한 어른이 될거다.'라고요.
저희 아들 입학식 끝나고 할아버지께 드린 편지에 할아버지처럼 열심히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감사드린다고 했더군요.
저희 아버님 그 편지 받으시고  너무 대견하고 기쁘고 고맙다고 전화오셨어요.
그리고 우연히, 존경하는 인물을 할아버지라고, 그 이유는 평생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 해 살아오셨기 때문이라고, 본 받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뛰어난 사람도 분명 중요하지만 묵묵히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다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 아들이 아빠나 할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뛰어난 사람이 되기 보다는 자기의 본분에 충실하면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저 잘하는거 하나도 없는데도 언제나 우리 며늘만한 사람 요즘 없다시며 저를 칭찬하시고 세워주십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마음을 품고 삽니다.
'정말 잘 해 드려야지. 앞으로 같이 살게 되면 정성껏 모셔야지...'
아버님 사랑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저 매일 매일 기도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자식들 효도 받으시며 살게 해 달라고.




IP : 211.57.xxx.13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연우맘
    '04.11.27 1:16 PM (211.185.xxx.114)

    저두 그런 마음이었던때가 있었는데
    맞벌이 두아이를 어머니한테 키우면서
    자주 부대끼고 서로 힘들다보니 지금은 그런 마음이
    많이 없어졌구 .나쁘다 하지마세요 저두 나름대로는
    눈치보면서 했는데
    자주 만나다보니 어머니두 제가 만만해지구
    또 딸이 저처럼 산다면 애놔두고 먹구살겠다구(우리잘살자고지만)
    이러는데두 저러실까 싶은 마음도 들더라구요

    결론은 서로 적당한 선에서의 거리를 두고 지냄이 훨 좋은거
    같아요 부딫치다보면 자연 서운한 점이 생기게 되는거 같아서
    어른이나 저나.
    암튼 굉장히 어려웠답니다.

  • 2. 헤르미온느
    '04.11.27 1:21 PM (210.92.xxx.143)

    칭찬은 고래만 춤추게 하는게 아닌데, 그쵸?
    정말 좋은 부모님이시네요...글구 님도 그렇게 닮아가시는군요...아름다워요^^

  • 3. 포포얌
    '04.11.27 1:29 PM (218.51.xxx.237)

    ㅜㅜ 너무 멋지십니다..울시부모님도 넘 잘해주시는데 님글을 읽으니 조금 울시부모님이 서운해지는걸요...ㅋㅋ 님도 착하시네요...감사할줄 아는 마음을 갖는다는거 그것또한 정말 대단한겁니다...
    어떤사람은 글케 해줘도 감사한줄 모르는 사람 많습니다...울집에도 있어요..그런 며느리들이...

  • 4. 행복이가득한집
    '04.11.27 3:17 PM (220.64.xxx.73)

    존경 받으실 시부모님이세요
    글을 읽다보니 제 마음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나네요
    정말 진실한 분들이세요
    요즘 괘팍한 시부모님들도 많아요
    자게판에 가끔 ``시 ``자 들어가는 가족들이이야기 별로 였는데
    이렇게 따뜻한 글을 올려주시니 매우 감동적이고 이추운 겨울을 평온하게 지낼것 같습니다

  • 5. yozy
    '04.11.27 3:58 PM (220.78.xxx.167)

    제마음이 다 훈훈해집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6. 익명
    '04.11.27 9:02 PM (211.204.xxx.11)

    부모님의 마음이 보석 같으니
    며느님마음도 보석 같네요.

  • 7. 감동먹음
    '04.11.28 2:40 AM (194.80.xxx.10)

    좋은 며느리는 좋은 시댁어른들이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목수 일 하시는 분들은 인성이 좋으신 것 같아요.
    예수님도 목수였잖아요.

  • 8. 나도 며늘
    '04.11.29 2:26 PM (210.183.xxx.2)

    저 글 읽으면서 눈물 흘렸어요.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네요.

    동시에 생각나는 분들이 계셔서....
    저희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

    저희 친정 아빠도 정말 좋으신 분이세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다 생략하고 제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이예요.

    반면에 시부모님에게는 서운한게 많아요. 자기 아들이 잘났다는(박사라는 것) 이유로 항상 받으려고만 하시죠. 저도 나름대로는 당당한 사회인인데... 가장 서운한건, 제가 대전에서 서울까지 KTX로 출퇴근을 하거든요. 애가 없을때는 주말부부를 했는데 애가 태어나니 온가족이 전국으로 흩어져 사는건 정말 싫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고생하더라도 그렇게 하기로 했죠. 저는 아침에 남편과 함께 애 놀이방에 데려다주고 대전역으로 가서 KTX 타고 용산역에 내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출근하죠. 물론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나 남편한테 서운한건 없어요. 어차피 저희가 의논해서 결정한거니까요. 근데 시부모님한테는 서운하죠. 저희 친정엄마는 항상 전화하면 애키우면서 출근하느라고 고생한다고 말이라도 하시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한번도 그런 말씀 없으시죠. 원글님 시아버지는 그냥 애만 키우는데도 그렇게 말씀하시잖아요. 얼마나 고마워요. 저희 친정 부모님도 그러시거든요. 근데 우리 시부모님은 여자도 돈을 버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며느리가 그렇게 고생하는건 안중에도 없으신가봐요. 그저 며느리가 저러다 회사못다닌다고 할까봐 맨날 자기가 애기 봐줄테니 주말부부 하라고 하시죠. 전 하루종일 애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날마다는 꼭 봐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골 할머니에게 맡겨버리는 거 정말 싫어요. 그래도 힘들게 서울까지 출퇴근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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