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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해지는 날...
결혼하고 7개월된 아이도 있어요...남편은 참으로 무덤덤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지만, 속이 깊어 보이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지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듯이, 남편은 이벤트나 기념일을 특별하지 않게 생각해서 저를 항상 서운하게 만듭니다..
예전에 사귀던 사람은 무슨 이벤트나 기념일 같은 날엔 저를 공주처럼 만들어줬었어요.. 그 사람이 사준 선물이나 음식, 장소등등은 다 너무나 맘에 들고 저를 행복하게 해줬거든요...흡사 제 속에 들었다 나온것처럼(아니, 오히려 저도 모르던 제 욕구를 알았듯이...) 준비하고 짠~하고 저한테 보여주면 그 순간만은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남편이 일찍 일어나서 나가는 바람에(새벽 6시에 나가요..) 얼굴도 못봤어요..저녁6시를 넘어서서 전화를 해보니 꺼져 있고 연락도 안왔더군요... 슬슬 배도 고파지는데, 남편이 와야 밥이라도 먹을거 같아서, 기다리는데.. 뭘 준비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나 아무것도 안하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더라구요...
7시가 다 되어 들어오는 남편...보쌈이랑, 케잌이랑 제 선물 들고 왔어요...
집 앞 빵집에서 사가지고 온 치즈케잌(거의 계란빵..ㅠ.ㅠ)은 칼도 잘 안들어가구..
선물은 절대 절대 제 취향이 아닌 모자(전 남편 생일 선물로 3배는 넘는 금액의 선물을...-.- 세속적이겠지만 섭섭은 합니다요....)
역시나 이번에도 제 예상과 어쩌면 그렇게도 딱 맞게 저를 다시 한번 실망시키는지요...
미혼에 남자친구에게 받은 것과 비교하는게 물론 적절친 않겠지요...(이미 잡아 놓은 고기에게 좋은거 안주겠지만요..)
그래도 한때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은 아주 초라한 생일상을 받고보니 너무너무 슬퍼지네요..
제가 그렇게 많이 바라는걸까 내가 허영이 많은 여자인가 하고 자책을 하다가도, 일년에 단 하루인데 겨우 이정도만 해주나 섭섭하기도 하고..
싸이랑 핸드폰에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생일 축하한다는 글이 가득한데, 정작 가장 축하를 받고 싶은 사람한테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결혼전 화려한 곳에서 좋은 옷 입고 로맨틱하게 지냈던 생일들이 머리속에 마구 지나가면서 오늘따라 더욱 제가 초라하게 느껴지네요...저도 한때는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구 마구 외쳐대고 싶습니다...
남편이 제가 섭섭한걸 눈치챘는지 외식할래? 하고 물어봤는데... 겨우 외식 못해서 그런게 아니란걸 설명하기가 귀찮아서(아니, 설명할 수 없어서...왜 당신은 이것밖에 못해줘? 다른 사람과 너무 비교돼... 이렇게 말할 수 없잖아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돌아섰습니다...그리고 화장실에서 눈물을 닦아내며 나왔습니다...
아기때문에 제가 더 그런 느낌을 받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미혼일때처럼 꾸미고 다닐 일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연애때도 남편과 지냈던 기념일은 모두 다 실망스러웠기에 오늘은 화도 나네요...
그냥 밤이 되니까 끄적여봤습니다....밤에 쓴 러브레터처럼 내일 보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지도..
1. ripplet
'04.11.23 11:07 PM (211.54.xxx.185)와 잘하시네요~~
2. slow
'04.11.23 11:32 PM (203.229.xxx.178)광명 사거리 부근 현진 에버빌이나 월드 메르디앙은 어떠세요? 조금 나오면 버스 정류소에 전철역도 가까워요.
3. yuni
'04.11.23 11:34 PM (211.178.xxx.207)생일 축하드려요 아직 오늘이 다 간거 아니니 축하글 유효한거지요??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죄송하지만 조금 웃었어요.
왜냐면 남편분이 저랑 많이 비슷한거 같아서요.
저도 누구 생일이나 기념일 이런거 챙겨주는데에 많이 서툴러요.
마음은 물론 안그렇죠.
그런 사람에겐 '나 이번엔 **를 선물로 받고싶어" 하고 꼭집어 얘기해주는게 좋아요.
아니, 오히려 고맙더라고요.
그거하나 딱딱 못맞추냐?? 하시겠지만 참으로 노력해도 잘안되는게 있더이다.
앞으로는 님께서 미리미리 D-day #일전~~!!
하고 나서서 챙기시고 받을거 악착같이 받아내세요. *^^*
그렇게 상대방이 하면 쬐금은, 아~~주 쬐금은 태도가 나아집니다.4. 나두 익명^^
'04.11.23 11:55 PM (218.51.xxx.93)1번, 3번 용기제품, 4번 용기제품 거래중입니다
5. 선우엄마
'04.11.23 11:59 PM (220.121.xxx.223)저도,제 신랑도 yuni님 및 원글님 남편분 같아요.
저희는 서로 그러니 그것때문에는 상처받을 일이 없네요.
그래도 기념일에 받고 싶은 것 있으면
서로 찔러주어요. 뭐가 받고 싶고, 뭐가 먹고 싶고, 케익은 어디 무슨 케익을 사와라 등등
아마 님 상황이 아이는 어리고 혼자 육아며 살림이며 해 내려니
너무 벅차고, 님까지 챙기려니 정말 힘들어서 그것까지는 못해내겠고
여하튼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에서
제일 잘 알아주었으면 하는 남편이
엉뚱하게 챙겨주니 맘이 너무 상하셨을거예요.
저같이 무덤덤한 사람도 아이 어릴때는 지금 생각하면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일에 맘상하고 하더라구요.
근데요, 요 고비 넘기고, 맘에 여유가 생기면
저희 부부처럼 서로 엎드려 절받는 여유도 생긴답니다.
시간이 약이예요.
화이팅6. cinema
'04.11.24 7:02 AM (24.237.xxx.47)저두 그랬네요..
전 결혼전부터 연야할때부터 무지 실망하구 그랬는데..
요즘은 위에분들처럼 미리 제가 요구해요..
이건 이렇게..저건 저렇게 했음 좋겠다구..ㅎㅎ
엎드려 절받기하다봄 알아서 잘하게 되어 있네요.
님도 쫌 지나믄 그럴 여유가 생기실께예요..
케익하고 선물안사다주는 분들도 많데요..
힘내셔요..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요..7. 풀내음
'04.11.24 8:51 AM (210.204.xxx.4)생일 축하드려요. 그리고 힘드실때니까 더 슬퍼지는걸 꺼에요. 이제 조금만 아기가 크면 훨씬 더 좋아진답니다. 그래도 생일이라서 남편분이 케익도 사가지고 오시고 선물도 하셨쟎아요. 전 작년 생일날 남편의 '생일 축하해"라는 한마디 밖에 없었습니다. -.-:
8. 반신욕
'04.11.24 8:58 AM (220.89.xxx.202)나두익명님께 ~
반신욕을 하시는가 본데.....
그걸하면 몸에 어떤 좋은점이 있는지요?
기구는 어떤걸 쓰시는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반신욕에 관심은 있는데 막상 시도할려니 아는게 너무없어서요.9. 제소원
'04.11.24 9:49 AM (61.111.xxx.103)제소원이 신랑한테 꽃다발 한번 받아보는거였는데(거창하죠^^)
보름전이 저의 결혼13주년이었는데요
저 까무러치는줄 알았어요
신랑이 꽃다발을 들고 들어왔거등요
비록 장미13송이에 곁가지로 달린 포장지만 풍성하긴했지만...
결혼생활동안 무수히 많은 기념일을 너무도 덤덤하게 지나가는 신랑이라
꽃다발한번 못받아봤거든요..
기념일 얼마전에 우리부부사이에 결혼이후 최대 위기가 있긴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의외였지요..
그꽃다발 보란듯이 거실중아에 아직 걸려있습니다
신랑은 떼어버리라고 하지만 가보로 생각하고 대대손손 물려줄건데 못떼지~~~합니다
신랑속으론 좀 찔리겠고 앞으로의 기념일은 잘챙기리라 믿슙니다~~10. 마당
'04.11.24 9:58 AM (211.215.xxx.160)저도 추접스러울지 몰라도 제가 받고 싶은건 꼭 찝어서 말해줍니다.
어짜피 니돈이 내돈이고 내돈이 니돈인 상황에서 허투르 쓰이거나 맘에 안드는것에 돈이 쓰이는건 피차 괴로우니까요.
제 생일날 그냥 저는 편하게 외식을 하기로 했어요. 올해부터. 작년까지는 제 손으로 잡채하고 미역국 끓이고 이것저것 해서 차려서 파티를 했는데.. 도대체 이게 뭔짓이냐 싶더라구요.
제 생일은 7,8월 복중이거든요. 보통 중복날이 생일인 경우가 많지요.
미치지 않고서야..자기 생일날..아침부터 땀 뻘뻘 흘려가며 미역국 끓이고 잡채하겠어요?
전..그 미친짓을 몇년이나 해놓고선.. 깨달았답니다..-_-
이제 해주지 않고서 옆에서 그래도 끓여.. 그래도 잡채는 해야지..하는 입만 놀리는 작자들 말 안듣기루요.
날이나 안 더웁고 요즘 같은 날씨라면 움직이기나 좋죠..
에어컨을 계속 돌려도.. 부엌까진 잘 오지도 않을뿐더러.. 아침에 해놓은 잡채는 저녁되면 벌써 나 죽어가네..하고 맛이 가버리구요..
여튼 외식하니까 좋더군요.
외식을 못하면 중국집에서 시켜서라도 그냥 먹기로 했어요.
케익은 제가 좋아하는걸로 미리 사놓던지 애아빠가 시간나면 사오고..
제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애아빠는 늘 아이스크림 케익을 사와서 곤란하지만요. (사실 전 아이스크림 좋아하지 않아요. 이가 부실해서 차가운걸 잘 못먹는답니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그렇다고 믿고 있는 사람에게 또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더군요.)
그냥 생일 초라하게 보내지 마시고..
팍팔 말하시고 생일 하루는 거만한 여왕처럼 보내세요..
전 거만한 무수리처럼 보입니다만...(간이 배밖으로 나온 무수리쯤으로 보이겠죠.)
생일날은 초라해지지 말자구요..
물론 옆구리 찔러서 받는 생일상이 그다지 안좋을수 있지만..
이렇게 옆구리 계속 찔린 저희 친정아빠를 보니.. 25번째쯤 되니까 알아서 ..
찌르지 않아도 오토매틱모드로 전황되대요..
어찌나 꽃이면 꽃..(그것도 흥정도 잘해요. 어버이날 낀 5월에 100송이를 3만원대로 사기도 하더군요.) 선물이면 선물..그리고 외식까지 자동으로 잘 나오는지..
엄마가.. 물건이라면 잘산거 같다고..좋아하시대요...
오래오래 길들여야했지만..
(지금은 아침이면 청소까지 자동모드래요. 나이가 드셔서 여성홀몬이 많이 나오시는지.. 청소용품에도 관심 많으시고.. 엄마 여행간 동안에도 집안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어놓으시고 사셨더랬답니다.)
저도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찔러..만들어보려구요.
우리 그렇게 잘 살아Boa요~11. 헤스티아
'04.11.24 10:22 AM (221.147.xxx.84)옆에 대문글중 무자식 상팔자... 정말로 공감하네요.. 나혼자 어디 멀리 살고 싶네요...
12. 헤르미온느
'04.11.24 10:27 AM (210.92.xxx.254)ㅋㅋ...저희 남편은 이벤트 만들라 그러면 차라리 일산까지 뛰어서 출근을 하는게 편하다고 할지도...ㅎㅎ...머리가 터진대요. 그런거 어려워서...
그래서 ~싶어...라고 해주면 기뻐하면서 해주지요..
하지만 요즘은 한가지는 본인이 생각해서 하게 해요.
선물을 받고싶은걸 갈켜주면 식사는 신랑이 장소 정하게..그나마 선물고르는것 보다 밥 먹는곳 고르는게 쉽다고 해서,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식집에 가면 되니...ㅎㅎ...
나두익명님, 남편분 나름대로 머리터진 고민결과일거에요...
님의 취향이 너무 고급화 되어계서서 더 머리아플지도...ㅎㅎ...
생일 축하드려요..^^13. 000
'04.11.24 1:31 PM (211.225.xxx.116)나두익명님 남편분은 생일이라도 기억을 하셨으니..-_-
제 남편은 생일이 내일이야..하고 꼭 찝어서 알려줘도..기억을 못해낸답니다.
한두해 산것도 아니고..십년을 넘게 살았는데..이게 인간인지..짐승인지..
사실..내 생일..내가 알아서 챙겨먹지만
올해는 좀 서운하더라구요.
내일이 생일이라고 말해줬는데도..
거짓말하지 말라고 ..콧방귀도 안뀌는 겁니다.
자기생일 며칠뒤가 바로 내생일인걸..10년이 넘어서 15년이나 됐으면 알법도 하건만...
제 생일이 뜬금없이 4월달이라고...하는겁니다. 10월달인데..
그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이 남자랑 여직까지 왜 살았나싶은것이....
그동안은 안챙겨줬어도..대충 몇월달은 기억을 해냈었는데....
다행인지..불행인지..저녁무렵에..친정엄마가 쇠고기랑.미역이랑
사들고 오셔서...담날 아침 국 끓여 먹었네요.
선물은 필요없고...날짜만이라도 기억해줬으면......
이사갈때 버리고 갈까..생각도 했지만...
나 아플때 병간호를 그나마 쫌 하길래..보류중입니다.....
용도폐기처분대상에서....살짝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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