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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칼에 손을 베었어요, 많이...

냔냐 조회수 : 2,182
작성일 : 2004-11-22 16:29:50
코코님의 고구마칩을
그동안은 칼로 썰어서 잘만 해먹었는데
유사홈쇼핑 채널에서 곰돌이 채칼 광고를 보고선
집에 있는 채칼로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남편과 아기 간식으로 해줄려고
채칼에 고구마 편을 썰고 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뻑뻑하고, 오히려 두껍게 썰리고,칼날이 들썩이며
'이거 안되겠네' 하는 순간,
제 오른손 엄지 손가락도 같이 썰어버렸습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보니
손톱 세로로 삼분의 일이 잘려져 나가고
드러난 살에 피가 흐르기 시작하더라구요.

일단
찬물을 틀어 상처를 씻고
탈지면을 찾지 못해 화장솜으로 감싸 지혈을 하고
후시딘을 발라 밴드를 조이듯 붙였습니다.

그러고나니 고통이 엄습하더군요.
욱신욱신 쓰리고, 아리고...
너무너무 아프더라구요.

너무 아파
산통하고 비교를 해봤습니다.

제가 한 열시간 진통을 했거든요?
물론 죽을 만큼,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팠고
칼로베인 상처와는 진통의 종류도 다르지만

또다른 건
그때는 오로지 아프기만 하면 됐다는 거죠.
열심히 아파서,진통에만 골몰하여 - 뭐 너무 아파 다른 걸 할 수도 없겠지만
마음껏 아파할 수 있었지만

어제의 경우는 달랐죠.
산통과 달리 매우 날카로운 진통임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 다쳤다고 앓아누울 수도 없고
집안 일에, 아기에, 머리도 감아야하고 etc..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할 일은 산더미 같고, 아픔이 곧 그친다는 보장도 없고...
이래저래 아파도 마음껏 아파할 수 없었다는 거죠.

그러나,
모든 걸 전폐하고 드러누웠습니다.
한 대 여섯 시간이 지나니 좀 잦아들더군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상처부분에 자극이 가해지면
소스라칠 정도의 아픔이 느껴지구요.

그런데 손이 불편해지니
왜 갑자기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생기는지...
쳐박아두었던 십자수도 하고 싶고
음식도 하고 싶은게 막 떠오르고
가스렌지 들어내고 청소도 하고싶고 말이죠,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죠?

좀 정신을 차린 후에
이 상처를 어떻게 다스릴까 생각해 봤어요.
손톱이 차오를려면 한참 걸린텐데
어떻게 관리를 해야할지...

한번도 써보지 않았지만 "메디폼"이란 제품이 생각나
약국에서 사왔는데 너무 비싸네요.
소형 3매에 8000원
보습환경드레싱이라는데 겉보기로는 별달라 보이지않았어요.
그걸로 갈아붙이려 기존밴드를 걷어내고 상처를 마주하니, 윽....

하루지난 지금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아프진 않아요.

그런데 이 상처의 고통보다 더 괴로운 것은
자꾸 다쳤을 때의 그 순간이 떠오른다는 겁니다.
그 짦은 찰나가 아주 생생하게 재현되어 몸서리가 쳐진다는 거죠.
육신의 고통못지않게... 왜 그런걸까요?

당분간 불편하겠죠.
엄지의 역할이 중요하단 걸 깨닫네요.
머리 아직도 못 감았고,
방, 거실, 부엌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다친 손가락에 철갑이라도 두르고 싶어요.

부엌일 하면서 칼에 다치는 거,  다반사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아픈 거 아니고
크던 작던 다칠때 마다 아주 아프고 불편한 건 마찬가지잖아요?
제가 별거 아닌 일에 주저리주저리 쓸데없는 글 올린 것 같긴한데
너무 아파서 그런거려니 이해해주세요. 엄살이 심하다구요?

그리고 이럴 때의 처치법이나 사후 관리법 아시는 분들 조언도 좀 해주시구요,
무엇보다도  여러분들 조심, 또 조심하세요.

저 그럼 이제 비닐장갑 끼고
씻고 치우러갑니다.  
IP : 219.253.xxx.21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4.11.22 4:44 PM (219.248.xxx.246)

    저도 채칼에 살점 나간 곳, 아직도 흉터 있지요. 손끝이 신경이 많은 곳이라 아파요.
    재수 없으면, 파상풍 걸릴 수 있어요. 빨랑 병원에 가세요.

  • 2. ...
    '04.11.22 4:47 PM (61.73.xxx.227)

    통증이 심해지면, 과호흡으로 정신잃으실수도 있어요. 소독.지혈하셔서 빨리 병원가세요.
    저도 손끝 잘리고, 괘안을듯싶어서 화장실에서 볼일보다 기절해서 병원갔었어요...ㅠ.ㅠ

  • 3. 마당
    '04.11.22 5:00 PM (211.176.xxx.131)

    전 칼로 손가락을 거의 잘랐다 싶게 했어요. 얼마나 야무지게 잘랐는지 피가 멈추지를 않기를 세시간..결국 그 밤에 애둘 달고 버스도 없어서 20분 걸어서 정형외과 가서 일곱바늘 꿰매고 왔네요..헤헤..
    어찌나 무습든지...실밥빼는건 더 무섭더군요. 살속을 실이 지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전 그거 동여매고 한 열흘 고생했어요.
    상처나심 우습게 보지 마시고 병원가세요.
    저도 꿰맬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답니다.
    그 몇주전에 울 엄니가 부엌칼로 손을 썰어서 꿰매고 왔다고 하실때..흥..그걸 가지고 뭘. 이라고 생각한 벌을 톡톡히 받은 셈이었죠.

  • 4. 김혜경
    '04.11.22 5:13 PM (211.201.xxx.95)

    병원에 가셔서 꿰매야 하는 건 아닌지..에구 어떡해요, 무지 아플텐데..한참동안...

  • 5. 왕비-꽈
    '04.11.22 5:41 PM (210.94.xxx.68)

    저 다친건 약과네요.
    어쨌던 그 채칼 한번은 피보게 하나봐요.
    울 언니한테도 자나깨나 조심하라구 이야기하고있는데...

  • 6. 딸기향기
    '04.11.22 6:59 PM (211.55.xxx.169)

    얼마전 모과랑 같이 엄지손가락 해 먹었던 여인이옵니다.
    제 상처 아직까지 안 아물고 버티고 있습니다.
    담날 꼬매러 병원까지 갔다가 무서워서 구박하는 신랑한테 가방 던지고
    도망나왔었는데...아직도 후회에 또 후회 중입니다.
    잘 안 붙더군요. 더군다나 손가락...많이 쓰이는 신체 부위인지라...
    같은 아픔이 느껴집니다. 채칼의 날이 상당히...상당히...날카롭더군요.
    얼른 병원 다녀오세요.

  • 7. 까망이
    '04.11.22 7:08 PM (61.103.xxx.81)

    읽다가 눈감았네요. 저 칼에 베인적이 있는데요 아직도 꿰멘 흉터가.. 어여 병원가보세요. 많이 다치신것 같은데.. 흐.. 무셔라..

  • 8. coco
    '04.11.22 7:14 PM (211.207.xxx.134)

    어우~어떡해요...다 제 잘못이에요.ㅜ_ㅠ그놈의 고구마칩...
    그게 손이라 더 많이 아프실텐데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나요?어쩜좋아...

  • 9. 달래언니
    '04.11.22 7:52 PM (221.156.xxx.108)

    주사라도 맞으셔야 빨리 나으실텐데,,,
    무섭더라도 꼭 병원에 다녀오세요. 오히려 그게 더 나아요...
    아파서 어쩐대요,

  • 10. 칸초
    '04.11.22 8:07 PM (211.238.xxx.180)

    꼭 병원가세요. 덧나면 큰 일 나요.

  • 11. yuni
    '04.11.22 8:50 PM (219.248.xxx.55)

    으으으읍... 괜히 읽었어요.
    얼마나 아프고 황당했을까..하며 읽어내려가는데
    장면이 너무나도 생생해요.
    무셔워....ㅠ.ㅠ

  • 12. pine
    '04.11.22 9:30 PM (221.153.xxx.167)

    저도 지난화요일 고구마튀김 하려다가 채칼에 오른손 엄지손가락마디 위쪽을 베어서
    성형외과가서 20바늘정도 꿰맸는데 동병상련이군요.
    붕대는 오늘 풀고 실밥은 아직 안풀었어요.
    빨리병원가세요
    전 엄지손가락 못쓰게 의사가 고정시키고,붕대감고있었어요.

  • 13. Jessie
    '04.11.22 9:46 PM (211.55.xxx.217)

    허어.. 그 채칼이 여럿 손가락을 해치우는군요.
    저역시 엄지손가락을 베어서 며칠을 애먹고.. 아픈 건 둘째치고,
    엄지니까 스페이스바가 안눌러지는겁니다!!! 띄워쓰기가 안돼요.. 흑흑.
    지금은 괜찬아졌습니다.
    빨리 나으시길 빕니다.
    그런데 편하긴 참 편하데요... 파 채써는 것도, 다지는 것도 채칼에,
    무우생채 할때, 무우 삐져서 국끓일때, 등등. 무한한 사용가능입니다.
    덕분에 라면에도 가느다랗게 양배추랑 당근이랑 파랑 썰어서 도저히 가려낼수 없게 해서 먹이구요.

  • 14. 젠틀
    '04.11.22 10:29 PM (219.252.xxx.236)

    그래서 저는 채칼 쓸 때 꼭 고무장갑을 끼고 사용한답니다
    강판을 사용할 때도
    그러면 그렇게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 15. champlain
    '04.11.23 12:15 AM (66.185.xxx.69)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절로 제 엄지 손을 꼭 쥐고 있는 저를 봅니다.
    저까지 으스스...
    저도 전에 두번째 손가락 칼로 다친 적이 있는데(중학교 때 괜히 쌀떡 썬다고 까불다가..)
    병원 가서 두세바늘 꼬맸어요.
    마취도 없이..(마취하고 꼬매면 늦게 아문다고 해서..정말인지..)
    암튼 무지 아팠답니다.
    지금도 남아있는 수술(?)자국들..

    어서 아프지 않게 잘 아무시길 바래요...

  • 16. 하이디2
    '04.11.23 10:02 AM (211.248.xxx.195)

    그래도 수준이 있는 편이네요
    전 신혼 때 라면에 넣을 파 썰다 제 왼손 네째 손가락을 그만...
    늦은 저녁이라 응급실 가서 꿰맸어요 (응급실에 지금까지 딱 한 번 갔는데 바로 87년 겨울)
    그리고 소독하러 동네 병원도 며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꼭 병원 가세요!!

  • 17. 안양댁..^^..
    '04.11.23 11:18 AM (219.248.xxx.14)

    요즘 벤리너 채칼이 땡기는데 ..살까 어쩔까 망설여 지네요..빨리나으셔요..에궁....

  • 18. 짱여사
    '04.11.23 1:02 PM (211.199.xxx.77)

    전 지난 토욜날 비젼냄비 깨먹으면서 새끼손가락 다쳤어요.
    냄비가 두꺼운데도 얼마나 파~~삭 뽀샤지는지..ㅜ.-
    조심하세요.. 우리 다들 조심해요..

  • 19. tazo
    '04.11.24 1:50 PM (64.229.xxx.215)

    그채칼 진자 무서븐 채칼이예요.제주변에도 베인사람들 너무 많이 보앗습니다.병원에 가셔야해요.벌써 다녀오셧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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