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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불임이란...

결혼20년차 조회수 : 1,787
작성일 : 2004-11-21 15:30:38
저 올해 결혼한지 20년째입니다.
아이는 없구요.
우리나라에서 아이없는 가정은 일종의 결손가정입니다.
중요한 구성원인 아이가 없으니까요.

저희 부부의 불임 원인은 남편입니다.
정자수가 부족하고 활동성이 떨어져 임신이 어렵답니다.
저 시험관 다섯번, 그외 민간요법도 해봤지만 결국 성공 못하고 마흔 넘으면서 포기했습니다.

아이 없다는게 어쩜 선택일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참 살기 어렵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뭐든지 다 양면이 있는건데...
아이없다고 꼭 나쁜건 아닐텐데...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로 있잖아 라구요.

좋은 점
1. 시간이 많습니다.
2. 경제적인 여유가 생깁니다
3. 아이로 인해 마음 상 할 일도 없습니다.

나쁜 점
1.누구의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특히 여자들은 상대방 이름은 몰라도  "아이는 몇이나 두셨어요?" " 꼬마는 몇살이예요?"라는 질문 꼭 합니다.  
그리고 "없는데요" 라고 대답하면 연세드신 분은 대부분 "내가 아는 누구는 몇년만에 낳았고 어디 한의원이 용하다더라.."등의 각종 정보와 격려를 만날 때마다 반복합니다.  
좀 젊은 분들은 대단한 결례를 했다는 듯 "어머, 죄송해요"라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도데체 뭐가 죄송한가요?
저 그래서 새로운 모임에 나가는 걸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 통과의례를 꼭 거쳐야 하는데 마음이 많이 상합니다.
2. 시댁에서의 입지가 약합니다.
내 핏줄의 엄마로서 며느리의 존재가치가 있나 봐요.
일이 있을 때는 형님은 고등학생 아들때문에, 아랫동서는 아직 어린 아이때문에 빠져도 용서가 되지만 전 그런거 없습니다.  
항상 유용한 유휴노동력이지요.
하지만 뭔가 의견을 내야할 자리에서는 종종'아이를 안나아봐서 아직 어른이 못됐다, 속이 깊질 못하다' 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3. 우리나라에서 불임은 어떠한 원인이든 대부분 여자탓을 합니다.
저 좀 마른 편인데 시댓모임가면 '저리 말랐으니 아이가 안들어서지' 소리 늘 듣습니다.
저희 불임 이유 뻔히 아시는 시어머니 그런 땐 아무소리없이 옆에 계십니다.
심지어 아무리 남편에게 문제가 있어도 산부인과 불임시술의 대부분 과정은 여자쪽에서 고생합니다.
여자는 한달 내내 주사맞고 고생해야 하지만 남자는 그저 한번 왔다가면 되구요.
4. 남편도 힘들어 합니다.
자존심 상하겠지요.
불임이유 듣고는 각방쓰자고 하는거 간신히 무마하고 지나갔는데 그후 거의 잠자리 안합니다.

쓰고 보니 불평이 훨씬 많네요.

저 나름대로 잘 살고 있거든요.
불임 판정 듣고 다시 직장 구해서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인정받아 아직 일 합니다.
직장에서는 저 사는 모습이 좋아보이는지, 남의 속은 모르고 그저 포장이 훌륭하니까 선배의 결혼생활이 내 이상형이라고 하는 후배들도 있어요.
둘이 벌고 교육비 안드니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사고 싶은 것도 척척 사고,
또 시간 많으니 여행이 취미라며 늘 여행다니고 주말이면 골프치고 ,
노후대비라며 이것저것 투자해서 재테크에도 성공하고...

근데 그래도 속으로는 많이 상처받고 아프답니다.
내가 선택한게 아니잖아요.
마흔 넘으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여태껏 내 마음대로 안된게 거의 없었는데 이제 아이는 정말 포기해야 하는구나....

이제는 많이 편해졌는데 그래도 오늘 왠지 투덜거리고 싶었어요.
누구한테 이야기하기도 어렵답니다.
친정어머니는 마음아프실테니까..
친구들은 위로하느라, 지 아이들때문에 속상한거 생각하면 없는게 훨씬 좋다나요...
IP : 211.41.xxx.231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두...
    '04.11.21 4:13 PM (211.106.xxx.40)

    아직 아기 포기 못한 40직전입니다.
    전 아직도 참 힘이듭니다.
    몇년 전까진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고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 말에 상처도 참 많이 입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불가항력인 일이 또 있을까...
    청춘을 불임클리닉 다니느라 다 보냈고
    친구들도 공통점이 없어, 아주 가까운 친구 말고는 다 연락 끊고 삽니다.

    하루가 너무너무 길지요.
    무기력하고...

    참 바보같이 살고있긴 한데
    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 궁금하네요
    저도 이젠 (?) 일을 찾아봐야할 거 같네요.

  • 2. 맑은 햇살
    '04.11.21 4:17 PM (211.40.xxx.41)

    힘내세요. 제가 아는 주위에 친한 분도 지금은 중년이신데 젊었을때 어떤이유로 아이를 갖을수 없게 되셨다는데 짐 너무 재미있게 살고 계시더라구요.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아직 싱글침대서 두분이 주무시더라구요. 정말 신혼부부같아요. 아이가 없어서인지 두분의 애정이 더욱 각별하시더라구요. 언능 극복하시고 두분이여서 누릴수있는 행복을 맘껏 누리세요.

  • 3. 익명
    '04.11.21 4:23 PM (218.50.xxx.205)

    님,..우선 당당해지세요. 님이 위축되시면 괜히 더 주변에서(특히 시댁에서) 님을 무시할수도 있습니다. 님탓도 아닌데요. 어찌보면 님도 피해자시잖아요. 이런경우 대부분 시댁에서 너무 미안해 하던데..님이 오히려 아기 없어서 속상하다든가 한풀이를 시어머니에게 하세요.
    그래요 미안해도 하시지요. 그리고 좀더 당당해지세요. 애 없으면 어때요. 두분이서 행복하게 사셔도 좋지요. 애가 있어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또 없으면 없는데로 편히 풍요롭게 지낼수도 있다고 보니까요.
    제주변에도 애없는 부부가 있는데요, 전적으로 아내탓인데도 불구하고 그 아내는 굉장히 당당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좋아보여요. 위축되어 있었다면 괜히 다른 사람들도 불편하고 그랬을텐데, 그런거 없이 자신감있고, 운동 열심히 하고 또 경제적으로 자식에게 들어가는 돈이 없으니까 그 돈을 잘굴려서 아내덕에 잘살거든요. 그래서 당당히 자신있게 모임도 잘 나오고 그래요. 오히려 아내가 당당하니 남편도 별소리 없고, 시댁도 그냥 좋은점만 봐주는거 같더군요.
    모임때 우리들도 다 편하구요. 오히려 가끔 부러울때도 있는걸요.^^
    님, 힘내시고..자신감 있게 님의 취미생활 다 누리시면서 당당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 4. 김혜경
    '04.11.21 5:07 PM (211.178.xxx.169)

    힘내세요....

  • 5. 달려라하니
    '04.11.21 5:31 PM (218.152.xxx.168)

    제 생각엔 그동안 아이가 없는것에 대한 속상함과 슬픔으로 지내셨으니,
    이제부터는,아이가 없음으로 더 누릴 수있고, 남에게 또 나 자신에게 더 베풀 수 있다는
    기쁜 마음가짐으로 사시면 어떨까요?
    힘내세요!!

  • 6. 키티맘
    '04.11.21 5:32 PM (218.50.xxx.249)

    저희도 님과 같은 이유로 임신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공수정 세번하고 아직 시험관은 안했는데요. 시험관도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님의 심정이 바로 제 심정입니다. 어딜가도 주눅이 들구 저도 친구들 별로 안만나고 동네도 친구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82가 제친구 입니다. 저도 일 다시 할려고 하는데 나이 많다고 아무도 채용 안할려고 하네요...

  • 7. 저두..
    '04.11.21 6:36 PM (221.160.xxx.163)

    같은 입장이 아니면 누구도 모를 고통과 아픔.. 너무나 조용한 피말림..
    아기 만들어서라도 남편과의 관계 회복하고 싶은게 제 소망인데,, 이젠 점점 이혼으로 가는것 같습니다. 저에게 아가란.. 제인생의 열쇠가 되었네요. 아님, 이혼못하게 할 발목으로 자리할수도 있겠죠.. 만약,생기면요..
    그래도 님은 훌륭하세요. 스스로의 인생 챙기시고 직장생활 너무 잘하시니까요..

  • 8. kimi
    '04.11.21 7:14 PM (218.51.xxx.77)

    원인이 누구이던간에 힘든 상황이네요. 기운내세요.

    1. 저희 친구중에 님과 같은 상황에 있던 친구, 시댁식구 그리고 친정식구 모두 상의하여 (물론 당사자들의 의견도 수렴이 되었죠) 결혼 15년 지나서 입양을 하여, 이혼직전의 구름같던 결혼생활 그 이쁜 딸때문에 늘상 웃음꽃이죠. 너무 내핏줄에만 연연해 하지 마세요.

    2. 또 다른 친구, 신랑이 정자수 부족하여 결국 불임보다는 임신가능성이 거의 1%정도라는 의사의 결혼 5년만에 판정에, 두사람 결정하여 딸 입양하고, 그 복덩이 딸 3살되던해에 기대치 0 였던 임신이 되어, 그후로 연연생으로 아이 둘 낳아, 지금 두딸과 한 아들의 엄마지만, 그 친구 자신이 낳은 아이 둘 보다 입양한 첫딸이 더 마음이 가고 소중하다고 하더라구요. 항시 그 첫딸이 자신한테는 복덩이라고...... 쇼핑가도 둘째.세째것 보다는 늘 첫째것을 더 많이 챙기는 것 보면 낳은 정도 무엇에 견줄 수가 없지만, 그 키우는 정은 더 한가봐요.

  • 9. 승연맘
    '04.11.21 7:30 PM (211.204.xxx.201)

    인생에 또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도 좋지만...포기해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잖아요...그만큼 자기 자신을 아끼면서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축복이
    있는 겁니다. 어느 길이든...다 후회가 남기 마련입니다.

  • 10. 쵸콜릿
    '04.11.21 7:35 PM (211.35.xxx.9)

    힘내세요...

  • 11. 저도...
    '04.11.21 8:34 PM (211.217.xxx.204)

    저도...오늘 인공수정 다섯번째 했어요.. 결혼한지는 5년되었지요.
    불임이란거...저랑은 아무 상관없고 제얘기 아닌거 같았어요.
    저흰 원인 불명 불임이거든요. 양쪽다 이상없는데...
    저....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내가 무슨 죄가 있어서..우리둘다 이남자 저여자 만나고 다닌것도 아닌데 왜 우리한테 이런일이 있나 발뻗고 많이도 울었지요.
    지금은...많이 좋아졌어요..
    제가 겪어보니... 불임의 고통 안겪어본 사람들은 정말 죽었다가 깨어나도 그맘모르겠더군요.
    모르는 사람들이 섣불리하는 위로.... 때론 더큰 상처로 남죠. ㅠㅠ
    님...그래도 우리 희망을 잃지 말아요...
    제가 다니는 병원 진료카드에 이렇게 써있어요.희망이 생명을 만든다...
    저도 님도 내년에 기적처럼 누구의 엄마로 불려 지기를 간절히 기도할께요

  • 12. ripplet
    '04.11.21 8:37 PM (211.54.xxx.185)

    앗, 그러네요. 제가 원글을 잘못 읽고 답글을... 죄송합니다 (뒤에 읽는분들이 헷갈리실까봐 지웠어요 ㅜㅜ). ㅁㄴㅇㄹ님 고마워요^^
    그리고 원글님껜 힘내시란 말을..

  • 13. 원글
    '04.11.21 11:30 PM (211.41.xxx.231)

    오늘 그저 좀 투덜거리고 싶었어요.
    제가 포장을 지나치게 잘 하는건지 남들은 제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약한 모습 보이기 싫었거든요.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과 다른 모습으로 사는거 용납 안해 주잖아요.
    무심코 하는 말, 위로 내지는 격려에서 혼자서 많이 상처 받는답니다.
    아무리 씩씩한 척, 잘 지내는 척 해도 아픈 건 아픈걸요.
    정말 격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요...
    하소연 들어주시고 같이 마음 아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14. 저도...
    '04.11.21 11:39 PM (210.222.xxx.125)

    저는 이제 그 불임이라는 고통에 발을 디디게 됬네요. 세달정도가 지났는데 방금도 티브이 프로를 보다가 엉엉 울었네요.
    신랑 눈치가 보여 그냥 이렇게 82에 들어왓는데 제마음 같은 글을 보고...
    결혼과 동시에 전 항상 아이생각에 신랑이랑 도란도란 참 꿈같은 얘기들을 많이 했네요.
    가질 수 없는 꿈인줄도 모르고...
    수년이 지나면 괜찮아 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누구누구에게 위로를 듣는 그조차도 너무 힘이 드네요.

  • 15. 오늘만..
    '04.11.22 12:11 AM (218.51.xxx.224)

    오늘만 익명할래요...
    불임이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그 힘든 시간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죠.. 불임크리닉에가면 굉장히 조용하고 분위기도 우울해요.. 게시판에 붙여놓은 아이들 사진(성공해서 낳은 아이들)조차도 쳐다보기 힘들더라구요.. 동네에 웬임산부는 그리도 많은지.. 동생 돌잔치조차도 가볼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괜잖다고해도 시댁에서는 괜히 눈치만 보이고 하다못해 병원데려다주는 신랑한테도 주눅들고.. 정말 세상에서 가장 초라해졌던 시간 같아요. 그 많은 주사와 약.. 테스트 초음파 너무 힘들어도 누구에게 하소연도 할 수 없죠... 모두 내 잘못같아서...
    힘내세요.. 뭐라 위로는 못해드리지만.. 그냥 힘내시라는 말씀밖에는...

  • 16. 나도..
    '04.11.22 9:58 AM (61.109.xxx.36)

    저도 40넘어 애가 없는데,괜찮아요.
    좀 이상하죠?
    주변에서 노력도 안하냐고 나중에 후회된다고 하면 신랑한테 물어보죠.
    우리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남들이 말하는거에 비해서 거의 간섭 안받고 살아요.

    시댁은 돈만?
    남편도 일하고 돈만?
    저희는 병원 다니며 노력해서 낳고 싶진 않았어요
    심심하긴하지만 자식있다고 행복한건 아닌거 같아요.
    오래 지내다보니 부부사이 나쁘면 자식도 도움이 안되더군요.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시고
    즐겁게 보내세요.
    인생은 어차피 외로운거잖아요.

  • 17. ,,,
    '04.11.22 12:51 PM (218.152.xxx.26)

    결혼 7년차인데.. 아이 없어도..그냥 별로 신경 안쓰거든요..
    생기면 좋고, 안생기면 할 수 없고..그래요.

    부부 사이는 아이가 없어도 특히 나쁘다는거 모르겠고,
    오히려 아이가 없어서 서로 아이 돌보듯 신경 많이 써줘서 그런지 부부사이는 좋아요.

    그동안 우리가 결혼연수가 짧아서 신경이 안쓰이나 보다 했는데, 이제 6,7년 되니까,
    오히려 저희보다 짧은 사람들이 아이 없다고 슬퍼하고, 아이 갖으려고 온갖 고생하고,
    그런거 보고 놀랬어요. 또 그 고생을 자의로 하는건 괜찮은데, 타의로 본인은 하기 싫은거 억지로 하는 경우 너무 안됐더라고요..

    결혼 연수에 상관 없이, 가치관, 마음의 차이 같아요.

    저희는 앞으로도, 시헙관이나, 인공수정 할 생각 없거든요, 그 후에는 나이가 많아서 못하겠죠.

    부부사이 걱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아이가 10살 넘으면 아이 이쁜맛에 안좋은 부부사이 좋게 해주지는 않더라고요.

    특히나 원글님은, 예전에야 아이 없는 가정의 입지가 많이 약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고, 친구분들도 이제 아이들 결혼 시키고 나면 다들 부부만 남을테고, 또 자식 키워 놔바야 소용 없다는 소리 심심치 않게 들려올 겁니다.

    주위에서 다들 한창 아이키울때니까 사회적으로 힘드셨겠지만 그시간 다른 일로 잘 보내셨으니, 이제는 훨씬 수월 하실 거에요.

    앞으로도 남은 긴 인생 없는 자식만 바라보지 마시고, 다른 많으것들 누리시며 즐겁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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