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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미안하게도 서글프게도 짜증나게도 하는 82쿡
완전 철부지 노처녀가 2년전 아줌마가 되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일한답시고 일주일에 서너번은
외식이나 인스턴트로 해결하고 주말엔 신랑하고 둘이서 뻗어 자기 바빴지요. 애들 둘이서 소꿉장난
하듯이 살았는데도 선물같은 이뿐 아가를 낳았어요. 그리곤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 앉아서 아가 키우며
신랑 키우며 알콩달콩 나름대로 산다고 생각했어요. 만5개월된 아가 쭈쭈도 먹이고 신랑도 먹이고
씻기고 키우고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다보면 화장대 앞을 무심히 지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는
깜딱 놀란답니다. 저 아줌마 누구야? 결혼전 제가 젤로 싫었던 난 절~때로 저렇게 안되야지 했던 두가지
모습.. 포대기에 엎힌 아긴 고개를 대롱거리며 자고 있고 아기엄만 묶은 머리가 부시시 삐져나오고
미간을 찌푸린채 만사 귀찮은듯한 표정의 아줌마와 목욕탕에서 애들 때리는 아줌마.. (아직까지 아기가
어려서 목욕탕엘 안데리고 가봐서 정말 다행입니다.) 근데 제가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아가 보느라
밥은 맨날 김치에 밥, 아님 물에 말아서 밥, 운 좋음 찌게나 국 남은거에 밥.. 속상하고 서럽고 짜증나도
대한민국 아줌마들 대부분은 나랑 비슷하겠지란 생각에 위로 받았는데.. 82쿡을 알고 일주일에 몇번은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고맙고 우리 신랑한테 미안하고 나 자신한테는 서글프고
다들 어떻게 이렇게들 야무지게들 알차게들 폼나게들 사시는지 짜증도 납니다.
아~ 82쿡 아줌마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인지.. 실존하는 사람들인건 맞는지..--;
오늘도 고맙게 레시피를 받아가면서 신랑이랑 아가한테 미안해지면서 직장도 가사도 제대로 하는게
없는 저 자신때문에 서글프면서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도 낸답니다. 그래도 고마움이 다른
감정들보다 더 큰걸 보면 제가 아주 못된 아줌마는 아니죠? ^^
1. 경험자
'04.11.21 2:52 PM (210.183.xxx.41)님이 생각하듯 야무지고 알차게 폼나게 사는 사람들도
두앤비님이 느끼는 복잡한 여러가지 심정들도 다 겪으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육아에 전념해야 될때는 잘 나갔던 나의 옛모습을 떠 올리며 초라하다는 느낌도 받았을테고..
사람사는 건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어도 천사같은 아이 얼굴 쳐다보며 위로 받으시고 너무 완벽하려 애 쓰지 마세요
스트레스 받아 사랑하는 내 가족들한테 화풀이 하는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거든요
사람이 매사를 어떻게 다 완벽하게 하고 살아가겠습니까?
새생명 받아 키울때는 적당히 어지럽게 하고 살아도 됩니다
아이 키우고 나선 얼마든지 깨끗하게, 폼나게 맛있는 요리 해 먹고 살아진답니다
할려고만 한다면....
지금은 그렇게 하고 사는 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아이엄마가 너무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는것도 전 별로 좋아보이질 않더군요
아! 물론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자기자신 너무 괴롭히는 생각 하지 마시고 화이팅 하세요
아이 다 키운 저도 옛날엔 그렇게 하고 살았답니다^^2. 김혜경
'04.11.21 4:57 PM (211.178.xxx.169)두앤비님..82cook을 통해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저희집두요, 반찬 하나도 안하고 먹던 거 그냥 꺼내놓고 먹는 날...많아요...
다른분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기운내세요..3. 제임스와이프
'04.11.21 5:12 PM (12.168.xxx.29)저두 님처럼 생각한 적 많은뎅...너무 공감합니닷...^^;;
기운내세욧...아직 아기도 없는데 더 탱자탱자 하는데요...--;;
흠..찔리라..--;;4. 자수정
'04.11.21 5:22 PM (218.51.xxx.35)열심히 사는 모습 보고 자극 받아서 집안 정리중 이랍니다...
배우면서 열심히 사는 거죠?.....5. ripplet
'04.11.21 6:58 PM (211.54.xxx.185)82cook에서 얻은 것만 생각하시고 나머진 다 잊으세요. 저도 암것도 모르던 철부지에, 결혼2년차에.. 애는 없지만 님과 비슷하게 살아요 ^^ 그런데도 '남들처럼 못해줘서 남편에게 미안하다'기 보단... 82cook덕에 가끔씩이라도 새로운 메뉴 먹을 수 있어서 기쁘고, 그걸로 남편에게 생색내고 자랑하고 그런답니다(넘 철판인가요?? ^^;).
6. 두앤비
'04.11.21 8:39 PM (211.213.xxx.241)힘주시는--a 리플들 감사해요. 좋은데 와서 엑기스만 쏙쏙 뽑아가면서 심퉁만 늘어가지공.. 흐.. 결혼 전엔 결혼하면 지~인짜 야물딱지게 잘할거라고 큰소리 뻥뻥쳤더랬어요. 결혼해선 일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음 지~인짜 똑소리나게 할거라 그랬죠. 집에 들어앉고 나선 애 낳고 나면 지~인짜 잘할 자신있다 그랬죠. 애 낳은 지금은? 흐흐.. 다 키우고 나면 잘할거라 그러고 있죠..뭐..쩝..다키우고 나면? 그땐 하나 더 낳아야겠죠..흠..쩝...
7. 새벽이★
'04.11.21 9:59 PM (61.74.xxx.171)저두 그래여~ 어쩔땐 82cook 보면서 반성하고 열심히 맛있는 음식 차리다가두..어쩔땐 남들은 저렇게 잘해놓고 사는데..난 왜이러나..이러면서 비참한 기분이 들때두 있답니다..
머..울 아기 얼른 커서 jasmine님 아들처럼 요리시키고..게다가 청소까지 시킬려구여~ㅋㅋ
요새두 청소기랑 밀대를 어찌나 좋아하는지..울 아기 좀 더 크면..울집두 삐까뻔쩍해질껍니다~두앤비님두 지금부터 훈련시키세여..ㅎㅎㅎ8. 키세스
'04.11.21 10:25 PM (211.177.xxx.141)키친토크에 가서 추천횟수가 가장 많은 글을 한번 보시어요.
고수 jasmine님의 글인데 리플횟수도 가장 많을 거예요.
리플까지 다 보시면 마음이 편안해질 겁니다. ^^
jasmine님 싸랑해요~ ^39. 최은주
'04.11.22 5:35 PM (218.152.xxx.139)아무것도 아니지만 가끔 82에서 배운거 해놓고
손님 초대하면 다들 그러세요. 노력하면서 산는구나..
다른 말보다 값진 말이라 참듣기 좋았어요.
82식구들 모두 노력하시면서 사시는분들 맞죠??
두앤비님도 담다르게 노력하시는 분이세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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