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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살이 수리 전문가가 되고 말았어요..
새로 지은 아파트인데, 엘지김치냉장고, 엘지식기세척기, 엘지컨벡션가스오븐, 밀레냉동고, 그밖에 몇 가지 더가 빌트인이 되어 있더군요.
이모님 연세가 50 이 갓 넘으셨는데요, 늦게 아이를 낳으셔서 이제 여섯살이예요.
평소에 저랑 사이가 좋고 왕래가 잦아서 자주 뵙니다.
보통 이 연세시면 장성한 아들딸들이 집안일 도와줄텐데 아이가 어리니 제가 도와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사하신지 2주쯤 되었는데 오늘이 네 번째 방문이었어요.
처음 갔을 때는 김치냉장고 전원이 안들어온다고 하셔서 부엌가구를 다 뒤져 전원 꽂아 드렸죠.
(같이 찾았는데 이모님이 찾기는 하셨습니다.) 사용법 모르셔서 설명서 읽어보고 사용설명 했습니다.
(그정도야...약괍니다.)
두번째, 세번째는 쓰시던 컴퓨터가 바이러스때문에 작동이 안된다고 하셔서 백신 주문해서 설치하고 바이러스 대청소 하고, 악성코드 제거용 소프트웨어 깔아서 싹 청소해드리고 왔습니다.
오늘은... 키친토크에 쓴 대로 집들이 초대를 받아 케익이랑 쿠키 두가지 외에 건포도 식빵이랑 코코넛마카롱을 만들어 싸들고 갔었어요.
어제 저랑 코스트코 갔다가 식기세척기용 세제를 사왔습니다.
손님이 거의 스무분이 오셔서(이모네 가족 포함) 설겆이 꺼리가 많았는데
설상가상으로 퐁퐁이 똑 떨어졌네요. 이리된 김에 식기세척기를 돌려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모이신 분중에서 젊고 살림을 어느정도 해 본 주부는 저밖에 없고 모두들 50세 이상된 분들...
기계 쓰기 번거롭다고 안하실려고 해서 제가 총대 맸어요)
저 식기세척기 있는 집에 몇 번 가본 적은 있지만 돌리는 모습 한 번도 구경도 못했거든요...
다먹은 음식들 그릇을 넣는 걸 제가 했는데 어찌어찌 하니 다 들어가기는 하더군요.
사용설명서 읽어보고 전원넣고 시동을 걸기는 했는데, 자꾸 에러가 나네요.
두 번째 에러가 나길래 설명서 읽어보니 급수가 안되는 거랍니다.
개수대 밑을 열어보니 온갖 호스와 전선, 레버들이 얽기섥기 엮여 있네요...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해 봤는데 안됩니다.
오신 손님들 중에 기계쪽 전공하신 외삼촌이랑 둘이서 다시 찬찬히 보니 동그란 레버가 보여요.
근데 손이 안닿습니다. 문짝을 뜯어내고 안에 있는 빌트인용 정수기 설비를 앞으로 빼내야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외삼촌은 안되겠다고 하시고, 이모는 월요일까지 뒀다가 입주 지원센터 직원 부르지 뭐 하시네요.
이모부에게 부탁해서 드라이버를 받아서 문짝 하나를 뜯어냈습니다.
그리고 정수기를 들어내고 레버를 돌리니 급수되는 소리가 들리네요...
외삼촌이 저 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결혼하더니 살림꾼이 다됐네"하십니다.
이모들이랑 숙모님들도 다들 신기하신가봐요... 둘째이모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십니다!
근데요, 저 평소에도 제가 별별거 다합니다.
시댁에서는 로만셰이드 설치, 수리도 제가 하구요, 칼도 갈아드리고, 케이블티비 안나오면 저 부르십니다. 김치냉장고 온도조절하시는 것도 못하셔서 제가 하구요. 손볼 게 생기면 시어머님이 아버님에게 부탁하시는 게 아니라 저에게 부탁하십니다. 아버님이 아시면 뭐라 하실 거라고 그 전에 해 놔야 하신대요.
친정에서는 부엌세간과 세탁기 관련 뭐가 안되면 제가 담당입니다.(나머지는 친정아버지가 그래도 좀 해결해주십니다.)
저희집은 당근 제가 다 합니다.
거실용 봉커튼이랑 로만셰이드를 몇 주 전에 샀는데 설치비가 3만원이라네요. (폭이 450cm입니다.)
물건만 사서 제가 달았습니다.
기둥을 상하압착해서 설치하는 세탁기용 선반이랑 행거도 설치했었구요, 가구도 제가 옮기고(머리 짜매고 고민해서 혼자 할 수 있게 전략을 짭니다), 낡은 수전 교체도 하고, 베란다용 조립식 마루 설치도 하고... 전등 가는 것만 신랑이 합니다.(이것도 원래 제가 했었는데 그거는 해 줄 수 있다네요...)
둘째이모 댁 컴퓨터 관련 소프트웨어 사용법, 고장수리도 제 담당입니다. 이사오시고 나서는 각종 전기기자재 사용설명도 하게 되었네요.
오늘 이 상황보고 큰이모도 곧 같은 아파트로 이사오실거니 도와달라시니 다섯집을 하게 되었네요...
어떻게 보면 하기 싫을 일이 대부분인데요, 도와드리고 나면 기뻐하시는 모습이 좋아서 계속 도와드리게 되었어요. 이게 제 복이려니 하고 살려구요... 제가 잘 하는거 맞죠?
1. Harmony
'04.11.21 12:45 AM (61.252.xxx.170)너무 잘 하셨어요~^^* 메이지님은 만능 박사시네요. 집안의 어른들이 귀염둥이 살림꾼이라 하시겠네요.
칭찬 칭찬~ 보냅니다.====33=====33쓩쓩~^^*
저도 거의 메이지 님 수준인데
요즘 복잡한 일이 너무 많아, 오늘은 수리공 아저씨를 불러 로만셰이드 달았어요. 그리고 선반도 달고..내일 동생 결혼식 가려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해서 오늘 정리 좀 했어요.2. 벚꽃
'04.11.21 12:46 AM (61.85.xxx.87)어머~ 어머~ 너무 대단하세요.
전등 가는 것만 신랑이 합니다.(이것도 원래 제가 했었는데 그거는 해 줄 수 있다네요...)
이부분에서 저 넘어갔습니다. ㅋㅋ
왠만한 남자분보다 낫겠어요.
저희집은 남편에게 얘기하면 대답은 잘해요. 해주께.
근데 그게 지나고 보면 3년,5년계획 짧으면 3개월,6개월 짜리였지요ㅠ.ㅠ
남편에게 부탁하면 감감무소식이고, 저도 잘 못하니 왠만큼 불편한건
그냥 참고 산다지요 ㅎㅎ
이참에 아예 그쪽으로 나가셔도 되겠네요.
주부들 남자 서비스맨들이 와서 고쳐주는거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은데요^^3. 김혜경
'04.11.21 12:50 AM (211.201.xxx.233)잘 하는 거 맞아요...저도 메이지님 댁 근처에 살고싶어지네요...
4. 마리안느
'04.11.21 8:56 AM (220.75.xxx.92)멋지십니다.
가정주부가 되고 보니,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얼마난 많은지.....5. beawoman
'04.11.21 9:25 AM (211.229.xxx.61)저도 칭찬 만땅 보냅니다
제가 다 자랑스러워요. 부모님이 좋아하실것 같아요6. 키세스
'04.11.21 3:33 PM (211.177.xxx.141)저도 일년 반 있으면 새 아파트 입주하는데...
경주로 이사 오실 계획은 없으신가용? ㅋㅋㅋ7. 으니
'04.11.22 10:22 AM (221.160.xxx.187)저랑 비슷하시네여...ㅋㅋ
잘하시는 거에여...암요....백번 잘하시는 거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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